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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2006. 8. 10. 선고 2005가합16572 판결
[영화상영금지및손해배상청구등] 항소〈영화 “그때 그사람들” 사건〉[각공2006.10.10.(38),2081]
판시사항

[1] 사자(사자)의 인격적 법익이 침해된 경우 그 유족에게 인정되는 민사상 구제수단

[2]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한 창작적 표현행위에 의하여 인격적 법익이 침해될 수 있는 경우

[3]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자(사자)의 인격적 법익이 영화에 의하여 침해된 경우 그 영화의 제작·상영의 금지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

[4] 고인인 전직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영화가 고인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였으나 그 침해가 영화상영 등을 금지해야 할 정도로 중대, 명백하지는 않다고 본 사례

[5] 영화에 의하여 유족의 사자(사자)에 대한 경애, 추모의 정이 침해되는 것을 이유로 영화상영 등의 금지 내지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는 경우

판결요지

[1] 사람은 죽은 후에 자신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중대한 왜곡으로부터 보호되어야만 살아 있는 동안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진정으로 보장받는 것이므로, 사자(사자)의 인격적 법익에 대한 침해가 있는 경우에는 그 유족이 사자(사자)의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그 침해행위의 금지를 구할 수 있고, 다만 재산상속이 사망시를 기준으로 개시되는 이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으나, 사자(사자)의 인격적 법익이 침해됨으로써 그 유족의 명예, 명예감정 또는 유족의 사자(사자)에 대한 경애, 추모의 정 등이 침해된 경우에는 사자(사자)의 인격적 법익의 침해와는 별도로 유족 자신의 인격적 법익의 침해를 이유로 그 침해행위의 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2] 인격적 법익에 대한 침해는 영화나 소설과 같은 주관적인 창작적 표현행위에 의하여서도 가능하고, 직접적으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는 표현행위뿐만 아니라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에 의하여서도 가능하다. 특히,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하여 극 중 인물과 이야기를 창출한 경우, 현실감 있는 표현으로 인하여 합리적인 독자나 관객이라도 창작된 극 중의 허구를 실제 있었던 사건이나 실제 인물의 모습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고, 이와 같이 허구와 진실의 경계가 불분명하여 혼동을 야기하는 장면이 일반인의 관용성과 감각에 비추어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야기할 내용을 담고 있거나 공개하고 싶어 하지 아니할 사적인 생활영역을 표현한 것이라면, 그 표현으로 인해 실존 인물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고 사생활의 비밀 등이 침해됨으로써 실존 인물의 인격적 법익이 침해되고, 그 실존 인물이 사망한 경우에는 그 유족의 인격적 법익이 침해될 수 있다. 나아가 실존 인물과 사건이 작품 속에서 완전한 허구로서 승화되어 그 작품 속에서 실존 인물의 존재를 찾기 어려운 경우에는 실존 인물의 인격적 법익이 침해될 여지가 없겠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허구임을 인식할 수 있어도 완전히 허구로 승화되지 못하여 그 표현 안에서 실존 인물의 존재가 느껴질 때에는, 허구의 표현 자체가 실존 인물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그 표현으로 인해 실존 인물과 그 유족의 인격적 법익이 침해될 수 있다.

[3] 영화는 의사표현의 매체로서 그 제작과 상영은 헌법상 언론과 출판의 자유 및 학문과 예술의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는 것이어서, 영화에 의하여 타인의 인격적 법익이 침해된 경우에는 인격적 법익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의 보장이라는 두 헌법적 가치가 충돌하므로, 어떠한 경우에 인격적 법익의 침해행위로서 이를 금지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인격적 법익의 침해 여부와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 먼저, 그 표현으로 인하여 인격적 법익이 침해되는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에 따라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야 할 것인바, 공공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대한 표현의 경우에는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달을 통하여 민주적 정치질서를 생성하고 유지하는 기능을 고려하여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특히 공직자의 도덕성, 청렴성이나 그 업무처리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그 표현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아니 된다. 또한, 사자(사자)에 관한 사실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역사적 사실이 되는 것이므로,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학문적, 예술적 탐구와 표현은 그로 인한 가치가 이미 시간의 경과로 세인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는 역사적 인물의 인격적 법익을 보호함으로써 달성되는 가치보다 소중한 것으로 배려되어야 하고, 특히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경우에는 더욱 그 인물에 대한 탐구와 평가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므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자(사자)의 정치적, 사회적 행적과 그와 관련된 생활상 등을 표현한 경우에는 사자(사자)의 인격적 법익을 중대하게 침해한 경우에 한하여 그 표현을 금지할 수 있다. 그리고 인격적 법익의 침해에 대한 구제가 필요한 경우에도, 영화의 상영 등 표현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손해배상을 명하는 경우와는 달리 표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것이고, 특히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억제는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제21조 제2항 의 취지에 비추어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아니 되므로, 영화상영 등의 금지는 영화로 인한 인격적 법익의 침해의 태양 및 정도에 비추어 그 침해가 중대하고 명백할 뿐 아니라 피해자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어 그에 대한 유효적절한 구제수단으로서 금지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4] 고인인 전직 대통령을 소재로 한 “그때 그사람들”이라는 영화가 특정 장면을 통해 간접적이고 우회적으로 비유적이거나 상징적인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고인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등 고인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였으나, 고인의 역사적 특수성, 위 영화가 다룬 사건의 역사적 특수성, 영화라는 표현물이 갖는 특수성, 위 영화의 특수성을 종합하여 볼 때, 위 영화로 인한 고인의 인격적 법익에 대한 침해가 영화상영 등을 금지해야 할 정도로 중대, 명백하지는 않다고 본 사례.

[5] 유족의 사자(사자)에 대한 경애, 추모의 정의 침해를 이유로 영화상영 등의 금지를 명하는 것은, 그 영화로 인해 유족의 고인에 대한 경애, 추모의 정이 형해화되어 영화의 상영 등을 금지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침해된 추모의 정을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저한 침해를 당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경우에만 가능하고,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명하는 것은, 위와 같은 정도의 현저한 침해에 이르지 아니하더라도 고인의 유족으로서 감수해야 할 범위를 넘는 경우이면 가능하다.

원고

박지만 (소송대리인 변호사 주인중외 3인)

피고

주식회사 엠케이픽처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결 담당변호사 이동직)

변론종결

2006. 4. 13.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00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이를 6등분하여 그 중 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1. 피고는 별지 영화목록 기재 영화를 극장에서 또는 텔레비전을 통하여 상영하거나, 디브이디(DVD), 비디오테이프(VIDEO TAPE), 시디(CD) 등으로 제작, 판매, 배포, 상영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공개하여서는 아니 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00원을 지급하라.

3. 피고는 위 1.항을 위반할 경우 원고에게 위반행위 1회당 50,000,000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 4, 갑26-1, 2, 갑27-1, 2, 갑28, 을3, 21의 각 기재, 을20-1, 2의 각 영상, 이 법원의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가. 피고는 별지 영화목록 기재 영화(이하 ‘이 사건 영화’라 한다)를 제작, 배급한 회사로서, 2002. 4.경 시나리오 기획을 시작으로 2005. 1. 말경 촬영 및 편집 완료에 이르기까지 약 2년 10개월에 걸쳐 이 사건 영화를 제작하였다.

나. 이 사건 영화는 별지 대본 기재와 같이 120개의 장면(scene)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979. 10. 부마민주항쟁 다큐멘터리(제1 장면, 이하 다큐멘터리라는 용어는 위 장면과 같이 실제 사건을 극적 허구성 없이 물리적으로 그대로 재현한 장면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정하여 사용한다.)를 시작으로, 같은 달 26. 박정희 전 대통령(이하 ‘고인’이라 한다)이 당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게 살해당한 사건 당일의 관련 인물들의 행적을 극화한 장면이 이어진 다음, 무지 화면에 흐르는 김수환 전 추기경의 조사(제119 장면)와 고인의 장례식 다큐멘터리(제120 장면)로 마무리되고 있다.

다. 고인의 아들인 원고는 이 법원 2005카합106호 로 이 사건 영화의 상영금지 등을 구하는 가처분신청을 하였고, 그 신청이 일부 받아들여져 이 사건 영화 중 위 극화 장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즉, 위 제1, 119, 120 장면(타이틀, 삽입곡 제외)에 대한 상영금지 등 가처분결정이 내려졌다.

라. 이에 피고는 위 가처분결정에 따라 2005. 2. 3. 위 상영금지된 장면을 삭제하고 이를 무지 화면으로 처리하여 이 사건 영화를 개봉하였고, 그 후 이 사건 영화는 위와 같이 상영금지 장면이 삭제된 상태로 해외영화제 초청이나 디브이디 판매를 통해 외국에 소개되었으며, 현재까지 텔레비전을 통해 상영되거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

2.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영화 중 아래에서 볼 특정 장면에서 허위의 내용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고인의 명예, 프라이버시권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함은 물론 유족인 원고의 명예, 명예감정, 프라이버시권 및 고인에 대한 경애, 추모의 정 등 원고 자신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청구취지 기재와 같이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영화의 상영 및 배포 등의 금지를 구하고, 아울러 고인과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로서 5억 원의 지급을 구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영화는 어디까지나 허구이므로 고인과 원고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할 여지가 전혀 없고, 가사 일부 장면이 실제 있었던 사실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고인과 원고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아니하며, 또 가사 이 사건 영화가 고인과 원고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영화는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내지 예술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어야 하므로 위법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나아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제작된 것이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한다.

3. 판 단

가. 인정 사실

[인정근거] 갑7-1 내지 7, 갑12-1 내지 6, 갑13-1 내지 4, 갑14-1 내지 5, 갑15, 갑16-1, 2, 갑17-1 내지 3, 갑18-1 내지 6, 갑19-1 내지 12, 갑20-1, 2, 을20-1, 2의 각 영상

(1) 이 사건 영화를 보면, 도입부에서 ‘이 영화는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의 세부사항과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는 모두 픽션입니다.’라는 자막이 나온 다음, 부마민주항쟁 장면이 다큐멘터리로 상영되면서 “박정희, 그가 군사 쿠데타 이후 18년째 정권을 유지해 오던 1979년 가을, 부산과 마산에서는 학생과 시민들의 뜻밖의 대규모 시위가 있었습니다. 폭압적인 정권에 저항하며 민주화를 요구했지만, 박정희 정권은 군대를 동원해 이를 간단히 진압해 버렸습니다. 질식할 것만 같은 거짓 평온이 흐르고, 시민들은 한껏 웅크리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뜬금 없게도 박정희는 총에 맞습니다.”라는 내레이션이 삽입되어 있다{제1 장면 타이틀(부마항쟁 다큐멘터리), 이하 각 장면을 위와 같이 장면 번호와 소제목으로 특정한다}.

(2) 이 사건 영화의 해외 판매용 디브이디에는 위 삭제된 부분에 해당하는 무지 화면에 ‘이 장면은 2005년 1월 31일 대한민국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의 결정에 따라 삭제되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영어로 ‘This is based on true story: the assassination of President Park Junghee(번역 : 이 영화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이라는 자막이 삽입되어 있고, 다음 화면에 영어로 ‘South Korean President Park came to power with a military coup in 1961 and ruled for 18 years with near dictatorial powers(번역 : 남한의 박대통령은 1961년 군사 쿠데타를 통해 집권하였고, 거의 독재에 가까운 권력을 가지고 18년 동안 집권하였다). In October 1979, students and civilians called for democracy and protested Park's oppressive rule. But Park's military easily crushed the protestors(번역 : 1979년 10월에는 학생들과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외치며 박정희의 억압적인 통치에 저항하였으나, 박정희의 군대는 위 저항을 간단히 진압하였다). Seoul, October 26, 1979(번역 : 서울, 1979년 10월 26일).’라는 자막이 삽입되어 있으며, 그 다음 화면에 ‘그때 그사람들’이라는 한글 타이틀 아래 영어로 ‘THE PRESIDENT'S LAST BANG(번역 : 대통령의 마지막 총성)’이라는 타이틀이 삽입되어 있다.

(3) 이 사건 영화는 위 타이틀 이후 부마항쟁 다큐멘터리 장면이 나온 다음 고인의 살해 사건 당일 관련 인물들의 행적을 그린 극화 장면으로 이어지는데, 원고는 위 극화 장면 중 특히 아래 특정 장면(이하 ‘이 사건 특정 장면’이라 한다)이 고인과 원고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가) 제2 장면 비밀요정 : 상반신을 모두 드러낸 반라의 여인들이 등장하는 장면 및 각하(대통령, 이하 같다)가 젊은 여자와 벌인 행태를 설명하는 철 없는 엄마의 대사

(나) 제3 장면 헬기 안 : 각하와 그 측근들인 양 실장(비서실장, 이하 같다), 차 실장(경호실장, 이하 같다) 등 사이의 음담패설 및 각하가 일본어로 “배꼽 아래 일은 원래 문제 삼는 게 아냐, 사나이가 시시하게”라고 말하는 장면

(다) 제10 장면 청와대 각하 집무실 : 각하가 집무실 내 금고에서 돈을 꺼내 부하 직원에게 건네는 장면과 양 실장에게 일본어로 일본 가요(엔까)를 잘 부르는 여가수 수봉을 만찬장으로 부르도록 하는 대화 장면

(라) 제28 장면 궁정동 별관 만찬장 : 각하가 만찬장에 모인 김 부장(정보부장, 이하 같다), 차 실장, 양 실장과 세계 정세에 대한 대화를 하다가 마지막에 일본어로 “이해 가?”라고 말하는 장면

(마) 제36 장면 궁정동 별관 만찬장 : 각하가 술좌석에서 옆에 앉은 여대생 미스 조의 손을 잡고 있고, 수봉이 일본어로 일본 가요를 부르며, 각하와 위 측근들이 위 일본 가요를 듣는 장면

(바) 제40 장면 궁정동 별관 만찬장 : 수봉이 일본어로 일본 가요를 부르는 동안 각하가 옆에 앉은 여대생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고, 김 부장이 “가관이군”이라고 말하는 장면

(사) 제55 장면 궁정동 별관 만찬장 : 김 부장이 차 실장을 총격한 후 놀란 각하가 김 부장에게 “뭐꼬?”라고 묻자 김 부장이 각하에게 “나야”라고 말하며 각하의 가슴을 총격하는 장면

(아) 제62 장면 궁정동 별관 만찬장 : 김 부장이 쓰러져 있는 각하의 머리카락을 움켜 잡고 일으키자, 각하가 눈을 뜨고 김 부장에게 “김 부장, 또 쏠라꼬?”라고 말하고, 이어서 김부장이 각하에게 일본어로 “다까키 마사오(고인의 일제 시대 창씨명), 누구라도 죽으면 그냥 썩은 내 피우는 쓰레기인 거에요.”라고 말하자, 각하가 김 부장에게 “한 방 묵었다 아니가.”라고 말한 후, 김 부장이 각하의 머리에 다시 총탄을 발사하고 사망한 각하의 머리카락을 움켜 쥐고 각하의 머리를 뒤로 제쳐 넘어뜨리는 장면

(자) 제109, 110 장면 각 국군 서울 지구병원 원장실 : 최 총리(국무총리, 이하 같다), 국방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각하의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수술실로 들어와 나체로 놓여 있는 고인의 시신을 가운데 두고 대화와 묵념을 하고, 그 와중에 한 사람이 각하의 성기 부분에 모자를 올려 놓는 장면 및 위와 같은 상태에서 최 총리를 대통령 대행으로 추대하는 장면

(4) 이 사건 영화는, 이 사건 특정 장면 이후 사건 수습 과정과 총격 가담 인물들의 행적을 극화한 장면과 그 행적들을 설명한 내레이션이 이어진 후, 무지 화면에 김수환 전 추기경의 조사가 흐르고(제119 장면 무지 화면), 조문객, 장례행렬,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장례식 다큐멘터리(제120 장면 박정희 대통령 장례식 다큐멘터리)로 마무리되고 있다.

나. 고인의 인격적 법익에 대한 침해와 그 구제 여부

(1) 고인의 인격적 법익에 대한 침해 여부

(가) 사람의 품성, 덕행, 명예, 신용 등의 인격적 가치는 헌법상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그리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기본권에 근거한 법적 이익으로서 절대적이고 배타적인 성격을 갖는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인격적 법익을 위법하게 침해당한 자는 그 침해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침해행위를 배제하거나 장래에 발생할 침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그 침해행위의 금지를 구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나아가 사람은 최소한 죽은 후에 자신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중대한 왜곡으로부터 보호되어야만 살아 있는 동안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진정으로 보장받는 것이므로, 사자의 인격적 법익에 대한 침해가 있는 경우에는 그 유족이 사자의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그 침해행위의 금지를 구할 수 있다 할 것이고, 다만 재산상속이 사망시를 기준으로 개시되는 이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 할 것이나, 사자의 인격적 법익이 침해됨으로써 그 유족의 명예, 명예감정, 또는 유족의 사자에 대한 경애, 추모의 정 등이 침해된 경우에는 사자의 인격적 법익의 침해와는 별도로 유족 자신의 인격적 법익의 침해를 이유로 그 침해행위의 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나) 위와 같은 인격적 법익에 대한 침해는 신문기사나 뉴스보도와 같은 객관적인 사실 전달행위뿐만 아니라, 영화나 소설과 같은 주관적인 창작적 표현행위에 의하여서도 가능하고, 직접적으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는 표현행위뿐만 아니라,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에 의하여서도, 그것이 표현의 전취지에 비추어 어떠한 사실을 암시하거나 견해를 표명함으로써 인물에 대한 사회적 평가 등을 저하시키거나 사생활의 비밀 등을 침해하면, 가능하다 할 것이다.

특히,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하여 극 중 인물과 이야기를 창출한 경우, 독자나 관객에게 흥미와 감동을 주기 위하여 부여한 현실감 있는 표현으로 인해, 합리적인 독자나 관객이라도 창작된 극 중의 허구를 실제 있었던 사건이나 실제 인물의 모습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고, 이와 같이 허구와 진실의 경계가 불분명하여 혼동을 야기하는 장면이 일반인의 관용성과 감각에 비추어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야기할 내용을 담고 있거나 공개하고 싶어 하지 아니할 사적인 생활영역을 표현한 것이라면, 그 표현으로 인해 실존 인물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고 사생활의 비밀 등이 침해됨으로써 실존 인물의 인격적 법익이 침해된다 할 것이고, 그 실존 인물이 사망한 경우에는 그 유족의 인격적 법익이 침해될 수 있다 할 것이다.

나아가 실존 인물과 사건이 작품 속에서 완전한 허구로서 승화되어 그 작품 속에서 실존 인물의 존재를 찾기 어려운 경우에는 실존 인물의 인격적 법익이 침해될 여지가 없다 하겠으나, 관객의 입장에서 허구임을 인식할 수 있어도 완전히 허구로 승화되지 못하여 그 표현 안에서 실존 인물의 존재가 느껴질 때에는, 아무리 합리적인 독자나 관객의 입장에서 보아 극 중 허구와 진실을 혼동할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라 하여도, 허구의 표현 자체가 실존 인물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그 표현으로 인해 실존 인물과 그 유족의 인격적 법익이 침해될 수 있다 할 것이다.

(다) 먼저, 이 사건 영화가 고인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였다고 하려면, 관객이 이 사건 영화를 통해 고인 및 고인과 관련된 실제 사건을 연상할 수 있음이 전제되어야 할 것인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영화는 도입부에서 고인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면서 이 사건 영화의 사건들이 고인의 집권 말기에 벌어진 일들임을 설명하고 있고, 주요 등장 인물들의 호칭, 직책, 역할, 사건 진행 과정에서의 행적이 실제 사건과 매우 유사하게 구성되어 있으므로, 관객의 입장에서 극 중 각하가 곧 고인을 특정한 것임을 쉽게 인식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라) 다음으로 이 사건 영화가 고인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인정 근거] 갑1 내지 4, 갑5-1 내지 10, 갑6, 11, 21 내지 24, 갑25-1 내지 3, 을1, 2, 을4-1 내지 38, 을5 내지 19의 각 기재, 갑8, 9, 10의 각 일부 기재, 증인 김영진, 한홍구, 조희문, 조갑제의 각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① 우선, 이 사건 특정 장면 중 제62 장면(궁정동 별관 만찬장)에서 각하가 가슴에 총탄을 맞은 후 자신을 일으킨 김 부장에게 “김 부장, 또 쏠라꼬?”라고 말하고, “한 방 묵었다 아니가”라고 말하는 장면은, 실제 가슴에 총탄을 맞은 사람이 취하리라고는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희화적일 뿐 아니라 2001년 초경 흥행 신기록을 달성했던 ‘친구’라는 영화에 나온 대사를 패러디한 것으로서, 완전한 허구로 승화됨으로써 합리적인 관객이 위 장면을 두고 고인의 실제 모습이라고 오인할 여지는 전혀 없게 되었다 할 것이므로, 위 표현 자체만으로는 고인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

② 그러나 이 사건 특정 장면 가운데 위 ①항 기재 장면을 제외한 나머지 장면들(이하 ‘이 사건 침해 장면’이라 한다)은 직접적으로 고인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으나, 간접적이고 우회적으로 비유적이거나 상징적인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에 비추어 고인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등 고인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였다 할 것이다{다만, 아래 (2)의 (라)항에서 보는 고인의 역사적 특수성, 이 사건 영화가 다룬 사건의 역사적 특수성, 영화라는 표현물이 갖는 특수성, 이 사건 영화의 특수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침해 장면이 고인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 우선 이 사건 침해 장면 중 일부는 극 중 각하가 여색을 탐하고, 일본 문화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으며, 측근들과 일본어로 대화를 하고, 국비를 사적으로 유용하였다는 점을 적시하고 있는바, 위 각 장면이 이 사건 영화의 전체적인 구조 즉, 부마민주항쟁의 다큐멘터리로 시작하면서 그 시대상황을 설명하는 내레이션과 함께 이 사건 영화가 고인의 사망 사건을 다룬 것이라는 점을 알린 다음 고인의 사망 당일 실제 있었던 사건을 주된 골격으로 하여 세부적인 묘사만 허구로 처리한 극화된 장면이 전개된 후 관련 인물들의 사건 후 행적과 재판과정 등을 설명하는 내레이션과 고인의 장례식 다큐멘터리로 마무리되는 구조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어, 일부 대사나 배경화면이 그 시대 및 관련 인물의 실제 모습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점, 더욱이 고인의 집권시기를 그린 많은 매체에서 고인의 일제 시대 행적, 집권 후 여자관계와 정치적 행적들을 표현하고 있는 데다가, 영화 도입부에 사실을 기초로 한 영화라는 자막이 명시적으로 삽입되어 있어서, 합리적인 관객의 입장에 서더라도 그 세부적 내용이 설령 허구일지언정 근거자료를 통해 추론 가능한 범위 내의 사실 표현일 것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점, 또한 이 사건 영화는 장르 구분상 블랙코미디에 속하는 영화로서, 전반적으로 극 중 상황을 희화적으로 표현하고는 있으나 명랑한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불신, 절망을 내포하고 있어 씁쓸한 웃음을 유도하고 있고, 등장 인물들의 비참하고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통해 인생의 부조리함과 덧없음을 느끼게 함으로써 인간존재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특징이 있는 점, 이 사건 영화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고, 영화계에서 비중 있는 배우들이 고인의 주변 인물들을 연기하고 있으며, 피고의 제작의도는 영문도 모른 채 고인의 살해 사건에 가담하여 비극적 최후를 맞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데 있었다 하여도, 고인의 사망 사건을 중심으로 사건 당일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 극 중 각하라는 인물과 그 역할이 극의 전개에 있어 필수적인 점, 원고가 이 사건 영화에 대한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하기 이전부터 이 사건 영화에 대한 홍보, 시사회 이후 관련 기사 등이 이 사건 영화의 가치를 고인의 사망 사건을 중심으로 한 그 시대에 대한 제작자측의 역사적 시각과 평가, 표현을 감행한 용기라는 측면에 두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아무리 합리적인 관객이라도 위 장면들에서 묘사된 각하의 모습을 실제 고인의 모습으로 인식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런데 위 장면들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지위에 있는 고인이 아무리 일제 시대에 청년기를 지냈다 하여도 그 시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수준의 일본식 용어를 사용하는 정도를 벗어나 국정 수행 중 또는 집무실에서 일본어로 측근들과 대화를 하고, 국가인력과 자금을 동원하여 유흥을 즐기며, 사적으로 공적 자금을 사용한 부패한 권력자일 뿐 아니라, 사생활에 있어서도 문란한 사람이었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실제 고인의 생활상이 위와 같았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통상적인 도덕관념, 역사의식, 민족의식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관객들에게 고인의 도덕관념, 국가 원수로서의 자질과 그의 역사의식에 대한 회의를 갖도록 유도한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위와 같은 장면을 통해 고인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다 할 것이다.

㉡ 또한, 이 사건 침해 장면 중 극 중 김 부장이 각하의 머리채를 잡고 일제 시대 창씨명을 부른 뒤 “누구라도 죽으면 썩은 내 피우는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말을 하는 장면에 관하여 보건대, 위 대사 부분은 그 자체로만 놓고 보면 인간의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는 철학적 표현이라 할 수 있고, 반드시 죽음에 대하여 이를 미화한 표현만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위 대사를 포함한 위 장면은 고인의 일제 시대 창씨명과 위에서 본 이 사건 영화의 전체적인 구조, 장르의 성격, 분위기, 관객에게 주는 인상, 메시지 등과 유기적으로 결합됨으로써, 고인을 특정하여 그의 국가원수로서의 위상, 뛰어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 등은 모두 허상일 뿐이고, 그도 일제의 압박에 저항하지 못하고 그 제도에 순응하여 살았던 사람에 불과하며, 그의 죽음도 필부의 죽음과 다를 바 없는 것이어서, 대한민국 국민이 그의 죽음에 대해 그토록 슬퍼하고 그를 추억할 필요가 없다는 평가를 담고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표현 의도는 이 사건 영화의 마지막에 다큐멘터리로 된 고인의 장례식 행렬에서 오열하는 시민들의 실제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더욱 부각된다 할 것인바, 그렇다면 실제 김재규가 고인을 총격할 당시 위와 같은 말을 하였는지 여부, 관객들이 위 장면을 실제 사건에서 존재한 내용으로 인식하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위 장면은 그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에 비추어 고인의 죽음을 부패하여 더러운 쓰레기에 비유하여 대중 앞에 공표함으로써, 고인이 그 지위와 자신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인격적 법익 즉, 생존시 또는 사후에 자신의 죽음의 가치와 그 경건성에 대해 갖는 기대라는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였다 할 것이다.

또한, 국무위원들이 나체의 시신을 가운데 두고 대화, 묵념하는 장면, 그 와중에 누군가 시신의 성기 부분에 모자를 올려 놓는 장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장면은 고인의 사망 후 국정 수습과정을 매우 희화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당시 위정자들의 모습을 풍자한 표현이어서, 관객이 위 장면을 두고 실제 상황으로 오인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더라도, 그 희화화 과정에서 고인으로 특정되는 시신을 나체로 드러낸 다음 성기 부분에 모자를 올려 놓음으로써, 고인의 생전 행적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그 죽음에 대한 냉소적 시각을 드러내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고인의 시신 자체를 희화화하여, 인간이 자신의 시신에 대해 갖는 경건함, 그 경건한 처리에 대한 기대라는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였다 할 것이다.

(2) 고인의 인격적 법익 침해를 이유로 한 침해 금지 여부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재산상속이 사망시를 기준으로 개시되는 이상, 고인의 인격적 법익에 대한 침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결국 영화상영 등 침해행위의 금지 여부만을 살펴보아야 할 것인바, 영화는 의사표현의 매체로서 예술표현의 수단임과 동시에 학문적 연구 결과 발표의 수단이 되므로, 그 제작과 상영은 헌법상 언론과 출판의 자유 및 학문과 예술의 자유(이하 통틀어 ‘표현의 자유’라 한다)에 의하여 보장된다 할 것이어서, 영화에 의하여 타인의 인격적 법익이 침해된 경우에는 인격적 법익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의 보장이라는 두 헌법적 가치가 충돌하므로, 어떠한 경우에 인격적 법익의 침해행위로서 이를 금지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인격적 법익의 침해 여부와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먼저, 그 표현으로 인하여 인격적 법익이 침해되는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에 따라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야 할 것인바, 공공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대한 표현의 경우에는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달을 통하여 민주적 정치질서를 생성하고 유지하는 기능을 고려하여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특히 공직자의 도덕성, 청렴성이나 그 업무처리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그 표현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또한, 사자에 관한 사실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역사적 사실이 된다 할 것이므로,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학문적, 예술적 탐구와 표현은 그로 인한 가치가 이미 시간의 경과로 세인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는 역사적 인물의 인격적 법익을 보호함으로써 달성되는 가치보다 소중한 것으로 배려되어야 할 것이고, 특히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경우에는 더욱 그 인물에 대한 탐구와 평가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자의 정치적, 사회적 행적과 그와 관련된 생활상 등을 표현한 경우에는 사자의 인격적 법익을 중대하게 침해한 경우에 한하여 그 표현을 금지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나) 또한, 인격적 법익의 침해에 대한 구제가 필요한 경우에도, 영화의 상영 등 표현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손해배상을 명하는 경우와는 달리 표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것이고, 특히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억제는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제21조 제2항 의 취지에 비추어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아니 되므로, 영화상영 등의 금지는 영화로 인한 인격적 법익의 침해의 태양 및 정도에 비추어 그 침해가 중대하고 명백할 뿐 아니라 피해자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어 그에 대한 유효적절한 구제수단으로서 금지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할 것이다.

(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영화상영 등의 금지를 명한다면, 그것은 현재 가처분결정에 따라 일부 장면이 삭제된 채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상영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의 침해에 대한 방해배제의 성격을, 이 사건 영화 전체에 대해서는 장래의 침해에 대한 예방적 성격 즉, 사전금지적 성격을 동시에 가진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영화에 대한 상영금지 등 침해금지조치를 명할 수 있으려면, 고인의 인격적 법익에 대한 침해가 중대, 명백하여 그 침해로 인한 피해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덧붙여 이 사건 영화는 이 사건 침해 장면이 영화의 전체적인 구조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고인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고 있어, 이 사건 침해 장면이나 그와 관련된 일부 장면만을 금지한다면 이 사건 영화가 갖는 창작의 본질을 형해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므로, 이 사건 영화 전체를 기준으로 침해 금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라) 그러므로 과연 이 사건 영화로 인한 고인의 인격적 법익의 침해가 그 상영 등을 금지해야 할 만큼 중대, 명백한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고인의 역사적 특수성, 이 사건 영화가 다룬 사건의 역사적 특수성, 영화라는 표현물이 갖는 특수성, 이 사건 영화의 특수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영화로 인한 위와 같은 고인의 인격적 법익에 대한 침해는 이 사건 영화의 상영 등을 금지해야 할 정도로 중대, 명백하지는 않다 할 것이다.

즉, ① 고인은 1961. 5. 16. 군사정변으로 집권한 이래 1979. 10. 26. 당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의해 살해되기까지 18년간 대한민국을 통치한 사람으로 현대사에 있어 그 비중이 실로 막대하여 그 사망한 지 27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이 시점에서도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초석을 마련하였다는 긍정적 평가에서부터 장기집권으로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한 독재자일 뿐이라는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평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평가와 해석이 끊임 없이 재창출되고 있는 인물로서, 이미 그의 정치적 행적과 생활상이 각종 매체를 통해 공표되어 있는 점(고인의 역사적 특수성), ② 이 사건 영화에서 다룬 고인의 집권시기의 정치적 상황, 고인을 비롯한 당시 집권자들의 생활상, 고인이 사망한 일명 10·26 사건의 경위와 관련 인물들의 행적 등은 이미 사적인 영역을 벗어나 역사적 의미를 갖는 공적인 사항, 공중의 관심사안으로 이행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를 재조명하고 그 역사적 가치를 평가함에 있어서는, 아무리 편향적 시각에서 접근한 표현이라 하더라도, 다양한 탐구를 통한 여론의 형성, 의견의 대립과 갈등, 대화와 수용을 통한 갈등의 해결이라는 민주적 평가구조를 통해서 정화되도록 허용되어야 한다는 점(이 사건 영화가 다룬 사건의 역사적 특수성), ③ 영화라는 것은 실제 있었던 사건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에 의한 창작물이므로, 실제 존재했던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하였다 하여도 인물의 재창조나 사건전개상 작가의 상상에 의한 각색이 필연적으로 수반되고, 영화의 현실감이나 관객의 흥미와 감동을 위하여 관객이 실제 사실처럼 느끼도록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합리적인 관객이라면 누구나 영화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허구라는 바탕 위에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점(영화라는 표현물의 특수성), ④ 이 사건 영화는 어디까지나 이익창출에 목적이 있는 상업영화일 뿐, 사실보도, 계몽, 교육, 국정홍보 등의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므로, 비록 이 사건 영화가 공적인 사실을 소재로 하고 있다 하여도 이 사건 영화의 위치를 공적인 영역에 두고 평가해서는 아니 되고, 이 사건 영화가 고인에 대하여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시켜 표현하였고 더욱이 그 표현이 실제 고인의 모습과 다른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서 고인에 대한 왜곡된 평가를 야기 내지 가중시켰다 하더라도, 이 사건 영화의 메시지를 즐기고 비판하면서 받아들일지, 또는 비판할 가치도 없는 저열한 영화라고 치부해 버릴지는 이를 결정하는 관객의 수용의 영역에 두어야 할 것인 점, 또한 실제 이 사건 영화의 고인에 대한 부정적 표현이 고인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영화가 어떠한 경우에도 공중에 공개되어서는 아니 될 인간의 극히 내밀한 영역을 적나라하게 폭로함으로써 일반인의 감수성에 비추어 그 공개를 수용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도 없으며, 이 사건 영화의 전체에서 고인뿐 아니라 그 시대 집권자 계층 전반에 대한 냉소적 시각을 보이는 한편, 민주주의가 정착하지 못하여 혼돈이 난무했던 시기를 산 그 시대 인물들에 대한 연민을 담고 있는 점(이 사건 영화의 특수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영화로 인한 고인의 인격적 법익에 대한 침해가 이 사건 영화의 상영 등을 금지해야 할 만큼 중대, 명백하다 할 수 없다.

(마) 따라서 고인의 인격적 법익의 침해를 이유로 한 금지 청구는 이유 없다.

다. 원고의 인격적 법익에 대한 침해와 그 구제 여부

(1) 원고의 인격적 법익에 대한 침해 여부

(가) 을20-2의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영화의 마지막 고인의 장례식 다큐멘터리 장면에 그 당시 원고의 실제 모습이 등장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위 장면 자체는 원고의 인격적 법익에 대한 어떠한 침해적 요소도 갖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영화 중 위 장면 외에는 원고를 특정한 표현이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영화로 인해 원고의 인격적 법익이 침해되었다고 하려면 이 사건 영화로 인해 고인의 인격적 법익이 침해됨으로써 그 결과 유족인 원고 자신의 인격적 법익이 침해된 경우라야 할 것이다.

(나) 그런데 이 사건 영화 중 이 사건 침해 장면이 이 사건 영화의 전체적인 구조 등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관객들로 하여금 고인에 대해 도덕관념과 역사의식이 결여된 부패한 권력자라는 인상을 갖게 함으로써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고인이 자신의 죽음과 시신에 대해 갖는 경건성을 침해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원고가 비록 고인의 아들이라 하더라도, 원고는 고인과 별개의 인격체로서 사회 일반인의 관념상 고인과 동일시되지 않으므로, 위와 같은 고인의 인격적 법익의 침해로 인해 그 유족인 원고에 대한 사회적 평가마저 저하되거나 원고가 자기자신에 대해 갖는 명예감정이 손상되었다고 볼 수 없고, 더욱이 이 사건 침해 장면으로 인해 일반인이 원고에 대해 왜곡된 인상을 갖게 된다거나 원고의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된다고 볼 수도 없다 할 것이다.

다만, 유족인 원고가 아버지인 고인에 대하여 갖는 경애, 추모의 정은 위와 같은 원고 자신의 명예, 명예감정 등과는 별개의 인격적 법익으로서 보호되어야 할 것인바,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이 사건 영화를 통해 그 적시한 사실의 진실성 여부를 불문하고 관객들에게 원고의 아버지인 고인이 국가원수로서의 품위, 도덕관념, 역사의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불러 일으켜 고인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고, 고인의 죽음이 갖는 역사적 가치를 폄하할 뿐 아니라, 사망의 과정과 시신을 희화화함으로써 고인의 죽음과 시신이 갖는 경건성을 침해하여, 원고의 고인에 대한 경애, 추모의 정을 손상시켰다 할 것이다.

(2) 원고의 고인에 대한 경애, 추모의 정의 침해를 이유로 한 구제 여부

(가) 앞서 본 고인의 인격적 법익에 대한 침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원고의 인격적 법익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의 보장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고, 영화상영 등의 금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에서 원고의 고인에 대한 경애, 추모의 정의 침해를 이유로 영화상영 등의 금지를 명하는 것은, 이 사건 영화로 인해 원고의 고인에 대한 경애, 추모의 정이 형해화되어 이 사건 영화의 상영 등을 금지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침해된 추모의 정을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저한 침해를 당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경우에만 가능하다 할 것이고,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명하는 것은, 위와 같은 정도의 현저한 침해에 이르지 아니하더라도 원고가 고인의 유족으로서 감수해야 할 범위를 넘는 경우이면 가능하다 할 것이다.

(나) 그런데 원고는 고도의 공인성과 역사성을 갖춘 고인의 유족으로서 원고 자신도 고인의 공인성과 역사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할 것이므로, 고인이 학문적으로나 예술적으로 표현과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여기에다가 앞서 본 이 사건 영화가 다룬 사건의 역사적 특수성, 영화라는 표현물이 갖는 특수성, 이 사건 영화의 특수성을 더해 보면, 이 사건 영화로 인해 원고의 고인에 대한 경애, 추모의 정이 침해된 정도가 이 사건 영화의 상영 등을 금지하지 않고서는 회복될 수 없을 정도에 이르지는 아니하였다 할 것이나, 한편 위에서 본 고인의 인격적 법익에 대한 침해 내용에 의하면, 이 사건 영화가 원고가 고인의 유족으로서 감수해야 할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원고의 고인에 대한 경애, 추모의 정의 침해를 이유로 한 금지 청구는 이유 없으나, 피고는 이 사건 영화로 인해 원고의 고인에 대한 경애, 추모의 정이 침해됨으로써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영화의 내용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제작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그 적시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며, 설령 진실한 사실이 아니더라도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고인에 대한 경애, 추모의 정의 침해에 대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하나, 위 침해의 위법성이 조각되려면 이 사건 영화 제작의 주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할 것인데,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이 사건 영화는 어디까지나 상업영화로서 부수적으로는 고인과 그 집권시기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를 유도한다는 공익적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을지언정 그 주된 제작목적이나 동기는 이윤추구에 있다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라) 나아가,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위자료의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는 이 사건 영화의 도입부에 세부적인 사항과 심리묘사는 픽션이라는 내용의 자막을 삽입하면서도, 동시에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였음을 알리면서, 주요 등장인물들의 호칭, 직책, 역할, 사건 진행 과정에서의 행적을 실제 사건과 매우 유사하게 구성하고, 도입부에서 부마항쟁 다큐멘터리 장면과 함께 고인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면서 이 사건 영화의 사건들이 고인의 집권 말기에 벌어진 일들임을 명시적으로 설명하며, 고인의 장례식 다큐멘터리 장면으로 영화를 마무리하여, 극 중 허구를 실제 사실로 오인할 가능성이 농후한 편집기법을 사용한 점, 피고는 실제 10·26 사건을 연상시키는 방법으로 이 사건 영화에 관한 홍보를 하고, 위와 같은 이 사건 영화의 역사적 현실감이라는 요소를 이 사건 영화의 흥행을 통한 수익창출에 이용한 점, 또 고인과 그 사망 사건의 역사적 가치에 대한 부정적 평가 의도를 대중적 전파력이 큰 매체인 영화를 통해 전달하면서도, 이 사건 영화의 상영이 임박한 시점에 이르기까지 실제 관련 인물이나 유족들에게 이 사건 영화의 내용에 대하여 양해를 구하는 등 사후 분쟁의 소지를 막고 이 사건 영화로 인해 심리적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를 지킬 수 있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점, 이 사건 영화는 해외 영화제에서도 소개되었고, 해외 판매용 디브이디가 제작되는 등 그 배포 범위가 국외에까지 이른 점, 그 외 이 사건 영화에서 고인이 차지하는 비중, 이 사건 영화를 본 국내 관객의 수, 피고의 영화계 내 위치와 영향력, 원고의 사회적 지위 및 고인과의 관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항을 참작하면, 그 위자료 액수는 100,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로서 위 100,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그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조경란(재판장) 허성욱 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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