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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8다240387 판결
[중재판정취소][공2019상,279]
판시사항

[1]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1호 (라)목 의 규정 취지 및 위 규정에서 정한 중재판정 취소사유에 해당하려면 해당 중재절차에 의한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에 대한 침해 정도가 현저하여 용인할 수 없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2]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2호 (나)목 에서 법원이 직권으로 중재판정을 취소할 수 있는 사유로 정한 ‘중재판정의 승인 또는 집행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경우’의 의미

판결요지

[1]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1호 (라)목 은 중재판정의 취소사유 중 하나로 ‘중재판정부의 구성 또는 중재절차가 이 법의 강행규정에 반하지 않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르지 않았거나 그러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이 법에 따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정하고 있다. 이는 중재절차의 계약적 성격에서 비롯된 것으로, 중재절차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자치와 합의로 형성되지만, 당사자 간의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보충적으로 해당 중재에 적용되는 임의규정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취지이다.

위 규정에서 정한 중재판정 취소사유에 해당하려면 단순히 당사자 간의 합의나 임의규정을 위반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해당 중재절차에 의한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에 대한 침해 정도가 현저하여 용인할 수 없는 경우라야 한다[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다238837 판결 은 위 조항과 동일하게 정하고 있는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유엔협약(이하 ‘뉴욕협약’이라 한다) 제5조 제1항 (라)호에 관하여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

국제거래법위원회(UNCITRAL) 모델중재법(Model Law on International Commercial Arbitration) 제34조는 뉴욕협약 제5조에서 정한 승인 또는 집행거부 사유와 동일한 사유를 중재판정 취소사유로 정하고 있다. 1999. 12. 31. 법률 제6083호로 전부 개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는 우리나라 중재법 제36조 도 UNCITRAL 모델중재법 제34조를 기초로 중재판정 취소사유를 입법화하였으므로, 국제적으로 확립된 기준을 통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 위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2]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2호 (나)목 에서 법원이 직권으로 중재판정을 취소할 수 있는 사유로 정하고 있는 ‘중재판정의 승인 또는 집행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경우’란 단순히 중재인에 의하여 이루어진 사실인정에 잘못이 있다거나 중재인의 법적 판단이 법령에 위반되어 중재판정의 내용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있는 모든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중재판정으로 명하는 결과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때를 뜻한다.

반소원고, 상고인

칸서스자산운용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케이앤씨 담당변호사 곽경직)

반소피고, 피상고인

반소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창희)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반소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1호 (라)목 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

가.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1호 (라)목 은 중재판정의 취소사유 중 하나로 ‘중재판정부의 구성 또는 중재절차가 이 법의 강행규정에 반하지 않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르지 않았거나 그러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이 법에 따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정하고 있다. 이는 중재절차의 계약적 성격에서 비롯된 것으로, 중재절차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자치와 합의로 형성되지만, 당사자 간의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보충적으로 해당 중재에 적용되는 임의규정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취지이다.

위 규정에서 정한 중재판정 취소사유에 해당하려면 단순히 당사자 간의 합의나 임의규정을 위반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해당 중재절차에 의한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에 대한 침해 정도가 현저하여 용인할 수 없는 경우라야 한다[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다238837 판결 은 위 조항과 동일하게 정하고 있는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유엔협약(이하 ‘뉴욕협약’이라 한다) 제5조 제1항 (라)호에 관하여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

국제거래법위원회(UNCITRAL) 모델중재법(Model Law on International Commercial Arbitration) 제34조는 뉴욕협약 제5조에서 정한 승인 또는 집행거부 사유와 동일한 사유를 중재판정 취소사유로 정하고 있다. 1999. 12. 31. 법률 제6083호로 전부 개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는 우리나라 중재법 제36조 도 UNCITRAL 모델중재법 제34조를 기초로 중재판정 취소사유를 입법화하였으므로, 국제적으로 확립된 기준을 통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 위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나. 원심은, 이 사건 중재절차에서 중재판정부가 반소원고에게 ‘신청취지 및 신청원인 변경신청서’에 관해서 대한상사중재원의 국내중재규칙(이하 ‘중재규칙’이라 한다) 제16조 제3항, 제12조 제1항, 제11조에서 정한 15일간의 답변 제출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심리를 종결한 것만으로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1호 (라)목 에서 정한 취소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로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었다.

(1) 이 사건에서 내국인인 반소원고와 반소피고들이 상호 간 분쟁을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에 따라 해결하기로 서면 합의하였고, 중재규칙 제3조가 ‘당사자 간의 중재합의에 따라 중재규칙이 적용될 경우 중재규칙이 중재합의의 일부를 구성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중재규칙에 규정된 중재절차에 관한 사항은 그 자체로 ‘중재절차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2) 반소피고들은, 중재판정부가 제6차 심리기일에서 이 사건 중재절차의 심리를 종결한 이후인 2016. 7. 14. 심리재개신청서와 참고서면을 제출하여 ‘반소원고는 국민은행에게, 반소피고들에게 49억 원을 지급하라는 운용지시를 하라.’는 취지로 신청취지 및 신청원인을 변경할 것을 예고하였고, 이에 따라 재개된 2016. 8. 5. 제7차 심리기일에서 그와 같은 취지로 신청취지를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반소원고는 제8차 심리기일(2016. 9. 23.) 직전인 2016. 9. 22. 반소피고들의 신청취지 및 신청원인 변경을 전제로 한 준비서면(을 11호증)을 제출함으로써 반소피고들이 변경할 신청취지 및 신청원인에 대해서 상세히 답변하였다.

(3) 중재판정부는 이 사건 중재절차의 심리종결 당시 양 당사자에게 더 제출할 것이 있으면 조속히 제출할 것을 명하고, 심리종결 후 30일 이상 지나 이 사건 중재판정을 하였다. 반소원고는 심리종결 후에도 15일 이내에 반소피고들의 ‘신청취지 및 신청원인 변경신청서’에 대응하는 답변서를 제출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과 기회를 부여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중재규칙 제39조 제1항에 따르면, 심리 시에 중재판정부에 제출하지 못한 준비서면 등에 관하여 중재판정부가 요구할 경우 당사자가 이를 제출하면 사무국이 접수하여 중재판정부에 송달하여야 한다. 만일 반소원고가 답변서를 제출하였다면 중재판정부는 중재규칙 제39조 제1항에 따라 송달된 답변서를 검토한 다음 중재판정을 하였을 것인데, 위와 같은 중재판정부의 요구에도 반소원고는 이 사건 중재절차의 심리종결 후 어떠한 서면도 제출하지 않았다.

(4) 중재규칙 제44조 제1항에 따르면, 중재판정부는 직권으로 당사자 일방이 상당한 이유를 제시하여 신청하면 판정 전 언제든지 심리를 재개할 수 있다. 이 사건 중재절차에서는 위 조항에 따라 반소피고들의 요청으로 2회에 걸쳐 심리가 재개된 적이 있었다. 반소원고는 이 사건 중재절차의 심리종결 후 중재판정부에 반소피고들의 신청취지 및 신청원인 변경신청에 적절한 대응을 하기 위하여 심리재개를 요청하지도 않았다.

다. 원심의 판단은 위에서 본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1호 (라)목 의 중재판정 취소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2호 (나)목 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

가.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2호 (나)목 에서 법원이 직권으로 중재판정을 취소할 수 있는 사유로 정하고 있는 ‘중재판정의 승인 또는 집행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경우’란 단순히 중재인에 의하여 이루어진 사실인정에 잘못이 있다거나 중재인의 법적 판단이 법령에 위반되어 중재판정의 내용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있는 모든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중재판정으로 명하는 결과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때를 뜻한다 (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7다73918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중재판정부는 ‘반소원고는 국민은행에게, 반소피고들에게 49억 원과 이에 대하여 2016. 7. 14.부터 지급완료일까지 연 6%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운용지시를 하라.’는 신청취지에 대하여 ‘반소원고는 국민은행에게, 반소피고들에게 49억 원과 이에 대하여 2016. 7. 14.부터 지급완료일까지 연 6%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운용지시를 하여 국민은행으로 하여금 위 돈을 지급하도록 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한다.’는 중재판정을 하였다.

다. 원심은,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이 반소피고들의 신청취지와 다르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처분권주의에 위반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2호 (나)목 에 정한 ‘중재판정의 승인 또는 집행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때’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1) 중재판정은 엄격한 처분권주의에 입각한 민사판결과 달리 유연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도모할 수 있는 절차적 특성을 가지고, 중재규칙 제52조 제1항도 ‘중재판정부는 중재합의의 범위 내에서 계약의 현실이행뿐 아니라 공정하고 정당한 배상이나 기타의 구제를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중재판정은 민사판결과 비교하여 형평을 고려한 유연한 결정을 내릴 여지가 넓다.

(2)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이 신청취지와 무관하게 새로운 주문을 부가한 것이 아니라 강제집행 가능성을 고려하여 지시이행의무를 부과하는 대신 지시의무의 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선해하여 판단하였고, 주문 자체로도 반소원고에게 수탁회사인 국민은행에 대한 운용지시 이외에 반소원고의 다른 책임재산을 통해 반소피고들에 대한 금전지급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므로 처분권주의를 위반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3) 설령 이 사건 중재판정의 주문이 처분권주의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는 중재판정으로 명하는 결과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라.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2호 (나)목 의 중재판정 취소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반소원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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