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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12.10.선고 2014다231330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4다231330 손해배상(기)

원고피상고인겸상고

1. A

원고피상고인

2. B

3. C.

4. D.

피고상고인겸피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10. 24. 선고 2014나2018900 판결

판결선고

2015. 12. 10.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의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준비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가.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 · 무효로 선언된 경우, 그 법령이 위헌으로 선언되기 전에 그 법령에 기초하여 수사가 개시되어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는 그 발령의 근거가 된 구 대한민국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이라 한다)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 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서 요소이자 유신헌법과 현행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와 신체의 자유, 주거의 자유, 청원권,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그러나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구금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이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 무효임이 선언되지 아니하였던 이상,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유죄판결에 대하여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피고인이나 그 상속인은 일정한 요건 아래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형사보상을 청구하여 그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 한편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로 수집한 증거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절차에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의 '피 고사건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적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수사기관의 체포·구금과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절차에서 피고인에게 적용된 형벌에 관한 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재심 내상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된 경우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와 같은 내용의 재심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수사기관의 체포·구금과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이 곧바로 국가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그러한 손해를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하기 어렵다. 이 경우에는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별도로 심리하여 그에 따라 수사기관의 체포, 구금과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 인정 여부를 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내용, 유죄를 인정할 증거의 유무, 재심개시결정의 이유, 피고인을 포함하여 사건 관련자가 재심무죄판결을 받게 된 경위 및 그 이유 등을 종합하여,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무효 등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없었더라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명이 이루어진 때는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수사기관의 체포·구금과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217962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 A은 1977. 12. 27.경 긴급조치 제9호 위반사실로 구속된 후 그 무렵 공소가 제기되어 1978. 2. 6. 서울형사지방법원 78고합21호로 징역 1년 6월에 자격정지 1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나. 원고 A이 이에 대하여 항소하여 1978. 6. 10. 서울고등법원 78도429호로 징역 1년 6월 및 자격정지 1년에 처하되 징역형에 내하여는 2년간 집행을 유예하는 판결(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을 선고받고 1978. 6. 10. 석방된 후 재심대상판결이 그 무렵 확정되었다.

다. 원고 A은 2013. 5, 30. 서울고등법원 2013재노59호로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라는 이유를 들어 재심을 청구하였고, 2013. 8. 20. 재심개시 결정이 이루어졌다가 2013. 10. 11.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 제7항, 제1항 각 호를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원고 A에 대한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 제325 조 전단의 '피 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 A에 대한 무죄판결이 선고되어 그 판결이 2013. 10. 19. 확정되었다.

3. 이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절차에서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재심 대상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된 경우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 A에 대한 수사기관의 체포·구금 등이 곧바로 피고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그로 인한 손해를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 소속 공무원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여 위헌 · 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를 근거로, 원고 A을 체포하고, 기소한 후 유죄판결을 하면서 약 166일 정도 구금한 행위를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무효에 따른 국가의 손해배상책임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그러므로 원고 A의 상고이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조희대

주심이상훈

대법관김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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