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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8486 판결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공2009상,512]
판시사항

[1] 과학적 증거방법의 증명력 및 과학적 증거방법이 당해 범죄에 관한 적극적 사실과 이에 반하는 소극적 사실 모두에 존재하는 경우 증거판단 방법

[2] 유전자검사 결과 주사기에서 마약성분과 함께 피고인의 혈흔이 확인됨으로써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한 사정이 적극적으로 증명되는 경우, 반증의 여지가 있는 소변 및 모발검사에서 마약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소극적 사정에 관한 증거만으로 이를 쉽사리 뒤집을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유전자검사나 혈액형검사 등 과학적 증거방법은 그 전제로 하는 사실이 모두 진실임이 입증되고 그 추론의 방법이 과학적으로 정당하여 오류의 가능성이 전무하거나 무시할 정도로 극소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관이 사실인정을 함에 있어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가지므로, 비록 사실의 인정이 사실심의 전권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합리적 근거 없이 함부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과학적 증거방법이 당해 범죄에 관한 적극적 사실과 이에 반하는 소극적 사실 모두에 존재하는 경우에는 각 증거방법에 의한 분석결과에 발생할 수 있는 오류가능성 및 그 정도, 그 증거방법에 의하여 증명되는 사실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범죄의 유무 등을 판단하여야 하고,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하여 반증의 여지가 있는 소극적 사실에 관한 증거로써 과학적 증거방법에 의하여 증명되는 적극적 사실을 쉽사리 뒤집어서는 안 된다.

[2] 유전자검사 결과 주사기에서 마약성분과 함께 피고인의 혈흔이 확인됨으로써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한 사정이 적극적으로 증명되는 경우, 반증의 여지가 있는 소변 및 모발검사에서 마약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소극적 사정에 관한 증거만으로 이를 쉽사리 뒤집을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형사재판에 있어 심증형성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증거에 의할 수도 있는 것이며, 간접증거는 이를 개별적·고립적으로 평가하여서는 아니 되고 모든 관점에서 빠짐없이 상호 관련시켜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치밀하고 모순 없는 논증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인바, 여기에서 말하는 합리적 의심이라 함은 모든 의문, 불신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칙에 기하여 요증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성 있는 의문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사실인정과 관련하여 파악한 이성적 추론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 등 참조).

특히, 유전자검사나 혈액형검사 등 과학적 증거방법은 그 전제로 하는 사실이 모두 진실임이 입증되고 그 추론의 방법이 과학적으로 정당하여 오류의 가능성이 전무하거나 무시할 정도로 극소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관이 사실인정을 함에 있어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가지므로, 비록 사실의 인정이 사실심의 전권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합리적 근거 없이 함부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는바 (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도1950 판결 참조), 과학적 증거방법이 당해 범죄에 관한 적극적 사실과 이에 반하는 소극적 사실 모두에 존재하는 경우에는 각 증거방법에 의한 분석 결과에 발생할 수 있는 오류가능성 및 그 정도, 그 증거방법에 의하여 증명되는 사실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범죄의 유무 등을 판단하여야 하고,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하여 반증의 여지가 있는 소극적 사실에 관한 증거로써 과학적 증거방법에 의하여 증명되는 적극적 사실을 쉽사리 뒤집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07. 8. 29. 22:00경 서울 서초구 방배3동 (이하 생략) 공소외 1의 집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메스암페타민 불상량을 주사기에 넣고 물로 희석하여 몸에 주사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의 공소외 2의 제1심법정 진술은 공소외 2가 공소외 1로부터,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주사기를 건네주었다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이고, 경찰 압수조서 및 목록의 기재는 공소외 1의 집에서 이 사건 주사기가 발견되었다는 것으로서, 모두 피고인이 메스암페타민을 투약하였다는 점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들이라고 보기 어렵고,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로는 공소외 1의 수사기관 및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의 감정의뢰회보(유전자분석 감정서) 등이 있을 뿐이라고 전제한 다음, 먼저 공소외 1의 수사기관 및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에 대해서는, 이 사건 주사기 8개가 공소외 1의 집에서 발견되자, 공소외 1은 수사기관 및 제1심법정에서 일관되게, 피고인이 이 사건 주사기를 버려달라고 하며 공소외 1에게 건네주었고, 피고인이 이 사건 주사기를 이용하여 필로폰을 투약하는 것을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그런 것으로 추측한다고 진술하였는데, 공소외 1은 피고인이 이 사건 주사기를 건네주었다는 일시에 관하여 처음에는 2007. 9. 18.경이라고 진술하였다가 2007. 9. 20.로, 다시 2007. 8. 29.로 변경하였는바, 최초의 조사는 사건이 있은 때로부터 불과 2개월여 만에 이루어져,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생생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는 진술 번복 경위에 상당성이 없는 점, 공소외 1의 진술에 의하면, 동종범행으로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던 피고인이 당시 매우 오랜만에 만난 전 연인 사이인 공소외 1에게 필로폰을 투약한 주사기를 버려달라고 맡기고, 또 필로폰을 투약한 경험이 있는 공소외 1이 ‘피고인과 다시는 안볼 생각으로’ 피고인이 투약한 증거인 주사기를 자신의 부엌 찬장에 2개월여 동안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이는 상식에 반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의 진술은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고,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의 감정의뢰회보(유전자분석 감정서) 등에 의하면, 이 사건 주사기 8개 중 5개에서 마약성분이 검출되었고, 마약성분이 검출된 주사기 중 1개의 주사기에서 피고인의 유전자와 일치하는 혈흔이 발견되었다는 것인바, 이는 피고인이 마약을 하기 위해 공소외 1의 집에 8개의 주사기를 가지고 가, 그 중 한 개의 주사기로 마약을 하고, 다른 4개의 주사기에는 마약을 담아놓은 채 투약은 하지 않았으며, 아직 새것인 3개의 주사기도 모두 버렸다는 것이어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우며, 피고인에 대한 소변 및 모발검사에서 마약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는바,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일시는 2007. 8. 29.이고, 모발검사 시기는 같은 해 10. 22.로서 모발의 투약 여부 감정가능기간(투약 후 약 20일부터 1년 이내)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필로폰을 투약하였다면 극소량을 투약한 것이 아닌 이상 모발검사에서 마약성분이 검출되었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위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공소외 1의 수사기관 및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은 ‘피고인이 공소외 1의 집 컴퓨터 방에서 야한 동영상을 보며 한참 동안 있다가 나와 이 사건 주사기를 주면서 버려달라고 하였는데, 당시 피고인이 마약을 투약하는 것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날 마약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고, 피고인이 말도 별로 안 하고 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리면서 불안해하는 등 마약을 한 것처럼 보였다’는 취지로 일관되어 있고, 이와 같은 공소외 1의 진술은 ‘ 공소외 1로부터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주사기를 건네주었다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의 공소외 2의 수사기관 및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과 공소외 1의 집에서 이 사건 주사기가 발견되었다는 경찰 압수조서 및 목록의 기재에 의하여 뒷받침되며, 피고인도 이 사건 공소사실의 범행일시인 2007. 8. 29. 공소외 1의 집에 갔던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마약성분이 검출된 주사기 5개 중 1개의 주사기에서 피고인의 유전자와 일치하는 혈흔이 함께 발견된 것은 유전자검사라는 과학적 증거방법에 의하여 확인된 사실로서 피고인이 그 주사기로 마약을 투약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경우를 합리적으로 상정하기 어렵다.

반면, 원심이 지적한 바와 같은 피고인의 범행일시에 관한 공소외 1 진술의 모순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공소외 1은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주사기를 받은 날에 대하여, 처음 경찰에서는 피고인으로부터 마지막 문자메시지를 받은 2007. 10. 3.을 기준으로 그로부터 15일 정도 전이었던 것 같다고 하였다가, 그 다음에는 2007. 9. 20.에 피고인으로부터 ‘집으로 간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2007. 9. 20.이라고 진술하였는데, 그 후 공소외 1의 주거지 아파트 폐쇄회로 카메라에 그 날 피고인의 모습이 촬영되어 있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자,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주사기를 줬던 날 피고인이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한 후 피고인의 동생 한재민이 구속되었다는 말을 하였던 점을 기억해 내어, 이에 경찰에서 한재민이 2007. 8. 29. 구속된 사실과 같은 날 피고인이 공소외 1 주거지 아파트의 폐쇄회로 카메라에 촬영된 사실을 확인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공소외 1은 처음부터 날짜를 확정적으로 특정하고 이후 이를 번복하여 그와 모순되는 진술을 하였다기보다는 그 무렵 일어났던 일들을 기초로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범행일시를 바로잡아 온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의 범행일시에 관한 공소외 1의 진술에 원심이 지적한 바와 같은 차이들이 있다 하여 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공소외 1과 1993년부터 1996년까지 일본에서 동거하였고, 1997년 여름경 다시 만나 수차례 성관계를 가졌으며, 공소외 1도 일본에 있을 때 자주 필로폰을 투약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것인바, 이와 같은 피고인의 진술에 의한 피고인과 공소외 1의 관계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주사기를 맡기고 이를 공소외 1이 보관한 것이 반드시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이 사건 주사기 8개 중 5개에서 마약성분이 검출되고 그 중 1개에서만 피고인의 혈흔이 발견되었다 하여,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반드시 피고인이 마약성분이 검출된 5개 중 4개의 주사기에는 마약을 담아놓기만 하고 이를 투약하지 않았다거나 마약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3개의 주사기는 새것인 채로 버렸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므로, 이 부분 원심의 판시도 적절하다 할 수 없다.

한편, 필로폰을 투약한 경우 항상 투약 후 20일부터 1년 이내에 모발에서 메스암페타민 성분이 검출된다는 점이 전제되지 않는 한 피고인의 모발에서 메스암페타민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하여 피고인이 메스암페타민을 투약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데, 모발이 염색약 등의 화학약품, 열, 빛 등에 의하여 손상되었거나, 투약량이 많지 않아 모발에 축적된 메스암페타민 성분이 극미량일 가능성, 또 개인의 연령, 성별, 영양상태, 개체 등에 따른 모발의 성장속도의 차이 때문에 검사 대상 모발에서 메스암페타민을 검출하지 못할 가능성도 이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더구나 이 사건에서와 같이 유전자검사라는 과학적인 증거방법에 의하여 주사기에서 마약성분과 함께 피고인의 혈흔이 확인됨으로써 피고인이 주사기로 마약을 투약한 사정이 적극적으로 증명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이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하여 반증의 여지가 있는 소극적 사정에 관한 증거로써 이를 쉽사리 뒤집을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입증되었다고 봄이 상당함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증거의 증명력을 판단함에 있어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어긋나는 판단을 함으로써 간접증거의 증명력 평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 위배 또는 심리미진으로 인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아니할 수 없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시환(재판장) 박일환 안대희(주심)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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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서부지방법원 2008.5.9.선고 2007고단27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