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거나 무상으로 이전하여 주는 경우, 사해행위의 성립 여부(적극) 및 사해의사의 추정 여부(적극)와 수익자의 악의에 관한 입증책임
[2] 신용협동조합의 전무가 자신에게 업무상 불성실한 사적이 있어 그로 말미암아 신원보증인의 책임을 야기할 염려가 있음을 알았다고 하여 바로 조합이 그러한 사실을 알았다고 보아 신원보증인에게 이를 통지하지 않은 것을 신원보증책임의 면제사유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채무자가 자기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거나 타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하여 주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에 대하여 사해행위가 된다고 볼 것이므로 채무자의 사해의 의사는 추정되는 것이고, 이를 매수하거나 이전 받은 자가 악의가 없었다는 입증책임은 수익자에게 있다.
[2] 법인 직원의 업무상 불성실한 사적이 비록 법인 대표자와 공동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법인 대표자가 법인 직원에게 업무상 불성실한 사적이 있어 그로 말미암아 신원보증인의 책임을 야기할 염려가 있음을 알았다면 바로 법인이 그러한 사실을 안 것이라고 할 것이지만, 구 신용협동조합법(1998. 1. 13. 법률 제550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와 제23조의3의 각 규정에 비추어 보면 신용협동조합의 전무는 조합의 대표자나 임원이 아니라 간부직원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므로, 조합의 전무가 자신에게 업무상 불성실한 사적이 있어 그로 말미암아 신원보증인의 책임을 야기할 염려가 있음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바로 조합이 그러한 사실을 알았던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따라서 조합이 위 사실을 신원보증인에게 통지하지 않았다는 것을 신원보증책임의 면제사유로 삼을 수 없다.
참조조문
원고,상고인
원고신용협동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장석)
피고,피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전제일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오복동)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은, 원고 조합 전무인 소외 1의 처삼촌 소외 2가 1993. 7. 10.과 1996. 7. 10. 원고와 사이에 각 기간을 3년으로 하여 소외 1에 대한 신원보증계약을 체결한 사실, 소외 1이 조합의 업무와 관련하여 판시와 같이 1994년 7월경부터 1997. 12. 31.까지 사이에 거액의 대출금을 횡령하고, 거액의 대출금을 불법 또는 부당하게 대출한 사실, 소외 2가 1997. 12. 17. 그의 유일한 재산인 원심 판시 부동산들을 처 또는 아들인 피고들에게 각 증여하기로 하는 이 사건 증여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달 20일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준 사실을 인정하고, 이 사건 증여계약은 채무자인 소외 2가 채권자인 원고를 해하게 되는 것을 알면서 한 사해행위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1) 신원보증인인 소외 2가 이 사건 증여계약을 체결할 무렵 자신이 원고에 대하여 신원보증책임이 있음을 알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2) 원고가 소외 1의 업무상 불성실한 사적을 소외 2에게 통지하지 아니하였는데 소외 1이 원고 조합의 전무이므로 소외 1이 자신의 불성실한 사적을 안 때에 원고 조합도 이를 알았다고 할 것임에도 위 통지를 하지 아니하여 소외 2가 신원보증계약을 해지하지 못한 것이므로 소외 2에게는 신원보증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2. 먼저 사해의 의사에 대한 판단에 관하여 본다.
채무자가 자기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거나 타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하여 주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에 대하여 사해행위가 된다고 볼 것이므로 채무자의 사해의 의사는 추정되는 것이고, 이를 매수하거나 이전 받은 자가 악의가 없었다는 입증책임은 수익자에게 있다 고 할 것인바(대법원 1966. 10. 4. 선고 66다1535 판결, 1997. 5. 23. 선고 95다51908 판결, 1998. 4. 14. 선고 97다5442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소외 2가 그 액수가 확정된 여부에 관계없이 원고에 대한 신원보증책임이 있는 상태에서 그의 유일한 재산인 원심 판시 부동산들을 처 또는 아들인 피고들에게 증여함으로써 무자력이 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증여행위는 원고에 대하여 사해행위가 되고, 이 경우 소외 2의 사해의 의사는 추정된다고 볼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증여계약이 사해행위임을 인정한 후 나아가 소외 2와 피고들에게 그러한 의사가 없었다는 피고들의 항변에 관하여 판단을 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와 같이 소외 2가 이 사건 증여계약을 체결할 무렵 자신이 원고에 대하여 신원보증책임이 있음을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사해행위 주장을 배척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사해의 의사의 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므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
3. 다음으로 통지의무에 대한 판단에 관하여 본다.
법인 직원의 업무상 불성실한 사적이 비록 법인 대표자와 공동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법인 대표자가 법인 직원에게 업무상 불성실한 사적이 있어 그로 말미암아 신원보증인의 책임을 야기할 염려가 있음을 알았다면 바로 법인이 그러한 사실을 안 것이라고 할 것이지만 (대법원 1977. 6. 7. 선고 76다1853 판결 참조), 구 신용협동조합법(1993. 6. 11. 법률 제4556호로 개정되고 1998. 1. 13. 법률 제550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의 규정상 , 조합에는 임원으로 이사와 감사를 두고(제23조 제1항), 이사장 및 부이사장 각 1명을 두되 이사 중에서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총회가 선임하고(제3항), 이사장은 조합의 업무를 통할하고 조합을 대표하며, 이사장이 사고가 있을 때에는 부이사장이 그 직무를 대행하며(제4항), 조합에 간부직원으로 전무 또는 상무를 둘 수 있고(제23조의3 제1항), 전무 또는 상무는 이사장의 명을 받아 조합의 재무 및 회계업무를 처리하며, 재무 및 회계에 관한 증빙서류의 보관, 금전의 출납 및 보관의 책임을 지고(제3항), 전무 또는 상무는 중앙회장이 인정하는 자격을 갖춘 자 중에서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이사장이 임면한다(제4항)고 정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보면, 원고 조합의 전무는 원고 조합의 대표자나 임원이 아니라 간부직원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므로 소외 1이 자신에게 업무상 불성실한 사적이 있어 그로 말미암아 신원보증인 소외 2의 책임을 야기할 염려가 있음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바로 원고 조합이 그러한 사실을 알았던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
원심이 인용하고 있는 76다1853 판결은 구 농업협동조합법(1961. 7. 29. 법률 제670호로 제정되고 1973. 3. 5. 법률 제2577호로서 개정된 것) 제110조 제1항이 "전무는 조합장을 보좌하며 조합의 업무를 처리하고 정관이 정하는 업무에 관하여 조합을 대표한다."고 규정하여 법률에서 특별히 전무에 대하여도 일정한 업무에 관한 대표권을 부여하고, "조합의 전무는 동 조합의 정관과 간부직원의 직무규정에 의하여 동 조합의 일상업무를 대표하고 자금의 대출과 회수에 관하여는 최고책임자로서 이를 결정하며 조합직원을 감독하는 지위에 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사안에 관한 것인 데 반하여, 이 사건은 구 신용협동조합법 제23조의3 제3항이 "전무 또는 상무는 이사장의 명을 받아 조합의 재무 및 회계업무를 처리하며, 재무 및 회계에 관한 증빙서류의 보관, 금전의 출납 및 보관의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나아가 전무에게 대표권을 부여하지 아니하고 있는 사안이어서 사정이 판이하므로, 위 판례는 이 사건에 적용할 만한 선례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원고 조합의 직원이자 불법행위자 본인인 소외 1이 자신의 업무상 불성실한 사적때문에 신원보증인의 책임을 야기할 염려가 있음을 알았다는 이유로 곧 원고 조합이 그러한 사실을 안 것이라고 보아 이를 신원보증책임의 면제사유로 삼아버린 원심의 판단에는 신원보증법상의 사용자에 관한 법리의 오해가 있다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