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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부산지법 2011. 9. 23. 선고 2011노938 판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상고[각공2011하,1430]
판시사항

[1] 자동차 운전자에게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 발생을 예견하여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보아야 하는지 여부(소극)

[2] 시내버스 운전자인 피고인이, 버스에 승차하기 위하여 차도 쪽으로 뛰어오는 갑의 동태를 제대로 살피지 아니한 과실로 버스 옆부분으로 그를 충격하여 바닥에 미끄러지게 한 후 버스 우측 뒷바퀴 부분으로 왼쪽 다리 부위를 역과함으로써 중상해를 입게 하였다며 구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유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에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하며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1] 자동차의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하여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함으로써 족하고,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을 예견하여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 없다.

[2] 시내버스 운전자인 피고인이, 버스에 승차하기 위하여 차도 쪽으로 뛰어오는 갑의 동태를 제대로 살피지 아니한 과실로 버스 옆부분으로 그를 충격하여 바닥에 미끄러지게 한 후 버스 우측 뒷바퀴 부분으로 왼쪽 다리 부위를 역과함으로써 중상해를 입게 하였다고 하여 구 교통사고처리 특례법(2010. 1. 25. 법률 제99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검사 제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버스 옆부분으로 갑을 충격하여 바닥에 미끄러지게 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할 뿐 아니라, 사고 발생 지점인 교차로 부근 도로 형태, 차도 및 인도 형태, 버스정류장 위치, 갑의 다리가 역과된 지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피고인이 버스를 타려는 승객으로 짐작되는 갑이 인도를 따라 분주하게 걷는 것을 미리 보았다 하더라도 차도와 엄연히 구분된 인도에 있던 갑이 차도로 내려와 버스에 접근하다가 노상에서 미끄러져 차 밑으로 신체 일부가 들어가 바퀴에 역과될 것까지 예견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더욱이 사고 일시가 새벽 05:20경으로서 주위가 매우 어두운 때임을 감안하면 교차로 부근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정차하려는 시점에 교차로 상태나 정류장 상황을 살피면서 동시에 우측 후사경을 통하여 갑이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어 버스에 접근하거나 차도에서 미끄러져 차 밑으로 들어올 가능성까지 예견하여 계속 그의 동태를 살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이와 달리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유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에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이를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김현수

변 호 인

법무법인 해강 담당변호사 정재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이 사건 교통사고는 피고인이 운전하는 버스가 버스정류장으로 가기 위하여 저속으로 진행하면서 인도 위를 걷고 있는 피해자를 지나쳐가자 피해자가 버스를 타기 위하여 버스를 따라가다가 도로 위에 뿌려져 있는 모래에 미끄러지면서 버스의 우측 뒷바퀴에 역과된 사고로서, 피고인은 당시 바로 앞의 교차로와 버스정류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인도 위에 걷고 있는 피해자가 버스 쪽으로 접근하다가 버스에 부딪히거나 미끄러져 버스의 바퀴 밑으로 들어오리라고 예상할 수 없었으므로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원심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버스의 옆부분으로 피해자를 충격하지도 않았음에도, 이를 간과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여객 주식회사 소유의 부산 (차량번호 생략) 101번 시내버스를 운전한 사람으로서 2009. 4. 19. 05:20경 위 버스를 운전하여 부산 남구 대연동에 있는 편도 1차로 도로를 대연초등학교 방면에서 대연교회 버스정류장 방향으로 진행하였다. 그곳은 인도의 폭이 좁고,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잘 안 되며, 당시 보도블록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인도는 군데군데 파헤쳐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차도와 인도에는 흙이 있는 상태였으므로, 자동차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은 전·후방 및 좌·우측을 잘 살펴 버스에 승차하려는 승객이 있는지 확인하고 안전하게 운전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1이 버스를 타기 위하여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발견하였음에도 피고인의 진행방향 전방에서 버스에 승차하기 위하여 대기 중이던 손님만을 주시하면서 피해자의 움직임을 제대로 살피지 아니하고 진행한 업무상 과실로, 버스를 타기 위하여 차도 쪽으로 뛰어오는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피고인의 버스 옆부분으로 피해자를 충격하여 바닥에 미끄러지게 한 후 피고인의 버스 우측 뒷바퀴 부분으로 피해자의 왼쪽 다리 부위를 역과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에게 치료일수를 알 수 없는 좌측 하지 피부 벗겨짐 등의 중상해를 입게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3. 당심의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관계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곳은 직선의 편도 1차로(노폭 3.5m) 도로로서 인도의 폭이 좁고, 공소외 1이 버스의 뒷바퀴에 역과된 지점은 버스가 운행하고 있던 차로와 대연5동사무소 방면으로 난 노폭 5.1m의 이면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으로서, 사고 발생 전에는 위 교차로 지점에도 버스 운행 방향 차도를 따라 나 있는 인도와 위 차도의 경계선에 연이어 황색실선이 교차로를 가로 질러 그어져 있어서 일응 차도와 위 교차로를 건널 보행자를 위한 인도 부분이 구분되어 있었으나, 사고 당시에는 위 교차로 부근의 인도에 보도블럭을 설치(교체)하는 공사 과정에서 위 황색실선이 지워지는 바람에 피고인 운전의 버스가 대연초등학교 방면에서 좌회전하여 나와 문현동 쪽으로 직진한 방향을 기준으로 하여 볼 때, 버스가 좌회전한 지점에서부터 위 교차로와 접하는 횡단보도까지 및 위 교차로를 건너서 있는 ‘ ○○○○’ 가게 앞부터 대연교회 버스정류소가 있는 문현동 쪽으로는 차도와 명백하게 구분된 인도가 있지만, 위 교차로를 건너는 부분에는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잘 안 되며, 당시 교차로를 건너서 있는 ‘ ○○○○’ 가게 앞부터 버스정류장 쪽으로는 인도와 차도의 경계 부분에 경계석을 설치하고 인도 위에 보도블럭을 까는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인도 위에 모래만 있고 보도블럭은 깔리기 전이었기 때문에 인도 위의 모래가 경계석을 넘어 문현동 쪽으로의 차도는 물론 기존 황색실선이 지워진 위 교차로 부분까지 흩어져 나온 상태이었으나, 위 교차로에 이르기 전의 인도, 즉 버스가 좌회전한 지점부터 횡단보도와 접한 인도까지는 이미 경계석 설치 및 보도블럭 깔기 공사가 마무리된 상태였다(검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위 교차로에 이르기 전까지의 인도에도 위와 같은 공사로 인하여 차도와 인도가 제대로 구분되지 않고 인도에는 군데군데 파헤쳐져 있었다고 하나, 검사가 드는 증거들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이 점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없다).

②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 피고인은 버스를 운전하여 대연초등학교 방면에서 좌회전하여 대연교회 버스정류장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었으며, 이 사건 사고 발생 얼마 전까지는 버스에 설치된 기계식 운행기록지(일명 타코미터)상 시속 약 50㎞이었으나 이 사건 사고 무렵에는 버스정류장에 진입하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위 기록지상의 속도보다는 훨씬 저속이었다.

③ 공소외 1은 버스정류장으로부터 약 41m 못 미친 곳에 ‘ △△페인트’ 가게를 운영하는 남편과 함께 거주하였는데, 사고 당일 위 교차로를 건너서기 전에 있는 빵집을 운영하는 공소외 2 및 공소외 1보다 아래쪽에 거주하는 공소외 3과 함께 남해 보리암에 가기로 하여 참외 1봉지, 떡, 양초 2자루, 향통 2개가 들어 있는 배낭을 메고, 바닥이 평평한 신발을 신고 나서다가 피고인이 운전하는 버스가 대연초등학교 방면에서 버스정류장 쪽으로 좌회전하여 나오는 것을 보고서, 교차로를 건너기 전에 있는 빵집에서 나왔기 때문에 자신보다 버스정류장 쪽으로 앞서 있는 공소외 2를 뒤따라 버스를 타기 위하여 교차로에 이르기 전의 인도 위를 뛰기 시작하였다(피고인은 경찰 제3회 피의자신문에서 피고인이 공소외 1을 처음 본 것은 우측 전방이었다고 진술하고, 당시 버스 승객이었던 증인 공소외 4는 당심에서 버스보다 앞쪽에 있던 공소외 1을 처음 보았고 어느 순간 버스와 공소외 1이 평행하게 된 지점에서부터는 공소외 1을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하는 것으로 보아 집에서 나온 공소외 1이 버스를 앞서 걷다가 뒤에서 오는 버스를 발견하고 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인이 운전하는 버스는 위 교차로를 건너기 전의 인도를 따라 뛰는 공소외 1을 앞질러 버스정류장을 향하여 서행하던 중 피고인이 운전하는 버스의 뒷바퀴가 공소외 1의 왼쪽 다리를 역과하였고, 역과 직후 버스가 정차하였을 때 공소외 1은 버스 뒷바퀴와 뒷범퍼 사이에 누워 있었다( 공소외 1은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 마치 버스의 앞바퀴에 역과되었고 그대로 있으면 뒷바퀴에까지 치일 것 같아 버스 밑부분을 두드려 버스가 정차하는 바람에 뒷바퀴에는 치이지 않았다고 진술하나, 공소외 1의 왼쪽 다리가 역과되어 피부가 찢겨 나간 부분의 형태 및 그 폭을 보면, 앞바퀴가 아닌 뒷바퀴에 역과된 것임이 분명하며, 공소외 1이 위와 같이 진술하는 것은 마치 버스 앞부분에 충격되어 넘어지는 바람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주장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⑤ 뒷바퀴에 찢겨 나간 다리의 살점이 흩어져 있던 위치, 뒷바퀴에 묻은 피부 조직 및 피로 인하여 공소외 1이 병원으로 후송된 뒤 버스가 사고현장을 떠날 때 굴러간 우측 뒷바퀴의 자국을 따라 차도에 새겨진 혈흔의 위치 등으로 볼 때(수사기록 19정의 각 사진 영상 참조), 공소외 1의 왼쪽 다리가 버스의 우측 뒷바퀴에 역과된 지점은, 공소외 1 측이 주장하는 ‘ ○○○○’ 앞 교차로에서 대연5동사무소 방면으로 난 이면도로를 따라 곡선으로 그어진 황색실선에 가까운 쪽의 차도 또는 인도가 아니라, 교차로를 건너 직선으로 그어져 있던 구 황색실선을 기준으로 할 때 차도 안쪽으로 1m 이상 떨어진 지점이다(수사기록 19정의 사진 영상에 있는 공소외 1이 누워 있던 지점을 그린 스프레이 표시는 사고 직후 신고를 받고 도착한 인근 지구대 직원이 공소외 1이 후송된 전·후에 표시한 것으로서, 위 표시는 역과 직후 피해자가 원래 누워 있던 곳이라기보다는 사고 직후 버스기사인 피고인 또는 먼저 도착한 지구대 직원이 버스 우측 뒷바퀴에 역과되어 뒷바퀴와 뒷범퍼 사이에 누워 있던 공소외 1을 인도 가까운 쪽으로 끌어낸 후에 공소외 1이 누워 있던 지점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⑥ 위 교차로를 건너 ‘ ○○○○’ 가게 앞부터 버스정류장 쪽으로 있는 인도의 입구(교차로와 접하는 곳)에는 위 교차로의 차량용 신호등 지지대와 전신주가 설치되어 있어, 이 사건 사고 당시 공소외 1처럼 버스정류장 쪽으로 가기 위하여 교차로를 건너기 전의 인도를 따라 뛰어오다가 교차로를 건넌 후 계속 인도를 따라 버스정류장까지 쫓아가려면 위 지지대와 전신주 및 그 인도 부분에서 진행 중이던 경계석 및 보도블럭 깔기 공사로 인하여 다소 불편을 느낄 수는 있었던 상황이긴 하였다.

나.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 인정 여부

1)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7도5389 판결 등 참조). 한편 자동차의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하여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함으로써 족하고,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을 예견하여 이에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 할 수 없는 것이다( 대법원 1985. 7. 9. 선고 85도833 판결 참조).

2) 공소외 1이 버스의 옆부분에 충격되어 바닥에 미끄러지게 한 것인지의 여부

공소외 1이 버스의 옆부분에 충격되어 바닥에 미끄러지거나 넘어지게 하였다는 취지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마친 검사가 드는 증거로는 공소외 1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 버스 승객이었던 공소외 4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과 의사 공소외 5가 작성한 ‘등에 찰과상이 있다’는 소견서 및 그가 작성한 우편조서의 각 기재, 경사 공소외 6이 작성한 수사보고서에 편철된 배낭 사진의 영상이 있다.

먼저 공소외 1의 원심법정 진술과 공소외 4의 원심법정 진술에 대하여 보건대, 공소외 1은 원심에서 왼쪽 등이 버스에 부딪혀서 앞으로 넘어져 버스 안으로 들어갔고 빠져나오기 위하여 뒤로 누우면서 오른쪽 다리를 빼는 사이에 버스가 자신의 왼쪽 다리를 역과하였고 자신은 역과 직후 버스의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에 눕게 되었다고 진술하고, 버스 승객이자 목격자인 공소외 4는 원심에서 당시 피해자가 버스 옆면과 부딪힌 것으로 짐작한다고 진술하였으나, 공소외 4는 당심에서 위 진술에 대하여 피해자가 버스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고, 피해자가 버스 쪽에 너무 가까이 붙어 뛰어오기에 그렇게 추측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인 공소외 7, 8은 원심에서 피해자는 당시 버스의 뒷바퀴와 뒷범퍼 사이에 누워 있었다고 진술하고, 비록 피고인이 참고자료로 제출한 것이기는 하지만 교통사고감정연구소의 감정 결과에 의하면, 차도 쪽 노면에 버스의 뒷바퀴에 의하여 역과된 흔적이 발생하였고, 피해자의 진술대로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에 피해자가 위치할 경우 버스의 뒷바퀴는 역과되지 않으나 실제로 피해자의 상처 흔적은 버스의 뒷바퀴에 의하여 역과된 흔적이 있는 등의 이유로 피해자는 차도 쪽 노면에서 뒤로 넘어지며 그 순간 버스의 우측 뒷바퀴가 지나가면서 왼쪽 하지가 역과된 것으로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나타난 여러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위 감정 결과에 수긍이 가는 점 등에 비추어, 등 쪽이 버스에 부딪혀 앞으로 넘어졌다는 공소외 1의 위 진술은 믿기 어렵고, 공소외 4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만으로 이 점을 인정하기에 미흡하다.

나아가 공소외 1의 상해의 부위 등에 관하여 작성된 소견서 및 위 소견서를 작성한 의사 공소외 5의 우편조서의 기재 중에 ‘등에 찰과상이 있으며, 위 찰과상은 넘어져서 손상을 입을 수 있는 상처는 아니며, 그보다 더 고에너지의 손상기전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기재가 있기는 하나, 기록상 버스의 옆면에 공소외 1과 부딪힌 흔적이 전혀 나타나지 않을뿐더러 사고 당시 등에 메고 있던 배낭 속에 넣어둔 참외, 양초, 향통 등으로 인하여 공소외 1이 뒤로 넘어지면서 위 배낭에 든 단단한 물질 때문에 충격이 더해져 생기거나 또는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오른쪽 다리는 구부리고 왼쪽 다리는 펴진 상태에서 왼쪽 다리가 우측 뒷바퀴에 역과되는 과정에서 배낭도 그 바퀴에 부딪혔을 가능성이 높은 점에 비추어 보면, 위 소견서 및 우편조서의 각 기재 역시 공소외 1의 등이 버스의 옆면에 충격되었다고 단정할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위 배낭 사진의 영상(수사기록 32정, 123정)을 보건대, 위 영상에 의하면 배낭 뒤 좌측 아랫부분에 검은 색의 흔적이 있어 위 흔적으로 보아 배낭을 메고 있던 공소외 1의 등 부분이 버스 옆면에 충격된 것으로 추측될 수도 있으나, 위 배낭 뒤에 묻어 있는 검은 색의 흔적이 버스 옆면에 의한 것임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도 없을뿐더러(이 부분에 대하여는 경찰, 검찰 모두 배낭에 묻은 흔적의 성분분석 등 과학적 수사를 전혀 시도한 바도 없다), 오히려 위 흔적은 색상이나 형태로 볼 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뒷바퀴에 역과되는 순간 배낭 뒤 좌측 아랫부분이 바퀴에 충격되면서 생긴 것으로 볼 여지가 많은 점에 비추어, 위 배낭 사진의 영상 역시 공소외 1의 등 부분이 버스의 옆면에 충격되었음을 인정할 증거로 삼기에 미흡하다.

오히려 기록에 있는 자료들을 종합하여 보면, 공소외 1의 왼쪽 다리가 버스의 뒷바퀴에 의하여 역과된 것으로 보아 역과되기 전에 피해자의 몸이 버스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이고, 당시 보도블럭 공사로 인하여 교차로의 차도에까지 모래가 흩어져 있었던 도로 상태로 보아, 고령의 공소외 1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 △△페인트’를 나서 같이 버스를 타기 위하여 버스 진행방향으로 보아 자신보다 뒤에 있던 공소외 3을 기다리다가 버스가 좌회전하여 버스정류소 쪽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자신보다 앞선 공소외 2를 뒤따라 버스정류소 쪽을 향하여 인도를 따라 뛰어가다가 버스가 자신을 추월하려 하자 급한 마음에 교차로에 연접한 횡단보도(횡단보도에는 차도와 인도의 경계석이 없어 보임) 부근 또는 교차로에서 차도 쪽으로 나아가 버스에 근접하다가(자신과 뒤따라오는 공소외 3이 버스를 탈 승객임을 알릴 목적으로 버스 옆면을 두드리기 위하여 근접하였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교차로의 차도에 흩어져 있던 모래 등으로 인하여 중심을 잃고 미끄러져 뒤로 넘어지면서 차도로 정상 주행하며 버스정류장에 정차하려고 속도를 상당히 줄인 상태인 버스 밑으로 다리가 들어가자, 빠져 나오기 위하여 오른쪽 다리는 구부렸으나 왼쪽 다리는 미쳐 구부리지 못한 상태에서 뒷바퀴에 역과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3) 피고인이 자동차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자로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의 여부

㉮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대현초등학교 방면에서 문현동 쪽으로 좌회전을 하고 위 교차로의 문현동 쪽 끝부분에서 문현동 쪽으로 19m 가량 떨어져 있는 버스정류장에 정차하기 위하여 버스정류장을 향하여 직진하던 중 버스 우측 앞쪽에서 버스를 타기 위하여 교차로에 이르기 전의 인도를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는 공소외 1을 발견하고 그녀의 걸음걸이 등을 보고 버스를 타려는 손님으로 짐작은 한 사실, 위 교차로를 지날 무렵 버스정류장에 버스를 타려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 그 사람의 동태를 살펴보아야 할 뿐만 아니라, 비록 이면도로이지만 대연5동사무소로 가는 길과의 교차로여서 이면도로에서 나오는 차마 등 장애물 여부를 살피느라 버스 전면 우측 부분만을 주시하고 후사경을 통하여 버스를 타려는 손님으로 짐작되는 공소외 1 등의 동태는 살피지 아니한 사실, 교차로를 지날 무렵 밖에서 나는 공소외 2 또는 공소외 1의 비명소리와 버스 승객으로 뒷자리에 타고 있던 공소외 4 등의 “아저씨, 차 세워요.”라는 소리를 듣는 즉시 후사경을 보고서야 공소외 1의 하체 부분이 버스 밑으로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정차하였지만, 미치지 못하여 뒷바퀴에 공소외 1의 왼쪽 다리가 역과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 위 ㉮항의 사실에다가 앞서 인정된 이 사건 교차로의 형태, 교차로를 전후하여 직선으로 된 차도 및 인도의 형태, 그 인도 중 경계석 및 보도블럭 설치 공사가 마무리된 부분과 공사가 진행 중이던 부분의 구간 및 버스정류장의 위치, 교차로에 있던 기존 황색실선의 위치, 공소외 1의 다리가 버스 우측 뒷바퀴에 최초로 역과된 지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피고인이 이 사건 교차로에 이르기 전에 버스를 타려는 손님으로 짐작되는 공소외 1이 인도를 따라 버스정류장 쪽으로 분주하게 걷는 것을 공소외 1이 버스보다 앞쪽에 있을 때 보았다고 하더라도, 통상 사전에 버스를 타기 위하여 차도에까지 뛰어들어 버스에 근접하려는 손님을 보았거나 차도에서 버스를 뒤쫓아오는 것을 발견한 경우와 달리, 차도와 엄연히 구분된 인도에 있던 공소외 1이 차도까지 내려와 피고인이 운전하는 버스에 근접하다가 노상에서 미끄러져 차 밑으로 신체의 일부가 들어가 바퀴에 역과될 것이라는 점까지는 예견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더욱이 사고 일시가 4월 19일 05:20경으로서 주위가 매우 어두운 때이고, 위 도로가 간선도로가 아니라서 가로등 불비로 주위에 대한 시야가 한정되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더하여 보면, 비록 피고인이 위 사고장소 도로를 수년간, 하루에도 수차례 버스를 운행한 버스기사로서 위 교차로를 전후한 인도에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사고 직전에 일부 마무리된 곳임을 잘 알고 있었고, 교차로를 지난 인도 입구에 세워진 신호등의 지지대, 전신주로 인하여 인도의 폭이 좁기 때문에 교차로를 건너 버스정류장까지 버스를 타려고 오는 사람들의 보행에 불편이 따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점까지 감안하여 교차로의 상태나 곧 정차할 지점인 버스정류장의 상황을 살피는 것은 게을리하고, 처음 보았을 때 인도를 따라 급히 걷던 공소외 1이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하여 횡단보도 부근 또는 교차로에서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어 버스에 근접할 것이라거나 차도에 흩어져 있던 모래에 미끄러져 신체의 일부가 차 밑으로 들어올 가능성까지도 예견하여 후사경을 통하여 계속 공소외 1의 동태를 살펴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는 할 수 없다.

4)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공소외 1의 동태를 제대로 살피지 아니한 업무상 과실로 버스의 옆부분으로 공소외 1을 충격하여 바닥에 미끄러지게 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위와 같은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하고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할 만한 다른 증거가 없다.

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사고를 낸 버스의 운행자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 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의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에 관하여 형법 제268조 소정의 업무상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자로서의 주의의무 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2. 가.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위 3.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신우철(재판장) 김영환 김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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