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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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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방법원 2008. 9. 4. 선고 2008노577 판결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및 검사

검사

이동균

변 호 인

변호사 신치수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사실오인)

피고인은 원심판시 범죄사실과 같이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다.

나. 검사(양형부당)

피고인이 잘못을 반성하지 아니하고 범행을 부인하는 점, 같은 범죄로 집행유예 기간 중에 이 사건 범행에 이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므로 원심의 선고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마약류취급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2007. 8. 29. 22:00경 서울 서초구 방배3동 (이하 생략) 공소외 1의 집 컴퓨터 방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메스암페타민(일명, 필로폰) 불상량을 주사기에 넣고 물로 희석하여 몸에 주사함으로써 필로폰을 투약하였다”는 것이다.

나. 이 법원의 판단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본인은 위와 같이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공소외 1의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진술, 공소외 2의 법정 진술, 경찰 압수조서 및 목록, 국립과학연구소의 감정의뢰회보(유전자분석 감정서), 수사보고(국립과학연구소의 마약감정서)의 각 기재 등이 있는바, 공소외 2의 원심법정 진술은 공소외 2가 공소외 1로부터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주사기를 건네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내용이며, 경찰 압수조서 및 목록의 기재는 공소외 1의 집에서 이 사건 주사기가 발견되었다는 것으로서, 모두 피고인이 이 사건 필로폰을 투약하였다는 점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들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로는 공소외 1의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의 진술, 국립과학연구소의 감정의뢰회보(유전자분석 감정서), 수사보고(국립과학연구소의 마약감정서)가 있을 뿐이다.

⑴ 공소외 1의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의 진술

이 사건 주사기 8개가 공소외 1의 집에서 발견되자, 공소외 1은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 일관되게, 피고인이 이 사건 주사기를 버려달라고 하며 공소외 1에게 건네주었고, 피고인이 이 사건 주사기를 이용하여 필로폰을 투약하는 것을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그런 것으로 추측한다고 진술하였다. 살피건대, ㈎ 공소외 1은 피고인이 이 사건 주사기를 건네주었다는 일시에 관하여, ① 2007. 10. 21. 자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시에는 “지금으로부터 한 달 반에서 두 달 전 껌껌해질 무렵”, “위 주사기를 맡긴 시점은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지막으로 피고인으로부터 문자가 온 것이 핸드폰을 보니까 10월 3일인데 그로부터 15일 정도 전에 그랬던 것 같다”라고 진술하여, 2007. 9. 18.경 피고인이 주사기를 건네주었다고 하고, ② 2007. 10. 22. 자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시에는 “핸드폰을 보니까 피고인에게 문자가 온 것이 있는데 그 당시에 우리 집에 온다고 문자를 보냈고, 전에 진술할 때는 마지막으로 문자가 온 것이 2007. 10. 3. 이어서 그로부터 15일 전이라고 했는데 다시 기억을 되살려서 핸드폰을 보니까 2007. 9. 20. 21:25 경에 ‘집으로 간다’라고 문자를 보냈고, 20분 정도 지나서 집으로 찾아와서 약을 했습니다”라고 하여 2007. 9. 20. 22:00경이라고 하였다가, ③ 2007. 10. 30. 검찰에서의 진술 시에는 2007. 9. 20. 녹화된 CCTV 자료 확인결과 그 날짜에 피고인이 공소외 1의 집에 간 사실이 없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검사가 추궁하자, 공소외 1은 워낙 오래되어서 기억을 제대로 못하였으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피고인이 자신의 집에서 뽕을 맞고 밤 10시 경 어디론가 전화를 했는데 그 내용은 공소외 3이 구속됐냐 하는 것이었고, 공소외 3이 2007. 8. 29. 자로 구속되었으므로 그 날이 맞다“라고 진술하였고, ④ 원심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서는 피고인이 이 사건 주사기를 건네 준 일시를 2007. 8. 29. 이라고 기억하는 이유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대하여, ”정확하지는 않지만 최종 문자메세지가 온 것이 10. 3. 이었고, 그로부터 보름 전쯤에 왔기 때문에 2007. 8. 29. 로 기억한다“라고 증언하여, 그 날 피고인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여 공소외 3이 구속됐느냐고 물었는데 공소외 3이 구속된 날짜가 2007. 8. 29. 이기 때문에 그렇게 기억한다고 증언하고 있지 않은 바, 이처럼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주사기를 건네주었다는 일시에 관한 공소외 1의 진술이 계속해서 번복되고 있고, 최초의 조사는 사건이 있은 때로부터 불과 2개월여 만에 이루어져,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생생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는 진술 번복 경위에 상당성이 없는 점, ㈏ 공소외 1의 진술에 의하면, 동종범행으로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던 피고인이 당시 매우 오랜만에 만난 전 연인 사이인 공소외 1에게 필로폰을 투약한 주사기를 버려달라고 맡기고, 또 필로폰을 투약한 경험이 있는 공소외 1이 ‘피고인과 다시는 안볼 생각으로’ 피고인이 투약한 증거인 주사기를 자신의 부엌 찬장에 2개월여 동안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이는 상식에 반하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공소외 1의 진술은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

⑵ 국립과학연구소의 감정의뢰회보(유전자분석 감정서), 수사보고(국립과학연구소의 마약감정서)

위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주사기 8개 중 5개에서 마약성분이 검출되었고, 마약성분이 검출된 주사기 중 1개의 주사기에서 피고인의 유전자와 일치하는 혈흔이 발견되었다는 것인바, ㈎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연구결과를 이 사건 공소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마약을 하기 위해 공소외 1의 집에 8개의 주사기를 가지고 가, 그 중 한 개의 주사기로 마약을 하고, 다른 4개의 주사기에는 마약을 담아놓은 채 투약은 하지 않았으며, 아직 새 것인 3개의 주사기도 모두 버렸다는 것인 바,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 ㈏ 피고인에 대한 소변 및 모발검사에서 마약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는바,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일시는 2007. 8. 29. 이고, 모발검사 시기는 같은 해 10. 22. 로서 모발의 투약여부 감정가능기간(투약 후 약 20일부터 1년 이내)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필로폰을 투약하였다면 극소량을 투약한 것이 아닌 이상 모발검사에서 마약성분이 검출되었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다른 경위로 주사기에서 마약성분과 동시에 피고인의 혈흔이 발견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피고인의 변명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고, 위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⑶ 소결론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도735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임에도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양형부당에 관한 항소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으므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 가.항과 같은바, 제2. 나.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필로폰을 투약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김정학(재판장) 안영화 손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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