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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217962 판결
[손해배상청구의소][미간행]
판시사항

[1]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거나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된 경우, 위헌 선언 전 위 법령에 기초하여 수사가 개시되어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는지 여부(소극)

[2] 구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및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유죄판결에 대하여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피고인이나 상속인이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수사기관이 위법행위로 수집한 증거에 기초하여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으나 재심절차에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으로 되는 경우

[4] 구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절차에서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이 경우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의 무죄사유가 없었더라도 같은 조 후단의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명이 이루어지면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참조조문
원고, 피상고인

별지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유승정 외 1인)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최재정 외 2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의견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1)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된 경우, 그 법령이 위헌으로 선언되기 전에 그 법령에 기초하여 수사가 개시되어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는 그 발령의 근거가 된 구 대한민국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이라 한다) 제53조 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이자 유신헌법과 현행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와 신체의 자유, 주거의 자유, 청원권,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무효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그러나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구금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 이 “ 제1항 제2항 의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임이 선언되지 아니하였던 이상,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유죄판결에 대하여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피고인이나 그 상속인은 일정한 요건 아래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형사보상을 청구하여 그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2) 한편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로 수집한 증거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절차에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의 ‘피고사건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이 경우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것이고, 채권자가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지는 아니하였더라도 그 기간 내에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형사보상청구를 한 경우에는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채무자인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 참조).

그러나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절차에서 피고인에게 적용된 형벌에 관한 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재심대상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된 경우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와 같은 내용의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위 가.항의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이 곧바로 국가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그러한 복역 등으로 인한 손해를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하기 어렵다. 이 경우에는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별도로 심리하여 그에 따라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의 인정 여부를 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내용, 유죄를 인정할 증거의 유무, 재심개시결정의 이유, 채권자를 포함하여 사건 관련자가 재심무죄판결을 받게 된 경위 및 그 이유 등을 종합하여,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무효 등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없었더라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명이 이루어진 때에는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나.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① 원고 7은 계명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976. 6. 16.경, 원고 1은 계명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76. 6. 27.경 헌법을 부정·반대하고 폐지를 주장·선동하였다는 등의 혐의로 중앙정보부 대구지부 수사관에 의하여 강제로 연행되어 조사를 받은 사실, ②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은 수사과정에서 원고 1, 7에 대하여 옷을 벗긴 채 구타하거나 잠을 재우지 아니하는 등의 방법으로 고문 등 가혹행위를 하였고, 위 원고들은 고통과 두려움으로 인하여 허위자백을 한 사실, ③ 원고 1, 7은 1976. 7. 14.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한 죄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그 판결이 확정된 사실, ④ 원고 1, 7은 2010. 3. 5. 대구고등법원 2010재노2호로 확정판결 에 대한 재심청구를 하여 2011. 2. 15.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수사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 형법 제124조 )를 저질렀음이 증명되었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 제422조 소정의 재심사유가 인정되어 재심개시결정을 받은 사실, ⑤ 이에 따라 개시된 재심절차에서 원고 1, 7은 2012. 2. 16.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판결을 선고받았고 2012. 2. 24. 그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사실, ⑥ 원고 1, 7은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된 후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형사보상을 청구하여 2012. 8. 20. 대구고등법원(2012코3 사건)으로부터 형사보상결정 을 받았고 그 무렵 형사보상결정이 확정된 사실, ⑦ 원고들은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부터 6개월 내인 2012. 12. 28.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재심대상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되었음을 인정하여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의 손해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 1, 7의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수사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 형법 제124조 )를 저질렀음이 증명되었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 제422조 소정의 재심사유에 해당하여 재심이 개시되었고, 동일한 사건의 관련 소외인이 재심에서 반공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판결이 확정되는 등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재심대상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되었다고 볼 수 있는 유력한 증거자료가 제출되었으며, 이러한 증거자료와 형사재판에서 제출된 유죄 증명을 위한 증거들 및 관련자 진술서 등에 의하면, 당시 원고 1, 7 및 사건 관련자들이 범죄 혐의에 대하여 다투었으나 수사과정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로 인하여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하거나 위압적인 상태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 등을 하였고, 나머지 유죄 증명을 위한 증거들은 증명력이 부족하거나 단순한 정황 증거에 불과한 사정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 1, 7의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의 손해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한편 원고 1, 7에 대한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된 2012. 2. 24.까지는 원고들이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고, 원고 1, 7이 그러한 장애사유가 소멸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부터 6개월 내에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형사보상청구를 한 후 원고들이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부터 6개월 내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원고들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였다고 할 것이다.

라. 원심판결의 이유 설시에 부적절한 점이 없지 아니하나, 원심이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을 배척한 것은 결론적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다투는 취지의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소멸시효 항변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원고 1, 7이 석방된 이후에도 이들을 별도로 분류하여 관리하고 원고 1, 7이 석방된 후 위 원고들과 가족관계를 맺은 자들에 대하여도 협박과 감시를 계속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겪게 하였다고 판단하여, 피고에게 원고 1, 7이 석방된 후 위 원고들과 가족관계를 맺은 자들에 대한 위자료 지급을 명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증거재판주의에 관한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할 경우, 피해자의 연령, 직업, 사회적 지위, 재산 및 생활상태, 피해로 입은 고통의 정도, 피해자의 과실 정도 등 피해자 측의 사정과 아울러 가해자의 고의·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와 원인, 불법행위 후의 가해자의 태도 등 가해자 측의 사정까지 함께 참작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원칙에 부합하고, 법원은 이러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위자료 액수를 확정할 수 있다( 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41377 판결 ,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다77149 판결 등 참조). 한편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기산된다고 보아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불법행위시부터 지연손해금이 기산되는 원칙적인 경우보다 배상이 지연된 사정을 적절히 참작하여 사실심 변론종결 시의 위자료 원금을 산정할 필요가 있고, 공무원들의 인권침해행위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 그 행위의 불법성의 정도, 그로 인하여 피해자와 가족들이 입은 고통의 내용과 기간,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예방할 필요성 등도 위자료를 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1234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이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인정한 위자료 액수가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여 사실심법원이 갖는 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할 정도로 과다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원심의 위자료 산정 과정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원고 명단: 생략]

대법관 조희대(재판장) 신영철 이상훈(주심) 김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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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13.11.7.선고 2013나201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