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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7두25138 판결
[시정명령및과징금부과처분취소청구][미간행]
판시사항

[1] 제분회사의 밀가루 가격, 판매량 또는 생산량에 관한 정보교환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에 정한 부당공동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금지명령은 같은 법 제21조 에 정한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2] 부당공동행위를 한 제분회사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처분이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위반행위의 기간 및 회수, 위반행위로 취득한 이익의 규모 등에 비추어 부당공동행위의 참여자들 사이에 균형을 상실하여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임병일외 2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해마루 담당변호사 오재창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밀가루 생산량(판매량)을 공동으로 제한하는 합의를 하였고, 원고가 밀가루 제품의 기준가격에 관한 합의 및 장려금 폐지 내지 축소에 관한 합의를 하였으며, 원고의 이와 같은 합의는 밀가루 판매시장에서의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이나 부당공동행위의 성립 여부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위반행위의 종기를 잘못 인정하여 과징금 산정에 위법이 있다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원심이 과징금 납부명령 전부를 취소한 이상 판결 결과에 아무 영향이 없는 사항이므로 그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상고이유 제1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1조 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제1항 의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가 있을 때에는 당해 사업자에 대하여 당해 행위의 중지,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의 문언 내용, 공정거래법에 의한 시정명령이 지나치게 구체적인 경우 매일 다소간의 변형을 거치면서 행해지는 수많은 거래에서 대응성이 떨어져 결국 무의미한 시정명령이 되므로 시정명령은 그 속성상 다소간의 포괄성·추상성을 띨 수밖에 없다는 점, 시정명령의 내용은 과거의 위반행위에 대한 중지는 물론 가까운 장래에 반복될 우려가 있는 동일한 유형의 행위의 반복금지까지 명할 수는 있는 것으로 해석함이 시정명령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점( 대법원 2003. 2. 20. 선고 2001두534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조항에 정한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에는 행위의 중지뿐만 아니라 그 위법을 시정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제반 조치가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사업자들이 상호 정보교환을 통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기에 이른 경우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그 공동부당행위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하다면 사업자들에 대하여 정보교환 금지명령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이 경우 이와 같은 정보교환 금지명령이 공정거래법 제21조 에 정한 필요한 조치로서 허용되는지는 그 정보교환의 목적, 관련시장의 구조 및 특성, 정보교환의 방식, 교환된 정보의 내용, 성질 및 시간적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시정명령의 속성상 다소간 포괄성·추상성을 띨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정보교환 금지명령은 금지되어야 하는 정보교환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하고, 당해 위반행위의 내용과 정도에 비례하여야 할 것이다.

원심판결 및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 등에 의하면, 원고를 비롯한 8개사는 수시로 밀가루 가격, 판매량 또는 생산량에 대한 정보(이하 ‘이 사건 정보’라 한다)를 교환함으로써 밀가루 가격, 판매량 또는 생산량을 합의하여 결정하는 등 이 사건 부당공동행위를 한 사실, 원고가 이 사건 정보를 교환한 목적은 이 사건 부당공동행위를 쉽게 실행하기 위한 것인 사실, 국내 밀가루 시장은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이 75%에 이르는 과점적 시장이고, 밀가루는 제품 간 차이가 크지 아니하여 가격 담합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사실, 이 사건 정보는 소비자, 행정기관 등 제3자에게 공개되지 않고 제분협회 회원사 내부에서만 주기적으로 교환되었던 사실, 이 사건 정보는 제분협회 회원사들의 가격, 판매량, 생산량 등에 관한 세부 정보로서 일반적으로 영업활동에서 비밀로 취급되고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질의 정보이며, 이를 통하여 정보를 제공한 개별 회원사를 특정할 수 있는 사실, 이 사건 정보는 정보교환시점을 기준으로 최근, 현재 또는 장래의 가격 및 생산량 등에 관한 정보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이 사건 정보교환행위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소정의 부당공동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금지명령은 공정거래법 제21조 가 정한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

나아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는 “8개사는 시장을 통한 정보수집의 경우를 제외하고 직접 또는 협회를 통하는 방법, 기타 여하한 방법으로 상호 간의 가격, 밀가루 판매량 또는 생산량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정보교환 금지명령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위 ‘시장을 통한 정보수집의 경우를 제외하고’라는 문구 및 위 시정명령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정보교환 금지명령은 현재 또는 장래에 관한 공개되지 아니한 정보의 교환만을 금지하는 것임을 알 수 있으므로 명확성과 구체성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공정거래법 제21조 소정의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에는 당해 행위 중지의 정도를 넘어서는 조치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전제한 다음, 이 사건 정보는 기업활동에 관한 중요한 정보로서 이를 교환하는 것조차 금지하는 내용의 명령은 행위 중지의 정도를 넘는 것으로서 시정명령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고,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공정거래법상의 시정명령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상고이유 제2점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원고를 포함한 6개 사업자에 대하여 관련 법령 등에 따라 산출한 임의적 조정과징금이 법령상 과징금의 상한인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매출액의 5%를 초과한 관계로, 일률적으로 위 과징금 상한인 평균매출액의 5%로 부과과징금을 결정하였는데, 이로써 이 사건 부당공동행위를 주도하고 시장점유율이 높은 ○○제분(주) 등 3개사의 경우 임의적 조정과징금에서 약 70% 감경되었으나, 단순 가담한 것에 불과하고 시장점유율이 낮은 원고의 경우 약 23%만 감경되었는바, 이에 의하여 사업자마다 참작할 사유에 따라 과징금을 가중·감경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되고, 원고의 경우와 같이 감경사유가 많은 사업자가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되므로, 피고가 일률적으로 법령상 과징금 상한을 부과과징금으로 정함으로써 ○○제분(주) 등과 같은 다른 사업자들에 비하여 원고에게 현저하게 불공평한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헌법상의 비례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원심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피고가 이 사건 부당공동행위를 한 각 사업자들에 대하여 임의적 조정과징금을 산정한 다음, 각 사업자들의 평균매출액 중 5%에 상당한 금액을 각각에 대한 부과과징금으로 산정한 것은, 구 공정거래법(2004. 12. 31. 법률 제73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구 공정거래법 시행령(2005. 3. 31. 대통령령 제187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 에서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사업자에 대하여 직전 3개 사업연도의 평균매출액에 100분의 5를 곱한 금액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고, 이는 각 사업자들의 평균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의 상한을 정한 것으로서 각 사업자들의 경제적 부담능력을 고려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이 하여 산정된 과징금 액수가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위반행위의 기간 및 회수, 위반행위로 인해 취득한 이익의 규모 등 공정거래법 제55조의3 제1항 에서 정하고 있는 요소들에 비추어 부당공동행위의 참여자들 사이에 균형을 상실하여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은 이상, 결과적으로 부당공동행위를 주도하고 시장점유율도 높은 사업자가 비율적으로 더 많이 감경되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섣불리 그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부당공동행위에 단순 가담하였고 시장점유율도 낮은 점 등에 대해서는 임의적 조정과징금 산정 당시 이를 반영하여 30% 감경을 하였지만, 이 사건 부당공동행위를 주도하고 시장점유율이 높은 ○○제분(주) 등 3개사에 대해서는 전혀 감경을 하지 아니한 사실, 이 사건 부당공동행위를 주도하고 시장점유율도 높은 ○○제분(주) 등 3개사에 부과된 과징금이 원고에게 부과된 과징금보다 훨씬 다액인 사실, 법령상의 과징금 상한으로 인해 임의적 조정과징금에서 감경된 비율이 ○○제분(주) 등 3개사는 70%, 원고는 23%인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에 의하면, 피고의 과징금 부과처분이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위반행위의 기간 및 회수, 위반행위로 인해 취득한 이익의 규모 등에 비추어 부당공동행위의 참여자들 사이에 균형을 상실하여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과징금 부과처분이 비례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본 것은, 과징금 부과처분에 관한 재량권의 범위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양승태(주심) 김지형 양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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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7.10.25.선고 2006누1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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