사건
2015고합311변호사법위반,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
법률위반
피고인
A
검사
강일민(기소 및 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B, 담당 변호사 C, D
판결선고
2015. 11. 13.
주문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피고인으로부터 1,380,000,000원을 추징한다.
피고인에게 위 추징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범 죄 사 실
1. 피고인 및 관련자의 지위
피고인은 2009. 9. 30.경 한국토지공사(現 한국토지주택공사, 이하 'LH공사'라 한다)에서 E으로 퇴임한 후, 2009. 10. 15.경 부동산컨설팅업체인 주식회사 F(이하 'F'이라 한다)을 설립하여 운영하다가 2015. 4. 1.경부터 G공사 사장으로 근무하였던 사람이다.
한편, H은 2009. 9. 4.경부터 2011. 3. 4.경까지 부동산개발 시행업체인 주식회사 I(現 주식회사 J, 이하 'I'이라 한다)의 대표이사로서 자산 관리 등 경영 전반을 총괄하였던 사람이다.
2. H의 성남 K 도시개발사업 추진 경과
H은 2009. 6. 20.경 성남시 분당구 K 도시개발지구(1,292,000m²)의 토지소유자들이 설립한 K 도시개발사업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라 한다)와 I 간에 도시개발 시행업무 대행계약을 체결하고 환지 방식에 의한 민간개발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LH공사는 2009. 7. 29.경 성남시에 '수용방식에 의한 도시개발구역 지정 제안서'를 제출하였고, 성남시는 2009. 10. 1.경 위 제안을 수용하기로 하고 이를 LH공사에 통보한 다음, 2009. 10. 5.경부터 2009. 10, 19.경까지 도시개발구역지정 및 도시관리계획 변경 주민 공고·공람을 실시하게 되었다.
이에 H은 추진위원회 명의로 2009. 10. 21.경 및 2009. 11. 18.경 성남시에 총 2회에 걸쳐 '민간 도시개발구역 지정 제안서'를 제출하였으나, 성남시는 'LH공사의 제안을 수용하여 절차 진행 중이므로 제안을 중복하여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반려하였다.
그리하여 H은 LH공사로 하여금 위 사업에서 자진 철수하도록 하고, 성남시로 하여금 공영개발방식이 아닌 민간개발방식으로 전환하도록 하기 위하여, LH공사, 성남시, 등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고 집회를 계속하는 한편, LH공사 임원과 성남시청 공무원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인사를 물색하게 되었다.
3. 변호사법위반
H은 2009. 7.경 동업자 L으로부터 "LH공사에서 AJ 관련 분야를 총괄하던 E가 있는데, 곧 퇴임하려고 한다. LH공사 임원이나 성남시청 공무원과 친분이 두텁고, 국회 M위원회 소속 국회의원과도 가까운 사이다"라는 말을 듣고 피고인을 소개받게 되었다.
이에 피고인은 2009. 10.경 성남시 분당구 N에 있는 H의 사무실에서 피고인의 LH공사 임직원, 성남시 공무원 및 국회의원과의 인맥을 이용하여 LH공사의 도시개발구역 지정제안(이하 'LH공사 제안'이라 한다)이 철회되고 추진위원회의 제안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LH공사와 성남시 측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로 하고 1) 총액 35억 원(부가세 10% 별도)을 그 대가로 요구하는 한편, 향후 형사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F과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형식으로 돈을 달라고 하였다.
H은 이를 승낙하고 2009. 10. 19.경 I이 F에 '부동산개발과 관련한 컨설턴트' 및 '부동산 관련 제도개선 등의 정책연구 용역'을 의뢰하는 내용으로 총액 35억 원 상당의 허위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F 명의의 외환은행 계좌로 2009. 11. 19.경 8억 8,000만 원, 2010. 1. 28.경 5억 원을 각 송금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35억 원의 대가를 받기로 약속하는 한편, 그 중 13억 8,000만 원을 수수하였다.
4.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피고인은 2010. 10. 19.경 불상의 장소에서 제3항 기재 범행과 관련하여 마치 정상적인 부동산 컨설팅 용역 계약으로 인한 성공 대가를 수수하는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용역 계약서를 작성한 후, 2009. 11. 19.경 및 2010. 1. 28.경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합계 13억 8,000만 원을 수수하여 범죄수익인 위 돈의 취득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H, O, P, Q, R, S, T, U의 각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일부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H, O, R, U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1. 피고인의 진술서
1. H, S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사본
1. T, O, P, Q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사본
1. 각 용역계약서 사본
1. 수입지출현황
1. 각 수사보고(증거목록 순번 16, 18, 22, 27, 29, 31, 37, 38, 41, 42, 44, 45)
1. 수사보고 사본(증거목록 순번 8)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변호사법 제111조 제1항(청탁·알선 명목 금품 수수 및 약속의 점, 포괄하여, 징역형 선택),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범죄수익 취득에 관한 사실 가장의 점, 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범정이 더 무거운 변호사법위반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 가중)
1. 추징
1. 가납명령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가. 피고인이 H로부터 35억 원을 받기로 하고 그 중 합계 13억 8,000만 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피고인이 H 측과 부동산 컨설팅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정당한 용역을 제공한 대가이지,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받거나 받기로 한 것이 아니다.
나. 변호사법 제111조 제1항 위반의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청탁 또는 알선의 대상이 되는 사무를 취급하는 자가 공무원이거나 다른 법률에 따라 공무원으로 보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 LH공사는 2009. 10. 1.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병되어 설립된 후 2010. 1. 29. 기획재정부장관의 고시로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었는바, 피고인이 H로부터 돈을 받은 시점에는 LH공사의 임원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 공무원이라 할 수 없으므로, 변호사법위반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2. 판단
가. 인정사실
1) 성남시 분당구 K 도시개발사업의 경과 등
가) 성남시는 2005. 6. 29.경 당시 건설교통부로부터 성남시 분당구 V 일대에서 성남시 도시기본계획을 승인받아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였다.
나) K 일원의 토지소유자들은 2008. 3.경 환지방식에 의한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추진위원회를 설립하였다.
다) 추진위원회는 2009. 6. 20.경 H이 운영하는 I과 사이에 도시개발 시행업무 대행계약을 체결하였다.
라) 대한주택공사는 2009. 7. 29.경 성남시에 K 도시개발사업에 관하여 수용방식에 의한 도시개발구역 지정제안서를 제출하였고, 성남시는 2009. 10. 1.경 대한주택공사의 위 지정 제안을 수용하였다. 한편 2009. 10. 1.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합병하여 LH공사가 설립되었다.
마) 추진위원회는 2009. 10. 21. 및 2009. 11. 18. 성남시에 민간 도시개발구역 지정 제안서를 제출하였으나, 성남시는 'LH공사의 도시개발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다른 제안을 중복하여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추진위원회의 제안서를 반려하였다.
바) H은 K 일대 토지 및 빌라 매입 등을 위하여 2009. 11. 19.부터 2010. 6. 4.경까지 자신이 실제로 운영하는 I 등 3개 회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등 11개 저축은행 대주단으로부터 총 1,805억 원의 브릿지자금을 대출받았다.
사) LH공사는 2010. 6. 28.경 성남시에 대하여 도시개발구역지정 제안을 철회하였다.
아) 추진위원회는 2010. 7. 13.경 및 2010. 10. 8.경 성남시에 민간 도시개발구역 지정 제안을 접수하였으나, 성남시는 2010. 9. 29. 및 2010. 12. 20.경 'LH공사에서 제안 철회를 하였으나 도시개발구역지정을 위한 행정절차는 계속 진행 중이므로 중복 제안 수용이 불가하다'는 사유로 위 제안을 각 반려하였다.
2) 피고인과 H 측 사이의 부동산컨설팅 용역계약의 작성 및 금원의 수수 경위
가) 피고인은 LH공사에서 E로 근무하다 2009. 9. 30.경 퇴임하였고, 2009. 10. 15.경 F을 설립하였다.
나) 피고인은 2009. 10. 19. 내지 20.경 H과 사이에 I과 F을 당사자로 하는 2009. 10. 19.자 용역계약서(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는데, 그 주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위임자(갑) : | 수임자(을) : F 제1조(목적) 본 계약은 부동산 컨설팅 용역 및 연구용역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을의 업무범위) 을은 갑과 아래와 같이 부동산컨설팅용역 및 연구용역을 체결하기로 한다. ① 부동산개발 관련한 컨설턴트 용역(용역기간 : 본 계약 체결일부터 8개월 이내) ② 부동산 관련 제도개선 등의 정책연구용역 제4조(보수 부가가치세 별도) ① 부동산컨설팅 용역은 금 15억 원정으로 하며, 당해 보수는 2009. 10. 26.까지 지급하되, 청구서 제출일부터 7일 이내에 지급하기로 한다. ② 연구용역보수는 2010. 1. 31.에 금 10억 원, 2011. 1. 31.에 금 5억 원과 2012. 1. 31.에 금 5억 원을 지급하되, 청구서 제출일부터 7일 이내에 지급하기로 한다. |
다) H은 F의 계좌로 2009. 11. 19.경 8억 8,000만 원, 2010. 1. 28.경 5억 원을 각 송금하였다.
나. 피고인이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내지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였는지에 관하여
1) 법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서 정한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실제로 알선행위를 하였는지는 죄의 성립에 아무런 영향이 없고(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7도8117 판결 등 참조), 여기서 '알선'이란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어떤 사람과 그 상대방의 사이에 서서 중개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어떤 사람이 청탁한 취지를 상대방에게 전하거나 그 사람을 대신하여 스스로 상대방에게 청탁하는 행위도 '알선 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도2609 판결, 대법원 2005.1.28. 선고 2004도7359 판결 등 참조). 또한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과 수수한 금품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당해 알선의 내용, 알선자와 이익 제공자 사이의 친분관계 여부, 이익의 다과, 이익을 수수한 경위와 시기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하되, 알선과 수수한 금품 사이에 전체적·포괄적으로 대가관계가 있으면 충분하고, 나아가 알선자가 수수한 금품에 그 알선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과 그 밖의 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이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전부가 불가분적으로 알선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0도961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금품 등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변호사법 제111조 제1항 위반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범의는 범죄사실을 구성하는 요건으로서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지만, 피고인이 '금품 등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 이러한 주관적 요소가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 사실에 의하여 증명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 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3. 12. 선고 2001도2064 판결, 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4도8780 판결 등 참조).
한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은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하는 사람 사이에 묵시적으로 존재하여도 무방하다(대법원 2013. 7. 12. 선고 2013도3940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H은 검찰에서, 피고인이 H을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성남시청 W과 친하다. 내가 W의 발목 잡을 만한 것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내가 K 사업에 관여가 되어 일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성남시청에서는 함부로 못한다. 그리고 성남시청 공무원들도 잘 알고 있으니 사업이 진행되면 인허가도 문제없이 나오게 할 수 있다. 또한 내가 X 의원과 국회에서 정책포럼을 같이 하고 있어서 친분이 깊은 사이이다. 나에게 일을 맡겨주면 반드시 LH공사를 이 사업에서 나가게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H의 위와 같은 진술은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① H은 이 법정에서 "검찰에서 위와 같은 내용의 진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진술이 사실인가요"라는 검사의 질문에 대하여 "예, 피고인이 저희들과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성남시나 LH공사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었고, 본인은 도시개발 전문가이고 사업이 되지 않는 쪽의 업무는 맡지 않는다라는 인식이 될 것이라고 했었습니다. 환지 방식이 부당하고, 이게 안 된다면 본인이 이런 용역을 맡은 필요도 없겠지만 이것이 될 가능성이 있고, 본인이 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상당한 압박감을 줄 수 있다는 취지로 저에게 설명을 했었습니다."라고 답변하였다.
그런데 그 답변 내용은 피고인이 사업을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성남시나 LH공사 측에 상당한 압박감을 줄 수 있는 취지로 보이는바, 이는 피고인이 영향력을 행사하여 인·허가가 문제없이 나올 수 있게 하고 LH공사를 이 사업에서 나가게 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는 검찰 진술과는 그 내용이나 논조가 다소 달라 보인다.
② 또한 H은 이 법정에서, "국회의원이나 LH공사 임직원에게 뇌물을 제공하거나 성남시 공무원의 약점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LH공사가 사업에서 손 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처음 만난 피고인에게 할 수는 없었지요"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대하여 "부당한 청탁을 할 수가 없고, 설령 그런 마음이 있었더라도 그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답변하였고, 이어 "피고인에게 부당한 청탁의 방식으로 일이 성사되게 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은 없다는 것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하여 "예, 피고인이 알아서 정리하겠다고 했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습니다."라고 답변하였다. 그런데 H이 피고인을 처음 만난 날 피고인으로부터 들었다고 하는 위와 같은 이야기는 성남시 공무원의 약점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LH공사를 사업에서 나가게 하겠다는 취지로 이해되는바, 당시 피고인이 알아서 정리하겠다고 했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는 H의 위와 같은 법정진술과도 잘 들어맞지 않는다.
③ 뿐만 아니라 H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의 역할에 관하여 구체적인 교섭을 한 것은 L이고(피고인도 L의 소개로 H을 만나게 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자신이 피고인을 처음 만난 것은 L과 피고인 사이에서 이미 사전협의가 이루어져 사실상 결정이 끝나 있는 상태에서 피고인의 얼굴 정도는 봐야 한다고 생각하여 인사하는 자리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H의 주장과 같이 사전 협의가 이루어져 사실상 결정이 끝나고 처음 인사하는 자리에서, 피고인이 굳이 H에게 성남시 공무원의 약점을 잡고 있다거나, 자신에게 일을 맡겨주면 반드시 LH공사를 나가게 해주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④ H은 검찰 및 이 법정에서, 피고인을 만나기 전에 L으로부터 "피고인은 LH공사 임원 출신이고, M위원회로 활동 중인 X 국회의원과도 잘 알아서 LH공사를 나가게 하는데 도움이 되고, 성남시 공무원들도 잘 알아서 인허가 받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사람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하였는데, 이는 H이 위와 같이 피고인으로부터 들었다는 말의 취지와 유사하여, H이 L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들었다라고 진술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이 든다.
⑤ H이 피고인과 사이에 구체적인 교섭을 담당하였다고 지목하는 L은, 피고인 측을 통해 제출한 인증진술서에서 피고인과 구체적인 용역의 내용이나 대가에 관하여 교섭한 것은 H이고 자신은 그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L이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에 관하여 진술을 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진술이 기재된 서류가 증거로 제출된 바 없다). 이에 L이 피고인과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협의를 하였고, H에게는 피고인과의 협의 내용을 어떻게 이야기하였는지, 또한 L과 함께 피고인와 H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피고인이 어떠한 이야기를 하였는지 등을 L을 통해 확인하기도 어렵다.
나) 그러나 위에서 거시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간접 사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H이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피고인의 LH공사 임직원, 성남시 공무원 및 국회의원과의 인맥을 이용하여 LH공사 제안이 철회되고 추진위원회의 제안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LH공사와 성남시 측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달라는 것임을 인지하고 X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등 H이 바라는 바대로 행동할 수 있음을 암시하기까지 하였으며, H이 자신에게 35억 원이라는 거액을 주겠다는 것도 피고인의 인맥 등을 이용한 LH공사 임원과 성남시 공무원 등에 대한 영향력 행사에 대한 대가의 제시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였거나 최소한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피고인이 이러한 인식 하에 H과 사이에 이 사건용역 계약서를 작성하고 35억 원을 받기로 약속한 후 그 중 13억 8,000만 원을 실제로 교부받은 것은, 적어도 묵시적으로나마 위와 같은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 하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① 피고인은 H과 사이에 피고인 운영의 F과 I을 당사자로 하는 부동산 컨설팅 용역 계약서를 작성하였으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수행하기로 한 용역의 내용이 그 계약서의 문언 그대로라고 볼 수는 없다.
㉠ 계약서상 F이 수행하기로 하는 용역의 내용을 보면, '부동산개발 관련한 컨설턴트 용역', '부동산 관련 제도개선 등 연구용역'으로 되어 있다.
먼저 '부동산개발 관련한 컨설턴트 용역'의 경우, 그 구체적 내용이 전혀 정해져 있지 아니하여 그 기재만으로는 피고인이 수행해야 할 용역의 정확한 내용과 범위 등을 알기 어렵다. 위 계약서상 용역대금은 총 35억 원이고, 위 컨설팅 용역에 대한 대금만도 15억 원인데다. 용역대금도 구체적 용역결과가 나오기 전이라 할 수 있는 계약체 결일로부터 7일 후에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추후 피고인이 돈을 받은 후 용역을 제대로 이행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분쟁이 생길 경우를 염두에 두고 보면, 위 계약서상 문구는 피고인이 계약상 수행하기로 되어 있는 업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을 정도로 추상적이다.
또한 '부동산 관련 제도개선 등 연구용역'의 경우에는, 이에 관하여 피고인 스스로도 실제로 어떠한 연구용역을 하기로 한 것은 아니고 민간개발 전환 이후 분양이 될 때까지 고문 역할을 하면서 받는 일종의 성공보수금 정도로 생각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민간개발 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하려고 하는 시행대행사가 20억 원의 거액을 들여 제도개선 등 공익적 성격의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 자체도 극히 이례적으로 보여, 실제 피고인 측이 수행할 용역 내용을 규정한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 또한 계약서에는 실제 부동산 컨설팅 용역을 수행하고자 한다면 규정되었을 것이라고 보이는 여러 내용들, 예컨대 용역의 제공 방법과 기한 및 횟수, 사업시행 여부에 따른 용역 내용의 변경 가부 및 그 때의 처리 방안, 용역 수행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비용이나 인력 투입에 관한 사항, 계약의 해제·해지 사유 및 그 때의 용역 대금 지급 여부 및 범위, 계약 승계의 가부 등에 관한 내용이 모두 빠져 있다. 이는 피고인이 서울 강동구 Y의 주택재건축사업에 관하여 체결한 정비사업전문관리용역계약서에는 위와 같은 내용이 상세하게 규정되어 있는 것과는 뚜렷이 대비된다.
② H 측은 2010. 6. 20.경 K 추진위원회와 시행업무 대행계약을 체결한 후 상당수 토지 소유자들로부터 동의를 얻어 민간개발 방식의 사업제안서 제출 준비를 마치고, I과 F 사이의 용역 계약서가 작성된 직후인 2009. 10. 21.경 성남시에 제안서를 제출하였다. 그런데 그에 앞서 LH공사가 성남시에 수용방식에 의한 도시개발구역 지정제안서를 제출하였기 때문에, 민간개발 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이 이루어지려면 그에 대한 선결조건으로 성남시가 LH공사 제안을 반려하거나 LH공사가 자신의 제안을 스스로 철회하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H 측은 대주단 측으로부터 대규모 브릿지 자금 대출을 추진하고 있었고, 대출이 이루어지고 나면 그 금융비용의 부담 등이 매우 커지므로, LH 공사 제안이 철회되지 않거나 철회가 미루어져 민간개발 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의 절차 진행 자체가 답보상태에 빠지게 되면 큰 손해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인은 L이 H에게 추천하여 소개하였다. 피고인은 당시 LH공사에서 고위 임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을 앞두고 있었고, 당시 X가 회장으로 있던 Z의 간사로 활동하여 X와도 친분이 있었으며, 성남시청 AA 단장으로 있던 W 등 성남시 공무원들과도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X는 당시 LH공사를 피감기관으로 하는 국회 M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고, 당시 LH공사의 AB과 같은 현대건설에서 근무하기도 하여, K사업과 관련하여 LH공사 측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는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H은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L으로부터 피고인에 대하여 위와 같은 인맥 등으로 인해 LH공사나 성남시 측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받았고, 이로 인해 LH공사가 도시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도록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당시 K 사업에 관여하고 있던 O, S은 L으로부터 피고인이 LH공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하여 영입된 사람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U 역시 피고인에 대하여 로비스트로 영입된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위 진술들은 H의 위와 같은 진술 내용과 부합한다. 이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H 측에서는 피고인이 LH공사 등에 대하여 영향력을 행사하여 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고, 이를 피고인과의 약정 내용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인이 H로부터 받기로 약속한 액수는 총 35억 원이고, 그 중 15억 원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7일 후에 지급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는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자문의 대가로 보기에는 그 액수가 이례적으로 크고 지급시기도 이례적이다.
㉠ 피고인이 받기로 약속한 35억 원이라는 액수는 그 자체로 매우 큰 금액이다. 특히 피고인이 운영하던 F은 피고인 이외에 도시개발사업의 전문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고,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H 측에 어떠한 용역을 제공하기 위하여 피고인 개인이 가진 경험과 지식 이외에 전문적인 인력이나 장비, 외주업체의 이용 등 추가적인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피고인이 H로부터 그와 같은 거액을 특별한 조건이나 요건을 제한하지 아니한 채 받기로 약속할 수 있었던 것은, 피고인이 담당하기로 한 역할이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기 어려우면서도 사업의 성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 확실시되었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 H은 도시개발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도시개발 분야의 전문가들을 측근에 두고 있었다. 특히 L, Q은 H의 최측근에서 '자문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사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L은 공인회계사로서 도시개발사업 분야에서 상당한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 대한주택공사가 발간한 AC의 AD부분을 집필하기도 하였고, Q도 감정평가사로서 역시 도시개발 분야의 경험이 많고 이 분야의 강의를 한 경험도 있는 사람이었다. 여기에 재무 등을 담당하기 위하여 영입된 O도 AE에서 근무하면서 용인시 AF지구의 도시개발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이와 같이 H 측에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물들이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이 LH공사에 장기간 근무하면서 도시개발분야에 관한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H 측이 그러한 경험과 지식을 크게 필요로 하는 상황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인이 2010. 3. 4.경 체결한 서울 강동구 Y의 주택재건축정비사업에서의 정비사업전문관리용역계약상 용역금액은 약 16억 7,000만 원 가량이었다. 위 계약에서는 피고인이 조합설립 단계에서의 조합설립인가업무에서부터 시작하여 사업시행인가업무, 시공자 선정 및 계약 관련 업무, 관리처분계획인가 업무, 이주 및 분양 관련 업무, 공사관리 관련 업무, 입주관리 관련 업무, 준공인가 관련 업무, 소유권 이전 관련 업무, 공동주택 관리계획 관련 업무, 조합 청산 관련 업무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동안 광범위한 용역을 수행하기로 하였다. 또한 AG연구원에 근무하면서 재건축, 재개발 등 부동산 관련 신문을 발행하고 있는 AH은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자신이 공공개발방식을 민간개발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하여 공공개발 사업과 민간개발 사업의 절차와 사업성 등을 비교 분석하여 설명회를 개최하는 용역을 수행한 경험이 있고, 그 때의 용역대금은 8,000만 원이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AH이 수행하였다는 위 용역은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민간개발 방식의 장점을 분석하고 그 당위성을 도출해낸다는 측면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용역의 내용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임에도, 그 용역대금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받기로 한 금액의 불과 1/40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이러한 사례들과 비교하여 보면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받기로 한 금액은 피고인 주장과 같은 자문의 대가로 보기에는 너무나 큰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인은 계약 체결 후 7일 이내에 15억 원이라는 거액을 즉시 받기로 하였다. 통상적인 용역계약에서 용역의 제공 자체에 큰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선금의 형태로 지급되는 금액이 클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용역의 결과가 제출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거액이 미리 지급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인다. 돈을 지급하는 입장에서 보더라도, 피고인으로부터 일정한 컨설팅 용역을 제공받을 것으로 기대하였다면 그에 대한 결과물과 연계시키지 아니한 채 대금지급의 조건을 정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반면, 피고인이 LH공사의 임직원이나 관계 공무원 등을 접촉하면서 로비 활동을 하는 비용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면 위와 같은 대금 지급조건을 수긍할 수 있는 면이 있다.
⑤ 피고인은 H과 이 사건 용역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X에게 곧 있을 국정감사에서 LH공사를 상대로 K 사업에 관한 질의를 하여 달라고 부탁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 한 사실이 있다.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위와 같이 이야기한 것은 피고인이 LH공사를 압박하고자 하였고 그 방법으로 X를 이용하려고 하였거나 이용하려고 한다는 것을 H 측에 과시하였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 피고인은 자신의 역할에 관하여, LH공사 제안이 철회되고 추진위원회의 제안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H 측이 이떠한 방향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자문하여 주는 것이 그 기본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런데 X의 경우에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언급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즉, LH공사 고위 임원 출신이던 피고인으로서는 LH공사의 인맥을 통해 LH공사의 내부적인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보일 뿐 아니라, 피고인이 X를 시켜 단순히 LH공사의 정보를 수집해오도록 한다는 것은 두 사람의 지위 등에 비추어 통상적이지 않다. 반면 피고인이 LH공사를 압박하고자 하였고 그 방법의 하나로서 X를 이용하려고 하였거나 이용하려고 한다는 것을 H 측에 과시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계약을 체결하는 자리에서 피고인 스스로 X에 관한 언급을 한 것이 쉽게 이해된다.
㉡ 실제로 X는 2009. 10. 20.경 실시된 LH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AB을 상대로 "K 도시개발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 공람이 끝나고 토지공사에서는 이것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해서 제안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전부터 K 주민들은 민간에서 추진하자고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셨고 AB께서 취임하시면서 '민간하고 경쟁하자는 사업은 안 하겠다'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공사는 가능하면 서민 쪽을 위해서 일을 하시겠다고 그랬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라고 질의하였다.
이에 관하여 피고인은 자신이 H 측에 이야기를 꺼내기는 하였으나 X에게 질의를 실제로 부탁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 사건 용역계약 체결일과 위와 같은 질의를 한 날짜와의 간격 등에 비추어 보면 실제로 X가 한 위와 같은 질의가 피고인으로부터 부탁을 받아서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그렇게 볼 만한 별다른 증거도 없다. 그러나 X의 질의 내용은 피고인 내지 H 측이 LH공사의 제안 철회의 명분으로 내세운 논리와 매우 유사하고, 질의의 방향 역시 제안 철회의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내용이다. 그러므로 X의 국정감사에서의 위와 같은 발언으로 인해 K 도시개발사업에 관하여 X가 LH공사와 반대 입장에서 추진위원회가 추진하는 민간 도시개발사업을 지지하는 외관이 갖추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X가 K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하여 LH공사 측과 접촉하는 것 자체가 LH공사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인은, X에게 부탁하여 X가 LH공사의 AB을 만나기도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피고인은 그 이유에 관하여 X를 통해 AB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하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X를 AB에게 보내 정보를 수집해달라고 이야기 할 만한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다, X가 AB을 만나 K 사업에 관한 의견을 묻는 것자체가 제안 철회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피고인의 부탁은 X를 통해 LH공사 제안 철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
⑥ 피고인이 주장하는 역할은 기본적으로 당시 LH공사나 성남시 내부의 사정 등을 파악·분석하고, 그에 따라 민간개발의 도시개발사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여 주는 자문, 즉 컨설턴트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취지이나,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역할이 단순히 자문만 하여 주는 것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 만약 피고인의 주된 역할이 그 주장과 같이 '자문'이라면,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자문 내용은 LH공사의 제안 철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정도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피고인과의 용역 계약 체결 이후 H 측이 취한 행동이라고는 시위를 하거나 관계 기관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정도인바, 이는 피고인과 용역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부터도 H이나 추진위원회에서 꾸준히 하고 있었던 것들로서, 그와 같은 조치가 LH공사의 제안 철회에 새로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거나, 피고인의 자문이 없었다면 H이나 추진위원회 측에서 생각해낼 수 없는 특별한 조치들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결정적인 자문을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그럼에도 H이 피고인에게 용역대금을 반환하여 달라고 요청한 2010. 10.경 이전에는 H 측에서 피고인에게 별다른 이의나 항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 피고인이 용역 결과물로 제출한 2009. 11.자 'K 도시개발사업 추진상황분석 및 대응전략 구상 보고서'에는, "우리 연구원에서는 LH공사를 상대로 K 도시개발사업을 조속히 포기하도록 하는 직간접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성남시 관계자를 상대로 LH 공사의 사업 참여 포기 요청시 조속히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위 문구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한다는 것인지 묻는 질문에, 연구원이 "LH공사 직원과 성남시청 W을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답변하였고, 또한 "직접적인 활동은 제가 직접 LH공사 직원과 성남시청 W을 만나는 것이고, 간접적인 활동은 LH공사 직원과 성남시청 W이 내부적으로 LH공사의 사업포기 타당성에 대해 분위기를 잡는 활동을 의미" 한다거나, 'X를 통해 LH공사 AB에게 K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는 것도 LH공사에 대한 직접적인 활동에 포함된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이 맡은 역할은 '피고인이 직접' LH공사 임직원이나 성남시 공무원을 상대로 LH공사의 사업 포기를 설득하고, X를 통해 LH공사 AB에게 LH공사 사업포기에 관한 의견을 전달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피고인은 H 측에 자문을 하여 그들로 하여금 어떠한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을 주된 역할로 맡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H이 청탁한 취지를 상대방인 LH공사 직원 내지 성남시 공무원에게 전하거나 H 측을 대신하여 스스로 청탁하는 행위, 즉 '청탁 내지 알선'을 하기로 하였다고 볼 수 있다.
⑦ 피고인은 용역 계약에 따라 실제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주장하는데, 아래와 같이 그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피고인이 수행하였다는 업무가 '용역 계약 체결 당시 피고인이 35억 원을 받는 대가로 하기로 한 것들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평이하다.
㉠ 피고인은 'LH공사의 사업 철회 명분'을 쌓는 것이 중요하였고, 그에 필요한 자문을 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LH공사가 사업을 철회하여야 한다는 가장 큰 명분은, 민간과 경쟁하지 말라는 당시 대통령의 지시사항과,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합병하여 새로 출범한 LH공사가 재정 문제로 인하여 기존에 추진중이던 사업을 선별하여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인바, 이는 피고인이 새로 만들어내는 명분이 아니라 용역 계약 체결 당시 이미 존재하는 사유들이었다. 피고인이 명분을 쌓기 위한 조치로 주장하는 관계 기관에 대한 청원이나 압박, 시위의 개최 등은 모두 이미 존재하는 명분을 활용하는 것이지, LH공사의 사업 철회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명분을 만들어내는 행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피고인이 LH공사의 제안 철회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내용으로 주장하는 바 중 하나는, 빌라 소유자들의 주민연명부가 조작되었다는 사실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H을 비롯하여 K 사업에 관여한 관계자들 중 누구도 연명부 조작 사실을 발견한 것이 추진위원회의 부녀회장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할 뿐, 피고인이 그 아이디어를 제공하였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피고인이 제출한 용역 결과물에도 연명부가 조작된 사실을 발견하고 난 후의 조치에 관한 내용이 있을 뿐 연명부를 살펴보라는 내용은 발견할 수 없다.
㉢ 피고인은 또한 LH공사의 제안서와 추진위원회의 제안서를 비교 분석한 후 추진위원회의 제안서를 성남시가 보다 수용하기 좋은 방향으로 보완하는 데에도 기여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추진위원회가 당시 추진위원회의 제안서가 성남시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는 LH공사의 제안서에 따른 개발사업이 먼저 진행중이었기 때문으로, 추진위원회의 제안서를 보완한다고 하여 민간개발 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추진위원회의 제안서를 어떻게 보완하였다는 것인지도 불분명하지만(추진위원회의 최초 제안서는 용역 계약을 체결한 바로 다음 날 제출되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추진위원회의 제안서는 결국 네 차례에 걸쳐 성남시로부터 반려되었을 뿐 단 한 차례도 수리된 적이 없는바, 제안서 분석이나 보완이 민간개발 방식이 도시개발사업 진행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 피고인은 시위와 집회를 기획하고, 탄원서나 성명서, 청원서 등의 초안을 작성하는 업무도 하였다고 하나, 이 역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과 용역 계약을 체결하기 전부터 추진위원회 측에서 진행하고 있던 일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업무라고 보기도 어렵다.
㉤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계약 체결 후 6개월 동안 매일 새벽 1시까지 야근을 하며 보고서를 작성하였고, F의 AI 역시 자신이 그 보고서를 컴퓨터 문서로 작성하는 역할을 하였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런데 피고인이 제출한 용역결과물의 컴퓨터 파일 최종 수정일자는 대부분 이미 LH공사의 제안서가 철회된 지 약 5개월이 지난 2010. 11.경이다. 이에 비추어 피고인이 작성하였다는 용역결과물은 실제로 이 사건 용역 과정에서 작성한 것이라기보다. H이 2010. 10.경부터 피고인에게 용역대금 반환을 요구하자 그에 대응하여 증빙을 갖추는 과정에서 작성되거나 수정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실제로 피고인이 이 사건 용역의 수행 결과로 보고서 등을 작성하였는지도 의문이다(H은 피고인으로부터 어떠한 보고서도 제출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
㉥ 또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수수한 금품에 그 알선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과 그 밖의 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이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전부가 불가분적으로 알선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설사 피고인이 받은 돈에 피고인의 업무 수행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알선행위의 대가와 구분할 수 없는 이상 그 전체를 알선행위에 대한 대가로 보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⑧ F에 근무하던 AI은 이 법정에서, 2009. 12.경 피고인이 H에게 '내가 맡은 컨설팅용역이 성남시 W의 약점을 찾아준다거나 로비 활동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런 일이라면 지금이라도 용역을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고, 그 후 자신이 H이 다시 그와 같은 요구를 한다면 이를 거절하는 내용의 대화를 녹음할 것을 권유하여 실제로 녹음까지 하여 두었으나 컴퓨터 고장 수리 과정에서 녹음파일이 손상되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는 그 파일을 제출하지 못하였으며, 이와 같이 피고인이 H의 요구를 명시적으로 거절하였음에도 H이 2010. 1. 말경에 5억 원을 추가로 지급하여 H이 순수한 컨설팅 용역을 바라는 것으로 생각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 피고인이 H과 사이에 나눈 로비 활동 요구와 같은 은밀한 내용을 직원인 AI과 이를 일일이 상의하였다는 것은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려운 점, ㉡ 피고인이 H의 로비 요구를 거절하였다는 증거로 삼기 위하여 일부러 녹음을 하여 두었다면 이를 주의깊게 보관하는 것이 경험칙상 자연스러운바, 그 파일이 컴퓨터 고장으로 손실되어 제출할 수 없다는 것에 비추어 그러한 녹음 파일이 있었다는 것 자체도 의심스러운 점, ㉢ AI의 진술대로라면 피고인이 최초 H의 요구를 거절하고 난 후에도 또 다시 같은 대화를 반복하여 그 대화를 녹음하였다는 것인데, 피고인이 로비 역할 등에 관하여 H과 굳이 반복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이나, H이 반복하여 로비 요구를 거절당하였으면서도 아무런 말 없이 5억 원을 피고인에게 지급하였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점, ㉣ AI은 F의 직원으로서 피고인을 위하여 사실과 다르게 진술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AI의 위와 같은 진술 내용은 믿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나. LH공사 임원이 변호사법 제111조 제1항 위반의 전제가 되는 공무원이라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1) 관련 규정
①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향응,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한 자 또는 제3자에게 이를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하게 할 것을 약속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경우 벌금과 징역은 병과할 수 있다.
② 다른 법률에 따라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규정에 따른 벌칙을 적용할 때에 공무원으로 보는 자는 제1항의 공무원으로 본다.
제25조(벌칙 적용에서의 공무원 의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3조에 해당하는 임직원과 임원추천위원회위원으로서 공부원이 아닌 사람은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규정의 적용에서는 공무원으로 본다.
부칙 < 제9706호, 2009, 5, 22. >
제7조(해산 및 청산의 특례)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는 이 법에 따른 공사의 설립과 동시에 「민법」 중 해산 및 청산에 관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해산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공사의 설립은 대한주택공사 및 한국토지공사의 합병으로 본다.
제8조(권리·의무의 승계) ① 공사는 대한주택공사 및 한국토지공사의 재산과 채권·채무, 그 밖의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한다.
② 이 법 시행 당시 다른 법령에서 대한주택공사 및 한국토지공사를 인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 법에 따른 공사를 인용한 것으로 본다.
제4조(공공기관)
① 기획재정부장관은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법인·단체 또는 기관(이하 “기관"이라 한다)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하 생략)
제5조(공공기관의 구분)
① 기획재정부장관은 공공기관을 공기업·준정부기관과 기타공공기관으로 구분하여 지정하되,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직원 정원이 50인 이상인 공공기관 중에서 지정한다.
② 기획재정부장관은 제1항의 규정에 따라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지정하는 경우 공기업은 자체수입액이 총수입액의 2분의 1 이상인 기관 중에서 지정하고, 준정부기관은 공기업이 아닌 공공기관 중에서 지정한다. < 개정 2008.2.29 >
③ 기획재정부장관은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따른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세분하여 지정한다. < 개정 2008.2.29 >
1. 공기업
가. 시장형 공기업 : 자산규모가 2조원 이상이고, 총수입액 중 자체수입액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 이상인 공기업
나. 준시장형 공기업 : 시장형 공기업이 아닌 공기업
2. 준정부기관
가.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 : 「국가재정법」에 따라 기금을 관리하거나 기금의 관리를 위탁받은 준정부기관
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이 아닌 준정부기관
④ 기획재정부장관은 공공기관 중 제2항의 규정에 따른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제외한 기관을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
제6조(공공기관 등의 지정 절차)
① 기획재정부장관은 매 회계연도 개시 후 1개월 이내에 공공기관을 새로 지정하거나, 지정을 해제하거나, 구분을 변경하여 지정한다. 다만, 회계연도 중이라도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공공기관을 새로 지정하거나, 지정을 해제하거나, 구분을 변경하여 지정할 수 있다.
1. 제4조 제1항 각 호의 요건에 해당하는 기관이 신설된 경우: 신규 지정
2.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기관이 민영화, 기관의 통합·폐지 분할 또는 관련 법령의 개정·폐지 등에 따라 이 법의 적용을 받을 필요가 없게 되거나 그 지정을 변경할 필요가 발생한 경우: 지정 해제 또는 구분 변경 지정
② 기획재정부장관은 제1항의 규정에 따라 공기업·준정부기관과 기타공공기관을 새로 지정하거나 지정해제 또는 변경지정하는 때에는 관계 법령에 따라 그 공기업·준정부기관과 기타 공공기관의 업무를 관장하는 행정기관(이하 “주무기관"이라 한다)의 장과 협의한 후, 제8조 의 규정에 따른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③ 기획재정부장관은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공기업·준정부기관과 기타공공기관을 새로 지정하거나 지정해제 또는 변경지정할 경우 이를 고시하여야 한다. 이 경우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기존의 공기업·준정부기관과 기타공공기관을 함께 고시할 수 있다.
④ 공기업·준정부기관과 기타공공기관의 지정(변경지정을 포함한다) 지정해제와 고시 절차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53조(벌칙 적용에서의 공무원 의제)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임직원, 운영위원회의 위원과 임원추천위원회의 위원으로서 공무원이 아닌 사람은 「형법」 제129조(수뢰, 사전수뢰) 내지 제132조(알선수뢰)의 적용에 있어서는 이를 공무원으로 본다.
▣ 기획재정부 고시 제2010-3호(2010. 1.29.자)
2010년도 공공기관 신규지청, 지정해제 및 변경지정
8. 다음 기관을 기관의 명칭과 유형을 변경 지정한다.
가. 공기업
한국토지주택공사(구 한국토지공사, 구 대한주택공사)
2) 판단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정이 있어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공공기관이 될 수 있고, LH공사에 관해서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LH공사 설립 이후인 2010. 1. 29.자로 공기업으로 지정을 하였으므로 피고인이 13억 8,000만 원을 받은 시점에서는 LH공사에 관하여 공공기관 지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기는 하다.
그러나 위 관계 규정 및 위에서 거시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LH공사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병되어 설립된 것으로 한국토지 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재산과 채권·채무, 그 밖의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고 그 직원들도 모두 당연히 승계하는 점, LH공사의 설립 이후 고시된 2010. 1. 29.자 기획재정부 고시에서는 LH공사에 관하여 '기관의 명칭과 유형을 변경지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는 기획재정부장관은 매 회계연도 개시 후 1개월 이내에 공공기관을 새로 지정하거나 지정을 해제하거나 구분을 변경하여 지정하도록 되어 있고 다만 회계연도 중이라도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기관이 통합으로 그 지정을 변경할 필요가 발생한 경우에 변경지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LH공사는 위 고시일인 2010. 1. 29. 이전에도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공공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승계하여 보유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점, ② 당초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는 모두 기획재정부장관에 의하여 공기업으로 지정되어 있었던바, LH공사의 구분변경지정은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통합에 따라 이루어진 것일 뿐 신규지정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3조가 적용되는 공공기관인 공기업 또는 준정부기관이 그렇지 아니한 법인 또는 기관과 통합할 경우 통합하여 설립되는 법인·단체 또는 기관의 임직원에 대하여 기획재정부장관의 지정이 있기 전에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3조가 적용되는지에 관해서는 불분명한 점이 있어 그 적용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면이 있으나, LH공사의 경우에는 각각의 공기업이 통합된 것이므로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청탁 내지 알선의 대상이 되는 사무는 한국토지주택공사법 및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공무원으로 보는 LH공사 임원 등이 취급하는 사무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징역 1개월 ~ 7년 6개월
2.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
[권고형의 범위]
청탁·알선 명목 금품수수 >제4유형(1억 원 이상) >기본영역(2년 ~ 4년)
[특별양형인자]
없음
3. 선고형의 결정 : 징역 3년, 추징 13억 8,000만 원
피고인은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35억 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그 중 13억 8,000만 원을 수수하고, 이를 마치 정당하게 받은 것처럼 보이기 위하여 용역 계약서를 작성하여 그 범죄수익의 취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였다. 이러한 피고인의 범행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시키는 것으로 그 비난가능성이 크다. 특히 피고인은 실제로 수수한 금액만도 13억 8,000만 원에 이르는 매우 큰 금액이고, 그럼에도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극구 부인하며 반성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는 그 잘못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는 건축법위반 등으로 벌금형을 한 차례 선고받은 외에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의 가족과 지인들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의 수단과 방법, 범행 후의 정황 등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나상용
판사 황성욱
판사 이호동
주석
1)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피고인이 위 일시·장소에서 H에게 "내가 M위원회 소속 국회의원과는 포럼을 같이 할 정도로 친분이 있다. 나에게 일을 맡겨 주면 그 의원을 통해 LH공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LH공사 임원에게 부탁하여 LH공사로 하여금 이사업에서 나가게 할 수 있다", "성남시청 택지개발 부서에 있는 담당 W과도 친하고, I W의 약점도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 성남시청 공무원들을 잘 알고 있으니 사업이 진행되면 인·허가도 문제없이 나오게 부탁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였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위와 같은 구체적 이야기가 오고간 사실이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당시 피고인이 H파 사이에 피고인의 LH공사 임직원, 성남시 공무원 및 국회의원과의 인맥을 이용하여 LH공사 제안이 철회되고 추진위원회의 제안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LH공사와 성남시 측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로 적어도 묵시적으로나마 합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와 같이 공소사실을 수정하는 것이 피고인의 방어권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한다고 보이지도 아니하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위와 같이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