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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1도769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사기][공2011상,984]
판시사항

[1] 사기죄의 구성요건 중 ‘처분행위’의 의의와 요건

[2]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이자 지급 약정하에 대여금을 교부받았으나 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사안에서, 위 이자 부분에 대하여 피해자들의 별도의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자료가 없는데도 사기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에 심리미진이나 채증법칙 위반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3] 수인의 피해자에 대하여 단일한 범의하에 동일한 방법으로 각 피해자별로 기망행위를 한 경우, 사기죄의 죄수 및 포괄일죄로 볼 수 있는 경우

[4] 사기죄 피해자들의 피해 법익이 동일하다고 볼 근거가 없는데도, 위 피해자들이 부부라는 사정만으로 이들에 대한 각 사기 행위가 포괄하여 일죄에 해당한다고 보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한 원심판결에 죄수에 관한 심리미진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 재산상의 이득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여기서 ‘처분행위’라고 하는 것은 재산적 처분행위로서 주관적으로 피기망자가 처분의사 즉 처분 결과를 인식하고 객관적으로는 이러한 의사에 지배된 행위가 있을 것을 요한다.

[2]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투자금 명목의 돈을 편취하는 과정에서 이자 지급 약정하에 대여금을 교부받았으나 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사안에서, 위 이자 부분에 대해서도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피고인의 기망행위로 인해 이자 부분에 관한 별도의 처분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하여 피해자들의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자료가 없는데도, 피고인의 기망행위와 위 이자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에 심리미진이나 채증법칙 위반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3] 사기죄에서 수인의 피해자에 대하여 각 피해자별로 기망행위를 하여 각각 재물을 편취한 경우에 그 범의가 단일하고 범행방법이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포괄일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별로 1개씩의 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만 피해자들이 하나의 동업체를 구성하는 등으로 피해 법익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피해자가 복수이더라도 이들에 대한 사기죄를 포괄하여 일죄로 볼 수도 있다.

[4] 사기죄 피해자들의 피해 법익이 동일하다고 볼 근거가 없는데도, 위 피해자들이 부부라는 사정만으로 이들에 대한 각 사기 행위가 포괄하여 일죄에 해당한다고 보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한 원심판결에 죄수에 관한 심리미진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국제 담당변호사 김동진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장변경 허가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검사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철회 또는 변경을 할 수 있고,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공소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이러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기능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행위와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규범적 요소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검사는 원심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이에 속은 피해자들로부터 차용금 명목으로 합계 24억 7,1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를 ‘이에 속은 피해자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2007. 11. 27. 1억 3,000만 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08. 7. 31.경까지 당심 별지 [범죄일람표(투자금산정서)] 기재와 같이 47회에 걸쳐 합계 2,458,389,426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로 변경하는 공소장변경 신청을 하였고, 원심은 이를 허가하였는바, 위 변경 전후의 공소사실은 모두 투자 권유를 통한 피고인의 일련의 편취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단지 변경 후 공소사실은 변경 전 공소사실의 범죄 일시 등을 수정·특정하면서 편취 금액에 약간의 수정을 가하고 ‘차용금’을 ‘투자금’으로 정정한 것일 뿐, 당초의 공소사실 외에 별도로 이루어진 편취행위를 새로 공소사실에 추가하는 취지로 변경한 것은 아니라 할 것이므로, 위 변경 전후의 공소사실은 서로 양립 가능한 것이 아닌데다가 위 변경 후 공소사실은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에 있어서 전체적으로 변경 전 공소사실의 사실관계에 포함되어, 위 공소장변경 전후의 공소사실은 상호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공소장변경을 허가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공소장변경 및 허가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공소장이 적법하게 변경된 이상, 당초의 공소장에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는지의 여부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아니한다.

2. 원심 [범죄일람표] 3, 4, 14, 15, 25, 26, 28, 34, 42, 44, 46번 기재 사기의 점을 제외한 나머지 사기의 점에 대하여

가. 편취 범의에 대하여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미필적 고의에 의하여도 사기죄는 성립되는 것인바,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며,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8. 1. 18. 선고 2007도8781 판결 등 참조).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본 것은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수긍할 수가 있고, 거기에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없으며, 상고이유는 결국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탓하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받아들일 수가 없는 주장이다.

나. 기망과 편취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하여

범인이 기망행위에 의해 스스로 재물을 취득하지 않고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한 경우에도 범인에게 그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을 취득하게 할 의사가 있으면 사기죄는 성립할 수 있다.

원심은 그 설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그 판시 취지는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자신이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추진 중이던 사업과 관련하여 위 회사의 채권자인 주식회사 하나은행 등에 지급할 금원을 피해자들로 하여금 피고인 대신 지급하도록 지시하여 이를 편취하였고, 피고인에게는 위 금원을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채권자 등으로 하여금 취득하게 할 의사도 있었다는 것으로 보인다.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은 그 범죄사실의 설시에 다소 미흡한 점은 있으나, 이 부분에 관하여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본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사기죄에 있어서 기망과 편취 사이의 인과관계 및 재물편취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원심 [범죄일람표] 3, 4, 14, 15번 기재 사기의 점에 대하여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바,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해자들이 투자 대상 부동산인 ○○빌딩의 3, 4층 전체와 2층의 일부 점포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기 위하여 취득세, 등록세 등의 금원을 지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자신들의 투자금에 대한 담보를 확보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라면, 피고인에게 이 부분에 관하여 사기의 범의가 있다거나 피고인이 이를 편취하였다고 하기는 어려우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부분에 관하여 기망에 따른 피해자들의 처분행위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보다 더 심리를 하여 합리적 의문을 해소한 이후에 피고인의 범행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의 기망행위와 위 각 금원 지급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사기죄에 있어서 기망행위와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원심 [범죄일람표] 25, 26, 28, 34, 42, 44, 46번 기재 사기의 점에 대하여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 재산상의 이득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여기서 처분행위라고 하는 것은 재산적 처분행위를 의미하고 그것은 주관적으로 피기망자가 처분의사 즉 처분 결과를 인식하고 객관적으로는 이러한 의사에 지배된 행위가 있을 것을 요한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87. 10. 26. 선고 87도104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공소사실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이 부분은 피해자들이 피고인에게 대여금조로 지급한 4억 원에 대한 이자라는 것인바, 피고인이 위 금원을 차용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이자 약정을 하고 이를 지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이자 부분에 관하여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고, 이자 부분에 관하여도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피고인의 기망행위로 인해 이자 부분에 관한 별도의 처분행위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기록을 보더라도 위 이자 부분에 관하여 피해자들의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자료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의 기망행위와 위 이자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사기죄에 있어서 기망행위와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5.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징역 10년의 형보다 무겁지 아니한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원심의 형이 무겁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6. 직권판단

사기죄에 있어서 수인의 피해자에 대하여 각 피해자별로 기망행위를 하여 각각 재물을 편취한 경우에 그 범의가 단일하고 범행방법이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포괄일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별로 1개씩의 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 대법원 1997. 6. 27. 선고 97도508 판결 등 참조). 다만 피해자들이 하나의 동업체를 구성하는 등으로 피해 법익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피해자가 복수이더라도 이들에 대한 사기죄를 포괄하여 일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원심은 피해자 공소외 2, 3에 대한 각 사기죄에 관하여 ‘포괄하여’ 1개의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는데, 비록 피해자들이 부부 사이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각 사기 행위가 포괄하여 일죄가 된다고 볼 수는 없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들의 피해 법익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 경우라야만 피해자들에 대한 사기죄를 포괄하여 일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설시한 범죄사실 기재만으로도 피해자들의 피해 법익이 동일하다고 볼 별다른 근거가 없음에도 위 각 사기죄가 포괄하여 일죄라고 보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죄수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거나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법령의 적용을 그르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도6288 판결 등 참조). 특히 검사가 피고인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로 기소한 이 사건에서는 죄수 판단에 따라 사기죄의 이득액이 달라질 수 있고, 이로 인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의 적용 여부도 달라질 수 있으므로 더욱 그러하다.

7.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상고가 이유 있는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바, 원심은 상고가 이유 있는 부분과 나머지 부분을 포괄일죄 또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보아 피고인을 하나의 형으로 처단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박시환 안대희(주심) 차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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