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8다84458 판결
[사해행위취소등][미간행]
판시사항

[1] 과세요건 충족 외에 과세관청이나 납세의무자의 특별한 행위가 있어야 조세채무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2]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꾼 경우, 사해행위의 성립 여부(적극) 및 사해의사의 추정 여부(적극)

원고, 상고인

대한민국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소외 1은 2006. 2. 3.경부터 대구 동구 (상세 주소 생략)에서 이 사건 게임장을 운영하여 오면서 2006년 제1기분 부가가치세에 대하여 과세표준 800만 원, 납부세액 24만 원으로 관할 세무서에 신고함에 따라 간이과세자에 해당된다고 하여 위 세금의 납부가 면제된 사실, 원고 산하 동대구세무서장은 상급 관청의 지시에 따라 사행성게임장인 이 사건 게임장의 2006년 제1기분 부가가치세에 대하여 2006. 11. 21.경 현지조사를 실시한 후, 사업자인 소외 1이 이 사건 게임장의 고객들에게 게임기에 투입하는 용도로 교부한 상품권의 액면 총액인 126억 5,050만 원을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으로 보아 그 본세 및 가산세액을 452,102,990원으로 경정하여, 2007. 2.경 소외 1에게 위 세액을 납부하라는 취지의 과세처분을 고지한 사실, 그런데 소외 1은 2006. 10.경 인근의 중개업소에 자신의 유일한 부동산인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매도의뢰를 하여 놓았고, 위 아파트가 제때 매각되지 아니하자 2006. 11. 5. 자신의 형인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아파트를 대금 8,300만 원에 매도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며, 피고로부터 계약 당일에 계약금 1,300만 원을, 2006. 11. 30. 채무인수액을 공제한 나머지 잔금 3,800만 원을 각 지급받은 후, 같은 날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사실, 한편 동대구세무서의 담당 공무원인 소외 2, 소외 3이 2006. 11. 21.경 위 현지조사를 실시할 당시 이 사건 게임장의 기계들은 모두 폐기처분된 상태였으며, 소외 1에 대하여 상품권의 구입내역에 대하여 세무조사를 실시하였을 뿐, 부가가치세의 부과 여부에 대하여는 구체적으로 말하여 주지 않았던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소외 1과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체결 당시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당시 동대구세무서장에 의하여 위와 같이 고액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점을 몰랐고, 따라서 사해의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조세채무는 법률이 정하는 과세요건이 충족되는 때에는 그 조세채무의 성립을 위한 과세관청이나 납세의무자의 특별한 행위가 필요없이 당연히 성립되는 것이다 ( 대법원 1985. 1. 22. 선고 83누279 판결 참조).

그리고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가 되고, 사해행위의 주관적 요건인 채무자의 사해의사는 채권의 공동담보에 부족이 생기는 것을 인식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채권자를 해할 것을 기도하거나 의욕하는 것을 요하지 아니하며,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는 경우에는 채무자의 사해의사는 추정되는 것이고, 이를 매수하거나 이전받은 자가 악의가 없었다는 입증책임은 수익자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99. 4. 9. 선고 99다2515 판결 , 대법원 2001. 4. 24. 선고 2000다41875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과 기록에 의하면, 2005년 말경부터 바다이야기 등과 같은 사행성게임장 사업이 사회문제로 크게 대두되기에 이르자 약 1년 여 동안 언론의 보도와 정부의 단속 등이 계속적으로 이어진 사실, 과세관청은 2006. 1.경 사행성게임장의 게임기에 투입되는 용도로 교부한 상품권에 대하여는 상품권 가액을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에서 공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사실, 소외 1은 2006. 7.경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위반(등급분류위반)죄로 경찰에 입건되어 그 무렵 사행성게임기가 모두 압수되었고, 관할 관청에 의하여 1개월간의 영업정지처분을 받게 된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외 1은 2006. 10. 18.경 다시 불법영업을 감행하다가 경찰에 재차 단속되었으며, 그 후 위 각 죄에 대하여 벌금 200만 원( 대구지방법원 2006. 10. 31.자 2006고약41811호 ), 벌금 400만 원( 같은 법원 2006. 12. 13.자 2006고약50252호 )의 약식명령을 받게 된 사실, 국세청장이 2006. 10. 2. 및 같은 해 11. 10. 사행성게임장의 상품권매입자료에 대한 처리지침을 통보함에 따라, 동대구세무서장의 지시를 받은 담당 공무원들은 2006. 11. 21.경 이 사건 게임장에 대하여 현지조사를 실시한 사실, 소외 1은 위 세무조사 당시 2006년 제1기분의 과세기간 동안 구입한 상품권의 수량이 2,530,100장이며, 그 가액이 126억 5,050만 원이라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위 공무원들에게 이를 제출한 사실, 그 후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2006. 11. 5.자 매매를 원인으로 하여 2006. 11. 30.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사실 등을 알 수 있고, 여기에 피고의 예금계좌에서 3,000만 원이 인출된 것은 2006. 10. 18.인데, 이는 이 사건 매매계약일자 또는 이전등기일자와는 상당한 시차가 있어 과연 그 인출금이 이 사건 매매대금으로 사용되었는지 의심이 가는 점을 더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소외 1이나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된 2006. 11. 5. 당시 소외 1에게 상당한 금액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되리라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소외 1이나 피고가 선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해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나아가 판단할 것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영란(재판장) 이홍훈 김능환(주심) 차한성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