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국장·국민장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국민장’으로 정하여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장례식에서, 국민의 추모 감정 및 공공의 평온이라는 그 보호법익을 저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장의위원이라 하더라도 장례식방해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한 사례
[2] 피고인이 국민장으로 정하여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영결식 도중에 돌연 영결식장 앞으로 돌진하며, 헌화하려는 현직 대통령에게 “사죄하라”고 크게 소리를 질러서 소란을 일으킨 사안에서, 이는 장례식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3] 피고인이 국회의원이자 장의위원의 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장으로 정하여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장례식에서 항의표시로 큰소리를 질러 의식을 방해한 행위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국장·국민장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요건 및 절차에 의하여 ‘국민장’으로 정하여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장례식은 유족 및 고인을 지지했던 사람들만이 아니라 국민이 주체가 된 장례식으로서, 그 보호법익은 장례식이 갈등의 표출없이 평온하고 엄숙한 상태에서 치러지기를 소망하는 국민 전체의 고인에 대한 추모의 감정 내지 공공의 평온이라 할 것이므로, 이를 저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비록 장의위원이라 하더라도 장례식방해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한 사례.
[2] 피고인이 국민장으로 정하여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장례식 중 가장 중요한 의식인 영결식이 주한외교단과 조문사절 및 3부 요인과 장의위원들의 참석하에 엄숙히 진행되던 가운데 돌연 영결식장 앞으로 돌진하며, 헌화하려는 현직 대통령에게 “사죄하라”고 크게 소리를 지르고 제지를 당하는 과정에서도 계속하여 같은 시도를 하여 소란을 일으킨 사안에서, 이는 장례식의 평온한 수행을 곤란하게 하는 행위로서 장례식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3] 피고인이 국회의원이자 장의위원의 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장으로 정하여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장례식에서 고인의 죽음에 대한 항의표시로 큰소리를 질러 의식을 방해한 행위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3]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공2003하, 2132)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도4151 판결 (공2006상, 975)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6999 판결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김인숙
변 호 인
법무법인 지음외 2인
주문
피고인을 벌금 1,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2009. 5. 29. 12:00경 서울 종로구 세종로 1-1에 있는 경복궁 앞뜰에서 개최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장에서, 식장에 설치된 헌화대를 기준으로 오른쪽 방향 약 20m 떨어져 있는 지점의 가장 앞좌석에 앉아 있던 중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헌화하러 나가는 순간 좌석에서 갑자기 일어나 동그랗게 말은 행사 안내장을 앞으로 치켜든 채 빠르게 헌화대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사죄하라, 어디서 분향을 해”라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이후 피고인은 영결식장 앞으로 뛰어나온 경호원들에 의하여 입이 막힌 채로 영결식장 오른쪽 가장자리로 끌려가면서 계속 소리를 지르려고 시도하는 등 헌화 절차의 원만한 진행을 저해함으로써 영결식의 평온한 수행에 지장을 주어 국민장 장의위원회가 주관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방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공소외 1, 2의 각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공소외 1의 우편진술서(첨부된 국민장 집행계획 포함)
1. 수사보고(관련 동영상 첨부 및 영상내용 확인 등 보고, SBS 뉴스동영상 시청 및 CD첨부, 노무현 전대통령 국민장 관련 행정안전부 보도자료 첨부, 영결식 상황 및 피고인 의원 인터뷰 관련 신문기사 첨부 보고, 영결식장 전체 동영상 첨부 보고)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158조 (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1. 가납명령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일시·장소에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하나, ① 피고인은 사실상 상주이자 장의위원의 한 사람이므로 장례식방해죄의 주체가 될 수 없고, ② 영결식장의 다른 참석자들의 행위를 교사한 바 없어 이들의 행위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죄책을 물을 수 없으며, ③ 피고인에게 장례식 방해의 고의가 없었고, ④ 피고인의 행위에 의하여 장례식이 방해가 된 바 없어, 장례식방해죄가 성립하지 아니하며, 그렇지 않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고인의 죽음에 대한 항의표시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이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한다.
2. 판단
가. 이 사건 장례식의 성격 및 장례식방해죄의 주체
따라서 이 사건 장례식은 유족 및 고인을 지지했던 사람들만이 아니라 국민이 주체가 된 장례식으로서, 그 보호법익 역시 고인에 대한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 장례식만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장으로서 갈등의 표출없이 평온하고 엄숙한 상태에서 치러지기를 소망하는, 국민 전체의 고인에 대한 추모의 감정 내지 공공의 평온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국민의 추모 감정 및 공공의 평온을 저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비록 장의위원이라 하더라도 장례식방해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장례식 방해행위 및 결과 발생의 요부
장례식방해죄에서의 ‘방해’란 장례식의 평온한 수행에 지장을 주어 정상적 진행을 곤란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로서 수단과 방법을 불문하며, 이는 추상적 위험범이므로 위와 같은 방해행위가 있음으로써 기수가 되고 현실적으로 의식이 중단되는 등 방해의 결과 발생은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
판시 각 증거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영결식은 이 사건 장례식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의식이었던 사실, 주한외교단과 조문사절 및 3부 요인과 장의위원들의 참석하에 영결식이 엄숙히 진행되던 가운데 돌연 피고인이 영결식장 앞으로 돌진하며 크게 소리를 지르고 제지를 당하는 과정에서도 계속하여 같은 시도를 하였던 사실, 그로 인하여 의식이 일부 지연되고 소란이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는 장례식의 평온한 수행을 곤란하게 하는 행위로서 장례식 ‘방해’행위에 해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인과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장례식 방해의 고의 유무
장례식 방해의 고의는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장례식이 방해될 수 있다는 인식과 의사로써 족하며, 그것은 장례식 전체에 대한 방해 뿐 아니라 장례식을 구성하는 개별 의식 또는 그 의식 중 일부 절차에 대한 방해의 인식과 의사로도 충분하다.
판시 각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자신이 고인의 죽음에 대한 항의표시를 하였음을 역사에 남기고자 의도하였고 경호원들에 의하여 제지당하지 아니하였다면 그와 같은 행동을 계속할 생각이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또한 이 사건 영결식은 주한외교단과 조문사절 및 3부 요인 등이 참석한 행사인바, 피고인은 그 경험상 이 사건 영결식에서 작은 돌발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경호 등의 문제로 인하여 행사 전체의 진행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감행하였다고 볼 것이어서, 피고인에게 장례식 방해의 인식과 의사가 있었음을 넉넉히 추단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라. 참가자 등의 행위에 대한 피고인의 책임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의 행위에 의하여, 『일부 참석자들로 하여금 “손대지 마라”, “살인마”, “사죄하라” 등 소리를 지르게 하고, 영결식 사회자로 하여금 “경건한 영결식을 위해 자중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취지로 수회 장내정리 발언을 하게 하는 등 약 2분 동안 소란을 일게 하였다』는 것이고, 검찰은 참가자들의 위 행동이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영결식의 평온한 진행이 방해받은 ‘결과’라고 주장한다.
판시 각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사죄하라”는 등의 소리를 질렀거나 소리를 지르려고 시도하며 끌려나가는 과정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손대지 마라”, “살인마”, “사죄하라” 등 소리를 지른 사실, 영결식 사회자가 “경건한 영결식을 위해 자중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취지로 수회 장내정리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인의 행위가 참가자들의 행동을 촉발시켜 이들이 어떠한 언동을 하였다 하더라도, 각자의 인격과 의지를 지닌 제3자의 행동을 형법상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결과로 평가할 수는 없고, 공모 또는 교사·방조의 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제3자의 행동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으며, 판시 각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과 참가자들의 공모 또는 교사·방조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한바,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로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일죄 관계에 있는 판시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마.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한 정당행위인지 여부
어떠한 행위가 정당행위로 인정되려면, 첫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법익과 침해법익의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이 사건에서의 피고인의 동기 및 행위의 수단, 이 사건 장례식의 성격과 보호법익, 피고인의 목적을 위하여는 그 신분과 지위에 걸맞는 다른 수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행위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는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판시 각 증거들에 의하여 위 2.의 라.항 기재 공소사실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다.
양형의 이유
이 사건 장례식은 국민장으로서 그 보호법익은 국민 전체의 고인에 대한 추모의 감정 및 공공의 평온인 점, 피고인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으로서 공인이자 장의위원의 한 사람이었던 점, 피고인의 동기 및 그 행위 방법, 영결식 참가자들의 행위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으나 이들의 행위는 사실상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촉발된 점 등을 고려하되, 피고인과 고인의 관계, 고인의 사망경위와 그로 인하여 피고인이 겪었을 고통, 이 사건 장례식의 전체과정 및 그 전후사정 등을 모두 참작하여 주문과 같은 형을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