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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도6761 판결
[문서손괴][미간행]
판시사항

형법 제20조 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의 의미 및 정당행위의 성립 요건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용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형법 제20조 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어떤 행위가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 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도1764 판결 , 대법원 2005. 2. 25. 선고 2004도8530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2012. 3. 27. 12:00경 서울 송파구 (이하 생략)아파트 126동 엘리베이터에서 그곳에 부착된 ‘126동 동별대표자 해임 동의서 무효 처리의 건’이라는 제목의 위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공소외 1 명의의 공고문을 손으로 떼어내어 그 효용을 해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 및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2는 이 사건 아파트 126동의 동별 대표자이자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주자대표회의’라고 한다.)의 대표자 회장이고, 공소외 1은 이 사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거관리위원회’라고 한다.) 위원장이며, 피고인은 이 사건 아파트 126동의 입주자이자 2011. 6. 9.경부터 이 사건 아파트 부녀회(이하 ‘부녀회’라고 한다.)의 회장인 사실, 입주자대표회의의 관리규약 제20조는 동별 대표자가 주택법령 및 공동주택관리에 관계된 법령을 위반하거나 이 규약 및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을 위반한 때에는 해당 선거구의 10분의 1 이상의 입주자 등 또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그 구성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여 선거관리위원회에 해임절차의 진행을 요구할 수 있고(제2항), 해임을 요청받은 선거관리위원회는 해임사유와 해임 당사자가 제출한 소명자료를 해당 선거구의 입주자 등에게 미리 공개하고, 해당 선거구의 입주자 등을 상대로 투표절차를 진행하여야 한다(제5항)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피고인과 공소외 2 사이에 의견이 충돌하여 갈등관계가 형성되었는데, 이에 공소외 2가 부녀회가 주관하는 바자회의 일종인 녹색장터의 개최를 금지하고, 부녀회가 창립 당시 구성일시, 대표자, 구성원 등에 관한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절차상 하자가 있음을 이유로 2011. 11. 28.경 부녀회 승인을 취소하는 등 그 갈등관계가 심화된 사실, 이 사건 아파트 126동의 총 42세대 중 피고인을 포함하여 입주자 24명은 2012. 2. 14. 공소외 2가 이 사건 아파트의 재활용품 판매사업자를 선정하면서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형식을 취하여 주택법 시행령 등을 위반하였고, 2011. 8. 23.자로 입주자대표회의의 운영비사용규정을 개정하면서 사전에 주민들에 대한 공시절차를 거치지 않아 입주자대표회의의 관리규약을 위반하였으며, 일방적으로 부적법하게 부녀회의 승인을 취소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공소외 2를 126동의 동별 대표자직에서 해임하는 절차를 이행하여 달라는 취지의 해임요구서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사실, 선거관리위원장 공소외 1은 2012. 2. 29. 피고인에게 ‘126동 동별 대표자 공소외 2 해임 안건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를 개최하여 검토한 결과 피고인과 공소외 2의 각 주장에 대해 가부의 판단을 내릴 수 없으므로 법률자문을 받을 예정이다.’는 취지를 통지하고, 2012. 3. 2. 같은 내용의 안내문을 이 사건 아파트 126동 엘리베이터에 부착하여 공고하는 등 그 해임투표절차의 실시를 거부한 사실(피고인이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하여 제기한 서울동부지방법원 2012카합1586 투표절차진행 등 가처분 사건에서 2012. 10. 12. ‘입주자대표회의는 피고인이 발의한 공소외 2에 대한 동별 대표자 해임을 위한 투표절차를 이행하라.’는 취지의 결정이 있었고, 위 결정은 2012. 11. 27. 확정되었다.), 이에 피고인이 서울 송파구청에 공소외 1이 위와 같은 사유로 투표절차의 실시를 이행하지 않음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문의하였는데, 송파구청장은 2012. 3. 6. 피고인과 공소외 1에게 ‘선거관리위원회는 해임 사유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을 할 수 없고, 해임요청서의 형식적 구비요건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며 형식적 구비요건이 갖추어진 경우 해임절차를 진행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통보를 한 사실, 이에 피고인도 2012. 3. 9. 공소외 1에게 위와 같은 송파구청의 통보 사항을 전하는 한편 관리규약에 따른 투표절차의 신속한 이행을 촉구하였는데 공소외 1이 계속하여 법률자문을 이유로 투표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 피고인은 2012. 3. 23. 서울특별시장으로부터 ‘선거관리위원회가 절차를 거부하거나 고의로 지연하여서는 안되고 해임안 처리를 위한 법률자문을 받는 것도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이 아니므로 바람직하지 않으며, 관리규약에 따른 해임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는 경우(관할 구청장의 명령을 위반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민원 회신을 받은 사실, 피고인은 2012. 3. 26. 공소외 1에게 조속한 투표절차의 이행을 재차 촉구하였는데, 피고인으로부터 독촉을 받은 공소외 1은 2012. 3. 27. ‘126동 동별대표자 해임 동의서 무효 처리의 건’이라는 제하의 공고문(이하 ‘이 사건 공고문’이라 한다.)을 관리사무소장의 직인을 받지 않은 채 이 사건 아파트 126동 엘리베이터 내부에 부착하여 게시한 사실, 이 사건 공고문에는 “선거관리위원회는 126동 동별 대표자 해임 동의서 및 해당 동별 대표자 소명에 의하여 법률적인 자문을 받은 결과 주택법령 및 관리규약에 위반한 사실이 없는바, 본 동별 대표자 해임동의서 건에 대하여 무효 처리함을 알려드립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 이에 피고인은 이 사건 공고문의 내용에 의하면 공소외 2에 대한 해임요청이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무효화 된 것으로 입주자들이 오인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공고문을 송파구청에 위반사항 신고의 첨부자료로 사용하기 위하여 2012. 3. 27. 12:25경 손으로 뜯어내었고, 또한 공소외 1에게 “공소외 1 선거관리위원장이 126동에 게시한 공고문을 뜯어 송파구청 위반사항 신고 첨부자료로 사용합니다.”라는 내용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보냈으며, 실제로 이 사건 공고문을 송파구청 질의서에 첨부자료로 사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아울러 그 복사본을 설명과 함께 입주자들에게도 배부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나. 위 사실관계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피고인을 비롯한 이 사건 아파트 126동의 전체 입주자 42세대의 1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입주자들이 공소외 2에 대한 동별 대표자 해임투표절차의 실시를 요구하였으므로, 선거관리위원회는 피고인 등 입주자들이 주장하는 해임사유나 이에 대한 공소외 2의 반박 사유의 경중이나 그에 관한 실질적 적부 판단을 떠나 관리규약에 따라 형식적 요건을 갖추었다면 공소외 2에 대한 동별 대표자 해임투표절차를 실시할 의무가 있는데도 공소외 1은 정당한 사유 없이 공소외 2의 해임에 관한 투표절차를 수차례 거부하였고, 아파트 내에 게시물을 게시하는 경우 관리사무소장의 직인을 받아야 함에도 그 직인을 받음이 없이 정식 게시판이 아닌 엘리베이터 내부에 이 사건 공고문을 부착한 점, 피고인은 입주민들이 이 사건 공고문을 보는 경우 공소외 2에 대한 해임요청이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무효화 된 것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신속하게 방지하고, 이 사건 공고문을 송파구청에 위반사항 신고의 첨부자료로 사용하기 위하여 떼어내면서, 공소외 1에게 앞서 본 바와 같은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실제로 이 사건 공고문을 송파구청 질의서에 첨부자료로 사용하였으며, 아울러 그 복사본을 설명과 함께 입주자들에게도 배부한 것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 점, 피고인의 행위는 이 사건 공고문 1장을 떼어낸 것에 불과하여 그 피해가 매우 적은 반면, 아파트 입주민들이 선거관리위원장을 상대로 동별 대표자에 대한 해임절차를 적법하게 진행하여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이익 또는 이 사건 공고문을 위반사항 신고의 첨부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이익은 더 큰 것으로 보이는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고문의 내용에 의하면, 그 공고문을 읽어 본 입주민들이 공소외 2에 대한 해임요청이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무효화 된 것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이를 신속하게 방지할 필요가 있었고, 그 외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요구하여 이 사건 공고문을 떼어내도록 하거나 관리사무소의 협조를 얻는 등의 간이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었다고 볼 사정도 없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불가피하게 이 사건 공고문을 떼어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그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충족하므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의 행위를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신영철 김용덕 김소영(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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