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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8. 5. 15. 선고 2017나2052376 판결
[중재판정취소][미간행]
반소원고, 항소인

칸서스자산운용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케이앤씨 담당변호사 곽경직)

반소피고, 피항소인

반소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창희)

변론종결

2018. 3. 15.

주문

1. 반소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반소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반소원고와 반소피고들 사이의 대한상사중재원 중재 제15111-0024호 중재사건에 관하여 중재판정부가 2016. 10. 27.에 한 중재판정을 취소한다.

이유

1. 인정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아래와 같이 고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제1심판결이유 중 해당 부분의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인용한다.

○ 제1심판결문 3면 16행의 ‘위임 범’을 ‘위임 범위’로 고친다.

○ 제1심판결문 4면 11행의 ‘보등약정서’를 ‘보증약정서’로 고친다.

2. 주장 및 판단

가. 반소원고의 주장

1) 대한상사중재원이 제정한 국내중재규칙(이하 ‘중재규칙’이라 한다) 제3조는 ‘당사자들이 중재규칙에 따라 중재를 진행하기로 서면으로 합의한 경우나 당사자들이 분쟁을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에 의해 해결하기로 서면으로 합의한 경우로서 해당 중재가 국내 중재인 경우 중재규칙이 적용된다. 이 경우 중재규칙은 중재합의의 일부를 구성한다’고 규정하는바, 이 사건에서 내국인인 반소원고와 반소피고들이 상호간 분쟁을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에 의해 해결하기로 서면 합의한 이상, 중재규칙의 규정 내용 자체가 위 제3조에 의해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1호 라.목 소정의 ‘중재절차에 관한 당사자 간의 합의’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중재규칙 제16조 제3항에 의해 준용되는 중재규칙 제11조, 제12조에 따르면, ‘신청취지 및 신청원인의 변경에 관한 서면’이 제출되는 경우 피신청인은 해당 서면의 수령일로부터 15일 이내에 답변할 수 있는데, 반소원고는 반소피고들의 ‘신청취지 및 신청원인 변경신청서’를 이 사건 중재절차의 최종 심리기일인 제8차 심리기일에 수령하였음에도, 중재판정부는 반소원고에게 위 ‘신청취지 및 신청원인 변경신청서’에 대한 답변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심리를 종결함으로써 중재규칙 제16조 제3항, 제11조, 제12조를 위반하였다. 그렇다면 이 사건 중재판정에는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1호 라.목 에 정한 ‘중재절차가 중재법의 강행규정에 반하지 아니하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하는 하자가 있으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2)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은 ‘(자산운용회사인) 반소원고에게 (수탁회사인) 국민은행에 대하여 반소피고들에게 일정한 돈을 지급하라는 운용지시를 하여 국민은행으로 하여금 위 돈을 지급하도록 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한다’는 것으로 그 성질상 집행이 불가능하다. 또한 위와 같은 주문은 ‘반소원고는 국민은행에 대하여 반소피고들에게 일정한 돈을 지급하라는 운용지시를 하라’는 반소피고들의 신청취지를 벗어난 것으로 처분권주의에 위반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은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2호 나.목 에 정한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중재판정은 취소되어야 한다.

나. 판단

가) 당사자들이 특정한 중재기관의 중재에 의한 법적 분쟁 해결을 상호 합의한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그 중재기관의 중재규칙에 따를 것을 합의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는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중재규칙 제3조가 ‘당사자 간의 중재합의에 따라 중재규칙이 적용될 경우 중재규칙이 중재합의의 일부를 구성한다’는 취지를 명문화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반소원고의 주장과 같이 중재규칙에 규정된 중재절차에 관한 사항은 그 자체로 ‘중재절차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

나) 그러나 그와 같이 보더라도, 중재판정부가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한 중재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하자가 있는 경우 그러한 하자의 존재만으로 곧바로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1호 라.목 에 정한 중재판정취소사유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하자로 인한 방어권 침해의 정도가 현저하여 용인할 수 없거나 중재판정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 한하여 그 중재판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인데( 대법원 1990. 4. 10. 선고 89다카20252 판결 등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중재절차에서 중재판정부가 반소원고에게 ‘신청취지 및 신청원인 변경신청서’에 관한 15일간의 답변 제출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심리를 종결한 것만으로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1호 라.목 에 정한 취소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 반소피고들은, 중재판정부가 제6차 심리기일에서 이 사건 중재절차의 심리를 종결한 이후인 2016. 7. 14. 심리재개신청서와 참고서면을 제출하여 ‘반소원고는 국민은행에게, 반소피고들에게 49억 원을 지급하라는 운용지시를 하라’는 취지로 신청취지 및 신청원인을 변경할 것을 예고하였고, 이에 따라 재개된 2016. 8. 5. 제7차 심리기일에서 그와 같은 취지로 신청취지를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이에 반소원고는 제8차 심리기일(2016. 9. 23.) 직전인 2016. 9. 22. 반소피고들의 신청취지 및 신청원인 변경을 전제로 한 준비서면(을 11호증)을 제출함으로써 반소피고들이 변경할 신청취지 및 신청원인에 대한 상세한 답변을 하였다.

○ 중재규칙에 의하면, 심리 시에 중재판정부에 제출하지 못한 준비서면 등에 관하여 중재판정부가 요구할 경우 당사자가 이를 제출하면 사무국이 접수하여 중재판정부에 송달하여야 하는바(제39조 제1항), 이 사건 중재절차의 심리종결 당시 중재판정부는 양 당사자에게 더 제출할 것이 있으면 조속히 제출할 것을 명하였고, 심리종결 후 30일 이상 경과된 시점에 이 사건 중재판정을 하였으므로, 반소원고는 심리종결 후에도 15일 이내에 반소피고들의 ‘신청취지 및 신청원인 변경신청서’에 대응하는 답변서를 제출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과 기회를 부여받았던 것으로 보이고, 만일 그러한 답변서를 제출하였다면 중재판정부는 중재규칙 제39조 제1항에 의하여 송달받은 반소원고의 답변서를 검토한 후 중재판정을 하였을 것인데, 위와 같은 중재판정부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반소원고는 이 사건 중재절차의 심리종결 후 어떠한 서면도 제출하지 주1) 아니하였다.

○ 또한 중재규칙에 의하면, 중재판정부는 직권에 의하여 당사자 일방이 상당한 이유를 제시하여 신청하면 판정 전 언제든지 심리를 재개할 수 있고(제44조 제1항), 이 사건 중재절차에서는 위 조항에 따라 반소피고들의 요청에 의해 2회에 걸쳐 심리가 재개된 적이 있었는데, 반소원고는 이 사건 중재절차의 심리종결 후 중재판정부에 반소피고들의 신청취지 및 신청원인 변경신청에 적절한 대응을 하기 위한 취지에서 심리의 재개를 요청한 바도 없었다.

다) 따라서 반소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먼저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이 그 성질상 강제집행할 수 없다는 사유가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2호 나.목 에서 법원이 직권으로 중재판정을 취소할 수 있는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중재판정의 승인 또는 집행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살피건대, 중재판정의 내용상 집행결정을 받을 수 없는 경우라도 그 중재판정에 대한 승인결정은 대상이 반드시 강제집행이 가능한 내용의 중재판정에 한정될 필요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볼 때, 중재판정의 주문이 어떠한 의무의 존부를 확인하는 것이어서 그 성질상 강제집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정만으로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2호 나.목 의 취소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다음으로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이 반소피고들의 신청취지와 달라 처분권주의에 위반됨으로써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2호 나.목 에 정한 ‘중재판정의 승인 또는 집행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때’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중재판정부는 ‘반소원고는 국민은행에게, 반소피고들에게 49억 원 및 이에 대하여 2016. 7. 14.부터 지급완료일까지 연 6%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는 운용지시를 하라’는 신청취지에 대하여 ‘반소원고는 국민은행에게, 반소피고들에게 49억 원 및 이에 대하여 2016. 7. 14.부터 지급완료일까지 연 6%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는 운용지시를 하여 국민은행으로 하여금 위 금원을 지급하도록 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한다’는 중재판정을 하였고, 중재판정서의 판정이유에서 ‘반소피고들은 반소원고가 국민은행에게 49억 원 및 이에 대하여 2016. 7. 14.부터 지급완료일까지 연 6%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는 운용지시를 하라는 이행신청을 하고 있으나, 그에 대한 인용 판정주문은 강제집행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바, 지시이행신청은 피신청인에게 지시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지시이행신청에는 지시의무가 있음을 확인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여 위와 같이 신청취지와 다른 주문을 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중재판정은 증명책임 분배의 원칙이나 엄격한 당사자 처분권주의에 입각한 민사 판결과는 달리 유연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도모할 수 있는 절차적 특성을 가지므로 민사소송과 같이 엄격한 절차적 적법의 기준에 따라 그 취소 여부를 결정할 수 는 없다고 보이는 점, 중재규칙도 ‘중재판정부는 중재합의의 범위 내에서 계약의 현실이행 뿐 아니라 공정하고 정당한 배상이나 기타의 구제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바(제52조 제1항), 위 규정의 취지상 중재판정에서는 민사 판결과 비교하여 형평을 고려한 유연한 결정을 내릴 여지가 넓다고 할 수 있는 점,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이 신청취지와 전혀 무관한 새로운 주문을 부가한 것이 아니라 ① 중재판정부는 강제집행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지시이행의무를 부과하는 대신 지시의무의 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선해하여 판단하였고, ② 위 주문상 자산운용회사인 반소원고의 운용지시는 결국 수탁회사인 국민은행으로 하여금 펀드의 자산에 해당하는 금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만일 반소원고가 적법한 운용지시를 하였음에도 국민은행이 정당한 사유를 들어 금원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위 주문 해석상 반소원고가 그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며, ③ 위 주문 자체로도 반소원고에게 수탁회사인 국민은행에 대한 운용지시 이외에 반소원고의 다른 책임재산을 통해 반소피고들에 대한 금전지급의무를 부과하는 취지는 아닌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중재판정의 주문이 실질적으로 처분권주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한편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2호 나.목 에서 법원이 직권으로 중재판정을 취소할 수 있는 사유로서 규정하고 있는 ‘중재판정의 승인 또는 집행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때’란 단순히 중재인에 의하여 이루어진 사실인정에 잘못이 있다거나 중재인의 법적 판단이 법령에 위반되어 중재판정의 내용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있는 모든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중재판정이 명하는 결과’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때를 의미하는바(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7다73918 판결 참조), 설령 이 사건 중재판정의 주문이 처분권주의에 반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위 판례에서 적시한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2호 나.목 의 취소사유, 곧 ‘중재판정이 명하는 결과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때’에 해당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반소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반소원고의 반소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반소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반소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광렬(재판장) 전휴재 신용호

주1) 이와 관련하여 중재판정의 기판력 기준 시는 판결의 경우와 같이 필요적 구두변론주의가 채택된 것이 아니므로 최후의 구두 심리 시점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고 그 이후 증거를 제출할 기회가 있었던 시점까지를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유력하다[주석 중재법, 대한상사중재원·한국중재학회, 2005년, 186면(소외 1, 소외 2 집필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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