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교통정리가 행하여지지 않는 교차로에서 좌회전하기 위하여 신호를 넣고 정차하고 있던 차량이 뒤따르던 차량에 충격되어 반대차선으로 튕겨 나가면서 반대차선에서 과속으로 운행하던 차량에 다시 충격된 경우, 반대차선에서 과속으로 운행한 차량운전자의 과실과 사고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교통정리가 행하여지지 않는 교차로에서 좌회전하기 위하여 신호를 넣고 정차하고 있던 차량이 뒤따르던 차량에 충격되어 반대차선으로 튕겨 나가면서 반대차선에서 과속으로 운행하던 차량에 다시 충격된 경우, 반대차선에서 과속으로 운행한 차량운전자의 과실과 사고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상고인
동양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미 담당변호사 유경희 외 1인)
피고,피상고인
피고 1 합자회사 외 1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현갑)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제1심판결의 이유를 일부 인용하여, 원고가 소외 김종진과 사이에 그의 소유인 판시 화물자동차(이하 원고측 차량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피고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조합 연합회(이하 피고 조합이라고 한다)가 피고 피고 1 합자회사(이하 피고 회사라고 한다)와 사이에 피고 회사 소유인 판시 트레일러(이하 피고측 차량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판시와 같은 자동차보험계약 또는 화물공제계약을 각 체결한 사실, 소외 1이 1997. 3. 28. 11:00경 원고측 차량을 운전하여 충남 부여군 규암면 모리 29 앞 편도 1차선 도로를 규암 방면에서 은산 방면으로 과속 진행하던 중 전방에서 좌회전하기 위하여 정차하고 있던 소외 한광자 운전의 판시 승용차(이하 피해 차량이라고 한다)를 뒤늦게 발견한 잘못으로 급히 제동조치를 취하였으나 미치지 못하여 원고측 차량의 적재함 좌측 가운데 부분으로 위 피해 차량의 우측 뒤 범퍼 부분을 비스듬히 추돌하는 바람에 그 충격으로 위 피해 차량으로 하여금 대향차선으로 튕겨져 나가면서 마침 반대 방향에서 마주 진행하여 오던 소외 2운전의 피고측 차량의 우측 앞 범퍼 부분에 연쇄 충돌하게 함으로써 피해 차량에 타고 있던 구순배 등이 사망하는 등의 판시와 같은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를 일으킨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들의 면책 주장에 대하여 판단함에 있어, 우선 차량의 제동거리를 구하는 판시와 같은 물리학 공식에다가 이 사건 도로 현황 등에 따른 판시와 같은 변수 값을 적용하여 피고측 차량이 이 사건 도로를 그 제한속도인 시속 60km를 지켜 주행하였을 경우의 제동거리를 산출하면 공주거리는 11.666m, 활주거리는 17.71m∼23.62m 가량이 된다고 전제하고, 이어 판시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위 소외 2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제한속도인 시속 60km를 26.4km나 초과한 시속 86.4km로 피고측 차량을 운행한 사실, 피고측 차량의 총 길이는 19.19m(트랙터 6.76m+트레일러 12.43m)인 사실을 인정하고 나서, 여기에 이 사건 사고장소의 도로상태, 도로 폭, 차선(편도 1차선), 스키드마크의 길이(우측 앞바퀴 13.4m, 우측 뒷바퀴 36.8m, 좌측 뒷바퀴 34.2m), 중앙선 침범형태, 피해 차량의 발견지점, 피고측 차량과의 거리 등 제반 사정을 덧붙여 볼 때, 피고측 차량 운전자인 소외 2가 원고측 차량에 의하여 추돌을 당해 자신의 진행차선 쪽으로 튕겨져 나오는 피해 차량을 발견하고 제동하기 시작한 지점은 우측 뒷바퀴의 스키드마크 길이인 36.8m에서 피고측 차량의 총 길이 19.19m를 뺀 17.16m(피고측 차량이 피해 차량과 추돌한 후의 스키드마크 길이를 포함하였으므로 실제로는 그 이하일 것으로 추측됨) 내외라 할 것인 반면, 시속 60km로 운행하는 차량이 제동하기 위해 필요한 거리(활주거리)는 앞에서 본 것처럼 17.71m∼23.62m 정도나 되므로, 가사 소외 2가 위 제한속도를 지켜 운행하였다 하더라도 피해 차량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 할 것이니, 소외 2에 대하여 과속운행 책임을 물을 수 없고, 달리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된 과실이 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며, 그 밖에 소외 2에게 반대차선에서 좌회전하기 위하여 정차 중이던 차량이 제3의 차량에 의하여 추돌을 당해 그 충격으로 자신의 진행차선 쪽으로 넘어올 경우까지 미리 예견하고 이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는 없다는 이유를 들어 피고측의 책임은 면제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2. 그러나, 피고들의 면책 주장에 대한 원심의 위 판단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유로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가. 먼저, 피고측 차량 운전자인 소외 2의 주의의무에 관하여 본다.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지점은 노견을 제외한 도로 폭이 6.9m에 불과한 편도 1차선의 곧게 뻗은 도로로서 피고측 차량의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는 모리 마을로 들어가는 길과 연결되고, 왼쪽으로는 차마의 통행이 가능한 농로와 연결되는 교차로이며, 따로 신호기 등에 의한 교통정리는 행하여지고 있지 아니하고, 그 교차로의 중심에서 보아 피고측 차량이 진행하여 오는 방향 쪽으로 보행인의 통행을 위한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고 그 길가 양쪽에 횡단보도 표지판도 세워져 있는 사실, 위 사고 당시 위 교차로에는 피고측 차량과 반대 방향에서 피해 차량이 좌회전하여 모리 마을 쪽으로 들어가기 위하여 좌측 깜박이 신호를 넣은 채 대기 중이었는데, 당시의 날씨나 시간대, 도로조건 등이 운전자의 시야에 어떤 장애를 일으킬 만한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이와 같은 피해 차량의 존재나 그 움직임 등은 피고측 차량을 운전하여 위 교차로를 향해 질주하여 오던 소외 2에게 멀리서부터 충분히 목격될 수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사고지점의 현황과 사고 당시의 교통상황 등이 위와 같다면, 피고측 차량 운전자인 소외 2로서도 그가 전방 주시를 게을리 하지 아니한 이상 비록 이 사건처럼 좌회전하기 위하여 대기 중이던 피해 차량이 원고측 차량으로부터 추돌을 당해 그 충격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진행차선 쪽으로 밀려오는 경우까지는 몰라도, 피해 차량이 섣불리 또는 무모하게 교차로에 진입하여 좌회전을 감행하는 경우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널리 어떤 경로에 의하든 피해 차량이 자신의 진로를 가로막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교차로에 다가감에 따라 운행속도를 차츰 줄이고 교차로에 이르러서는 서행하면서 피해 차량의 움직임을 잘 살펴 진로의 안전을 확인한 다음 교차로를 빠져나가는 등의 적절한 방어운전을 통하여 교차로에서의 사고를 방지할 일반적, 포괄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고, 그렇지 않다 하여도, 도로교통법이 모든 차의 운전자에게 이 사건 교차로와 같이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지 아니하는 교차로'에서는 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위 같은 법 제27조 제1항 제1호 참조; 나아가 제27조의2 제1호는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지 아니하고 좌우를 확인할 수 없거나 교통이 빈번한 교차로'에서는 일시 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적어도 위 교차로 상을 서행할 구체적·개별적 주의의무, 나아가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교차로에 다가갈수록 운행속도를 차츰 줄여 운행하여야 할 주의의무는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원심이 들고 있는 대법원 판결은 오토바이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무모하게 좌회전을 시도하다가 반대 방향에서 마주 진행하여 오던 차량과 충돌한 경우로서 좌회전이 허용된 교차로에서 충돌사고가 발생한 이 사건의 경우와 그 사안을 달리하므로, 위 판결을 가지고 피고측 차량을 운전한 위 소외 2의 주의의무 유무를 논할 것은 아니다.
나. 다음, 소외 2의 과속운행과 사고(피해 차량과의 2차 충돌)와의 인과관계에 관하여 본다.
(1) 원심은, 그 판시 이유에 비추어 피고측 차량의 스키드마크 중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길게 나타난 우측 뒷바퀴의 그것이 형성되기 시작한 지점, 다시 말하면 소외 2의 제동장치 조작에 의하여 그 제동 효과가 처음 피고 차량에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는 지점 위에 피고측 차량의 가장 뒷부분이 놓여 있다고 가정하고 바로 이러한 상태를 출발점으로 삼아 만일 당시 시속 86.4km 정도로 추정되는 현실의 운행속도 대신 사고가 난 도로의 일반적 제한속도인 시속 60km의 속도로 피고측 차량을 운행하던 소외 2가 거기에서 제동하였더라면 과연 피해 차량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인지 여부를 가린 듯이 보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소외 2가 실제 피해 차량의 진로 침범행위를 목격하고 제동장치를 조작한 지점을 따지지 아니한 채 그 지점이야 어디든 상관없이 제한속도에 맞추어 정상운행을 하였다고 보는 가정적 경우라도 제동장치 조작에 의한 제동 효과 자체는 과속 운행한 현실의 경우와 똑같이 이 사건 스키드마크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처음 나타난다고 전제한 셈이 된다.
그러나, 원심도 적절히 판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차량 운전자가 일단 장애물을 발견하고 충돌 위험을 느껴 급제동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른 다음 그 판단에 따라 즉각 제동장치를 조작하여 실제 그에 의한 제동 효과가 처음 발생하기까지는 극히 짧기는 하지만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기 마련이고, 이 찰나적 순간에도 차량은 진행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며(이 시간 동안 진행한 거리를 '공주거리'라고 부르고, 나아가 최초의 제동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 제동력의 계속적 작용에 의하여 최종 정차할 때까지 차량이 진행한 거리를 '활주거리'라고 부르며, 위 공주거리와 활주거리를 합산한 것을 이른바 '제동거리'라고 한다), 한편 차량의 진행거리는 차량의 운행속도와 진행시간에 각각 비례하는 것이므로, 가령 같은 운전자가 같은 지점에서 장애물을 발견하고 충돌 위험을 느껴 즉각적인 제동조치에 나아간다 하더라도 위에서 본 공주거리는 당시의 운행속도에 상응하여(이 경우 위험에 대한 반응시간은 운전자가 동일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다고 보아 무방하다) 차이를 보일 것이 분명하고, 그에 따라 제동 효과가 처음 나타나는 지점(스키드마크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지점, 즉 활주가 시작되는 지점)도 달라지게 될 터임은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같은 당연한 사리를 간과한 나머지 피고측 차량이 제한속도를 유지하였더라면 피해 차량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피고측 차량 운전자인 소외 2가 피해 차량의 진로 침범행위를 목격한 예상지점을 먼저 추정한 다음, 그 지점에서 제한속도를 유지한 경우의 예상 공주거리를 따져 그 공주거리가 끝나는 데서부터 제동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지 아니한 채, 제한속도를 지킨 경우도 실제 과속운행의 결과로 인하여 보다 공주거리가 길어지게 되었고 그만큼 위 추정 목격지점에서 멀리 떨어져 형성되어 있을 이 사건 스키드마크의 시작점부터 똑같이 그 제동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전제하고 말았으니, 우선 이 점에서 원심의 판단은 부당하다.
(2) 나아가, 위에서 본 사리를 염두에 두고 원심이 전제한 제동거리에 관한 물리학 공식과 그 변수 적용례(기록상 이들에 대한 객관적 자료는 나타나 있지 않다)를 일단 그대로 수용하여 소외 2의 과속운행과 이 사건 사고(피해 차량과의 2차 충돌)의 인과관계를 검토하여 보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측 차량을 운전한 소외 2가 원심 판시와 같은 과속운행을 하지 않고 제한속도를 유지한 채 운행하였더라도 가해 차량에 의한 추돌을 당하여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진행차선 쪽으로 들어오는 피해 차량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므로, 이 점에서도 원심의 판단은 부당하다.
(가) 피고측 차량 운전자인 소외 2가 자신의 진로를 침범하는 피해 차량을 어느 지점에서 목격하였는지 기록상 명확히 나타나 있지 아니하나, 원심이 인정한 바에 의하면 피고측 차량은 사고 당시 시속 86.4km의 속도로 진행하였다는 것이므로[사실 이 운행속도는, 수사기관이 사고 지점에 나타난 스키드마크의 길이(활주거리)를 토대로 일정한 속도환산 공식에 따라 역산한 결과치로 추정되는데, 기록에 의하면 그 스키드마크가 피해 차량과의 충돌 추정 지점을 지나서까지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과 충돌 이후 피해 차량에 의한 저지력 등을 고려할 때, 위 추정 속도는 실제의 운행속도보다 낮게 산출되었을 가능성이 짙다.], 편의상 이 운행속도에 의하여 원심이 전제한 공식과 변수 적용례에 따라 공주거리를 계산하면 16.8m[86.4km÷1시간(3,600초)×1,000m×0.7초]가 됨을 감안할 때, 소외 2는 아무리 늦어도 피고측 차량이 이 사건(우측 뒷바퀴) 스키드마크가 시작되는 지점으로부터 대략 16.8m 후방에 이르렀을 때 피해 차량의 진로 침범행위를 목격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고, 한편 기록에 의하면 위 스키드마크가 시작되는 지점은 횡단보도의 교차로 쪽 끝선으로부터 약 28.4m 가량이 되므로(이는, 약간의 오차를 무시하고 피고 차량 우측 뒷바퀴의 스키드마크가 모리 마을 부락경계석이 서있는 자리와 평행선을 이루는 곳까지 이어지고 여기서부터 다시 위 경계석과 가까운 쪽 횡단보도 끝선까지의 거리가 위 경계석으로부터의 거리와 마찬가지로 약 8.4m 정도임을 전제로 한 개략적 계산 결과이다.), 결국 그 추정 목격지점은 위 횡단보도 교차로 쪽 끝선으로부터 위 계산들의 전제가 되었던 피고측 차량의 뒷바퀴를 기준으로 하면 45.2m(28.4m+16.8m) 가량 떨어진 곳이 되고, 운전자인 소외 2가 있는 가장 앞부분을 기준으로 삼으면 대략 26.01m 정도 떨어진 곳이 된다[이는, 뒷바퀴가 차량의 가장 뒷부분에 위치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피고측 차량의 총 길이에 해당하는 원심 판시의 19.19m(사실 이것도 피고측 차량을 구성하는 트랙터 부분과 트레일러 부분의 길이를 단순 합산한 것인데 양쪽이 서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일부 중복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터이므로 어느 정도는 실제보다 부풀려진 길이로 보인다.)를 공제한 수치로서 기록상 피고측 차량의 가장 뒷부분과 뒷바퀴 사이의 길이를 알 수 있는 자료가 나타나 있지 아니한 점을 감안한 부득이한 조치이기는 하나 어쨌든 본래의 추정 지점보다 다소간 앞으로 당겨진 셈이다.].
(나) 그런데, 소외 2가 이 사건 도로의 일반적 제한속도인 원심 판시의 시속 60km로 주행하여 오다가 위 추정 목격지점에서 충돌 위험을 느끼고 즉각 제동조치에 나아갔다고 가정하는 경우 피고측 차량은 계산상 원심 판시의 예상 공주거리(11.666m)와 활주거리(17.71m∼23.62m)를 더 진행한 끝에 위 지점으로부터 29.376m(11.666m+17.71m) 내지 35.286m(11.666m+23.62m) 가량 떨어진 지점(위 횡단보도 교차로 쪽 끝선에서 3∼9m 가량 더 지나친 곳이다)에 최종 정지하였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고,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고측 차량은 가장 앞부분이 횡단보도를 막 지나쳐 교차로에 진입하자마자 피해 차량과 충돌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다만, 기록상 횡단보도 끝선부터 충돌 추정 지점까지의 실측거리에 관한 자료는 없다.), 이에 의하면 피고측 차량이 제한속도를 지킨 채 진행하여 왔더라도 일응 피해 차량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처럼 보인다.
(다) 그러나, 위의 계산 결과에 의한 충돌 한계선과 충돌 추정 지점의 차이만으로 그 충돌 불가피 여부가 확연히 드러날 정도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뿐더러, 여기에다가 비록 기록상 뚜렷한 실측자료가 없어 계산의 편의를 위하여 부득이한 조치이기는 하였지만 위와 같은 계산 과정의 대전제가 되었던 소외 2의 추정 목격지점 자체가 앞서 보았듯이 피고측 차량의 가장 뒷부분과 뒷바퀴 사이의 길이만큼 본래의 예상지점보다 앞으로 당겨져 있었고, 횡단보도 교차로 쪽 끝선으로부터 충돌 추정 지점까지의 거리를 무시하였던 점 및 피고측 차량의 총 길이나 사고 당시 피고측 차량의 추정 운행속도에 관한 의문점, 그리고 위의 계산 과정에서는 당연시하였으나 면밀한 현장조사 등을 거치는 경우 피고측 차량의 제동거리에 관하여 원심이 적용하였던 마찰계수 등의 변수 적용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아울러 감안하면 단지 위와 같은 기술적, 평면적 계산 결과만을 들어 피고측 차량이 제한속도를 유지한 채 진행하여 왔더라도 피해 차량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하겠고, 이 점을 분명히 가리기 위해서는 위에서 본 여러 사정들을 감안하여 감정 등의 방법을 통하여 좀 더 심리하여 보았어야 마땅하다고 여겨진다.
(3) 더욱이, 위 소외 2에게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적어도 도로교통법규정에 따른 교차로상의 서행의무, 나아가 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교차로에 다가갈수록 운행속도를 차츰 줄여 운행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하겠으므로, 원심으로서도 소외 2가 이러한 의무를 다하였을 경우 과연 위 추정 목격지점을 지날 당시 운행속도가 교차로까지의 남은 거리 등을 감안하여 어느 수준이 될 것인지 여부를 확정한 다음 만일 그 운행속도가 제한속도를 밑돈다면 제한속도가 아닌 이 운행속도를 기준으로 피해 차량과의 충돌 가능성 여부를 가렸어야 할 터인데,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이 사건 도로의 일반적 제한속도인 시속 60km를 지켜 주행하는 경우를 상정하여 피고측 차량이 피해 차량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역시 이 점에서도 원심의 판단은 부당하다.
3. 따라서 원심이, 피고측 차량 운전자인 소외 2가 피해 차량의 진로 침범행위를 목격한 지점 등 앞서 본 바와 같은 여러 사정들에 관하여 충분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차량의 제동 과정에 있어 운행속도가 다르면 공주거리도 차이가 난다는 당연한 사리를 간과한 나머지 제한속도를 지킨 경우나 과속운행을 한 경우나 그 제동 효과가 나타나는 지점은 똑같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하여 피고측 차량이 제한속도를 지켜 운행하였더라도 피해 차량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자 그를 이유로 피고들의 면책 주장을 가볍게 받아들이고 만 것은, 결국 교차로를 통행하려는 차량 운전자의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그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