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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7. 29. 선고 2010다699 판결
[대여금][공2010하,1756]
판시사항

[1] 다수 당사자 사이에서 경개계약이 체결된 경우 일부 당사자 사이의 경개계약 합의해제의 효력 및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법률관계의 해결에 관한 약정이나 논의 없이 경개계약을 합의해제하는 것이 경험칙상 이례에 속하는지 여부(적극)

[2] 갑, 을, 병 사이에 체결된 경개계약을 갑과 을 사이에 합의해제하는 것만으로는 병과 사이의 법률관계가 해결되지 않으므로 그에 관하여 아무런 약정이나 논의도 없이 경개계약을 합의해제하는 것은 경험칙상 이례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갑과 을이 경개계약을 합의해제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계약자유의 원칙상 경개계약의 성립 후에 그 계약을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합의해제하여 구채무를 부활시키는 것은 적어도 당사자 사이에서는 가능하다. 또한, 다수 당사자 사이에서 경개계약이 체결된 경우 일부 당사자만이 경개계약을 합의해제하더라도 이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다만 그 효과가 경개계약을 해제하기로 합의한 당사자들에게만 미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일부 당사자만이 경개계약을 합의해제하게 되면 그들 사이에서는 구채무가 부활하고 나머지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경개계약에 따른 신채무가 여전히 효력을 가지게 됨으로써 당사자들 사이의 법률관계가 간명하게 규율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경개계약을 합의해제하는 당사자들로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관심사가 될 터이므로 이에 관한 아무런 약정이나 논의 없이 그들 사이에서만 경개계약을 해제하기로 합의하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 이례에 속하는 일이다.

[2] 채권채무관계에 있는 갑, 을, 병 사이에 을의 갑에 대한 대여금채무는 갑에 대한 채무자가 을에서 병으로, 병의 을에 대한 대여금채무는 병에 대한 채권자가 을에서 갑으로 각 변경되고, 기존의 위 각 채무의 내용도 갑과 병 사이의 매매계약상 채무 이행으로 바뀌게 되는 정산약정 및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위 정산약정 및 매매계약은 민법 제500조 에서 규정한 경개계약에 해당하는데, 갑과 을 사이에 위 정산약정을 합의해제하는 것만으로는 그 해제의 효력이 병에게 미칠 수 없어 병과 사이의 각 법률관계가 해결되지 않으므로 갑과 을이 그에 관하여 아무런 약정이나 논의도 없이 정산약정만을 합의해제하였다는 것은 경험칙상 이례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갑이 지급한 매매대금을 을로부터 회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갑과 을이 정산약정을 합의해제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여헌)

피고, 상고인

피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광 담당변호사 박태범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대여금채권의 당사자에 관한 채증법칙 위반의 점에 관하여(상고이유 제2점)

이 부분 상고이유는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더라도 원고로부터 돈을 차용한 사람은 피고 1이라고 본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정산약정의 합의해제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관하여(상고이유 제1점)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는 2004. 11. 1.부터 2005. 3. 10.까지 피고 1에게 7회에 걸쳐 합계 5억 원을 이자 월 2.5%로 정하여 대여한 사실(이하 ‘이 사건 대여금채권’이라 한다), 피고 2는 위 대여금채무 중 3억 2천만 원에 대하여 연대보증한 사실, 피고 1은 원고로부터 차용한 위 대여금과 자신이 보유하던 돈을 소외인에게 이자를 월 3%로 정하여 대여하였고, 그 담보로 2004. 11. 10. 소외인 소유의 익산시 중앙동 (상세 지번 생략) 대 210.9㎡ 및 그 지상건물(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 피고 2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가등기를 마친 사실, 그 후 피고 1은 원고에게 위 대여금의 이자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자, 2007. 10. 19. 원고와 사이에, 원고가 소외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매매대금을 7억 5천만 원으로 정하여 매수하기로 하되, 그 중 5억 원은 피고 1에 대한 대여원리금을 변제받는 것으로 갈음하고, 나머지 2억 5천만 원을 소외인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의 이행각서를 작성한 사실(이하 ‘정산약정’이라 한다), 원고는 같은 날 소외인과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위와 같은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나머지 매매대금 중 1억 3천만 원을 수표 4장으로 나누어 지급하였다가, 2007. 10. 29. 피고 1로부터 위 수표들을 전부 회수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정산약정 및 매매계약의 체결로서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이 사건 대여금채권은 일응 소멸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나, 나아가 그 판시와 같은 사정, 즉 피고들은 원고가 위 수표들을 탈취해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해 고소를 하는 등의 조치를 전혀 취한 바 없고, 당시 59세의 남자인 피고 1이 자신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자신보다 연약한 61세의 여자인 원고로부터 위 수표 4장을 탈취당했다는 것이나 그 직후 위 수표들을 되찾기 위해 원고를 뒤쫓아 가지도 않은 채 단지 원고와 전화통화만을 시도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 소외인은 이 사건 매매계약의 체결일부터 2년여가 경과하도록 원고에 대하여 위 수표 4장의 액면금을 포함한 매매대금 2억 5천만 원의 이행을 최고하거나 매대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다가, 2009. 6. 11. 원고의 이 사건 대여금청구를 기각하는 제1심판결이 선고되자 비로소 2009. 8. 12. 원고를 상대로 매매대금청구 소송을 뒤늦게 제기한 점,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은 피고들로부터 위 대여금에 대한 2005. 3.경 이후의 이자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던 중 피고 1로부터 피고들이 담보로 제공받은 이 사건 부동산이 위 각 대여원리금채권을 훨씬 넘는 가치가 있으니 이에 갈음하여 매수하라는 제안을 받고 그 시가 등을 제대로 확인해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승낙하고 위 수표들을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대금으로 지급하였다가, 그 후 이 사건 부동산처럼 지방에 소재하고 있는 부동산은 그 가격이 유동적일 뿐만 아니라 권리관계가 복잡할 경우 차후 문제될 수 있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고 피고들에게 위 정산합의의 해제를 주장하며 위 수표들을 반환받기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피고들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서 소외인은 원고로부터 2억 5천만 원을 추가로 받고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려 하였으나 원고가 거절하여 성사되지 못했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피고 1로부터 위 수표들을 반환받을 당시 피고들과 위 정산합의를 합의해제하기로 하였다고 추단함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피고 1은 주채무자로서 5억 원, 피고 2는 연대보증인으로서 피고 1과 연대하여 위 돈 중 3억 3천만 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약정이자를 미납한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05. 3. 10.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30%의 비율로 계산한 약정이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먼저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원고와 피고 1 그리고 소외인 사이에 체결된 정산약정 및 매매계약의 법적 성격을 살펴보면, 이는 피고 1의 원고에 대한 대여금채무 및 소외인의 피고 1에 대한 대여금채무의 채권자, 채무자, 채무의 내용 등 각 그 중요한 부분을 변경하는 것으로서 민법 제500조 에서 규정한 경개계약에 해당하고, 구채무인 위 각 대여금채무는 경개로 인하여 모두 소멸하게 된다. 즉, 피고 1의 원고에 대한 대여금채무는 원고에 대한 채무자가 피고 1에서 소외인으로, 소외인의 피고 1에 대한 대여금채무는 소외인에 대한 채권자가 피고 1에서 원고로 각 변경되었으며, 기존의 위 각 채무의 내용도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매매계약상 채무 이행으로 바뀌게 되었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위 정산약정 및 매매계약의 체결로서 구채무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대여금채권이 소멸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원심이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위 정산약정이 합의해제되었으므로 피고들은 원고에게 구채무인 이 사건 대여금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계약자유의 원칙상 경개계약의 성립 후에 그 계약을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합의해제하여 구채무를 부활시키는 것은 적어도 당사자 사이에서는 가능하다 (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다62333 판결 참조). 또한, 다수 당사자 사이에서 경개계약이 체결된 경우 일부 당사자만이 경개계약을 합의해제하더라도 이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다만 그 효과가 경개계약을 해제하기로 합의한 당사자들에게만 미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일부 당사자만이 경개계약을 합의해제하게 되면 그들 사이에서는 구채무가 부활하고 나머지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경개계약에 따른 신채무가 여전히 효력을 가지게 됨으로써 당사자들 사이의 법률관계가 간명하게 규율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경개계약을 합의해제하는 당사자들로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관심사가 될 터이므로 이에 관한 아무런 약정이나 논의 없이 그들 사이에서만 경개계약을 해제하기로 합의하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 이례에 속하는 일이다 ( 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다17093 판결 , 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4다11506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고와 피고 1 사이에 정산약정을 해제하기로 한 합의가 유효하더라도 그 해제의 효력이 소외인에게 미칠 수 없다. 그 결과 피고 1로서는 정산약정만이 해제될 경우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구채무가 부활하는 반면 소외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매매계약의 체결을 통하여 채권자를 원고로 변경하였기 때문에 자신의 채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되며, 원고의 입장에서도 피고 1에 대한 구채무의 부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외인과 사이에 체결한 매매계약이 존속하므로 소외인으로부터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피고 1로부터는 구채무에 따른 대여금을 취득할 수 있는 지위를 겸유하게 되어 결국 양 채무의 이행 여하에 따라 향후 부당이득 반환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뿐만 아니라 정산약정의 해제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의 매수인으로서 소외인에게 부담하고 있는 매매계약상 채무를 면할 수도 없게 된다. 이처럼 원고는 원고대로, 피고 1은 피고 1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실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산약정을 합의해제하는 것만으로는 소외인과 사이의 각 법률관계가 해결되지 않으므로 원고와 피고 1이 그에 관하여 아무런 약정이나 논의도 없이 정산약정만을 합의해제하였다는 것은 경험칙상 이례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고가 피고 1로부터 1억 3천만 원을 회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 1과 원고 사이에서 정산약정을 합의해제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원심이 들고 있는 여러 정황들을 모아 보더라도 원고, 피고 1 및 소외인 3자 간에 정산약정 및 매매계약을 합의해제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피고 1로부터 위 수표를 회수할 당시 소외인과는 전혀 접촉이 없었으므로 원고, 소외인, 피고 1 사이에 정산약정 및 매매계약의 묵시적 합의해제가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인데,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계약 후 당사자들의 계약 실현 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로 인하여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당사자들의 의사가 객관적으로 일치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다63575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소외인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채권자인 피고 1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이자나 지연손해금을 면제받았음을 알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소외인이 굳이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피고 1에 대하여 부담하는 구채무를 부활시킬 만한 특별한 계기를 찾을 수 없다. 원심이 지적한 바대로 소외인이 이 사건 제1심판결 선고 후 그제야 뒤늦게 원고를 상대로 매매대금 청구의 소를 제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소외인이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이 사건 소송 결과를 지켜보고 난 뒤 그에 대응하여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였을 여지도 충분히 있을 수 있고, 소외인이 수사기관에서 ‘원고로부터 2억 5천만 원을 추가로 받고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려 하였으나 원고가 거절하여 성사되지 못했다’고 한 진술도 ‘원고의 일방적 파기로 말미암아 매매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충분히 달리 해석할 수 있으므로, 원고와 피고 1 및 소외인 사이에 정산약정 및 매매계약 실현하지 아니할 의사가 객관적으로 일치되어 위 정산약정 및 매매계약이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원심판결에는 정산약정 및 매매계약의 합의해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양승태 김지형(주심) 전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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