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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
[부가가치세부과처분취소][공2017상,1321]
판시사항

수탁자가 위탁자로부터 이전받은 신탁재산을 관리·처분하면서 재화를 공급하는 경우, 재화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통하여 재화를 사용·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거래상대방에게 이전한 수탁자가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부가가치세는 재화나 용역이 생산·제공되거나 유통되는 모든 단계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과세표준으로 하고 소비행위에 담세력을 인정하여 과세하는 소비세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부가가치세법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라는 거래 그 자체를 과세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 그 거래에서 얻은 소득이나 부가가치를 직접적인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는 실질적인 소득이 아닌 거래의 외형에 대하여 부과하는 거래세의 형태를 띠고 있으므로, 부가가치세법상 납세의무자에 해당하는지 역시 원칙적으로 그 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이나 비용의 귀속이 아니라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부가가치세의 과세원인이 되는 재화의 공급으로서 인도 또는 양도는 재화를 사용·소비할 수 있도록 소유권을 이전하는 행위를 전제로 하므로, 재화를 공급하는 자는 위탁매매나 대리와 같이 부가가치세법에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한 계약상 또는 법률상의 원인에 의하여 재화를 사용·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이전하는 행위를 한 자를 의미한다.

그런데 신탁법상의 신탁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한 재산권을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권을 관리·처분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위탁자가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위탁자를 수익자로 하여 위탁자 소유의 부동산을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에게 이전하면서 채무불이행 시에는 신탁부동산을 처분하여 우선수익자의 채권 변제 등에 충당하고 나머지를 위탁자에게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담보신탁을 체결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수탁자가 위탁자로부터 이전받은 신탁재산을 관리·처분하면서 재화를 공급하는 경우 수탁자 자신이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와 의무의 귀속주체로서 계약당사자가 되어 신탁업무를 처리한 것이므로, 이때의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재화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통하여 재화를 사용·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거래상대방에게 이전한 수탁자로 보아야 하고, 그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으로 발생한 이익과 비용이 거래상대방과 직접적인 법률관계를 형성한 바 없는 위탁자나 수익자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된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세금계산서 발급·교부 등을 필수적으로 수반하는 다단계 거래세인 부가가치세의 특성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이 신탁재산 처분에 따른 공급의 주체 및 납세의무자를 수탁자로 보아야 신탁과 관련한 부가가치세법상 거래당사자를 쉽게 인식할 수 있고, 과세의 계기나 공급가액의 산정 등에서도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전용희 외 1인)

피고, 상고인

성남세무서장

피고보조참가인

한국저축은행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에이펙스 담당변호사 박종백 외 3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은 피고보조참가인이 각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피고보조참가인이 제출한 준비서면과 피고가 제출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구 부가가치세법(2010. 1. 1. 법률 제99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제1항 제1호 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라는 거래를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고, 제2조 제1항 제1호 는 ‘영리목적의 유무에 관계없이 사업상 독립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인 사업자를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로 정하고 있으며, 제6조 제1항 은 재화의 공급을 ‘계약상 또는 법률상의 모든 원인에 의하여 재화를 인도 또는 양도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부가가치세는 재화나 용역이 생산·제공되거나 유통되는 모든 단계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과세표준으로 하고 소비행위에 담세력을 인정하여 과세하는 소비세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부가가치세법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라는 거래 그 자체를 과세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 그 거래에서 얻은 소득이나 부가가치를 직접적인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는 실질적인 소득이 아닌 거래의 외형에 대하여 부과하는 거래세의 형태를 띠고 있으므로, 부가가치세법상 납세의무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역시 원칙적으로 그 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이나 비용의 귀속이 아니라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부가가치세의 과세원인이 되는 재화의 공급으로서의 인도 또는 양도는 재화를 사용·소비할 수 있도록 소유권을 이전하는 행위를 전제로 하므로, 재화를 공급하는 자는 위탁매매나 대리와 같이 부가가치세법에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한 계약상 또는 법률상의 원인에 의하여 그 재화를 사용·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이전하는 행위를 한 자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구 신탁법(2011. 7. 25. 법률 제1092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제2항 은 ‘신탁이라 함은 위탁자와 수탁자가 특별한 신임관계에 기하여 위탁자가 특정의 재산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수익자의 이익을 위하여 또는 특정의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권을 관리, 처분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신탁법상의 신탁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한 재산권을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권을 관리·처분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위탁자가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위탁자를 수익자로 하여 위탁자 소유의 부동산을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에게 이전하면서 채무불이행 시에는 신탁부동산을 처분하여 우선수익자의 채권 변제 등에 충당하고 나머지를 위탁자에게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담보신탁을 체결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수탁자가 위탁자로부터 이전받은 신탁재산을 관리·처분하면서 재화를 공급하는 경우 수탁자 자신이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와 의무의 귀속주체로서 계약당사자가 되어 신탁업무를 처리한 것이므로, 이때의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재화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통하여 그 재화를 사용·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거래상대방에게 이전한 수탁자로 보아야 하고, 그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으로 발생한 이익과 비용이 거래상대방과 직접적인 법률관계를 형성한 바 없는 위탁자나 수익자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된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세금계산서 발급·교부 등을 필수적으로 수반하는 다단계 거래세인 부가가치세의 특성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이 신탁재산 처분에 따른 공급의 주체 및 납세의무자를 수탁자로 보아야 신탁과 관련한 부가가치세법상 거래당사자를 쉽게 인식할 수 있고, 과세의 계기나 공급가액의 산정 등에서도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신탁재산의 공급에 따른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는 그 처분 등으로 발생한 이익과 비용이 최종적으로 귀속되는 신탁계약의 위탁자 또는 수익자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0다57733, 57740 판결 , 대법원 2003. 4. 25. 선고 99다59290 판결 ,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0다33034 판결 , 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5두2254 판결 ,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6두8372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저촉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한다.

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은 증거에 의하여, ① 원고가 성남시 분당구 (주소 생략)에 있는 ○○○○○ (호수 1, 호수 2, 호수 3, 호수 4, 호수 5, 호수 6 생략) 등 6개 상가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고 한다)의 매수자금에 사용하기 위하여 피고보조참가인으로부터 42억 원을 대출받은 사실, ② 원고는 위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2008. 6. 30. 수탁자인 케이비부동산신탁 주식회사(이하 ‘케이비부동산신탁’이라고 한다)와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신탁원본의 우선수익자를 피고보조참가인으로, 수익권증서 금액을 58억 8,000만 원으로 정한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이하 ‘이 사건 신탁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면서, 신탁부동산이 환가되는 경우 피고보조참가인의 채권을 우선적으로 변제하고 잔액은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 ③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2008. 7. 1. 원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다음, 곧이어 신탁을 원인으로 하여 케이비부동산신탁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실, ④ 원고가 위 대출금채무를 제때 변제하지 못하자 피고보조참가인은 케이비부동산신탁에 환가를 요청하였으나 공개매각이 수차례 유찰되었고, 이에 피고보조참가인이 2009. 2. 23. 수의계약으로 위 대출원리금과 같은 액수인 4,517,005,143원에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사실, ⑤ 피고는 위탁자인 원고가 피고보조참가인에게 이 사건 건물을 공급함으로써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가 되었다고 보아 2010. 1. 16. 원고에게 2009년 제1기분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수탁자인 케이비부동산신탁은 신탁계약을 원인으로 위탁자인 원고로부터 신탁재산인 이 사건 건물을 이전받은 다음 신탁재산의 관리·처분권한에 기초하여 이를 처분한 거래행위를 한 것이므로, 이 사건 건물이 2009. 2. 23. 피고보조참가인에게 공급됨에 따라 발생하는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를 부담하여야 하는 자는 원칙적으로 수탁자인 케이비부동산신탁이다.

원심의 이유설시는 부적절하지만, 원고가 이 사건 건물의 공급으로 인한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피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재화의 자가공급에 해당하여 부가가치세가 과세되지 않으려면 그 사업자가 재화를 취득하면서 매입세액공제를 받았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우선수익자인 피고보조참가인이 이 사건 건물을 수의계약으로 매수하기 전까지 이를 취득한 적이 없고 매입세액공제도 받지 않았으므로 재화의 자가공급에 해당할 여지가 없는데도 원심이 이에 관한 판단을 그르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은 피고보조참가인에 대하여 과세처분이 이루어졌을 경우를 가정한 부가적인 판단에 불과하고,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를 상대로 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정당한 이상, 설령 원심의 위와 같은 가정적·부가적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없으므로, 그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피고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은 피고보조참가인이 각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박병대 김용덕 박보영 김창석 김신(주심)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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