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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8도10771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공갈)(피고인2에대하여변경된죄명:공갈)·공갈][미간행]
판시사항

[1] 범행일시의 변경과 공소장 변경 여부

[2] 범죄조직원임을 빙자하여 총 4회에 걸쳐 피해자 양복점에서 일련의 의류대금 상당액을 갈취하였다는 공소사실에 관하여, 위 4개의 공소사실을 1개로 줄여 변경한 경우 그 변경 경위 등에 비추어 변경 전후의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 1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박중욱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피고인 1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은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에 속한다 할 것인바,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없으므로, 사실의 인정을 탓하는 취지의 위 피고인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한편 위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10년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겁다는 취지의 상고이유 역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공소장변경의 허가요건인 공소사실의 동일성 여부는 그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이러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기능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행위와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규범적 요소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할 것인바( 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일반적으로 범죄의 일시는 공소사실의 특정을 위한 요인이지 범죄사실의 기본적 요소는 아니므로 그 일시가 다소 다르다 하여 공소장변경의 절차를 요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범죄의 시일이 그 간격이 길고 범죄의 성부에 중대한 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의 방어에 실질적 불이익을 가져다 줄 염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공소장변경의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인데, 이와 같이 범죄의 일시를 달리하는 변경 전후 공소사실 사이의 동일성 여부는 두 공소사실의 양립가능성 등 그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인 사실관계와 규범적 요소를 종합하여 구체적 사실관계 하에서 판단하되, 공소장변경제도의 취지가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 확보 및 피고인의 방어권보장에 있음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82. 12. 28. 선고 82도2156 판결 , 대법원 2005. 7. 14. 선고 2003도116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위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당초의 공소사실은 위 피고인이 ‘1. 2003. 12. 2. 14:00경 피해자가 운영하는 그 판시 양복점에서 선금 5만 원을 지급하고 맞춘 정장 1벌과 와이셔츠 1개를 찾아가면서 ○○식구파 조직원임을 내세워 잔금 25만 원의 청구를 포기하게 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2. 2003. 12. 중순 일자불상 14:00경 같은 장소에서 선금 5만 원을 지급하고 맞춘 정장 1벌을 찾아가면서 같은 방법으로 잔금 2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3. 2003. 12. 중순 일자불상 14:00경 같은 조직원 성명불상자와 공동하여, 같은 방법으로 바지 1개와 와이셔츠 2개 등 대금 46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4. 2003. 12. 하순 일자불상경 가죽상의 1벌을 찾아가면서 같은 방법으로 대금 4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것인데, 검사가 2008. 1. 22. 제1심에 제출한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서를 통하여 위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2003. 10. 8.경 피해자의 위 양복점에서 와이셔츠 1벌과 바지 1벌을 맞춘 후 찾아가면서 위 조직원임을 내세워 대금 12만 원의 청구를 포기하게 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것으로 변경하였고, 이에 제1심이 2008. 4. 3. 제9회 공판기일에서 위 공소장변경을 허가한 사실, 위 변경 전 공소사실은 피해자의 진술과 영업장부의 기재를 기초로 정리한 것으로, 구체적 범행 일시와 내역에 대하여는 다소 일관되지 아니한 점이 있었지만 총 4회에 걸쳐 위 피고인으로부터 같은 수법으로 의류대금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갈취당하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었던 사실, 위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제기 이전에는 피해자에 대한 위와 같은 수법의 범행 일체를 부인하기만 하다가 제1심에 이르러 비로소 변경 전 공소사실 기재 각 범행 일시경에는 다른 범죄로 구치소에 수감중이었던 사실이 밝혀져 객관적으로 그 일시경에는 위 공소사실 기재 범행은 어느 것도 이루어질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이에 검사가 피해자의 피해내역에 관한 진술을 토대로 하면서도 피해자가 진술한 총 4회의 피해내역 중 피해자가 임의 작성한 외상내역서(수사기록 111쪽 이하)의 기재에 따라 위 피고인의 수감기간과 겹치지 않는 일시에 발생한 것으로 한정함으로써 위 피고인의 행적과 시간적으로 모순되지 않도록 공소사실을 변경하면서 하나의 범행으로만 감축하여 특정·정리한 사실, 위 공소장변경에 대하여 위 피고인은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변경 후 공소사실의 존부에 관한 실체판단을 하여 달라고 진술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이 사건 공소사실 변경의 경위와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변경 전후의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조직원임을 빙자한 위 피고인의 피해자 양복점에서의 일련의 의류대금 상당액 갈취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단지 변경 후 공소사실은 당초 총 4회에 걸쳐 발생한 것으로 피해자가 주장한 변경 전 공소사실에 대한 위 피고인의 알리바이 주장을 검사가 적극 반영하여 그 주장과 모순되지 않도록 범죄일시 등을 수정·특정하는 과정에서 최초 4개의 공소사실을 1개로 줄여 정리한 것일 뿐 당초의 공소사실 외에 별도로 이루어진 갈취행위를 새로 공소사실에 추가하는 취지로 변경한 것은 아니라 할 것이므로, 위 변경 전후의 공소사실은 서로 양립가능한 것이 아닌 데다가 위 변경 후 공소사실은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에 있어서 전체적으로 변경 전 공소사실의 사실관계에 포함된다 할 것이고, 따라서 법원으로서는 검사에게 위 변경 전 4개의 공소사실 중 공소를 철회·취소하고자 하는 부분과 철회·취소하지 않고 범죄일시 등에 관한 공소장변경의 방법으로 공소를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부분을 가려 구체적으로 특정하도록 한 후 앞서 본 공소장변경의 허가요건에 관한 법리에 따라 그 허가신청의 당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이 사건 변경 전후의 공소사실이 범행의 일시가 상이하고 나아가 범행의 방법과 피해액수 등에도 일부 상이한 점이 있다는 사정만을 들어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공소장변경이 허용될 수 없다고 본 것은 공소장변경에 있어서 공소사실의 동일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가 포함된 검사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피고인 1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양승태 김지형(주심) 전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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