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불법영득의사의 실현행위로서 횡령행위에 대한 입증 정도
[2] 업무상횡령죄에서 피고인이 회사의 비자금을 사용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부인하는 경우 그 판단 방법
[3] 비자금의 사용으로 인한 업무상횡령의 점과 비자금의 조성으로 인한 업무상배임의 점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려워, 원심이 비자금의 조성으로 인한 업무상배임의 점을 선택적으로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을 허가한 것은 수긍하기 어려우나, 원심이 선택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1항 , 제356조 [2] 형법 제355조 제1항 , 제356조 [3] 형사소송법 제298조 , 제383조 , 형법 제355조 , 제356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1. 9. 4. 선고 2000도1743 판결 (공2001하, 2203)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도5459 판결 (공2002하, 2136) 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도3532 판결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상훈외 4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본다.
1. 피고인들의 상고이유(피고인들의 변호인과 국선변호인의 각 상고이유에 대하여 함께 본다) 및 검사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업무상횡령죄에 있어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고, 반드시 자기 스스로 영득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0. 12. 27. 선고 2000도4005 판결 ,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도9318 판결 등 참조).
피고인들이 보관, 관리하고 있던 회사의 비자금이 인출, 사용되었음에도 피고인들이 그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용처에 사용된 자금이 그 비자금과는 다른 자금으로 충당된 것으로 드러나는 등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용처에 비자금이 사용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고 오히려 피고인들이 비자금을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하였다는 점에 대한 신빙성 있는 자료가 많은 경우 등에는 피고인들이 그 돈을 불법영득의 의사로써 횡령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피고인들이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유를 들어 비자금의 행방이나 사용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고 이에 부합하는 자료도 있다면, 피고인들이 그 보관, 관리하고 있던 비자금을 일단 타 용도로 소비한 다음 그만한 돈을 별도로 입금 또는 반환한 것이라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함부로 보관, 관리하고 있던 비자금을 불법영득의사로 인출하여 횡령하였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 (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도998 판결 ,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도5459 판결 등 참조).
또한, 이 사건과 같이 피고인들이 회사의 비자금을 사용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비자금을 회사를 위하여 인출, 사용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부인하는 경우,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비자금의 사용이 회사의 운영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지출(부담)로서 회사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비자금 사용의 구체적인 시기, 대상, 범위, 금액 등에 대한 결정이 객관적, 합리적으로 적정하게 이루어졌는지 여부(다만, 일반적인 비자금의 조성과정이나 비자금의 성격 등에 비추어 볼 때, 비자금 사용에 관하여 회사 내부규정이 존재하지 않거나 이사회 결의 등을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바로 피고인들의 불법영득의사의 존재가 인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 등을 비롯하여 그 비자금을 사용하게 된 시기, 경위,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당 비자금 사용의 주된 목적이 피고인들의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내지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가 있었다는 점은 검사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입증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들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도998 판결 , 위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도9318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적법하게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을 각 인정하고, 그 인정 사실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 제1항 기재 각 비자금 사용행위 중,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1)(이하 ‘이 사건 범죄일람표’라고 한다)의 순번 제2, 5, 6, 8, 9, 11번(다만, 순번 제11번의 경우 그 중 일부인 5,900만 원) 기재 각 사용행위(사용된 비자금 액수 합계 11억 8,164만 원)에 대하여는 피고인들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고, 이 사건 범죄일람표의 순번 제1, 3, 4, 7, 10, 11, 12 내지 17번(다만, 순번 제11번의 경우 그 중 일부인 1,700만 원) 기재 각 사용행위(사용된 비자금 액수 합계 33억 1,630만 9천 원)에 대하여는 피고인들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 중, 피고인들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부분은 수긍할 수 있으나, 피고인들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부분은 수긍하기 어렵다.
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각 비자금 사용 당시 피고인 2는 공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이고, 피고인 1은 공소외 회사의 관리이사 겸 감사이다.
(2) 이 사건 범죄일람표 기재 각 비자금 사용내역은 모두 그 외형상 일응 공소외 회사 운영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지출(해당 비용을 선지출한 임직원에 대한 비용 보전 포함)이거나, 공소외 회사의 임직원들, 현장 관계자들 및 거래처 등에 대한 경조사 비용, 복리후생증진 비용(휴가 비용 포함), 명절 선물비용 등에 대한 지출 등으로 보이는바, 그와 같은 각 비자금 사용의 주된 목적은 피고인들의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공소외 회사의 운영자금 지출 내지 공소외 회사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지출, 즉 공소외 회사의 원활한 운영과 공소외 회사 임직원의 관리, 거래처와의 유대관계 유지 등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피고인들의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3) 이 사건 각 비자금 사용 당시 피고인 2는 공소외 회사 주식의 45%를 소유하고 있는 대주주였으며, 아울러 다른 주주들인 공소외 1(주식 45% 소유), 공소외 2(주식 10% 소유)로부터 사실상 의결권 행사를 포괄적으로 위임받은 상태였고, 당시 공소외 회사의 이사들도 피고인 2에게 공소외 회사 업무 집행에 관한 대부분의 사항을 위임하여, 피고인 2가 대체로 스스로의 판단과 책임하에 공소외 회사를 경영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 2의 공소외 회사 경영권이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다거나, 위 피고인이 특별히 공소외 회사 임직원들에게 현금 기타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면서까지 자신의 위상을 높이거나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강화하여야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비자금의 사용을 통하여 부수적인 목적으로서 피고인들의 위상과 평판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고자 하였거나 결과적으로 그러한 효과를 얻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들만으로 위 비자금 사용에 대하여 피고인들의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선뜻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4) 비록 피고인들이 이 사건 각 비자금을 사용, 지출함에 있어서, 공소외 회사의 내부규정상 그러한 지출의 근거가 존재하지 않거나, 그 지출이 공소외 회사의 내부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비자금의 일반적인 성격상 그러한 사정만으로 비자금의 사용행위에 대하여 바로 피고인들의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인정하기는 곤란하다. 그리고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 2가 공소외 회사 대표이사로서의 경영판단에 근거하여 나름대로의 필요성과 기준에 의하여 이 사건 비자금 사용 여부 및 그 대상, 금액 등을 결정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그러한 결정이 통상적으로 대표이사의 경영판단으로서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서 피고인 2의 개인적 이익을 위하여 주관적, 자의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인정하기에는 입증이 부족하다.
(5) 피고인들이 주장하고 있는 이 사건 비자금을 사용한 각 사용처 중에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한 사용내역들(직원 여비교통비, 현장 작업독려수당, 직원 차량유지비, 직원 통신지원비 등)과 이 사건 범죄일람표 기재 각 사용내역들에 있어 그 주된 사용목적 내지 피고인들의 불법영득의사의 존재 여부가 서로 다르다고(전자는 공소외 회사를 위한 것이고, 후자는 피고인들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볼 만한 뚜렷한 차이를 인정하기 어렵다.
라. 앞서 본 바와 같은 법리 및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죄일람표 기재 각 비자금 사용행위 전부에 대하여 피고인들의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선뜻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하고 있는 모든 주장과 자료들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죄일람표 기재 각 비자금의 사용행위의 주된 목적이 피고인들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 내지 피고인들의 불법영득의사의 존재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한 입증이 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범죄일람표의 순번 제2, 5, 6, 8, 9, 11번(다만, 순번 제11번의 경우 그 중 일부인 5,900만 원) 기재 각 비자금 사용행위에 대하여 피고인들의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 부분에는 업무상횡령죄에 있어서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반면, 이 사건 범죄일람표의 순번 제1, 3, 4, 7, 10, 11, 12 내지 17번(다만, 순번 제11번의 경우 그 중 일부인 1,700만 원) 기재 각 비자금 사용행위에 대하여 피고인들의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 부분은 정당하여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심리미진, 또는 업무상횡령죄에 있어서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공소장의 변경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고,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 범죄사실을 공소사실로 추가하는 취지의 공소장변경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법원은 그 변경신청을 기각하여야 하는바(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1항 ),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그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나, 이러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기능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행위와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규범적 요소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2도587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 제1항과 관련하여, 검사는 원래 피고인들의 이 사건 비자금의 사용으로 인한 업무상횡령의 점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하였다가, 제1심에서 이 부분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선고된 후, 원심에서 종전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지한 채 선택적 공소사실로서 이 사건 비자금의 조성으로 인한 업무상배임의 점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였고, 이에 원심은 제1회 공판기일에서 검사의 위와 같은 내용의 공소장변경(선택적 공소사실의 추가)을 허가한 사실 및 원심은 판결을 선고하면서 원래의 공소사실(업무상횡령의 점)에 대하여만 판단을 하고 위와 같이 추가된 선택적 공소사실(업무상배임의 점)에 대하여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아니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은 법리 및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들의 이 사건 비자금의 사용으로 인한 업무상횡령의 점과 이 사건 비자금의 조성으로 인한 업무상배임의 점은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더욱이, 피고인들은 어느 특정한 사용목적을 위하여 비자금을 조성, 사용하기로 결심하고 그에 따른 일련의 과정으로서 특별히 비자금을 조성하여 그 조성된 비자금을 해당 특정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향후 정상적인 회계처리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채 공소외 회사의 자금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 때를 대비하여 일반적, 포괄적, 지속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하여 왔고, 그와 같이 조성, 관리하고 있던 비자금을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공소외 회사를 위하여, 또는 개인이나 제3자를 위하여 이를 사용하여 왔는바, 이러한 경우에는 비자금의 조성행위와 비자금의 사용행위 사이에서 그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이 위와 같은 내용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허가하지 말고 원래의 공소사실(업무상횡령의 점)에 대하여만 판단을 하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공소장변경을 허가한 조치는 수긍하기 어려우나, 원심은 결과적으로는 추가된 선택적 공소사실(업무상배임의 점)에 대하여 판단을 하지 아니하였는바, 그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원심의 선택적 공소사실(업무상배임의 점)에 대한 판단누락은 결과적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파기의 범위에 대하여
가. 피고인 1에 대한 원심판결 중, 이 사건 공소사실 제1항 중 유죄로 인정한 부분은 모두 위법하여 파기를 면할 수 없고, 이 사건 공소사실 제1항 중 무죄로 인정한 부분은 모두 이 사건 공소사실 제1항 중 유죄로 인정한 부분(위법하여 파기되는 부분)과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원심판결은 피고인 1에 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제1항 중 유죄로 인정한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 이 사건 공소사실 제2항에 대한 유죄 부분 전부에 대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결국 피고인 1에 대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여야 한다.
나. 피고인 2에 대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모두 위법하여 파기를 면할 수 없고, 무죄 부분은 모두 위 유죄 부분(위법하여 파기되는 부분)과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어 함께 파기하여야 하므로, 결국 피고인 2에 대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여야 한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고,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상고는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