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
[손해배상(기)][공2014상,170]
판시사항

수사기관의 위법행위 등으로 수집한 증거 등에 기초하여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가 재심절차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채무자인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으로 되는 경우 및 채권자가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

판결요지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 등으로 수집한 증거 등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사유의 존재 사실이 뒤늦게 밝혀짐에 따라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 국가기관의 위법행위 등을 원인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채무자인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다만 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는 6개월의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한다. 이때 그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는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다. 다만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채권자로서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에 앞서, 그보다 간이한 절차라고 할 수 있는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하 ‘형사보상법’이라 한다)에 따른 형사보상을 먼저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형사보상 금액은 구금의 종류 및 기간의 장단 등 관련되는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산정하되, 구금 1일당 보상금 지급한도를 보상청구의 원인이 발생한 해의 최저임금법에 따른 일급 최저임금액을 하한으로 하여 그 금액의 5배까지로 한다고 되어 있어( 형사보상법 제5조 제1항 , 제2항 , 그 시행령 제2조 ), 구체적인 형사보상금의 액수는 법원의 형사보상결정을 기다려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형사보상법 제6조 제3항 은 “다른 법률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을 자가 같은 원인에 대하여 이 법에 따른 보상을 받았을 때에는 그 보상금의 액수를 빼고 손해배상의 액수를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채권자가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지는 아니하였더라도 그 기간 내에 형사보상법에 따른 형사보상청구를 한 경우에는 소멸시효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이를 연장할 특수한 사정이 있다고 할 것이고, 그때는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그 기간은 권리행사의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객관적으로 소멸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을 넘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신라 담당변호사 오충현 외 2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할 경우, 피해자의 연령, 직업, 사회적 지위, 재산 및 생활상태, 피해로 입은 고통의 정도, 피해자의 과실 정도 등 피해자 측의 사정과 아울러 가해자의 고의·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와 원인, 불법행위 후의 가해자의 태도 등 가해자 측의 사정까지 함께 참작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원칙에 부합하고, 법원은 이러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위자료 액수를 확정할 수 있다( 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41377 판결 ,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다77149 판결 등 참조). 한편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기산된다고 보아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불법행위 시부터 지연손해금이 가산되는 원칙적인 경우보다 배상이 지연된 사정을 적절히 참작하여 사실심 변론종결 시의 위자료 원금을 산정할 필요가 있고, 이 사건처럼 공무원들의 인권침해행위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 그 행위의 불법성의 정도, 그로 인해 피해자와 가족들이 입은 고통의 내용과 기간,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예방할 필요성 등도 위자료를 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어야 한다(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1234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와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인정한 이 사건 위자료 액수는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여 사실심법원이 갖는 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할 정도로 과소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원심의 위자료 산정 과정에 원고가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나 위법이 있다고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은 진행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라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 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권리행사를 하는 것이 사실상 곤란하였다는 등의 사유는 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다만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시효완성 전에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어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27604 판결 등 참조).

한편 위와 같이 채권자에게 권리의 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에도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때에는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채무자의 소멸시효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다. 이때 권리를 ‘상당한 기간’ 내에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 손해배상청구권의 발생 원인,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지연된 사유 및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기까지의 경과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다. 다만 소멸시효 제도는 법적 안정성의 달성 및 입증곤란의 구제 등을 이념으로 하는 것이므로 그 적용요건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시효 완성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제한에 그쳐야 한다. 따라서 위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어야 하고, 특히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는 매우 특수한 개별 사정이 있어 그 기간을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에도 민법 제766조 제1항 이 규정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을 넘어서는 아니 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 등으로 수집한 증거 등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사유의 존재 사실이 뒤늦게 밝혀짐에 따라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 국가기관의 위법행위 등을 원인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채무자인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다만 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는 6개월의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한다.

이때 그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는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다. 다만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채권자로서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에 앞서, 그보다 간이한 절차라고 할 수 있는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하 ‘형사보상법’이라 한다)에 따른 형사보상을 먼저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형사보상 금액은 구금의 종류 및 기간의 장단 등 관련되는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산정하되, 구금 1일당 보상금 지급한도를 보상청구의 원인이 발생한 해의 최저임금법에 따른 일급 최저임금액을 하한으로 하여 그 금액의 5배까지로 한다고 되어 있어( 형사보상법 제5조 제1항 , 제2항 , 그 시행령 제2조 ), 구체적인 형사보상금의 액수는 법원의 형사보상결정을 기다려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형사보상법 제6조 제3항 은 “다른 법률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을 자가 같은 원인에 대하여 이 법에 따른 보상을 받았을 때에는 그 보상금의 액수를 빼고 손해배상의 액수를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채권자가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지는 아니하였더라도 그 기간 내에 형사보상법에 따른 형사보상청구를 한 경우에는 소멸시효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이를 연장할 특수한 사정이 있다고 할 것이고, 그때는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그 기간은 권리행사의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객관적으로 소멸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을 넘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① 원고 1은 1983. 7. 19. 대구 보안부대 소속 수사관들에 의하여 불법 체포·구금당한 후 구타, 각종 고문 등의 가혹행위를 당하여 피의사실에 대한 자백을 하고, 이를 기초로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구성원과 회합하고, 그로부터 금품을 수수하였으며, 반국가단체를 찬양, 고무하여 이를 이롭게 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국가보안법 위반죄 등으로 공소가 제기되어 1984. 6. 8. 대구고등법원에서 공소사실 전부가 유죄로 인정되어 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2년을 선고받아 그 무렵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실, ②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 1. 19. 원고 1에 대한 간첩조작 의혹 사건은 수사기관이 원고 1을 불법 연행하고 고문 등 가혹행위를 저질러 원고 1로부터 허위자백을 받아 처벌한 사건으로, 국가는 위법한 확정판결에 대하여 원고 1과 관련자들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형사소송법 등이 정한 바에 따라 재심 등 상응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진실규명결정을 한 사실, ③ 원고 1은 위와 같은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이후 대구고등법원에 위 유죄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고, 위 법원은 2010. 2. 9. 원고 1에 대한 공소사실 중 일부 회합, 통신연락, 금품수수의 점, 여권법 위반의 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 각 무죄라고 판단하여 징역 2년의 판결(이하 ‘재심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한 사실, ④ 그 재심판결에 대한 검사의 상고가 기각되어 재심판결은 2011. 1. 27. 그대로 확정된 사실, ⑤ 원고 1은 위 재심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인 2011. 2. 15. 대구고등법원에 형사보상청구를 하여, 2011. 12. 13. 같은 법원으로부터 형사보상결정을 받았고, 2011. 12. 19. 형사보상결정이 확정된 사실, ⑥ 원고들은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인 2012. 2. 1.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 1에 대한 재심판결이 확정된 2011. 1. 27.까지는 원고들이 피고에 대해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상의 장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원고 1이 그러한 장애사유가 소멸된 재심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형사보상법에 따른 형사보상청구를 하고, 원고들이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원고들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심의 이 부분에 관한 이유설시에 일부 미흡한 점은 있으나, 원심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배척한 것은 결과적으로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소멸시효 항변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이에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각자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양창수 박병대(주심) 고영한

arrow
본문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