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계약의 합의해제 또는 해제계약의 의의 및 성립요건
나. 원상회복 약정 없이 매매계약을 합의해제함이 경험칙상 이례에 속하는지 여부
판결요지
가. 계약의 합의해제 또는 해제계약이라 함은 해제권의 유무를 불구하고 계약당사자 쌍방이 합의에 의하여 기존의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켜 당초부터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상태로 복귀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계약으로서, 계약이 합의해제되기 위하여는 일반적으로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계약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의사표시가 합치될 것을 그 요건으로 하는바, 이와 같은 합의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쌍방 당사자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의사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일치하여야 되는 것이다.
나. 계약을 합의해제할 때에 원상회복에 관하여 반드시 약정을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매계약을 합의해제하는 경우에 이미 지급된 계약금, 중도금의 반환 및 손해배상금에 관하여는 아무런 약정도 하지 아니한 채 매매계약을 해제하기만 하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 이례에 속하는 일이다.
참조조문
민법 제543조 , 제548조 , 민사소송법 제187조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형기
피고, 피상고인
보성실업 주식회사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의 이유의 요지
원심은, 원고는 1988.4.15. 피고들과 사이에 피고 보성실업주식회사(이하 피고회사라 한다) 소유의 원심판결 별지목록 제1,2기재 부동산의 각 1/2지분과 피고 2 소유의 같은 목록 제3기재 부동산의 1/2지분 및 피고 회사의 주식 4,500주에 관하여 대금을 금 360,000,000원으로 하고, 계약금 및 중도금 합계 금 200,000,000원은 같은 해 4.22.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와 상환하여 지급하며 잔대금 160,000,000원은 같은 해 5.11.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4.23. 피고들에게 위 계약금 및 중도금으로 금 200,000,000원을 지급한 사실, 원고는 위 잔대금의 지급기일이 지난 같은 해 5.16. 소외 1을 통하여 피고들에게 피고 회사의 기존채무를 먼저 해결하지 아니하면 잔대금을 지급할 수 없고 동업도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서면을 제시하였는데 그 서면에는 당초의 매매계약에는 없었던 5항의 새로운 요구조건을 제시하고 6항에서 "수락이 안될 경우 본인의 지분을 인수 요망"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던 사실, 피고들은 원고의 위 요구를 일단 거절하고 같은 달 25.경 원고에게 같은 해 11.말경까지 이미 지급받은 위 매매대금 및 손해배상금으로 금 240,000,000원을 돌려 주겠다고 통지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같은 해 5.16. 피고들에게 위 매매계약에는 없었던 새로운 요구조건을 내세우며 이를 수락하지 않을 때에는 당초의 계약이행인 잔대금지급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명시하여 그 요구조건이 수락되지 않는 한 위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고, 피고들이 원고의 위 요구조건을 거부함으로써 원고의 위 해제의 청약을 승낙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위 매매계약은 같은 해 5.25.경 적법하게 합의해제되었다고 판단하여, 원고가 피고들에게 별지목록 기재 각 부동산의 각 1/2지분에 관하여 위 매매를 원인으로 하는 각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주위적청구에 대하여 피고들의 위 합의해제의 항변을 받아들여 이를 기각하고 나아가 원고의 예비적청구에 대하여 판단하였다.
(2) 계약의 합의해제 또는 해제계약이라 함은 해제권의 유무를 불문하고 계약 당사자 쌍방이 합의에 의하여 기존의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켜 당초부터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상태로 복귀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계약으로서, 계약이 합의해제되기 위하여는 일반적으로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계약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의사표시가 합치될 것(합의)을 그 요건으로 하는바, 이와 같은 합의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쌍방 당사자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의사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일치하여야 되는 것이다. 물론 계약을 합의해제할 때에 원상회복에 관하여 반드시 약정을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매계약을 합의해제하는 경우에 이미 지급된 계약금, 중도금의 반환 및 손해배상금에 관하여는 아무런 약정도 하지 아니한 채 매매계약을 해제하기만 하는 것은 우리의 경험칙에 비추어 이례에 속하는 일이다(당원 1992.6.23. 선고 92다4130,4147 판결 참조).
원심이 채택한 관계증거의 취지를 기록에 의하여 검토하여 보면, 원고가 위 잔대금의 지급기일 이후 피고들에게, 당초 매매계약 당시에는 문제삼지 않았던 피고 회사의 기존채무의 선해결 등 5개항의 새로운 조건을 제시하면서 피고들이 위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원고로서는 잔대금을 지급할 수 없고 동업도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지분을 인수요망한다는 내용의 의사표시를 한 것은 당시 원고가 위 매매계약을 이행함으로써 피고 2와 사이에 실질적으로 동업관계를 시작하게 됨에 있어 보다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새로운 사항의 이행을 조건으로 내세운 것으로 보일 뿐 그러한 요구조건이 이행되지 아니한다면 매매계약의 효력을 더 이상 존속시키지 않을 의사로써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매매계약에 대한 합의해제의 청약의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에는 통상 이미 지급된 계약금, 중도금의 반환 및 손해배상금에 관하여 구체적인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데 비하여 이 사건에 있어 원고가 피고들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통보를 함에 있어 이미 지급된 계약금, 중도금의 반환 및 손해배상금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위 통보를 바로 원고가 피고들에게 위 매매계약에는 없었던 새로운 요구조건이 수락되지 않는 한 위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정지조건부 합의해제의 청약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들이 원고의 위 요구를 일단 거절하고 같은 달 25.경 원고에게 같은 해 11.말경까지 이미 지급받은 위 매매대금 및 손해배상금으로 금 240,000,000원을 돌려 주겠다고 통지한 사실은 이를 새로운 해제계약의 청약으로는 볼 수 있을지언정, 그로써 원,피고들 사이에 위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합의해제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한편 기록상 원고와 피고들과 사이에 계약해제시의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액에 관하여 다툼이 계속되어 온 사정이 엿보이는 점에 비추어 피고들의 위 새로운 해제계약의 청약에 대하여 원고의 승낙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 인정사실만으로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위 매매계약이 같은 해 5.25.경 적법하게 합의해제되었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해제계약의 청약과 승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법률행위의 해석을 그르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이와 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