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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9. 4. 3. 선고 2017두52764 판결
[예방접종피해보상거부처분취소][공2019상,988]
판시사항

[1]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1조 에 따른 예방접종 피해에 대한 국가의 보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 / 예방접종과 장애 등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 위한 증명의 정도 / 피해자가 해당 장애 등과 관련한 다른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다거나, 해당 예방접종이 오랜 기간 널리 시행되었음에도 해당 장애 등에 대한 보고 내지 신고 또는 인과관계에 관한 조사·연구 등이 없는 경우, 이를 인과관계 유무를 판단할 때 고려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행정소송법 제13조 제1항 에서 취소소송의 피고로 정한 행정청의 의미(=처분 권한을 가진 기관)

[3]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령상 예방접종 피해에 대한 국가의 보상금 지급에 대한 처분 권한을 가진 기관(=질병관리본부장)

[4] 제소기간에 관한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에서 말하는 ‘행정심판’의 의미

[5] 수익적 행정행위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이 있은 후 당사자가 다시 신청하고 행정청이 이를 다시 거절한 경우, 새로운 거부처분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판결요지

[1]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이라 한다) 제71조 에 의한 예방접종 피해에 대한 국가의 보상책임은 무과실책임이지만, 질병, 장애 또는 사망(이하 ‘장애 등’이라 한다)이 예방접종으로 발생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여기서 예방접종과 장애 등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적 사실관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인과관계를 추단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방접종과 장애 등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밀접성이 있고, 피해자가 입은 장애 등이 예방접종으로부터 발생하였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지 않으며, 장애 등이 원인불명이거나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정도의 증명이 있으면 족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예방접종 후 면역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막연한 추측을 근거로 현대의학상 예방접종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인과관계를 추단할 수는 없다. 특히 피해자가 해당 장애 등과 관련한 다른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다거나, 해당 예방접종이 오랜 기간 널리 시행되었음에도 해당 장애 등에 대한 보고 내지 신고 또는 그 인과관계에 관한 조사·연구 등이 없다면, 인과관계 유무를 판단할 때 이를 고려할 수 있다.

[2] 취소소송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처분 등을 행한 행정청을 피고로 한다( 행정소송법 제13조 제1항 ). 여기서 ‘행정청’이란 국가 또는 공공단체의 기관으로서 국가나 공공단체의 의견을 결정하여 외부에 표시할 수 있는 권한, 즉 처분 권한을 가진 기관을 말한다.

[3]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는 일정한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이 그 예방접종으로 질병에 걸리거나 장애인이 되거나 사망하였을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보상을 하여야 하고( 제71조 ), 법에 따른 보건복지부장관의 권한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일부를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위임할 수 있다( 제76조 제1항 ).

그 위임에 따른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5. 1. 6. 대통령령 제260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보상 여부를 결정하고( 제31조 제3항 ), 보상을 하기로 결정한 사람에게 보상 기준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하며( 제31조 제4항 ), 이러한 예방접종피해보상 업무에 관한 보건복지부장관의 권한은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위임되어 있다( 제32조 제1항 제20호 ).

위 규정에 따르면 법령상 보상금 지급에 대한 처분 권한은, 국가사무인 예방접종피해보상에 관한 보건복지부장관의 위임을 받아 보상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고, 보상금을 지급함으로써 대외적으로 보상금 지급 여부에 관한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있다.

[4]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에 따르면, 취소소송은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하는데, 행정심판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행정심판청구가 있은 때의 기간은 재결서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기산한다. 이처럼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을 제한함으로써 처분 등을 둘러싼 법률관계의 안정과 신속한 확정을 도모하려는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여기서 말하는 ‘행정심판’은 행정심판법에 따른 일반행정심판과 이에 대한 특례로서 다른 법률에서 사안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살리기 위하여 특히 필요하여 일반행정심판을 갈음하는 특별한 행정불복절차를 정한 경우의 특별행정심판( 행정심판법 제4조 )을 뜻한다.

[5] 수익적 행정행위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은 당사자의 신청에 대하여 관할 행정청이 거절하는 의사를 대외적으로 명백히 표시함으로써 성립되고, 거부처분이 있은 후 당사자가 다시 신청을 한 경우에는 신청의 제목 여하에 불구하고 그 내용이 새로운 신청을 하는 취지라면 관할 행정청이 이를 다시 거절하는 것은 새로운 거부처분으로 봄이 원칙이다.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질병관리본부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예방접종으로 인하여 원고의 안면마비가 발생하였는지에 관하여

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이라 한다) 제71조 에 의한 예방접종 피해에 대한 국가의 보상책임은 무과실책임이지만, 질병, 장애 또는 사망(이하 ‘장애 등’이라 한다)이 그 예방접종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여기서 예방접종과 장애 등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적 사실관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인과관계를 추단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방접종과 장애 등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밀접성이 있고, 피해자가 입은 장애 등이 그 예방접종으로부터 발생하였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지 않으며, 장애 등이 원인불명이거나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정도의 증명이 있으면 족하다 (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두14163 판결 ,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4두274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예방접종 후 면역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막연한 추측을 근거로 현대의학상 예방접종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인과관계를 추단할 수는 없다. 특히 피해자가 해당 장애 등과 관련한 다른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다거나, 해당 예방접종이 오랜 기간 널리 시행되었음에도 해당 장애 등에 대한 보고 내지 신고 또는 그 인과관계에 관한 조사·연구 등이 없다면, 인과관계 여부를 판단할 때 이를 고려할 수 있다.

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2013. 9. 3. 16:00경 서울시 ○○구에 있는 ○○보건소에서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받았다.

(2) 원고는 같은 날 저녁부터 발열증상을 느끼고 숙면을 취하지 못하였고, 좌측안면에 마비증상이 나타났다.

(3) 원고는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받기 전인 2013. 8. 30. 양측 귀 이명 및 안면부 벌레 기어 다니는 느낌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으나, 당시 안면마비 증상은 없었다.

(4) 제1심의 △△△△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회신에서 감정의는, ‘원고에게 발생한 안면마비 증상은 벨 마비로 보이는데, 벨 마비는 일반적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에 진단되어지며, 면역이 떨어지는 경우에도 생길 수 있다. 폐렴구균 백신과의 관련성 여부는 감염내과 전문의의 의견을 듣는 것이 필요하나, 인플루엔자 백신 후에 안면마비의 발생이 보고된 바는 있으나 폐렴구균 백신과의 관련성은 찾지 못하였다. 안면마비 증상 발생 전에 이명이나 벌레 기어 다니는 증상이 있을 수는 있으나 반드시 동반되지는 않는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5) 그 밖에 원고에게 발생한 안면마비 증상의 원인과 관련하여, ‘폐렴 예방주사로 인한 신체적 스트레스가 방아쇠 역할을 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일반적인 질병 행태로 보아 크게 의심되지는 않는다’는 소견, ‘폐렴 예방주사와 안면마비의 발병 상관관계에 대하여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없으나, 이와 유사한 사례로 독감 예방주사 후 안면마비의 발병에 대해 보고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보아 면역력이 저하된 고령자에게 폐렴 예방접종이 정신적 및 신체적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안면마비 발병의 하나의 유발요인이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견, ‘임상적으로 벨 마비의 발생 전 경과를 볼 때 안면마비 발병 수일 전부터 이후통, 두통, 안면경련, 미각저하 등의 전조증상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원고는 이와 같은 증상이 없었고 폐렴 예방접종 직후 안면마비가 발병한 것으로 보아 안면마비 발병과 예방접종의 인과관계와 상관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 등이 제시되었다.

(6) 한편 피고가 작성한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관리지침에 의하면, 폐렴구균 백신 접종 후 발생할 수 있는 이상반응으로는 국소반응(접종부위 통증, 부종 등)이 많고, 중등도의 전신반응(발열, 근육통)이 드물게 보고되고 있으나, 안면마비는 이상반응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

(7) 폐렴구균 백신은 20년 이상 세계적으로 무수히 접종이 시행되었는데, 안면마비를 주장한 사례 및 상관성을 분석한 연구를 찾기 어렵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인플루엔자 백신과 안면마비 사이의 상관성에 대하여는 세계적으로 많은 조사·연구가 이루어진 바 있다. 그럼에도 그 공통적인 연구결과는 백신과 안면마비 사이에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8) 원고의 경우 예방접종 후 수 시간 만에 안면마비가 발생하였는데, 현재까지 거론되는 안면마비 발생기전에 따르면, 위와 같이 단기간 내에 안면마비가 발생하는 것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9) 안면마비의 위험인자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이 알려져 있는데, 원고는 예방접종 당시 만 75세의 남자로서 그러한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의 안면마비가 폐렴구균 예방접종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하여 나타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안면마비와 폐렴구균 예방접종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단된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예방접종과 원고의 증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상 불가능하지 않고, 폐렴구균 예방접종으로 인한 안면마비 발생과 관련한 의학적 보고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인과관계가 부정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예방접종과 원고의 안면마비 증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예방접종 피해보상에서 요구되는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의 처분 권한 및 피고적격에 관하여

가. 취소소송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 처분 등을 행한 행정청을 피고로 한다( 행정소송법 제13조 제1항 ). 여기서 ‘행정청’이라 함은 국가 또는 공공단체의 기관으로서 국가나 공공단체의 의견을 결정하여 외부에 표시할 수 있는 권한, 즉 처분 권한을 가진 기관을 말한다 (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4두274 판결 등 참조).

나. 감염병예방법에 의하면, 국가는 일정한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이 그 예방접종으로 인하여 질병에 걸리거나 장애인이 되거나 사망하였을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보상을 하여야 하고( 제71조 ), 법에 따른 보건복지부장관의 권한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일부를 피고에게 위임할 수 있다( 제76조 제1항 ).

그 위임에 따른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5. 1. 6. 대통령령 제260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의하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보상 여부를 결정하고( 제31조 제3항 ), 보상을 하기로 결정한 사람에게 보상 기준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하며( 제31조 제4항 ), 이러한 예방접종피해보상 업무에 관한 보건복지부장관의 권한은 피고에게 위임되어 있다( 제32조 제1항 제20호 ).

다. 위 규정에 의하면 법령상 보상금 지급에 대한 처분권한은, 국가사무인 예방접종피해보상에 관한 보건복지부장관의 위임을 받아 보상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고, 그 보상금을 지급함으로써 대외적으로 보상금 지급 여부에 관한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피고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처분권자 또는 피고적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원용한 대법원판결은 관계 법령이 변경되기 전의 것으로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3. 제소기간 도과 여부에 관하여

가.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에 따르면, 취소소송은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하는데, 행정심판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행정심판청구가 있은 때의 기간은 재결서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기산한다. 이처럼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을 제한함으로써 처분 등을 둘러싼 법률관계의 안정과 신속한 확정을 도모하려는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여기서 말하는 ‘행정심판’은 행정심판법에 따른 일반행정심판과 이에 대한 특례로서 다른 법률에서 사안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살리기 위하여 특히 필요하여 일반행정심판을 갈음하는 특별한 행정불복절차를 정한 경우의 특별행정심판( 행정심판법 제4조 )을 뜻한다 ( 대법원 2014. 4. 24. 선고 2013두1080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2014. 1. 29. 예방접종 피해신청을 하였고, 피고는 2014. 3. 27. 피해보상 기각결정을 하였으며, 위 처분서는 2014. 4. 10.경 원고에게 송달되었다(이하 ‘제1차 거부통보’라 한다).

(2) 원고는 2014. 7. 17.경 피고가 내부적으로 정한 절차에 따라 이의신청을 하였고, 피고는 2014. 9. 29. 이의신청을 기각하였으며, 위 처분서는 2014. 10. 16.경 원고에게 송달되었다(이하 ‘제2차 거부통보’라 한다).

(3) 원고는 2014. 12. 23. 제2차 거부통보에 대하여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였고, 2015. 8. 7. 기각재결을 송달받았다.

(4) 원고는 2015. 10. 8. 제2차 거부통보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5) 제1심법원은 원고에게 ‘청구취지에 기재된 피고 처분일자인 2014. 10. 16.을, 2014. 4. 7.로 변경하라’는 취지의 보정명령을 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취소대상 처분일을 ‘2014. 4. 7.’로 정정하였다. 위 2014. 4. 7.은 피고가 원고에게 제1차 거부통보를 하기 전에 내부 절차에 따라 서울특별시장에게 그 심의 결과를 미리 통보해 준 날짜이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감염병예방법령은 예방접종 피해보상 기각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피고가 원고의 이의신청에 대하여 스스로 다시 심사하였다고 하여 행정심판을 거친 경우에 대한 제소기간의 특례가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제1차 거부통보에 대한 제소기간은 원고가 그 처분이 있음을 알았던 2014. 4. 10.부터 기산되므로, 이 사건 소 제기 당시 이미 그에 대한 제소기간을 도과하였다.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가 제1차 거부통보의 취소를 구하고 있다고 보면서도 그에 대한 제소기간이 도과하지 아니하였다는 전제 아래 그 본안에 들어가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제소기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라. 그러나 한편,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관련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비록 원고가 제1차 거부통보에 대하여 이의신청 형식으로 불복하였고 제2차 거부통보의 결론이 제1차 거부통보와 같다고 하더라도, 제2차 거부통보는 실질적으로 새로운 처분에 해당하여 독립한 행정처분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있다.

(1) 수익적 행정행위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은 당사자의 신청에 대하여 관할 행정청이 거절하는 의사를 대외적으로 명백히 표시함으로써 성립되고, 거부처분이 있은 후 당사자가 다시 신청을 한 경우에는 신청의 제목 여하에 불구하고 그 내용이 새로운 신청을 하는 취지라면 관할 행정청이 이를 다시 거절하는 것은 새로운 거부처분으로 봄이 원칙이다 (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누1643 판결 ,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두6084 판결 등 참조).

(2) 감염병예방법령에는 이의신청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고, 소멸시효 또는 권리 행사기간의 제한에 관한 규정도 없으므로, 원고는 언제든지 재신청을 할 수 있다. 원고의 이의신청은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상 이의신청 기간이 도과된 후에야 제기되었다.

(3) 피고는 원고의 이의신청에 따라 추가로 제출된 자료 등을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에서 새로 심의하도록 하여 그 의견을 들은 후 제2차 거부통보를 하였다.

마. 따라서 이와 같이 원고가 당초에 쟁송대상으로 삼은 제2차 거부통보의 처분성을 인정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제소기간도 도과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제1심법원은 이와 다른 전제하에 이미 제소기간이 도과한 제1차 거부통보를 쟁송대상으로 삼도록 석명권을 행사하였고, 원심 역시 이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제1차 거부통보에 대한 본안판단에 나아가고 말았다. 그렇다면 환송 후 원심으로서는 적절하게 석명권을 행사하여 원고가 취소를 구하는 대상 처분이 제1차 거부통보인지 제2차 거부통보인지를 명확히 한 후 그 의사에 따라 청구취지를 정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여 둔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이기택 박정화(주심) 김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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