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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두549 판결
[시정명령및과징금납부명령취소청구][미간행]
판시사항

[1]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보교환을 통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사업자들에게 시정조치로서 정보교환 금지명령을 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정보교환 금지명령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1조 에 정한 ‘필요한 조치’로서 허용되는지 여부의 판단 방법

[2] 공정거래위원회가 밀가루 가격, 판매량 또는 생산량에 대하여 수시로 정보를 교환한 밀가루 제조회사들에게 정보교환 금지명령을 한 것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1조 에 정한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에 해당하고 그 조치는 명확성과 구체성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3]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에 참가한 사업자 일부 또는 전부가 부당한 공동행위를 종료하였다고 보기 위한 요건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 1 주식회사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손지열외 4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고스 담당변호사 강완구외 2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1조 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제1항 의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가 있을 때에는 당해 사업자에 대하여 당해 행위의 중지,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의 문언 내용, 공정거래법에 의한 시정명령이 지나치게 구체적이면 날마다 다소간의 변형을 거치면서 행하여지는 수많은 거래에 대한 대응성이 떨어져 결국 무의미한 시정명령이 되므로 그 시정명령의 속성상 다소간 포괄성·추상성을 띨 수밖에 없다는 점 및 시정명령제도를 둔 취지에 비추어 시정명령의 내용은 과거의 위반행위에 대한 중지는 물론 가까운 장래에 반복될 우려가 있는 동일한 유형의 행위에 대한 반복금지까지 명할 수는 있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한 점 ( 대법원 2003. 2. 20. 선고 2001두534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조항에 정한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에는 행위의 중지뿐만 아니라 그 위법을 시정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제반 조치가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와 같이 사업자들이 상호 정보교환을 통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기에 이른 경우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그 사업자들에 대하여 정보교환 금지명령을 할 수 있다. 다만, 이와 같은 정보교환 금지명령이 공정거래법 제21조 에서 정한 필요한 조치로서 허용되는지는 그 정보교환의 목적, 관련시장의 구조 및 특성, 정보교환의 방식, 교환된 정보의 내용, 성질 및 시간적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시정명령의 속성상 다소간 포괄성·추상성을 띨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정보교환 금지명령은 법 위반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금지되어야 하는 정보교환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하며, 당해 위반행위의 내용과 정도에 비례하여야 한다.

원심판결 및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 등에 의하면, 원고들을 비롯한 8개사는 수시로 밀가루 가격, 판매량 또는 생산량에 대한 정보(이하 ‘이 사건 정보’라 한다)를 교환함으로써 밀가루 가격, 판매량 또는 생산량을 합의하여 결정하는 등 이 사건 부당공동행위를 한 사실, 원고들이 이 사건 정보를 교환한 목적은 이 사건 부당공동행위를 쉽게 실행하려는 데 있는 사실, 국내 밀가루 시장은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이 75%에 이르는 과점적 시장이고 밀가루는 제품 간 차이가 크지 아니하여 가격담합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사실, 이 사건 정보는 소비자, 행정기관 등 제3자에게 공개되지 않고 제분협회 회원사 내부에서만 주기적으로 교환되었던 사실, 이 사건 정보는 제분협회 회원사들의 가격·판매량·생산량 등에 관한 세부 정보로서 일반적으로 영업활동에서 비밀로 취급되고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질의 정보이며, 이를 통하여 정보를 제공한 개별 회원사를 특정할 수 있는 사실, 이 사건 정보는 정보교환시점을 기준으로 최근, 현재 또는 장래의 가격 및 생산량 등에 관한 정보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이 사건 정보교환행위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소정의 부당공동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금지명령은 공정거래법 제21조 에서 정하는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가 “8개사는 시장을 통한 정보수집의 경우를 제외하고 직접 또는 협회를 통하는 방법, 기타 여하한 방법으로 상호 간의 가격, 밀가루 판매량 또는 생산량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정보교환 금지명령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위 ‘시장을 통한 정보수집의 경우를 제외하고’라는 문구 및 시정명령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정보교환 금지명령은 현재 또는 장래에 관한 공개되지 아니한 정보의 교환만을 금지하는 것임을 알 수 있으므로 명확성과 구체성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공정거래법 제21조 소정의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에는 행위 중지의 정도를 넘어서는 조치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전제한 다음, 이 사건 정보는 기업활동에 관한 중요한 정보로서 이를 교환하는 것조차 금지하는 내용의 명령은 행위 중지의 정도를 넘는 것으로서 시정명령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고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에는 공정거래법상의 시정명령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상고이유 제1점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들이 2000년과 2001년에 밀가루 생산량(판매량)을 공동으로 제한하는 합의를 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반 또는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3호 소정의 상품의 생산·출고·수송 또는 거래의 제한의 합의 및 그에 기한 실행행위가 있었던 경우 부당한 공동행위가 종료한 날은 그 합의에 기한 실행행위가 종료한 날이므로, 합의에 참가한 일부 사업자가 부당한 공동행위를 종료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업자에 대하여 합의에서 탈퇴하였음을 알리는 명시적 내지 묵시적인 의사표시를 하고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담합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생산량 또는 판매량 수준으로 되돌리는 등 합의에 반하는 행위를 하여야 하며, 합의에 참가한 사업자 전부에 대하여 부당한 공동행위가 종료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합의에 참가한 사업자들이 명시적으로 합의를 파기하고 각 사업자가 각자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담합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생산량 또는 판매량 수준으로 되돌리는 등 합의에 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또는 합의에 참가한 사업자들 사이에 반복적인 생산 또는 판매 경쟁 등을 통하여 담합이 사실상 파기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을 만한 행위가 일정 기간 계속되는 등 합의가 사실상 파기되었다고 볼 수 있을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7두12774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일부 회사가 2005년 9월경 카르텔에서 탈퇴하였지만 원고들을 포함한 나머지 회사들의 시장점유율이 66%에 이르고 있어 카르텔이 붕괴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들은 2005년에도 합의된 생산량을 대체로 준수하였으며, 달리 원고들이 합의에 기한 실행행위를 종료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이 주장하는 2005년 9월을 부당한 공동행위가 종료한 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부당한 공동행위의 종기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다. 상고이유 제3점

사업자들이 장기간에 걸쳐 수 회의 합의를 한 경우 그 수 회의 합의가 단일한 의사에 기하여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것이 단절됨이 없이 계속 실행되어 왔다면, 그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 등에 일부 변경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일련의 합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전체적으로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7두3756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각 물량 합의 및 가격 합의는 전체적으로 각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형성한다고 보고, 이 사건 처분 당시 부당한 공동행위의 종료일로부터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 에서 정한 5년이 경과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위와 같은 법리를 따른 것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라. 상고이유 제4점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원고들의 이 사건 각 위반행위가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되므로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2004. 4. 1.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04-7호로 개정된 것, 이하 ‘종전의 고시’라 한다)’에 의하여 3.5% 내지 5.0%의 부과율을 적용하기로 하면서도, 밀가루제품의 가격인상이 원가상승에 기인한 바가 큰 점, 합의내용이 바로 시장에 직접적·전면적으로 나타났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하여 위 부과율을 3.5%로 정하였으므로 이는 과징금 산정시 참작되어야만 하는 제반 사정들이 참작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며,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또한, 피고가 종전의 고시에서 정한 부과율을 적용한 것은,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2005. 4. 1.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05-3호로 개정된 것)’ 부칙 제2항에서 “이 고시 시행일 전의 행위로서 이 고시 시행 전에 종료되거나 이 고시 시행 후에도 위반상태가 지속되는 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에는 종전의 고시에 의한다”는 경과규정에 따른 것이므로,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률 불소급의 원칙 위배 등의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며,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시환(재판장) 박일환 안대희(주심)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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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7.12.5.선고 2006누23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