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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5.28.선고 2014다223087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4다223087 손해배상(기)

원고피상고인

A

피고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8. 28. 선고 2014나2014328 판결

판결선고

2015. 5. 28.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는 그 발령의 근거가 된 당시의 대한민국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이자 당시의 헌법과 현행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와 신체의 자유, 주거의 자유, 청원권,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따라서 피고인이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체포·구금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한 경우, 그 유죄판결에 대하여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피고인이나 그 상속인은 일정한 요건 아래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형사보상을 청구하여 그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2.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형법 제124조 등 직무에 관한 죄를 저질러 수집한 증거에 기초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이유로 재심이 개시되고, 재심절차에서 그러한 위법행위로 수집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고 다른 증거가 없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의 '피고사건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그러한 불법수사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복역 등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 무효로 선언된 경우, 그 법령이 위헌으로 선언되기 전에 그 법령에 기초하여 수사가 개시되어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수사기관의 체포·구금 등 직무행위나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긴급조치 제9호가 시행될 당시 그 긴급조치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체포·구금하여 수사를 하고 법관이 유죄판결을 선고한 경우, 비록 그 후에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하여 위헌 · 무효로 선언되었다고 하더라도, 재심절차에서 그 긴급조치를 적용한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판결이 선고된 경우에는 그러한 수사와 재판행위가 곧바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도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내용, 유죄를 인정할 증거의 유무, 재심개시결정의 이유, 피고인을 포함하여 사건 관련자가 재심 무죄판결을 받게 된 경위 및 그 이유 등을 종합하여,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무효 등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없었더라도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수사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저질렀음이 증명되어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제422조 소정의 재심사유가 인정되는 등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명이 이루어진 때에는,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 217962 판결 참조).

3.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1976. 10. 26.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범죄사실로 울산경찰서 형사들에게 영장 없이 체포된 후 서울지방법원 영등포지원 76고합343호로 기소되어, 1977. 4. 29. 위 법원에서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석방되었다. 원고는 위 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였고, 그 항소심에서 원고에 대하여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으며(서울고등법원 1978. 3. 10. 선고 77도 942 판결, 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 그에 대한 상고가 기각되어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되었다.

나. 그 후 2011. 6. 3.에 이르러 원고는 서울고등법원 2011 재노90호로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는데, 재심법원은 2013. 4. 19.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 헌·무효라는 앞서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이 있은 이상 이는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재심개시결정을 하였고, 2013. 8. 16. 재심 대상판결은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한 것이어서 그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의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하였으며, 그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다. 원고는 위 재심판결을 바탕으로 2013. 9. 20. 서울고등법원 2013코121호로 구금기간에 대한 형사보상을 청구하여 2014. 1. 27. 형사보상금 34,603,200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결정을 받아 그 무렵 그 결정이 확정되었다.

4.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원고가 위와 같이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체포·구금되어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국가기관의 수사나 재판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는 없고,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무효 등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없었더라도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수사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저질렀음이 증명되어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제422조 소정의 재심사유가 인정되는 등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명이 있어야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원고가 구금되어 있던 기간 동안 변호인과의 접견 ·교통권을 방해하고 자백을 강요하면서 수사기관이 임의로 작성한 서류에 날인하게 하였다.는 점 등에 관하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피고 소속 공무원이 위 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에 근거하여 원고를 영장 없이 체포·구속하고 재판절차에서 실제 구금기간을 밝히지 아니하였다는 점만을 이유로 피고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고영한

주심대법관이인복

대법관김용덕

대법관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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