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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재두299 판결
[법인세부과처분취소][공2013상,779]
판시사항

[1] 법률 조항 자체는 그대로 둔 채 법률 조항에 관한 특정한 내용의 해석·적용만을 위헌으로 선언하는 이른바 한정위헌결정에 헌법재판소법 제47조 가 규정하는 위헌결정의 효력을 부여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한정위헌결정이 재심사유가 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법령을 전부 개정하는 경우 종전 부칙 규정이 소멸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예외적으로 종전 부칙 경과규정이 실효되지 않고 계속 적용되는 경우

[3]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1990. 12. 31.) 제23조가 1993. 12. 31. 법률 제4666호로 전부 개정된 조세감면규제법의 시행 이후에도 실효되지 않고 계속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헌법재판소가 법률 조항 자체는 그대로 둔 채 그 법률 조항에 관한 특정한 내용의 해석·적용만을 위헌으로 선언하는 이른바 한정위헌결정에 관하여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 가 규정하는 위헌결정의 효력을 부여할 수 없으며, 그 결과 한정위헌결정은 법원을 기속할 수 없고 재심사유가 될 수 없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 법원과 헌법재판소 간의 권력분립 구조와 사법권 독립의 원칙에 관한 헌법 제101조 제1항 , 제2항 , 제103조 , 제111조 제1항 규정의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구체적인 사건에서 어떠한 법률해석이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인가를 포함하는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권한은 대법원을 최고 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한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 에 의하여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위헌인지를 심판할 제한적인 권한을 부여받았을 뿐, 이를 넘어서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법원의 법률해석이나 판결 등에 관여하여 다른 해석 기준을 제시할 수 없다. 이와 달리 보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관장사항으로 열거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 한 사법권은 포괄적으로 법원에 속하도록 결단하여 규정한 헌법에 위반된다.

(나) 민사소송법 제423조 , 제442조 , 제449조 , 제451조 제1항 , 제461조 ,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1호 , 제415조 , 제420조 의 내용과 취지에 따르면, 당사자가 제1심법원이나 항소법원의 법률해석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상소를 통하여 다투어야 하고, 어떠한 법률해석이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인가는 최종적으로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가려지며, 대법원의 심판이 이루어지면 그 사건의 판결 등은 확정되고 기판력이 발생하게 된다. 이로써 그 법적 분쟁은 종결되어 더는 같은 분쟁을 되풀이하여 다툴 수 없게 되고 이에 따라 법적 안정성이 확보되며 사회 전체는 그 확정판결에서 제시된 법리를 행위규범으로 삼아 새로운 법률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다)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 제45조 본문은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를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으로부터 제청받아 ‘법률의 위헌 여부’만을 결정할 뿐 특정한 ‘법률해석이 위헌인지 여부’에 관하여 제청받아 이를 심판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에서 규정하는 ‘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에 ‘법률해석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한다면, 헌법재판소법 제42조 제1항 에 의하여 법원은 어떠한 법률해석이 헌법에 합치되는지 여부의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한 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재판을 정지하여야 하는 수긍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한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 , 제2항 , 제3항 의 규정을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위헌 여부’만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제45조 본문과 함께 살펴보면,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 에서 규정한 ‘법률의 위헌결정’은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그 효력을 상실시키는 결정만을 가리키고, 단순히 특정한 ‘법률해석’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표명한 결정은 ‘법률’의 위헌 여부에 관한 결정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 결정에 의하여 법률의 효력을 상실시키지도 못하므로 이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하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 그 효력을 상실시키지 아니한 채 단지 특정한 ‘법률해석’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표명한 의견은 그 권한 범위를 뚜렷이 넘어선 것으로서 그 방식이나 형태가 무엇이든지 간에 법원과 그 밖의 국가기관 등을 기속할 수 없다. 또한 그 의견이 확정판결에서 제시된 법률해석에 대한 것이라 하더라도 법률이 위헌으로 결정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법률의 효력을 상실시키지 못하는 이상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에서 규정한 재심사유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해석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독일 등 일부 외국의 입법례에서처럼 헌법재판소가 헌법상 규정된 사법권의 일부로서 그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사실상 사법부의 일원이 되어 있는 헌법구조에서는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사법권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한 법원에 속한다고 명백하게 선언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는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원의 일부가 아님이 분명한 이상, 법률의 합헌적 해석기준을 들어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헌법 및 그에 기초한 법률체계와 맞지 않는 것이고 그런 의견이 제시되었더라도 이는 법원을 구속할 수 없다.

(라)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에 의한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의 제청은 법원이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위헌인지 여부의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하는 것이지 그 법률의 의미를 풀이한 ‘법률해석’이 위헌인지 여부의 심판을 제청하는 것이 아니므로, 당사자가 위헌제청신청이 기각된 경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대상도 ‘법률’의 위헌 여부이지 ‘법률해석’의 위헌 여부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법률해석’에 대한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특정한 법률해석이 위헌이라고 결정하더라도, 이는 헌법이나 헌법재판소법상 근거가 없는 결정일 뿐만 아니라 법률의 효력을 상실시키지도 못하므로, 이를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1항 에서 규정하는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이라거나,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 에서 규정하는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고, 이러한 결정은 법원이나 그 밖의 국가기관 등을 기속하지 못하며 확정판결 등에 대한 재심사유가 될 수도 없다. 법원의 판결 등에서 제시된 법률해석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국회의 입법작용을 통제하기 위하여 헌법재판소에 부여된 ‘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권을 법원의 사법작용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변질시킴으로써 헌법이 결단한 권력분립 구조에 어긋나고 사법권 독립의 원칙을 해치며 재판소원을 금지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의 취지를 위반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위와 같은 헌법소원을 허용하게 되면, 재판의 당사자는 제1심법원부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법원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적용하거나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하나 또는 여러 법률해석에 대하여 수시로 위헌제청신청을 하고 그 신청이 기각당하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법원의 재판과 이에 대한 상소를 통하여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가려야 할 법률해석에 대한 다툼이 법원을 떠나 헌법재판소로 옮겨가고 재판의 반대당사자는 이 때문에 사실상 이중으로 응소하여야 하는 고통을 겪게 되며,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는 확정판결 등에 의하여 보장받아야 할 법적 안정성을 침해받게 된다. 이는 사실상 재판절차에서 또 하나의 심급을 인정하는 결과로서 현행 헌법과 법률 아래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2] 법령을 전부 개정하는 경우에는 법령의 내용 전부를 새로 고쳐 쓰므로 종전의 본칙은 물론 부칙 규정도 모두 소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그 경우에도 종전 경과규정의 입법 경위와 취지, 그리고 개정 전후 법령의 전반적인 체계나 내용 등에 비추어 신법의 효력발생 이후에도 종전의 경과규정을 계속 적용하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에 부합하고, 그 결과가 수범자인 국민에게 예측할 수 없는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면 별도의 규정이 없더라도 종전의 경과규정이 실효되지 않고 계속 적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3] 구 조세감면규제법(1993. 12. 31. 법률 제466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부칙(1990. 12. 31.) 제23조(이하 ‘위 부칙규정’이라 한다)의 입법 경위와 취지, 그리고 1993. 12. 31. 법률 제4666호로 전부 개정된 조세감면규제법(이하 ‘전부 개정 조감법’이라 한다)의 전반적인 체계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에도 위 부칙규정은 실효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에 부합한다. 위 부칙규정은 이미 재평가를 한 법인에 대한 사후관리를 위한 목적에서 규정되었을 뿐이므로, 위 부칙규정을 계속 적용하는 것이 납세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위 부칙규정은 전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 이후에도 실효되지 않고 계속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볼 이유도 없다.

원고(재심원고)

주식회사 케이에스에스해운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소순무 외 3인)

피고(재심피고)

종로세무서장

주문

재심청구를 기각한다. 재심소송비용은 원고(재심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청구 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부과처분 및 재심청구의 경위

가. 원고(재심원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는 1989. 7. 1. 처음으로 주식을 상장하고자 하는 법인에 대한 재평가특례를 규정한 구 조세감면규제법(1990. 12. 31. 법률 제42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조감법’이라고 한다) 제56조의2 제1항 본문의 규정에 따라 자산재평가법에 의한 재평가를 한 다음, 그 재평가차액 14,724,629,134원을 소득금액 계산상 익금에 산입하지 아니한 채 1989 사업연도 법인세 등을 신고·납부하였다.

나. 그런데 1990. 12. 31. 법률 제4285호로 개정되어 1991. 1. 1.부터 시행된 조세감면규제법(이하 ‘이 사건 일부 개정 조감법’이라고 한다)은 종전의 제56조의2 규정을 삭제하면서 부칙 제23조(이하 ‘이 사건 부칙규정’이라고 한다)로 그에 관한 경과규정을 두었다. 즉 이 사건 부칙규정 제1항은 “이 법 시행 전에 종전의 제56조의2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하여 재평가를 한 법인에 대하여는 재평가일부터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 이내에 주식을 상장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하여 이미 행한 재평가를 자산재평가법에 의한 재평가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재평가를 한 법인이 당해 자산재평가적립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자본에 전입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재평가일부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기간 이내에 그 재평가를 취소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당해 법인은 각 사업연도 소득에 대한 법인세(가산세와 당해 법인세에 부가하여 과세되는 방위세를 포함한다)를 재계산하여 재평가를 취소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분 법인세 과세표준신고와 함께 신고·납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다만 위 제2항 중 ‘자산재평가적립금의 일부 또는 전부’ 부분은 조세감면규제법이 1991. 12. 27. 법률 제4451호로 개정되면서 ‘자산재평가적립금’으로 개정되었다).

한편 이 사건 부칙규정 제1항의 위임을 받은 구 조세감면규제법 시행령(1993. 12. 31. 대통령령 제1408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개정 전 조감법 시행령’이라고 한다) 제66조 는 주식의 상장기한을 ‘재평가일부터 5년 이내’로 규정하였는데, 위 상장기한은 조세감면규제법 시행령 및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의 개정에 따라 최종적으로 ‘2003. 12. 31.까지’로 연장되었다.

다. 그 후 원고가 2003. 12. 31.까지 주식을 상장하지 아니하자, 피고(재심피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는 2004. 1. 16. 이 사건 부칙규정 제1항을 적용하여 위 재평가차액 14,724,629,134원을 원고의 소득금액 계산상 익금에 산입하여 원고의 1989 사업연도 법인세 등을 증액하는 이 사건 부과처분을 하였다.

라.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부칙규정은 1993. 12. 31. 법률 제4666호로 전부 개정된 조세감면규제법(이하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이라고 한다)의 시행에 따라 실효되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이 사건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대상소송을 제기한 다음, 그 사건이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에 계속 중인 때에 이 사건 부칙규정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가 2009. 1. 23. 그 신청이 기각되자, 2009. 2. 27.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 에 근거하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마. 한편 서울고등법원은 2009. 1. 23. 재심대상소송사건에 관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여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2006누11097 ), 이어 대법원도 2011. 4. 28.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 이후에도 이 사건 부칙규정 제1항이 적용될 수 있음을 전제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는 재심대상판결을 선고하였다.

바.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원고 등이 제기한 2009헌바35, 2009헌바82(병합) 헌법소원사건에 관하여 2012. 7. 26.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부칙규정이 실효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됨을 확인한다”는 결정(이하 ‘이 사건 결정’이라고 한다)을 선고하였다.

사. 이에 원고는 2012. 9. 4.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된 후 헌법재판소가 원고의 헌법소원을 인용하여 위헌결정인 이 사건 결정을 선고하였으므로, 재심대상판결에는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 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재심의 소를 제기하였다.

2. 재심사유의 존재 여부

법률 조항 자체는 그대로 둔 채 그 법률 조항에 관한 특정한 내용의 해석·적용만을 위헌으로 선언하는 이른바 한정위헌결정에 관하여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 가 규정하는 위헌결정의 효력을 부여할 수 없으며, 그 결과 한정위헌결정은 법원을 기속할 수 없고 재심사유가 될 수 없다 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의 판례이다( 대법원 1996. 4. 9. 선고 95누11405 판결 , 대법원 2001. 4. 27. 선고 95재다14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 법원과 헌법재판소 간의 권력분립 구조와 사법권 독립의 원칙

(1) 대한민국헌법(이하 ‘헌법’이라고만 한다)은 서로 다른 독립기관으로 하여금 국가작용을 나누어 관장하도록 하여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으로부터 헌법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려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리하여 헌법상 국가기관이 가지는 권한 및 책무의 범위와 한계는 헌법체계에 의하여 부여된 바에 따라서 행사되고 준수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헌법이 기초한 권력분립의 원칙에 따른 견제와 균형의 원리이다.

(2) 헌법제101조 제1항 에서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 에서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위 각 규정에 의하여 ‘사법권’은 헌법에 달리 정함이 없는 한 포괄적으로 법원에 속하고, 대법원은 최고법원의 지위에 있음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헌법 제103조 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재판권 행사는 합헌적으로 또한 독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합헌적 법률해석의 원칙과 사법권 독립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재판은 당사자 사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한 경우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관련 법령의 의미를 해석한 후 이를 사실관계에 적용하여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를 판단하는 사법작용이므로, 법령의 해석·적용은 사법권의 본질적 부분을 형성한다. 헌법은 위와 같은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을 포함하는 사법권이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속하고, 그러한 법령의 해석·적용을 포함한 사법권의 행사가 헌법에 합치되도록 독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로써 헌법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어떠한 법률해석이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인가를 포함하는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법원에 전속하고, 그러한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다툼은 최고법원인 대법원에 의하여 최종적으로 판단되며, 다른 국가기관은 이에 관여할 수 없다는 취지를 명확히 하고 있는 것이다.

(3) 헌법은 위와 같이 법원의 권한과 조직 등에 관하여 먼저 규정한 뒤, 이어 별개의 장에서 헌법재판소의 권한과 조직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111조 제1항 은 헌법재판소는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 제1호 ), ‘탄핵의 심판’( 제2호 ), ‘정당의 해산 심판’( 제3호 ),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 제4호 ),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 제5호 )을 관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헌법이 법원에 포괄적으로 부여한 사법권에서 제외되어 헌법재판소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제한적으로 열거한 것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헌법으로부터 부여받은 위 권한 범위 내에서 심판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고, 이를 넘어서 법원에 속하는 사법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 중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 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에 대한 심판권을 법원에 속하는 사법권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헌법 제107조 제1항 에 상응하는 규정으로서, 이는 1987. 10. 29. 제9차 헌법 개정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과거의 헌정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는 헌법재판소가 심판하여 국회의 입법작용을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헌법적 결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그 규정에 의하여 헌법재판소가 심판하는 대상은 국회가 헌법 제40조 에 의한 입법권을 행사하여 제정한 ‘법률’이고, 법원이 구체적인 사건에서 법률의 뜻을 풀이한 ‘법률해석’ 내지 그러한 법률해석을 적용한 ‘법원의 판결·결정·명령’이 여기에 해당할 수 없음은 그 문언이나 헌법 개정 경위 및 취지에 비추어도 명백하다.

헌법재판소도 어떤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그 법률의 의미 내용과 포섭 범위를 판단하여야 하고 그런 한도에서 법률해석을 해야 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그 법률의 내용이 불명확하여 적용범위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없거나 취지 자체가 직접적으로 헌법에 위반되는 등의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여 그 법률 자체의 효력을 원천적으로 소멸시킬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 판단 결과 합헌적인 해석을 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그 법률의 위헌무효를 선언하면 되는 것이고 또 그렇게 할 권한이 있을 뿐이지, 더 나아가 법원에 대하여 법률의 해석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권한은 헌법 규정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

(4) 위와 같은 법원과 헌법재판소 간의 권력분립 구조와 사법권 독립의 원칙에 관한 헌법 규정의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구체적인 사건에서 어떠한 법률해석이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인가를 포함하는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권한은 대법원을 최고 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한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 에 의하여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위헌인지 여부를 심판할 제한적인 권한을 부여받았을 뿐, 이를 넘어서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법원의 법률해석이나 판결 등에 관여하여 다른 해석 기준을 제시할 수 없다. 이와 달리 보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관장사항으로 열거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 한 사법권은 포괄적으로 법원에 속하도록 결단하여 규정한 헌법에 위반된다.

나. 재판절차에 관한 소송법의 구조와 헌법정신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구체적인 사건에서 어떠한 법률해석이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인가를 포함하여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권한을 최종적으로 행사함으로써 헌법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여야 한다는 헌법정신은 다음과 같은 민사소송법, 행정소송법, 형사소송법의 규정에서도 구체화되어 있다.

민사소송법 제423조 는 “상고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드는 때에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442조 는 “항고법원·고등법원 또는 항소법원의 결정 및 명령에 대하여는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을 이유로 드는 때에만 재항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449조 는 “불복할 수 없는 결정이나 명령에 대하여는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 위반이 있거나, 재판의 전제가 된 명령·규칙·처분의 헌법 또는 법률의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이 부당하다는 것을 이유로 하는 때에만 대법원에 특별항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 각 규정은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에 의하여 행정소송에 준용된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1호 는 상고이유의 하나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을 때’를 규정하고, 제415조 는 “항고법원 또는 고등법원의 결정에 대하여는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때에 한하여 대법원에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 제461조 , 형사소송법 제420조 는 일정한 사유를 확정판결 등에 대한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법률해석이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인가에 관하여 확정판결 등과 다른 의견을 표명하였다는 사유는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위와 같은 소송법 등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따르면, 당사자가 제1심법원이나 항소법원의 법률해석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상소를 통하여 다투어야 하고, 어떠한 법률해석이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인가는 최종적으로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가려지며, 대법원의 심판이 이루어지면 그 사건의 판결 등은 확정되고 기판력이 발생하게 된다. 이로써 그 법적 분쟁은 종결되어 더는 같은 분쟁을 되풀이하여 다툴 수 없게 되고 이에 따라 법적 안정성이 확보되며 사회 전체는 그 확정판결에서 제시된 법리를 행위규범으로 삼아 새로운 법률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다. 위헌법률심사의 대상과 그 한계

헌법재판소법도 법원이 구체적인 사건에서 어떠한 법률해석이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인가에 관하여 내린 판단에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수 없다는 헌법정신을 여러 규정을 통하여 구체화하고 있다.

(1)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에는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군사법원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의 심판을 제청한다”고 규정하고, 헌법재판소법 제45조 본문은 “헌법재판소는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각 규정은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으로부터 제청받아 ‘법률의 위헌 여부’만을 결정할 뿐 특정한 ‘법률해석이 위헌인지 여부’에 관하여 제청받아 이를 심판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2) 또한 헌법재판소법 제42조 제1항 은 “법원이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한 때에는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법률의 해석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다투어지는 경우, 합헌적 법률해석의 권한과 책무를 부여받은 법원이 독립적으로 이를 판단하고, 당사자가 그 재판에 불복하는 때에는 상소를 제기하여 최고법원인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심판함으로써 그 분쟁이 종결된다. 그런데 이와 달리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에서 규정하는 ‘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에 ‘법률해석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한다면, 헌법재판소법 제42조 제1항 에 의하여 법원은 어떠한 법률해석이 헌법에 합치되는지 여부의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한 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재판을 정지하여야 하는 수긍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한다.

헌법재판소법 제42조 제1항 이 이러한 결과를 의도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위 규정은 ‘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권은 헌법재판소에 귀속되었으므로 법원이 그 심판을 제청한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진행 중인 재판을 정지함으로써 헌법재판소의 심판권을 존중하고, 그 결정을 재판에 반영하라는 취지이다. 이는 헌법재판소법 제45조 본문이 헌법재판소는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결정한다고 한 것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법 제42조 제1항 은 ‘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에 ‘법률해석’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진 조항이라고 보아야 하고, 그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헌법 및 법률 체계에 부합한다.

(3) 나아가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 에서 “법률의 위헌결정은 법원과 그 밖의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 에서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며, 제3항 에서 “ 제2항 단서의 경우에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각 규정을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위헌 여부’만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제45조 본문과 함께 살펴보면,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 에서 규정한 ’법률의 위헌결정‘은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그 효력을 상실시키는 결정만을 가리키고, 단순히 특정한 ’법률해석‘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표명한 결정은 ’법률‘의 위헌 여부에 관한 결정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 결정에 의하여 법률의 효력을 상실시키지도 못하므로 이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하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 그 효력을 상실시키지 아니한 채 단지 특정한 ‘법률해석’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표명한 의견은 그 권한 범위를 뚜렷이 넘어선 것으로서 그 방식이나 형태가 무엇이든지 간에 법원과 그 밖의 국가기관 등을 기속할 수 없다. 또한 그 의견이 확정판결에서 제시된 법률해석에 대한 것이라 하더라도 법률이 위헌으로 결정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법률의 효력을 상실시키지 못하는 이상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에서 규정한 재심사유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4) 헌법재판소가 특정한 법률해석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의견을 표명함으로써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거나 간섭할 수 없다는 점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에서도 재차 확인된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소원을 금지한 위 규정은 헌법이 결단한 법원과 헌법재판소 사이의 권력분립 구조 및 사법권 독립의 원칙을 바탕으로 헌법정신을 구체화한 확인적 규정일 뿐, 헌법재판소가 헌법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제한하는 형성적 규정이 아니다. 만일 헌법이나 헌법재판소법이 이와 다른 전제에 서 있었다면, 법원의 재판을 직접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삼았을 것이지 이를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입법은 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해석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독일 등 일부 외국의 입법례에서처럼 헌법재판소가 헌법상 규정된 사법권의 일부로서 그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사실상 사법부의 일원이 되어 있는 헌법구조에서는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사법권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한 법원에 속한다고 명백하게 선언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는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원의 일부가 아님이 분명한 이상, 법률의 합헌적 해석기준을 들어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헌법 및 그에 기초한 법률체계와 맞지 않는 것이고 그런 의견이 제시되었더라도 이는 법원을 구속할 수 없다.

라. 법률해석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가능한지 여부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 은 “ 제41조 제1항 에 따른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의 제청신청이 기각된 때에는 그 신청을 한 당사자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75조 제1항 은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하면서, 그 제7항 에서는 “ 제68조 제2항 에 따른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 헌법소원과 관련된 소송사건이 이미 확정된 때에는 당사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에 의한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의 제청은 법원이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위헌인지 여부의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하는 것이지 그 법률의 의미를 풀이한 ‘법률해석’이 위헌인지 여부의 심판을 제청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당사자가 위헌제청신청이 기각된 경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대상도 ‘법률’의 위헌 여부이지 ‘법률해석’의 위헌 여부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법률해석’에 대한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특정한 법률해석이 위헌이라고 결정하더라도, 이는 헌법이나 헌법재판소법상 근거가 없는 결정일 뿐만 아니라 법률의 효력을 상실시키지도 못하므로, 이를 가리켜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1항 에서 규정하는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이라거나,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 에서 규정하는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고, 이러한 결정은 법원이나 그 밖의 국가기관 등을 기속하지 못하며 확정판결 등에 대한 재심사유가 될 수도 없다.

(2) 법원의 판결 등에서 제시된 법률해석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국회의 입법작용을 통제하기 위하여 헌법재판소에 부여된 ‘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권을 법원의 사법작용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변질시킴으로써 헌법이 결단한 권력분립 구조에 어긋나고 사법권 독립의 원칙을 해치며 재판소원을 금지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의 취지를 위반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위와 같은 헌법소원을 허용하게 되면, 재판의 당사자는 제1심법원부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법원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적용하거나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하나 또는 여러 법률해석에 대하여 수시로 위헌제청신청을 하고 그 신청이 기각당하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법원의 재판과 이에 대한 상소를 통하여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가려야 할 법률해석에 대한 다툼이 법원을 떠나 헌법재판소로 옮겨가고 재판의 반대당사자는 이 때문에 사실상 이중으로 응소하여야 하는 고통을 겪게 되며,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는 확정판결 등에 의하여 보장받아야 할 법적 안정성을 침해받게 된다. 이는 사실상 재판절차에서 또 하나의 심급을 인정하는 결과로서 현행 헌법과 법률 아래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3) 헌법은 결코 헌법재판소에 헌법과 관련된 모든 사항에 관하여 최종적·독점적 권한과 지위를 부여한 것이 아니다. 일반 재판에서도 법률과 명령·규칙의 합헌적 해석의 범주가 어디까지인지의 문제는 법관들에 의하여 항상 명확하게 의식되어 판단되고 있다. 특정한 해석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러한 해석을 전제로 한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그 법령의 의미를 한정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법원이 재판에서 헌법재판소의 헌법과 관련된 법률해석이나 이해를 참고할 필요는 있겠지만, 두 기관이 별개 독립의 기관이고 권한이 다른 이상 그 법률해석에 기속력이 있음을 전제로 반드시 이를 따라야 한다고 할 수는 없으며, 나아가 그 법률해석을 이유로 곧바로 확정판결의 효력을 배제할 수도 없다.

마. 이 사건에 재심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

종전 법률이 개정되면서 그 부칙의 경과규정이 개정 법률에 반영되지 아니한 경우, 개정 법률 아래에서 어떠한 기준으로 그 부칙의 경과규정이 효력을 유지 또는 상실하는 것인지를 정하고, 어떠한 사정 아래에서 그러한 기준이 충족되는 것으로 보아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된다고 할 것인지는 그 개정 법률 및 경과규정의 효력과 적용 범위에 관한 해석·적용의 문제이다.

대법원은 이를 일부 개정과 전부 개정으로 나누어, 전자의 경우에는 종전 법률 부칙의 경과규정의 효력이 상실되지 아니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상실하되 예외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효력이 상실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그 특별한 사정의 유무를 심리하여 그 경과규정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여 왔다. 이는 사법작용의 본질적 부분인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판단을 한 것이지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을 한 것이 아니다.

이 사건 결정은 이 사건 부칙규정이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 이후 과세처분의 근거조항으로서 효력이 유지된다는 법률의 해석·적용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한 것이다. 이는 법원의 권한과 책무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법률조항의 해석·적용을 한 것이지 법률조항 자체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한 것이 아니다.

결국 이 사건 결정은 법적 근거가 없이 행하여진 것으로 이 사건 결정으로 이 사건 부칙규정의 전부나 일부의 효력이 상실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아니하므로, 이는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 이 규정한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원고의 헌법소원과 관련된 당해 소송사건에서 재심대상판결이 선고됨으로써 그 소송사건이 확정된 후 헌법재판소에서 이 사건 결정이 선고되었다고 하여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 에서 규정한 재심사유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3. 이 사건 부칙규정의 실효 여부

나아가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 이후에는 이 사건 부칙규정이 실효되어 더 이상 적용될 수 없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재심청구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

가. 법령의 제정 또는 개정과 종전 부칙 규정의 효력

(1) 법령이 제정되거나 개정되면 그 법령은 장래의 행위에 대하여만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법령이 제정되거나 개정되기 전에 이루어진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행위 당시 시행되던 법령에 의하여 규율된다. 이러한 법리는 조세 법령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즉 조세 법령이 폐지 또는 개정되더라도 그 전에 이미 완성된 과세요건사실에 대하여는 별도의 규정이 없는 한 종전의 법령(이하 ‘구법’이라고 한다)이 계속 적용되고, 새로 제정되거나 개정된 법령(이하 ‘신법’이라고 한다)은 조세 법령 불소급의 원칙 또는 소급과세금지의 원칙에 따라 그 효력발생 이후에 완성되는 과세요건사실에 대하여만 적용된다( 대법원 1993. 5. 11. 선고 92누18399 판결 등 참조). 결국 법령의 폐지나 개정으로 인하여 구법이 효력을 잃는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어떠한 행위에 대하여도 적용할 수 없는 절대적인 실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장래의 행위에 대하여만 적용할 수 없는 상대적인 실효를 의미한다. 이 점에서 보면, 법령의 개정으로 인하여 구법이 실효되었는지의 문제는 대부분 구체적 사건에서 구법을 계속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신법을 적용할 것인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2) 그런데 이러한 상대적 실효의 법리, 즉 별도의 규정이 없는 한 신법이 효력을 발생한 이후의 행위에 대하여는 구법이 효력을 잃고 신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법리는 본칙과 부칙 모두에 대하여 반드시 동일한 양상으로 관철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령의 본칙은 입법자가 법령의 제정이나 개정을 통하여 이루고자 하는 새로운 법질서 그 자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신법의 효력발생과 동시에 신법이 구법을 대신하여 적용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법령의 부칙, 특히 그중에서도 경과규정은 종래의 법질서로부터 새로운 법질서로의 이행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과도기적 경과조치를 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신법의 효력발생과 동시에 항상 효력을 잃는다고 보면 불필요한 혼란이나 입법상의 공백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판례가 법령의 일부만이 개정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종전의 경과규정이 실효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는 것(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11168 판결 등 참조)은 우리나라가 법령을 일부 개정할 때에는 흡수개정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사정도 아울러 고려한 것이다. 다만 법령을 전부 개정하는 경우에는 법령의 내용 전부를 새로 고쳐 쓰므로 종전의 본칙은 물론 부칙 규정도 모두 소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그 경우에도 종전 경과규정의 입법 경위와 취지, 그리고 개정 전후 법령의 전반적인 체계나 내용 등에 비추어 신법의 효력발생 이후에도 종전의 경과규정을 계속 적용하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에 부합하고, 그 결과가 수범자인 국민에게 예측할 수 없는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면 별도의 규정이 없더라도 종전의 경과규정이 실효되지 않고 계속 적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3)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6두19419 판결 등이, “개정 법률이 전부 개정인 경우에는 기존 법률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어서 종전의 본칙은 물론 부칙 규정도 모두 소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전의 법률 부칙의 경과규정도 모두 실효된다”고 전제한 다음, “여기에서 말하는 ‘특별한 사정’이란 전부 개정된 법률에서 종전 법률 부칙의 경과규정에 관하여 계속 적용한다는 별도의 규정을 둔 경우뿐만 아니라, 그러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종전의 경과규정이 실효되지 않고 계속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만한 예외적인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도 포함되고, 이 경우 예외적인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종전 경과규정의 입법 경위 및 취지, 전부 개정된 법령의 입법 취지 및 전반적 체계, 종전의 경과규정이 실효된다고 볼 경우 법률상 공백상태가 발생하는지 여부, 기타 제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것은 이러한 법리를 선언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부칙규정이 실효되지 아니하였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

(1)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살펴보면, 이 사건 부칙규정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 이후에도 실효되지 않고 계속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

㈎ 이 사건 부칙규정의 입법 경위와 취지, 그리고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전반적인 체계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부칙규정은 실효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에 부합한다.

입법자는 1987. 11. 28. 법률 제3939호로 조세감면규제법을 개정하면서 우량 주식회사의 기업공개와 주식 상장을 유도하기 위하여 제56조의2 를 신설하여 그 제1항 본문에서 한국증권거래소에 처음으로 주식을 상장하고자 하는 법인의 경우에는 자산재평가법에 의한 재평가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도 같은 법에 의한 재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재평가특례(이하 ‘기업공개 시의 재평가특례’라고 한다)를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위 제56조의2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한 재평가를 한 법인은 구 법인세법(1994. 12. 22. 법률 제48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5조 제1항 제5호 에 따라 그 재평가차액을 해당 사업연도 소득금액 계산상 익금에 산입하지 아니하는 한편, 재평가 이후의 각 사업연도 소득금액을 계산할 때도 재평가된 자산가액을 기초로 감가상각비나 양도차익 등을 산정하는 등의 조세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위 제56조의2 제1항 단서는 ‘재평가를 한 법인이 재평가일부터 2년 이내에 주식을 상장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미 행한 재평가를 자산재평가법에 의한 재평가로 보지 아니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당초 예정한 조세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게 하였다.

그런데 1989년경부터 주식 시장이 침체되자, 정부는 증시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주식공급물량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기업공개요건을 강화하였고, 그 연장선에서 입법자는 1990. 12. 31. 법률 제4285호로 조세감면규제법을 개정하면서 기업공개 시의 재평가특례제도를 폐지하기로 하여 위 제56조의2 를 삭제하는 한편, 위 규정에 따라 이미 재평가를 한 법인을 사후적으로 규율하기 위하여 이 사건 부칙규정을 두었다(위와 같이 개정된 조세감면규제법이 사건 일부 개정 조감법이다). 즉 이 사건 부칙규정은 제1항에서 주식 시장의 침체와 정부의 기업공개요건 강화 등으로 인하여 위 제56조의2 제1항 단서에서 정한 상장기한인 ‘재평가일부터 2년 이내’에 주식을 상장하지 못하는 법인에 대하여 상장기한을 연장하여 주되, 경제상황을 반영하여 그 기한을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상장기한을 정하도록 위임하는 한편, 제2항 에서는 일정한 경우 이미 행한 재평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이 사건 부칙규정 제1항의 위임을 받은 개정 전 조감법 시행령 제66조 는 상장기한을 ‘재평가일부터 5년’으로 연장하여 규정하였다. 그 후 1993. 12. 31. 법률 제4666호로 전부 개정되어 1994. 1. 1.부터 시행된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은 이미 이 사건 일부 개정 조감법에서 기업공개 시의 재평가특례제도가 폐지되었기 때문에 그 본칙은 물론 부칙에서도 그와 관련된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아니하였다. 다만 정부는 증시안정을 위한 기업공개요건의 강화 등으로 인하여 주식 상장이 계속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여 1993. 12. 31. 대통령령 제14084호로 전부 개정되어 1994. 1. 1.부터 시행된 조세감면규제법 시행령 제109조 에서 이 사건 부칙규정을 모법으로 하여 상장기한을 ‘재평가일부터 8년’으로 연장하여 규정하였고, 그 후에도 조세감면규제법 시행령 및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상장기한을 2003. 12. 31.까지로 연장하였다.

이와 같은 이 사건 부칙규정 제1항의 입법 경위와 취지 및 문언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부칙규정은 이 사건 일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일인 1991. 1. 1. 당시 이미 위 제56조의2 제1항 단서에서 정한 상장기한인 ‘재평가일부터 2년’이 경과하였으나 아직 주식을 상장하지 못한 법인에게도 적용되어 그 상장기한이 개정 전 조감법 시행령 제66조 에서 정한 ‘재평가일부터 5년’으로 연장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만약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에 따라 이 사건 부칙규정이 실효되어 더 이상 적용할 수 없다고 보면,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일인 1994. 1. 1.(이 사건 일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일인 1991. 1. 1.로부터는 3년이 경과한 날이다) 당시까지 똑같이 주식을 상장하지 못한 법인이라도, 개정 전 조감법 시행령 제66조 에서 정한 상장기한인 ‘재평가일부터 5년’이 이미 경과한 법인의 경우에는 과세요건사실 완성 당시에 시행되던 이 사건 부칙규정 제1항에 따라 법인세 등을 추가로 신고·납부하여야 하는 반면, 아직 위 상장기한이 경과하지 아니한 법인의 경우에는 이 사건 부칙규정이 실효됨에 따라 계속 주식을 상장하지 않더라도 법인세 등을 추가로 신고·납부하지 않아도 되는데, 입법자가 이러한 과세상의 차별이나 입법의 공백을 의도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입법자가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에 기업공개 시의 재평가특례제도와 관련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위 제도가 이미 폐지되었고 상장기한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였기 때문에 그에 관한 새로운 규율을 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일 뿐 위 제56조 제1항 의 규정에 따라 이미 재평가를 한 법인에 대한 사후관리의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 부칙 제2조가 “이 법 중 소득세 및 법인세에 관한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개시하는 과세연도분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여 법인세의 경우 그 적용대상을 원칙적으로 1994. 1. 1. 이후 최초로 개시하는 사업연도분으로 제한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입법자는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 이후에도 기존에 이루어진 재평가와 관련하여서는 이 사건 부칙규정을 계속 적용할 의도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 이 사건 부칙규정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미 재평가를 한 법인에 대한 사후관리를 위한 목적에서 규정되었을 뿐이므로, 이 사건 부칙규정을 계속 적용하는 것이 납세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일 당시를 기준으로 보면, 이 사건 부칙규정의 계속 적용이 납세자에게 불리한 것이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먼저,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일인 1994. 1. 1. 당시 이미 개정 전 조감법 시행령 제66조 에서 정한 상장기한인 ‘재평가일부터 5년’이 경과한 법인에 대하여 이 사건 부칙규정을 계속 적용하면 주식 상장의무 이행의 유예라는 유리한 결과를 낳는다. 그리고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일인 1994. 1. 1. 당시까지 아직 위 상장기한인 ‘재평가일부터 5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법인의 경우에는 이 사건 부칙규정의 계속 적용이 ‘과세근거의 존속’이라는 점에서 불이익하다고 볼 여지도 있지만,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과 동시에 상장기한이 연장되었다는 점에서는 유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부칙규정의 계속 적용이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납세자에게 유리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2) 따라서 이 사건 부칙규정은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 이후에도 실효되지 않고 계속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볼 이유도 없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결정에서 “법령이 전부 개정되면 별도의 명시적 규정이 없는 한 종전 부칙의 경과규정은 실효된다”고 전제한 다음,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부칙규정이 실효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세근거를 새로이 창설하는 결과에 이르는 입법행위로서 권력분립의 원칙을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즉 헌법재판소는 ‘법령이 전부 개정되면 별도의 명시적 규정이 없는 한 종전 부칙의 경과규정이 실효된다’는 헌법상의 원리 또는 원칙이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이와 달리 판단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법령의 일부 또는 전부 개정에 따라 종전 부칙의 경과규정이 실효되는지의 문제는 결국 구체적 사건에서 그 경과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의 문제이고, 그에 관한 판단이나 해석은 재판의 주요 내용으로서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을 이루므로, 이를 입법행위라고 할 수 없다. 또한, 법령의 일부 또는 전부 개정으로 인한 종전 경과규정의 실효에 관한 법리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법령의 개정방식과 개정문의 문언 내용, 그리고 경과규정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이 확인한 법률적용에 관한 일반이론에 불과할 뿐 헌법규정으로부터 도출되거나 헌법상 확립된 원리 또는 원칙이 아니다. 이 점에서 조세 법령 불소급의 원칙이나 소급과세금지의 원칙이 적용되는 국면인 신법을 그 효력발생 전에 완성된 과세요건사실에 대하여도 적용할 수 있는지의 문제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법원의 판단이나 해석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다른 견해를 피력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러한 법원의 판단이나 해석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 이 사건 부칙규정의 계속 적용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있는지 여부

설령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결정에서 밝힌 견해처럼 법령이 전부 개정된 경우에는 그 개정 법률에서 종전 부칙의 경과규정을 계속 적용한다는 취지의 명시적 규정을 둔 경우에만 그 경과규정이 실효되지 않는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은 그 부칙의 ‘적용례 규정’에서 이 사건 부칙규정을 계속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부칙규정은 실효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법령이 개정되면 원칙적으로 신법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의 행위에 대하여는 구법이 효력을 잃고 신법이 적용된다. 그러므로 법령을 개정하면서 신법의 ‘시행일’을 정해 놓으면 그 이후의 행위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신법이 당연히 적용되기 때문에 특별히 어떤 대상부터 적용한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지 않더라도 그 적용대상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행일’을 정하는 것만으로는 신법과 구법의 적용관계가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가 있고, 또 신법과 구법의 적용관계를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규율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도 있어 법령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는 신법의 부칙에 신법과 구법의 적용관계를 밝히기 위한 ‘적용례 규정’을 두는 것이 보통이다. 나아가 기득권이나 신뢰의 보호 또는 법적 안정성의 유지 등을 위하여 구법에 따라 이루어진 행위의 효력이나 구법 규정 그 자체의 효력에 관한 특례 등을 정한 경과규정을 두기도 한다.

(2) 따라서 이 사건 부칙규정을 포함한 이 사건 일부 개정 조감법의 모든 규정도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이 그 부칙에 적용례 규정이나 경과규정을 두었다면 그 내용에 따라 효력을 잃는 범위가 결정되고, 그와 달리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이 그 부칙에 별도의 적용례 규정이나 경과규정을 두지 않았다면 상대적 실효의 법리에 따라 그 효력발생 이후에 완성되는 과세요건사실에 대하여만 효력을 잃는다고 할 것이다.

(3) 그런데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 부칙은 제1조에서 그 시행일을 ‘1994. 1. 1.’로 규정하는 한편, 제2조(이하 ‘이 사건 적용례 규정’이라 한다)에서 ‘일반적 적용례’라는 제목 아래 “이 법 중 소득세 및 법인세에 관한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개시하는 과세연도분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은 위 규정이 적용대상으로 정한 ‘1994. 1. 1. 이후 최초로 개시하는 사업연도분 법인세’에 대하여만 적용되고, 그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1994. 1. 1. 이전에 개시된 사업연도분 법인세’에 대하여는 구법인 이 사건 일부 개정 조감법의 규정이 실효되지 않고 계속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4) 물론 이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즉 이 사건 적용례 규정에는 ‘이 법 시행 전에 개시된 사업연도분 법인세에 대하여는 종전의 법률을 적용한다’는 표현이 없으므로 이 사건 적용례 규정은 단지 신법인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적용대상만을 규정하였을 뿐 구법인 이 사건 일부 개정 조감법의 적용대상까지 규정한 것으로는 볼 수 없고, 한편 이 사건 일부 개정 조감법은 상대적 실효의 법리에 따라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효력발생 전에 이미 완성된 과세요건사실에 대하여만 적용되므로, 비록 그 사업연도가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일인 1994. 1. 1. 전에 개시되었더라도 이 사건과 같이 위 시행일 당시까지 아직 과세요건사실이 완성되지 아니한 사업연도분 법인세의 경우에는 구법인 이 사건 일부 개정 조감법을 계속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첫째, 법인세나 소득세와 같이 ‘기간’에 따라 과세단위가 구분되는 기간과세에서 특정한 과세기간에 대하여만 아예 적용할 법령이 없다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기간과세에서는 법령이 개정되면 신법을 적용해야 하느냐 아니면 구법을 적용해야 하느냐의 선택의 문제만 생길 뿐 적용할 법령이 없어 과세할 수 없다는 논리는 원칙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위 주장에 따르면, 1993. 1. 2.부터 1993. 12. 31.까지 사이에 개시되어 1994. 1. 1. 이후 종료하는 사업연도분 법인세(예를 들어 1993. 4. 1. 개시되어 1994. 3. 31. 종료하는 사업연도분 법인세)에 대하여는 이 사건 적용례 규정이 명백히 그 적용대상이 아님을 밝히고 있어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이 적용될 수 없음은 물론, 구법인 이 사건 일부 개정 조감법 시행 당시에는 아직 과세요건사실이 완성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일부 개정 조감법을 적용하여 과세할 수도 없는 매우 불합리한 결과가 생긴다.

둘째, 개정 법률의 부칙에 적용례 규정을 두는 취지나 법인세법상 또는 소득세법상 적용례 규정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적용례 규정은 1994. 1. 1. 전에 개시된 사업연도분 법인세에 대하여는 그 과세요건사실이 언제 완성되었는지를 묻지 않고 구법인 이 사건 일부 개정 조감법을 계속 적용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에 부합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신법의 부칙에 두는 적용례 규정은 신법과 구법의 적용관계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법인세법은 1949. 11. 7. 법률 제62호로 제정된 때부터 1978. 12. 5. 법률 제3099호로 개정될 때까지는 “이 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종료하는 사업연도분부터 적용한다”는 내용의 적용례 규정을 두었다가 1979. 12. 28. 법률 제3200호로 개정되면서부터는 “이 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개시하는 사업연도분부터 적용한다”는 내용의 적용례 규정을 두고 있다. 소득세법도 신법과 구법의 적용관계를 과세기간을 기준으로 정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적용례 규정에서 “이 법은 이 법 시행일이 속하는 과세기간분부터 적용한다”라고 정하거나 “개정 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개시하는 과세기간분부터 적용한다”고 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만약 이러한 법인세법이나 소득세법의 적용례 규정도 단지 신법의 적용대상만을 규정하였을 뿐 구법의 적용대상을 규정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면, 원래는 구법이 적용되어야 하는 과세기간분 법인세나 소득세의 경우에도 신법 시행 당시까지 과세요건사실이 완성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적용할 법령이 없는 입법의 공백상태가 발생하는데, 입법자가 이러한 결과를 의도하였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

(5) 따라서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일인 1994. 1. 1. 전에 개시된 사업연도분 법인세의 과세에 대하여는 그 과세요건사실이 언제 완성되었는지를 묻지 않고 여전히 구법인 이 사건 일부 개정 조감법이 적용된다.

(6) 그런데 이 사건 부칙규정은 1991. 1. 1. 이 사건 일부 개정 조감법이 시행되면서 삭제된 구 조감법 제56조의2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하여 이미 재평가를 한 법인에 대한 사후관리를 위한 규정으로서,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칙적으로는 1991. 1. 1. 전에 개시된 사업연도분 법인세의 과세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즉 이 사건 부칙규정의 적용 여부가 문제 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1991. 1. 1. 전에 개시된 사업연도분 법인세이다.

먼저, 이 사건 부칙규정 제1항에 따르면 ‘1991. 1. 1. 전에 구 조감법 제56조의2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하여 재평가를 한 법인이 상장기한까지 주식을 상장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이미 행한 재평가를 자산재평가법에 의한 재평가로 보지 아니하므로, 그 재평가차액을 소득금액 계산상 익금에 산입하여 ‘재평가를 한’ 사업연도분 법인세와 그 부가세인 방위세 등(이하 단순히 ‘법인세’라고 한다. 다만 방위세 부과의 근거 법률인 방위세법은 1991. 1. 1.부터 폐지되었으므로, 그 이후에는 방위세가 제외된다)을 추가로 신고·납부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 경우 추가로 신고·납부하는 법인세는 언제나 1991. 1. 1. 전에 개시된 사업연도분이어서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

다음으로, 이 사건 부칙규정 제2항에 따르면 ‘1991. 1. 1. 전에 구 조감법 제56조의2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하여 재평가를 한 법인이 상장기한 이전에 재평가를 취소한 경우’에는 이미 행한 재평가가 소급하여 없었던 것이 되므로, 자산재평가법에 의한 재평가가 있었음을 전제로 하여 처리한 감가상각비나 자산의 양도차익 등을 재계산하여 각 사업연도분 법인세를 추가로 신고·납부하여야 한다. 즉 재평가의 취소가 언제 있었든지 간에 먼저 ‘재평가를 한’ 사업연도분(어떤 법인이든 1991. 1. 1. 전에 개시된 사업연도분이다) 법인세를 재계산한 다음, 그에 기초하여 후속 사업연도분 법인세도 재계산하여야 한다. 따라서 후자에 대한 과세는 전자에 대한 과세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지는 것에 불과하여 원칙적으로 별도의 법령상 근거가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부칙규정 제2항이 규율하는 대상도 원칙적으로는 1991. 1. 1. 전에 개시된 사업연도분 법인세이다.

(7) 결국 이 사건 부칙규정은 이 사건 일부 개정 조감법의 다른 규정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적용례 규정이 신법인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적용대상으로 규정하지 아니한 1994. 1. 1. 전에 개시된 사업연도분 법인세의 과세와 관련하여서는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와 같이 1991. 1. 1. 전에 구 조감법 제56조의2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하여 재평가를 한 법인이 최종상장기한인 2003. 12. 31.까지 주식을 상장하지 아니하였거나 혹은 2003. 12. 31. 이전에 재평가를 취소한 경우에는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 이후에도 이 사건 부칙규정을 적용하여 과세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라. 소결

그렇다면 이 사건 전부 개정 조감법의 시행 이후에도 이 사건 부칙규정이 적용될 수 있음을 전제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 재심대상판결의 결론은 어느 모로 보나 정당하므로, 원고의 이 사건 재심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재심청구를 기각하고, 재심소송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병대(재판장) 양창수 고영한 김창석(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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