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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다17501 판결
[계약금반환][미간행]
판시사항

[1] 계약문서에 나타난 당사자 의사의 해석 방법

[2] 분양권양도계약에서 그 특약사항으로 정한 '의료시설 3개 과 이상을 입점시키기로 하는 약속'에 관하여 위 계약의 체결 및 위 특약사항의 포함 경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위 약속의 이행기한을 분양권 양도잔대금 및 제1회 중도금 지급시점까지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계약 당사자의 합리적 의사해석에 현저히 반하는 것이라고 한 사례

[3] 선이행의무자가 선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민법 제536조 제2항 에 정한 '상대방의 채무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의 의미

[4] 분양권양도계약에서 특약사항으로 정한 의료시설 입점의무의 이행이 양수인에게는 매우 중요한 계약조건이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따른 선이행의무(양도잔대금 및 제1회 중도금의 지급)의 이행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고, 원심 변론종결 당시까지도 위 입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양수인의 위 선행의무의 이행시점에 이미 위 입점의무의 이행이 현저히 곤란함이 합리적으로 예측된다거나 그러한 양수인의 불안에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원고,피상고인

이영주 (소송대리인 변호사 함준표)

피고,상고인

김미리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성광)

피고보조참가인

김윤채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의 이유와 원심의 채택 증거를 종합하면, 피고보조참가인(이하 '보조참가인'이라고 한다)이 병원전용 건물로 신축중이던 이 사건 상가('크리닉센타 Ⅱ') 중 1층 102호를 피고가 2002. 12. 12.경 905,000,000원에 분양받아 계약금 172,000,000원을 지급하고, 중도금은 2003. 1. 12. 및 3. 12.에 각 181,020,000원, 2003. 5. 12.에 190,040,000원, 잔금 181,020,000원은 입점 3일 전에 각 지급하기로 약정하면서 중도금 등의 지급의무를 연체할 경우 보조참가인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계약을 해제함과 아울러 계약금 전액을 몰수하기로 하는 한편, 위 계약은 의료업종이 3개 과 이상 입점하여야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약정한 사실, 피고는 제1회 중도금지급기일이 경과한 2003. 1. 13.경 보조참가인으로부터 그 지급의 독촉과 함께 같은 달 28.까지 미납시에는 위 계약의 해제 및 계약금 몰수의 의사를 통지받은 상태에서, 2003. 1. 21. 원고에게 위 수분양자 지위를 승계하기로 하는 이 사건 분양권양도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양도대금은 피고가 보조참가인에게 계약금으로 지급한 172,000,000원에 프리미엄 50,000,000원을 더한 222,000,000원으로 하되 당일 피고에게 지급한 계약금 130,000,000원 이외에 나머지 92,000,000원은 2003. 2. 19.경 수분양자 명의변경의 조건으로 원고가 인수하기로 한 위 분양계약상의 제1회 중도금 181,020,000원을 원고가 보조참가인에게 지급함과 아울러 피고에게 이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 당시 원고의 요구에 따라 "의료시설 중 3개 과 이상이 입점하기로 약속하고 만약 위 사실이 지켜지지 않을 시 계약해지 하기로 한다."는 내용(이하 '이 사건 특약사항'이라고 한다)의 확인서를 매수인 원고, 매도인 피고, 확인자 보조참가인의 연명으로 작성하여 원고에게 교부하고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위 프리미엄 해당액 50,000,000원을 피고가 보조참가인에게 교부한 사실, 원고는 위 분양권 양도잔대금 및 제1회 중도금의 각 지급기일인 2003. 2. 19.이 경과한 다음 피고로부터 위 양도잔대금 미납시에는 계약을 해제한다는 통지를 받자 같은 해 2. 25. 피고 및 보조참가인에게 "원고는 50,000,000원이나 프리미엄을 주고서 약국을 운영할 생각으로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아직까지 의료기관 한 군데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불안하여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분쟁이 발생하였는바, 피고는 계약을 없던 일로 하고 계약금을 반환하거나 아니면 특약사항 불이행의 경우에 대비하여 담보물을 제공하면 즉시 중도금 및 잔금을 지급할 것이니 2003. 3. 8.까지 분쟁해결방안을 제시하기 바라고 불응시에는 특약사항을 이행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고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통고서를 각 발송한 사실, 같은 해 2. 26. 보조참가인은 피고에 대하여 피고의 중도금지급의무 위반을 이유로 하는 분양계약의 해제 및 계약금 몰수의 의사를,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분양권양도계약의 해제의 의사를 각 통지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하에서 이 사건 분양권양도계약이 피고의 위 특약사항 불이행으로 2003. 3. 8.경 해제되었다는 이유로 계약금 및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에 대하여 원심은, 위 분양권양도계약의 체결 과정 및 이 사건 특약사항의 포함 경위, 원고가 병원전용 건물에서의 약국운영에 따른 수익을 기대하고 거액의 프리미엄까지 지급한 점, 위 특약사항에서 말하는 '입점'은 반드시 건물 완공 후의 현실적 입주뿐만 아니라 의료기관과의 분양계약 체결까지 포함한다고 볼 수 있는 점을 종합하면, 위 특약사항의 의미는 적어도 위 분양권의 양도잔대금 및 제1회 중도금의 각 지급기일인 2003. 2. 19.까지는 의료시설 3개 과에 대한 분양계약이 체결되거나 그에 대한 보장이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아니하면 원고에게 계약해지권을 유보하기로 한 약정이라고 해석되므로 이 사건 분양권양도계약은 위 유보된 계약해지권의 행사에 따라 2003. 3. 8.경 해지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가사 그렇지 않다 해도 위 특약사항에서 정한 의료시설의 입점은 이 사건 분양권양도계약의 체결 여부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계약조건에 해당하는 것임에도 그 실현 여부가 매우 불투명한 이상 원고로서는 민법 제536조 제2항 및 신의칙을 근거로 의료시설 입점의 보장과 위 양도잔대금 등 지급과의 동시이행을 주장하거나 위 유보된 계약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와 달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사실상 전부 인용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이 사건 특약사항 소정의 의료시설 입점의무의 이행기한 및 민법 제536조 제2항 등에 기초한 불안의 항변권의 인정 여부 등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이를 수긍하기 어렵다.

(1) 먼저 이 사건 특약사항의 해석에 관한 원심판단의 당부에 대하여 보건대,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계약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

그런데 원심의 판단처럼 '입점'의 의미에 '분양계약의 체결'까지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확인서 제2항에 기재된 특약사항에는 '의료시설 3개 과 이상을 입점시키기로 하는 약속' 즉, 의료시설의 입점(분양계약의 체결 포함)을 보장한다는 취지만 담겨 있을 뿐 나아가 그 약속의 이행기한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 이상 위 특약사항 자체에서 그 의무이행의 약정시한을 찾는 것은 부적절하다 할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분양권양도계약의 체결 및 위 특약사항의 포함 경위 등 당사자 사이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인데, 기록에 나타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당초 피고가 이 사건 분양계약상의 제1회 중도금지급을 지체하는 즉시 보조참가인으로부터 계약의 해제 및 계약금 몰수의 예고를 통지받고서도 그 후 위 계약 해지시까지도 위 분양계약상의 의료시설 입점에 관한 약정이나 이 사건 특약을 들어 항변하지 아니하였음에 비추어 피고나 보조참가인 모두 위 특약의 이행기한을 제1회 중도금지급기일로 한정하여 생각하지는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원고 또한 2003. 2. 25.자 통고서에서 피고측이 같은 해 2. 19.까지의 위 입점의무의 이행을 위반하였으니 특약사항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한다는 주장은 하지 못하고, 단지 불안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계약을 없던 일로 하자거나 '향후의 불이행'에 대비하여 담보제공을 요구하는 취지만 담고 있음에 비추어 그 때까지만 해도 원고의 의사 또한 피고측과 마찬가지라고 해석되는 점, ③ 만약 2003. 2. 19.이 위 입점의무의 이행기한이라면 불과 4주 전인 같은 해 1. 21.자 분양권양도계약 당시에 이미 그 의무이행의 가부에 관한 구체적 전망이 가능하였을 터이므로 보다 명확히 이를 특정하였으리라고 보여지고, 이는 당시 위 상가 신축공사의 공정율이 10% 정도에 불과하여 같은 해 2. 19.까지는 3개 과 이상 의료기관과의 분양계약 체결이 결코 쉽지 아니하였을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그러하다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원심의 판단처럼 이 사건 특약사항에서 정한 위 입점의무의 이행기한이 2003. 2. 19.까지라고 보는 것은 계약 당사자의 합리적 의사해석에 현저히 반하는 것이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고, 따라서 위와 같은 잘못된 전제하에서 원고의 위 유보된 계약해지권의 행사가 적법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당사자의 계약상의 의사해석 및 증거가치의 판단을 그르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니,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할 것이다.

(2) 다음으로 민법 제536조 제2항 등에 기초한 불안의 항변권에 관한 원심판단의 당부에 대하여 보건대, 민법 제536조 제2항 소정의 선이행의무를 지고 있는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란, 선이행의무를 지게 된 채권자가 계약성립 후 채무자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의 악화 등 사정으로 반대급부를 이행받을 수 없는 사정변경이 생기고 이로 인하여 당초의 계약내용에 따른 선이행의무를 이행케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이와 같은 사유는 당사자 쌍방의 사정을 종합하여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89. 9. 12. 선고 88다카11756 판결 , 1990. 11. 23. 선고 90다카2433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특약상의 의료시설 입점의무의 이행이 원고의 주장처럼 위 분양권 양도잔대금 및 제1회 중도금 지급시점인 2003. 2. 19.까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이상 위 각 대금의 지급의무가 위 입점의무에 앞서는 선이행의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한편 앞서 살펴본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위 특약사항에서 정한 3개 이상 의료시설의 입점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이 사건 상가에서 개설, 운영코자 하는 약국의 매상 관계 때문이라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늦어도 원고가 입주하여 약국을 개설할 무렵까지 위 의료시설의 현실적 입주가 이루어지거나 확정적인 분양계약의 체결 등 그 입주가 확실시되는 사정이 존재하면 충분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인데, 이와 같은 입점의무에 선행하는 위 양도잔대금 등 지급의무의 이행거절이 적법한 불안의 항변권 행사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위 선이행의무의 이행기 당시에 위 입점의무의 이행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볼 만한 사유가 존재하거나 그러한 사유의 발생이 합리적으로 예측가능한 경우라야만 할 것이다.

이 점에 관하여 원심은 위 불안의 항변권 인정의 근거로서 위 의료시설 입점의무의 이행이 원고에게 매우 중요한 계약조건이라는 점과 원심 변론종결 당시까지도 그 입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아니한 점을 들고 있으나, 전자의 경우 그 자체로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따른 선이행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 할 것이고, 한편 후자의 점에 관하여 보조참가인은 제1심 증언에서 '의료기관에게 개별 분양을 하지 아니한 것은 이 사건 중도금지급의무의 불이행에 따른 자금사정상 상가 전체를 일괄 분양하거나 임대하는 것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하였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해명하고 있는바, 통상 신축건물의 분양 여부 및 정도는 분양가의 책정 기타 분양자의 정책 내지 의지에 좌우될 여지가 많음에 비추어 위와 같은 보조참가인 진술의 진위 여부를 살펴보기 전에는 원심 변론종결 당시에 나타난 현상만을 들어 원고의 위 선이행의무 이행시점에 이미 위 입점의무의 이행이 현저히 곤란함이 합리적으로 예측된다거나 그러한 원고의 불안에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니, 이 점에 관하여 심리하지도 아니한 채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을 선뜻 받아들인 원심의 판단에는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 및 민법 제536조 제2항 등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3) 다만 덧붙여 지적하건대, 원심으로서는 위 추가적인 심리 결과 설혹 원고의 이 사건 계약해제권 행사가 부적법한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원심이 피고와 보조참가인간의 위 분양계약이나 피고와 원고 간의 분양권양도계약상의 각 특약사항으로 정한 의료기관 입점의무의 취지 및 불안의 항변권 인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심리한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피고가 그의 2003. 2. 26.자 이 사건 분양권양도계약의 해제 등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위 130,000,000원의 반환채무에 대하여 상계로서 대항하고자 하는 피고의 보조참가인에 대한 위약금 상당의 자동채권의 존부 및 그 액수 등에 관하여도 충분히 심리하여 본 다음 이 사건 청구의 당부 및 그 인용 범위에 관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임을 밝혀둔다(가령 피고와 보조참가인 사이의 이 사건 분양계약상의 위약금 조항이 적용되어 보조참가인이 피고의 계약금을 몰수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액수가 과다하여 감액될 수 있는 경우에는 동액 상당의 피고의 자동채권은 인정되지 아니 할 것이다).

3. 결 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이 사건을 좀 더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이용우(주심) 이규홍 양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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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5.2.4.선고 2004나38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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