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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11. 29. 선고 2015도18253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일부인정된죄명:업무상횡령)][미간행]
판시사항

[1] 금전 수수를 수반하는 사무처리를 위임받은 사람이 그 행위에 기하여 위임자를 위하여 제3자로부터 수령한 금전을 위임의 취지대로 사용하지 아니하고 마음대로 자신의 위임자에 대한 채권에 상계충당한 경우, 횡령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법률의 착오에 관한 형법 제16조 의 취지 및 위 규정의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영일

주문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금전의 수수를 수반하는 사무처리를 위임받은 사람이 그 행위에 기하여 위임자를 위하여 제3자로부터 수령한 금전은, 목적이나 용도를 한정하여 위탁된 금전과 마찬가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수령과 동시에 위임자의 소유에 속하고, 위임을 받은 사람은 이를 위임자를 위하여 보관하는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위임을 받은 사람이 위 금전을 그 위임의 취지대로 사용하지 아니하고 마음대로 자신의 위임자에 대한 채권에 상계충당하는 것은 상계정산하기로 하였다는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당초 위임한 취지에 반하므로 횡령죄를 구성한다 ( 대법원 1997. 3. 28. 선고 96도3155 판결 , 대법원 2002. 9. 10. 선고 2001도3100 판결 ,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도893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 한다)는 2002. 3. 28.경 설립되어 그 무렵 청주시 (주소 생략)에 있는 집합건물인 ○○○○○ 상가(이하 ‘이 사건 상가’라 한다)의 구분소유자들로 구성된 ○○○○○ 관리단(이하 ‘이 사건 관리단’이라 한다)의 관리인으로 선임되었고, 이에 따라 그때부터 2009. 12.경까지 사이에 여러 차례에 걸쳐 이 사건 관리단과 이 사건 상가에 관한 관리·운영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공소외 1 회사가 2009. 12.경 계약기간을 2010. 1.경부터 2012. 12.경까지로 정하여 이 사건 관리단과 마지막으로 체결한 관리·운영계약을 ‘이 사건 관리·운영계약’이라 한다). 피고인은 2011. 7. 14.경 공소외 1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이 사건 상가의 유지관리와 관리비의 부과, 징수, 예치 및 사용 등의 업무를 총괄하였다.

(2) 이 사건 관리단의 상가관리규정(이하 ‘이 사건 상가관리규정’이라 한다)에 의하면, 구분소유자 및 구분소유자로부터 구분건물을 임차한 임차인(이하 구분소유자와 임차인을 합하여 ‘구분소유자 등’이라 한다)은 상가의 유지관리에 소요되는 일체의 비용을 부과기준에 따라 부담하여 납부하여야 하고(제33조, 제34조), 그 비용과 함께 건물 주요시설의 교체 및 대규모 수선 등에 필요한 특별수선충당금을 납부하여야 한다(제36조 제1호).

(3) 한편 이 사건 관리·운영계약에 의하면, 이 사건 관리단은 일반관리비(급여, 퇴직적립금 등 제5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비용)의 사용을 공소외 1 회사에 전적으로 일임하는 일반관리비 총액제를 인정하여 공소외 1 회사로 하여금 매월 147,0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 매년 1,000,000원씩 인상)을 일반관리비 항목으로 구분소유자 등으로부터 징수하여 그 징수금을 직원들의 급여 지급 등의 일반적인 운영비로 사용하도록 하고(제5조 제1항, 제8조 제8항), 그 외 공용행사장, 공용간판 사용료 등의 기타 수익금 중 15%를 인센티브로 지급받도록 하며(제5조 제3항), 이와 구분하여 특별수선충당금(계약서에는 ‘장기수선충당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을 부과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특별수선충당금의 용도나 사용에 관하여는 별도로 정하지 아니하였다.

(4) 공소외 1 회사는 2013. 1. 18. 청주지방법원에서 2012가합3811호 로 ‘공소외 1 회사를 이 사건 관리단의 관리인에서 해임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받고 2013. 2. 14. 위 판결이 확정되자, 2013. 3. 31. 이 사건 상가의 관리업무를 종료하고 이 사건 관리단과 새로 관리·용역계약을 체결한 회사인 공소외 2 주식회사에 인수인계자료를 넘겨주었다.

(5) 위 인수인계 당시 공소외 1 회사는 이 사건 상가의 구분소유자 등으로부터 특별수선충당금으로 징수한 금전 중 합계 1,576,690,656원(이하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이라 한다)을 다른 징수금 및 수익금과 구분하여 공소외 1 회사 명의의 각 △△은행 계좌(계좌번호 1, 2 각 생략)와 □□은행 계좌(계좌번호 3 생략)(이하 위 각 계좌를 통틀어 ‘특별수선충당금 적립계좌’라 한다)에 별도로 입금하여 보관하고 있었다. 대전고등법원(청주) 2013. 2. 1.자 2012라72 결정 에 의하여 이 사건 관리단의 관리인 직무대행자로 선임된 공소외 3은 피고인에게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이 사건 관리단에 반환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는데, 피고인은 공소외 1 회사가 이 사건 관리단으로부터 받을 채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의 반환을 거절하였다.

(6) 그 후 공소외 1 회사의 대리인인 공소외 4 법무법인은 2013. 4. 8. 위 공소외 3에게 ‘2013. 3. 31.자로 이 사건 상가의 관리인 업무가 종료됨에 따라 공소외 1 회사와 이 사건 관리단의 채권·채무에 대하여 정산하고자 하며, 공소외 1 회사가 이 사건 관리단으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채권 3,042,810,363원과 이 사건 관리단에 지급하여야 할 채무 2,645,364,792원을 정산할 경우 이 사건 관리단이 공소외 1 회사에 397,445,571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통보한다.’라는 내용의 내용증명(이하 ‘이 사건 내용증명’이라 한다)을 발송하였다. 그리고 피고인은 같은 날 특별수선충당금 적립계좌에서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전액 인출한 다음, 피고인 명의의 예금계좌에 이체하거나 공소외 1 회사의 직원 급여, 보험료, 세금 등 명목으로 지출하는 등 임의로 소비하였다.

(7) 이 사건 내용증명에 공소외 1 회사가 이 사건 관리단으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채권액으로 기재되어 있는 3,042,810,363원은 공소외 1 회사가 2013. 2.경까지 이 사건 상가의 구분소유자 등에게 부과하였으나 징수되지 않아 이 사건 관리단을 위하여 대신 지출하였다고 주장하는 금액으로 특별수선충당금을 제외한 나머지 미납관리비 합계 2,820,289,763원과 2013. 3.분 일반관리비 163,900,000원, 선지급한 건물종합보험료 등 58,620,600원을 합산한 금액이고, 공소외 1 회사가 이 사건 관리단에 지급하여야 할 채무액으로 기재되어 있는 2,645,364,792원은 선수관리비 789,089,600원,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 1,576,690,656원, 특별수선충당금 미적립액 268,059,757원, 기타수익 잔액 11,490,618원을 합산한 금액이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 법리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판단된다.

(1)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은 이 사건 상가의 관리업무를 위임받은 공소외 1 회사가 이 사건 관리단을 위하여 이 사건 상가의 구분소유자 등으로부터 징수한 금전이므로 그 수령과 동시에 이 사건 관리단의 소유에 속하였고, 공소외 1 회사는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이 사건 관리단을 위하여 보관하는 관계에 있었다.

(2) 또한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은 상가관리규정에 의하여 건물 주요시설의 교체 및 대규모 수선 등을 위하여 일반관리비와 별도로 징수되었고 관리를 위한 일반 운영비 등에 자유로이 충당 사용이 허용된 일반관리비와는 구분하여 특별수선충당금 적립계좌에 적립되어 보관되어 왔으므로, 원칙적으로 일반관리비와는 달리 그 징수 목적 범위 내에서 사용되도록 용도가 제한된 자금에 해당한다.

(3) 공소외 1 회사는 이 사건 관리·운영계약에 따라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이 사건 관리단을 위하여 보관하면서 위탁받은 취지대로 제한된 용도에 맞게 사용할 권한 및 의무를 갖고 있었으나, 2013. 2. 14. 이 사건 관리단의 관리인의 지위에서 해임되고 2013. 3. 31. 이 사건 관리·운영계약이 종료함에 따라 위 사용 권한 및 의무는 소멸하였고, 그에 따라 공소외 1 회사는 보관 중인 이 사건 관리단 소유의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이 사건 관리단에 그대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

(4) 그런데 공소외 1 회사가 이 사건 관리단에 반환하여야 하는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공소외 1 회사 주장의 미납관리비 등의 채권에 대한 변제에 충당하기로 이 사건 관리단과 사이에 합의한 사실은 없다. 오히려 이 사건 관리단의 직무대행자인 공소외 3으로부터 그 반환을 요구받았으며, 또한 공소외 1 회사와 이 사건 관리단이 체결한 이 사건 관리·운영계약에 관리·운영계약 종료 시에 특별수선충당금을 미납관리비 등에 충당 사용한다거나 공소외 1 회사의 이 사건 관리단에 대한 미납관리비 관련 채권과 상계정산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5)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상가의 구분소유자 등으로부터 징수하였고 또한 목적이나 용도를 한정하여 위탁된 금전으로서 이 사건 관리단의 소유에 속하는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이 사건 관리단에 그대로 반환하지 아니하고 그 제한된 용도와 무관하게 공소외 1 회사의 이 사건 관리단에 대한 채권에 상계충당한다는 명목으로 그 반환을 거부하면서 공소외 1 회사의 소유인 것 같이 임의로 처분하였다면, 이는 당초 이 사건 관리단이 이 사건 상가 건물 주요시설의 교체 및 대규모 수선 등을 위하여 징수, 보관 등의 사무를 위임한 취지에 위배된다. 비록 이 사건 관리·운영계약이 종료됨으로써 특별수선충당금을 제한된 용도에 맞게 사용하여야 할 공소외 1 회사의 권한 및 의무가 소멸하였다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임의로 처분한 피고인의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횡령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의 범의 및 불법영득의사 역시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어긋나는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1) 이 사건 관리·운영계약이 종료된 후에는 공소외 1 회사가 이 사건 관리단에 대하여 가지는 금전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이 사건 관리단의 공소외 1 회사에 대한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 반환채권과 상계하여 사용하는 것이 허용된다는 취지로 잘못 판단하고, 그 전제에서 (2) 공소외 1 회사가 이 사건 관리단에 대하여 청구할 수 있는 미납관리비의 합계액이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상회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 피고인은 위 각 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하고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인출하여 사용한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횡령의 범의 내지 불법영득의사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위탁된 금전의 소유, 보관 및 반환, 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형법 제16조 (법률의 착오)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형법 제16조 에서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이다 ( 대법원 1992. 5. 22. 선고 91도2525 판결 , 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0도1696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러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의 여부는 행위자에게 자기 행위의 위법의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 자신의 지적 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더라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성의 인식에 필요한 노력의 정도는 구체적인 행위정황과 행위자 개인의 인식능력 그리고 행위자가 속한 사회집단에 따라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3717 판결 ,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도1915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특별수선충당금 적립계좌에서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인출하기 전인 2013. 2. 26. 공소외 4 법무법인에 ‘공소외 1 회사는 현재 이 사건 관리단의 관리인이 아닌데, 현재 공소외 1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상계채권으로 처리하더라도 법적 하자가 없는지’, ‘법적 하자가 없다면 장기수선충당금을 공소외 1 회사의 공과금 납부, 거래선 대금지급, 직원급여 지급에 사용하여도 되는지’, ‘그에 관하여 별도의 조치 또는 이 사건 관리단과의 협의가 필요한지’에 관하여 서면으로 질의하였다. 이에 대하여 공소외 4 법무법인는 서면질의를 받은 당일 공소외 1 회사에 ‘장기수선충당금은 공소외 1 회사가 이 사건 관리단에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채무이므로, 공소외 1 회사가 이 사건 관리단으로부터 받아야 할 채권이 있는 경우 상계가 가능하며, 이 사건 관리단에 상계의 의사표시를 한 후 상계된 금액 내에서 지출이 가능하다.’라는 취지로 간단하게 서면으로 답변하였다.

(2) 또한 피고인은 세무사 공소외 5에게도 자문을 구하였는데, 위 세무사는 2013. 4. 16. 피고인이 공소외 1 회사와 이 사건 관리단의 각 채권채무를 정리하여 작성해 온 정산서의 하단에 ‘채권금액과 채무금액의 상계가 적정한 방법’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기재해 주었다.

다. 원심은 이러한 사실관계에 대하여 공소외 1 회사가 이 사건 관리·운영계약이 종료된 후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상계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 등에 관하여는 법적으로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비법률가가 이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미리 법률전문가와 세무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상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 사건 관리단 측에 상계의 의사표시를 하고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인출한 피고인으로서는 자기의 행동이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오인하였고, 비법률가로서 그와 같은 오인을 회피하기 위하여 노력을 다하였다고 보아 그와 같은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라.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앞에서 본 것과 같이 대법원은 금전의 수수를 수반하는 사무처리를 위임받은 사람이 그 행위에 기하여 위임자를 위하여 제3자로부터 수령한 금전은 목적이나 용도를 한정하여 위탁된 금전과 마찬가지로 위임자의 소유로서 이를 그 위임의 취지대로 사용하지 아니하고 마음대로 피고인의 위임자에 대한 채권에 상계충당하는 것은 그에 관한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계속하여 판시하여 왔다.

(2) 피고인은 2011. 7. 14.경 공소외 1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이 사건 상가의 유지관리와 관리비의 부과, 징수, 예치 및 사용 등 업무를 총괄하였으므로,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이 이 사건 상가관리규정에 의하여 그 용도가 제한되어 일반관리비와 구분하여 징수되고 특별수선충당금 적립계좌에 별도로 적립되어 관리되어 왔고 관리를 위한 일반 비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돈이라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3) 또한 특별수선충당금을 제한된 용도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공소외 1 회사의 전 대표이사인 공소외 6이 횡령 혐의로 진정을 당하여 2010. 12. 30.경 그 혐의는 인정하면서 입건을 유예하는 처분을 받았고, 또한 그로 인하여 공소외 1 회사가 그 직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아니한 사정이 있을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3. 1. 18. 관리인의 지위에서 해임되어야 한다는 판결을 선고받았으므로, 특별수선충당금 적립계좌에서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인출한 2013. 4. 8.경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임의로 소비하게 되면 횡령죄의 성립이 문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4) 이러한 피고인이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공소외 1 회사의 이 사건 관리단에 대한 미납관리비 등 채권에 상계충당한다는 명목으로 인출·소비하는 행위가 허용된다고 잘못 인식하였고 그러한 인식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려면, 피고인이 위와 같은 횡령죄의 가능성이 배제된다는 점에 관하여 확실한 근거를 갖추고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하여 관련 판례나 문헌을 조사하는 등의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어야 한다.

(5) 그런데 비록 피고인이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의 인출·소비에 앞서 변호사나 세무사로부터 사전에 의견을 들었다고 하지만, 그들에게 위와 같은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에 관한 특수한 사정을 알리거나 그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하였는지 의문일 뿐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기초한 검토나 횡령죄 성립의 여부에 관하여 근거가 되는 판례나 문헌에 대한 아무런 언급 없이 단순히 공소외 1 회사가 이 사건 관리단으로부터 받아야 할 채권이 있는 경우에 상계가 가능하고 상계된 금액 내에서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지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간략한 답변을 들은 것에 불과하므로, 그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의 인출·소비에 불구하고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잘못 인식하였다거나, 자신의 지적 능력을 다하여 그 위법한 행위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6) 오히려 피고인은 사전에 이 사건 관리단의 직무대행자인 공소외 3으로부터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의 반환을 요구받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관리·운영계약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출·소비를 하려면 더욱 신중을 기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은 2013. 4. 8. 공소외 3에게 관리 업무 종료에 따른 채권·채무의 정산에 관하여 내용증명을 발송한 후, 공소외 3의 수령 및 답변을 기다리지도 아니한 채 바로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을 인출하여 소비하였다. 이러한 피고인의 일방적인 태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위법한 횡령 행위 내지 결과를 회피하기 위하여 노력을 다하였다고 할 수 없으며, 피고인이 자신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마.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어긋나는 위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피고인이 자기의 행동이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오인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특별수선충당금에 관한 횡령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형법 제16조 의 정당한 이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죄수관계에 관한 상고이유 및 파기의 범위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횡령행위 중 유죄로 인정된 횡령행위와 무죄로 인정된 횡령행위가 서로 행위 태양이 다를 뿐만 아니라 단일한 범의의 발현에 기인하는 일련의 행위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는 행위라고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포괄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따라서 검사만이 무죄 부분에 대하여 상고한 이 사건에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쌍방이 상고하지 아니함에 따라 확정되었고, 무죄 부분만이 파기 대상이 된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며,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김용덕(주심) 김신 박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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