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2] 국립대학교 총장이 학교 소속 교수이자 과학자인 갑에 대하여 실험데이터를 조작하여 허위내용의 논문을 작성·발표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교육공무원법 제51조 제1항 , 국가공무원법 제78조 제1항 에 따라 파면처분을 한 사안에서, 국립대학교 교수가 수행하는 직무 및 해당 연구의 특성, 허위논문 작성에 대한 엄격한 징계의 필요성 등에 비추어, 위 징계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교육공무원법 제51조 제1항 , 국가공무원법 제78조 제1항 , 행정소송법 제27조 [2] 교육공무원법 제51조 제1항 , 국가공무원법 제78조 제1항 , 행정소송법 제27조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현 외 1인)
피고, 상고인
△△대학교총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신성택 외 5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원고가 2004. 2.경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지에 인간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주인 NT-1번을 수립하였다는 내용의 2004년 논문을 게재·발표하였는데, 위 2004년 논문에 기재된 유전자지문 분석검사(체세포 제공자의 체세포 유전자와 줄기세포에서 추출한 유전자의 동일성을 비교·분석하여 체세포복제 방식에 의한 줄기세포주의 수립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는 원고 연구팀의 연구원들에 의하여 조작된 것이고, NT-1번 줄기세포주의 테라토마[줄기세포의 다분화성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방법 중 하나로, 실험용 쥐에 줄기세포주를 투입하고 그로부터 형성된 테라토마(기형종)에서 삼배엽층이 확인되면 배아줄기세포가 수립된 것으로 판단함] 사진인 것처럼 기재된 사진도 사실은 ○○○○ 연구소(이하 ‘○○○○’라고 한다)의 수정란 줄기세포주로 형성된 테라토마 사진인 사실, 원고는 2004년 논문에 이어서 사이언스지에 환자맞춤형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주 11개(NT-2 내지 12번)를 수립하였다는 내용의 2005년 논문을 게재·발표하였는데, 2005년 논문에 발표된 줄기세포주 11개 중 9개(NT-2 내지 8, 10, 11번)는 원고 연구팀의 연구원인 소외 1이 ○○○○에서 가져온 인공수정 배아줄기세포를 원고 연구팀에서 배양 중이던 내부세포괴와 혼합하는 이른바 섞어심기 방법에 의하여 마치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주가 수립된 것처럼 꾸민 것이고, 나머지 2개(NT-9, 12번)는 줄기세포주로 형성되지 않았음에도 원고가 논문에 게재한 사실, 또한 2005년 논문에는 줄기세포주로 형성되지 않은 2개(NT-9, 12번)와 논문 제출 훨씬 전에 오염사고로 인하여 이미 소멸된 줄기세포주 4개(NT-4 내지 7번)가 논문제출 당시 존재하고 각 검증검사가 이루어진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다른 줄기세포주 5개(NT-2, 3, 8, 10, 11번)에 대하여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검증검사들이 실제 시행된 것처럼 기재되어 있으며, 원고 등이 줄기세포 연구에 이용한 난자들을 제공받을 때 공여자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였음에도 “어떠한 형태로든 기증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행하여진 사실이 없다”고 허위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각 인정하였다.
원심은 나아가 원고가 2004년 논문과 2005년 논문에 관하여 연구원들에 대한 지휘·감독의무를 소홀히 하였고, 일부 실험 데이터 조작에 직접 관여함으로써 교육공무원으로서의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이 사건 파면처분의 징계사유는 인정되나, 2004년 및 2005년 논문의 과학적 진실성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된 것은 공동연구를 수행하던 ○○○○ 소속 연구원들의 불성실하고 자의적인 각종 검사 결과 조작 및 줄기세포주 섞어심기 등을 통한 원고의 연구업무에 대한 방해 행위에서 비롯된 것인 점, 이 사건 처분 당시 피고는 논문 조작의 경위나 실체가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원고가 제1저자 및 공동교신저자이자 연구의 총괄책임자라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후학들의 양성에 힘써 왔고 동물복제 연구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겨 과학발전에 크게 공헌하였으며 줄기세포주 수립에 많은 노력을 경주한 점, 원고가 징계위원회에 참석하여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진술하였고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하였으며 2004년 논문과 2005년 논문을 모두 철회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를 파면한 이 사건 처분은 지나치게 무거워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징계양정에 관한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긴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 할 것인데,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 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 (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두16172 판결 등 참조).
국립대학교에서 학생지도와 연구를 수행하는 교수이자 과학자인 원고에게는 직무의 성질상 강한 성실성과 진실성, 도덕성, 윤리성이 요구되고, 더욱이 인간 난자를 이용한 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인간 배아줄기세포주의 수립이라는 연구 분야는 생명윤리 및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연구 절차를 엄격히 통제하고 논문작성 과정에서 과학적 진실성을 추구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그리고 과학논문에 대하여는 그 데이터의 진실성을 외부에서 검증하기가 쉽지 않아 다른 과학자들은 논문에 기재된 데이터 등이 사실인 것을 전제로 후속 연구를 진행하는데 그 데이터 자체가 조작된 경우 후속 연구가 무산되는 등 과학계 전체가 큰 피해를 입으므로, 과학자가 실험 데이터를 조작하여 허위내용의 논문을 작성·발표한 행위에 대하여는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원고는 2004년 논문과 2005년 논문의 제1저자이자 연구과제 전체를 책임지는 공동교신저자로서 연구 관련 실험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휘·감독할 책임이 있고, ○○○○로부터 원고 연구팀에 파견된 소외 2와 소외 1은 원고의 지시를 받아 그 실험 중 일부를 수행한 사실, 원고는 소외 2와 소외 1에 대한 지휘·감독과 실험과정에 대한 통제를 소홀히 하여 그들이 2004년 논문의 유전자지문 분석검사를 조작하고, 소외 1이 2005년 논문의 줄기세포주 11개 중 9개를 섞어심기 방법에 의하여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주가 수립된 것처럼 조작하는 것을 방지하지 못함으로써 위 각 논문에 허위내용이 기재되게 한 사실, 원고는 2004년 논문 작성 당시 사이언스지로부터 NT-1번의 테라토마 사진을 요구받았으나 테라토마 실험이 실패하여 사진을 촬영하지 못하자, 소외 2와 소외 1에게 ○○○○의 수정란 줄기세포로 형성된 테라토마 파라핀 블록을 조달하여 달라고 요구하여 이를 받은 후 그 사진을 촬영하여 마치 NT-1번의 테라토마 사진인 것처럼 2004년 논문에 게재되게 한 사실, 원고는 2005년 논문을 작성할 때도 수립되어 존재하는 줄기세포주의 수량을 부풀리기 위하여 연구원들에게 줄기세포주로 형성되지 않은 2개(NT-9, 12번)와 논문을 제출하기 훨씬 전에 오염사고로 인하여 이미 소멸된 줄기세포주 4개(NT-4 내지 7번)가 논문 제출 당시 존재하고 각 검증검사가 이루어진 것처럼 실험 데이터를 조작하게 하고, 다른 줄기세포주 5개(NT-2, 3, 8, 10, 11번)에 대하여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검증검사들이 실제 시행된 것처럼 실험 데이터를 조작하도록 지시한 사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위 각 논문내용이 허위로 밝혀짐으로써 세계 과학계와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실망을 안겨주었고 △△대학교 교수들을 비롯하여 성실하게 연구에 전념해 온 과학연구자들 전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저하된 사실, 원고는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2004년 논문의 유전자지문 분석검사 조작과 2005년 논문의 실험과정에서 수립된 줄기세포주가 ○○○○의 인공수정 배아줄기세포주로 판명된 경위에 대하여는 알지 못하지만, 2004년 논문에서 테라토마 사진을 조작한 것과 2005년 논문에서 줄기세포주의 수량을 부풀리기 위하여 각종 실험 데이터를 조작한 것은 대체로 인정한다고 진술하였고, 징계위원들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기다릴 필요 없이 이미 인정된 부정행위만으로도 파면처분의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파면을 의결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2004년 및 2005년 논문의 과학적 진실성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된 주된 책임은 논문 및 연구과제의 총책임자로서 연구원들에 대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하였을 뿐만 아니라 직접 광범위한 실험 데이터 조작 및 논문의 허위내용 기재를 지시한 원고에게 있다 할 것이고, 이 사건 처분 후에 밝혀진 소외 2, 1의 일부 검사결과 조작 및 줄기세포주 섞어심기 등을 고려하더라도, 원고의 허위논문 작성·발표에 대한 책임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가 동물복제 연구 등의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립대학교 교수가 수행하는 직무 및 이 사건 연구의 특성, 허위논문 작성에 대한 엄격한 징계의 필요성, 원고가 논문의 데이터 중 일부를 고의로 조작하여 허위논문을 작성한 점, 원고에게 엄한 징계를 하지 않을 경우 연구기강을 확립하고 과학연구자 전체 및 △△대학교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처분의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긴 재량권을 일탈하였거나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징계처분에 있어서 재량권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