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공동사업관계를 탈퇴하면서 체결한 청산약정에서 출자금반환의무의 성립과 관련하여 붙인 부관의 법적 성질을 정지조건이 아닌 불확정기한으로 보아, 부관에 정한 사유가 발생하는 때는 물론이고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때에도 그 출자금반환의무가 성립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던 자들과 사업 진행에 필요한 운전자금을 출자하고 사업상의 이익에 참여하기로 하는 등의 공동사업계약을 체결하고 그들에게 운전자금을 지급한 자가, 그 후 사업진행이 순조롭지 않자 공동사업관계에서 탈퇴하면서 ‘스폰서가 영입되거나 사업권을 넘길 경우나 사업을 진행할 때’에는 위 출자금을 반환받기로 하는 청산약정을 체결한 사안에서, 위 부관의 법적 성질을 거기서 정해진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언제까지라도 위 투자금을 반환할 의무가 성립하지 않는 정지조건이라기보다는 불확정기한으로 보아, 출자금반환의무는 위 약정사유가 발생하는 때는 물론이고 상당한 기간 내에 위 약정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때에도 성립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대법원 1989. 6. 27. 선고 88다카10579 판결 (공1989, 1147)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1다41766 판결 (공2002상, 988)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3다24215 판결 (공2003하, 1870)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피고 1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즉, 원고는 2006. 10. 17.에 피고들이 추진하던 이 사건 재건축사업과 관련하여 원고가 그 사업의 진행에 필요한 운전자금을 출자하고 위 사업상의 이익에 참여하기로 하는 등의 공동사업계약(이하 ‘제1차 합의’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그에 기하여 같은해 12. 4.까지 도합 4천2백만 원을 피고들에게 지급하였다. 그러나 원고와 피고들은 2007. 3. 16.에 이르러, 그날부터 원고가 위 사업에 관여하지 않기로 하되, “스폰서가 영입되거나 사업권을 넘길 경우나 사업을 진행할 때”(이하 ‘이 사건 부관’이라고 한다)에는 피고들이 위 4천2백만 원의 돈을 반환하며, 그 돈의 수령과 동시에 위 제1차 합의가 효력을 잃는 것으로 하기로 합의하였다(이하 ‘제2차 합의’라고 한다).
나아가 원심은 이 사건 부관의 법적 성질을 정지조건이라고 하고, 제2차 합의에 기하여 피고들의 금전반환의무가 발생하려면 위의 약정사유들 중 하나가 발생하여 피고들에게 이 사건 재건축사업과 관련한 자금의 유입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다음, ① 새로운 투자자는 이를 영입하였다는 증거가 없고, ② 재건축사업권이 양도된 일은 있으나 그 양수인의 양수대금 미지급으로 그 계약이 해제되어서 양도계약의 체결만으로는 사업권의 양도가 있다고 할 수 없으며, ③ 피고 회사가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추진위원회와 업무대행계약을 체결한 것만으로는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진행하여 그로 인한 자금의 유입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위 합의에 기한 피고들의 금전지급의무는 정지조건의 미성취로 발생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들이 그 전에 계획·추진하던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피고들과 함께 시행하기로 하면서 그 운전자금을 대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제1차 합의를 하고 위 4천2백만 원을 피고들에게 지급하였으나, 그 후 피고들이 제1차 합의에 따라 원고에게 부담하는 피고 회사 임원으로서의 취임이나 주식 배분 등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사건 재건축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자, 원고가 위의 공동사업관계에서 탈퇴하기로 하고 그 청산의 내용을 정하면서 제2차 합의에 이른 사실을 알 수 있다(원심 판결도 제2차 합의를 “공동사업시행의 청산약정”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제2차 합의에 이르게 된 사정에다가, 이 사건 부관상의 약정사유들은 모두 주로 애초부터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계획·추진하여 온 피고들의 성의와 노력에 의하여 앞으로 실현되어야 하고 그 실현에 이제 이 사건 재건축사업에서 손을 떼는 원고로부터 그 주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 이 사건 공동사업관계와 같은 조합에서 조합원 중 1인이 나머지 조합원들과의 합의 아래 임의로 탈퇴하는 경우에 탈퇴조합원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나머지 조합원들에 대하여 지분의 계산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점( 민법 제719조 참조) 등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부관의 법적 성질을 거기서 정하여진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언제까지라도 원고의 투자금을 반환할 피고들의 의무가 성립하지 아니하는 정지조건이라기보다는, 이를 불확정기한으로 보아 피고들의 금전반환의무는 위의 약정사유가 발생하는 때는 물론이고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는 때에도 성립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89. 6. 27. 선고 88다카10579 판결 등 참조).
또한 설사 원심과 같이 이 사건 부관을 정지조건이라고 이해하더라도, 그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다는 원심의 판단에는 동의할 수 없다. 우선 앞서 본 바와 같이 투자자의 영입, 사업권의 양도, 사업의 진행과 같은 약정사유 자체에다가 자금의 유입이라는 요소를 부가하여야 할 이유를 쉽사리 찾기 어렵다(특히 위의 약정사유들 중 ‘사업의 진행’은 그 성질상 적어도 일정한 기간 동안은 반드시 자금의 유입을 수반한다고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특히 원심도 피고들이 이 사건 재건축사업권을 제3자에게 2억 원에 양도하는 계약이 체결된 바 있는 사실(기록상 피고들은 그 계약금으로 4천만 원을 수령하였는데, 이를 반환하였다고 볼 자료를 찾을 수 없다)을 인정하였으므로, 비록 그 양도계약이 후에 양수인의 귀책사유로 해제되었다고 하더라도, 앞서 든 여러 사정들을 감안할 때 적어도 이 사건 부관과 관련하여서는 거기서 정한 조건이 성취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이 위의 약정사유들 중 어느 하나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제2차 합의에 기한 피고들의 금전반환의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이 사건 부관에 대한 해석을 그르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