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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5. 13. 선고 2019다215791 판결
[손해배상(기)][공2022하,1139]
판시사항

[1] 구체적 계약관계에서 당사자 쌍방이 부담하는 채무 사이에 대가적인 의미가 있어 이행상 견련관계를 인정하여야 할 사정이 있는 경우, 민법 제536조 제1항 에서 정한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 이러한 법리는 같은 조 제2항 에서 정한 이른바 ‘불안의 항변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 민법 제536조 제2항 에서 정한 ‘선이행의무를 지고 있는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의 의미 및 상대방의 채무가 아직 이행기에 이르지 않았지만 이행기에 이행될 것인지 여부가 현저히 불확실하게 된 경우도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당사자 쌍방이 부담하는 각 채무가 고유의 대가관계에 있는 쌍무계약상 채무가 아니더라도 구체적 계약관계에서 당사자 쌍방이 부담하는 채무 사이에 대가적인 의미가 있어 이행상 견련관계를 인정하여야 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민법 제536조 제1항 뿐만 아니라 같은 조 제2항 에서 정한 이른바 ‘불안의 항변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2] 민법 제536조 제2항 에서 정한 ‘선이행의무를 지고 있는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란 선이행채무를 지고 있는 당사자가 계약 성립 후 상대방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 악화 등과 같은 사정으로 상대방의 이행을 받을 수 없는 사정변경이 생기고 이로 말미암아 당초의 계약 내용에 따른 선이행의무를 이행하게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경우를 가리킨다. 상대방의 채무가 아직 이행기에 이르지 않았지만 이행기에 이행될 것인지 여부가 현저히 불확실하게 된 경우에는 선이행채무를 지고 있는 당사자에게 상대방의 이행이 확실하게 될 때까지 선이행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원고,상고인

사직아시아드지역주택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천 외 1인)

피고,피상고인

주식회사 우진기전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윤식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1. 24. 선고 2017나2077085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 피고, 주식회사 청목이엔씨(이하 ‘청목이엔씨’라 한다), 주식회사 에이케이파트너스(이하 ‘에이케이파트너스’라 한다), 쌍용건설 주식회사와 아시아신탁 주식회사는 2015. 1. 7.경 부산 동래구 (주소 생략) 일대 아파트 건설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에 관하여 위 사업에 참여한 당사자의 권리의무관계와 업무 범위 등을 정하는 사업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원고는 시행사로서 사업부지 확보, PF(project finance) 대출 차주로서 대출약정 체결, 이 사건 사업에 관한 공사계약상 도급인 등의 업무를 맡는다. 피고는 원고가 PF 대출을 받을 경우 대주에 대해 신용공여를 제공한다. 청목이엔씨는 원고를 도급인으로 자신을 명의상 수급인으로 하는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을 보증채권자로 한 시공보증서를 제공한다. 나머지 당사자는 각각 업무대행사, 실질적인 시공사, 자금관리 대리사무사로서의 업무 등을 맡는다(제3조).

② 이 사건 약정의 당사자 전원은 이 사건 사업의 사업계획승인 직후 조합원 중도금대출 등을 통해 PF 대출을 조기 상환 완료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조합원 중도금대출을 위한 제반 업무에 관해 적극 협조한다(제8조 제2항).

③ 당사자 중 어느 일방이 이 사건 약정을 위반하여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나머지 당사자의 합의로 약정을 해제할 수 있고, 이 경우 위반자는 나머지 당사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제18조 제2항).

나. 원고는 주식회사 경남은행(이하 ‘경남은행’이라 한다) 등으로부터 토지보상비와 사업비 용도로 850억 원에 관한 PF 대출의향서를 받았다. 원고와 에이케이파트너스는 2015. 4. 30. 피고에게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교부하였는데, 위 확인서에는 “토지비 및 사업비 지출을 위한 PF 대출 집행 후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사업승인)을 득하고, 사업승인 후 3개월 내에 전체 사업부지에 대한 소유권 이전 및 명도를 완료하여 착공신고가 가능하도록 한다. 피고의 신용제공에 대해서는 2015년 연내 면탈하도록 하기로 한다.”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경남은행은 2015. 7. 2. 원고에 대해 ‘대출금 850억 원에 관하여 피고의 연대보증을 조건으로 하는 대출승인’을 하였으나, 피고가 연대보증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대출이 실행되지 않았다. 그 후 원고는 별도의 후속 대출절차를 통해 2015. 10. 8.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주식회사(이하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이라 한다)로부터 850억 원을 대출받았다.

다.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신용공여 의무의 이행을 거절함으로써 더 불리한 조건으로 별도의 후속 대출절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 대출의 실행 또한 지연되었으므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피고가 불안의 항변권을 이유로 연대보증을 거절할 수 있는지

가.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당사자 쌍방이 부담하는 각 채무가 고유의 대가관계에 있는 쌍무계약상 채무가 아니더라도 구체적 계약관계에서 당사자 쌍방이 부담하는 채무 사이에 대가적인 의미가 있어 이행상 견련관계를 인정하여야 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인정해야 한다 ( 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29424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민법 제536조 제1항 뿐만 아니라 같은 조 제2항 에서 정한 이른바 ‘불안의 항변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

민법 제536조 제2항 에서 정한 ‘선이행의무를 지고 있는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란 선이행채무를 지고 있는 당사자가 계약 성립 후 상대방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 악화 등과 같은 사정으로 상대방의 이행을 받을 수 없는 사정변경이 생기고 이로 말미암아 당초의 계약 내용에 따른 선이행의무를 이행하게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경우를 가리킨다 (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93025 판결 등 참조). 상대방의 채무가 아직 이행기에 이르지 않았지만 이행기에 이행될 것인지 여부가 현저히 불확실하게 된 경우에는 선이행채무를 지고 있는 당사자에게 상대방의 이행이 확실하게 될 때까지 선이행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5541 판결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약정에 따른 피고의 신용공여 의무는 이 사건 확인서에 따른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의무, 즉 ‘2015. 12. 말까지 피고가 제공한 연대보증을 해소시키는 것’과 계약이행의 전제조건인 관계에 있다. 원고가 피고의 연대보증을 해소시키려면 이 사건 사업부지의 95%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하여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다음, 이를 통해 조합원 중도금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실제로 원고는 2015. 8. 18.에서야 사업부지의 95%를 확보하였고, 2015. 11. 2.에 이르러 사업계획을 신청하였으며, 2016. 2. 26. 비로소 사업계획이 승인되었다. 그 후 원고가 경남은행으로부터 조합원 중도금대출을 받은 시점은 2016. 4.경이고 이로써 메리츠종합금융증권에 PF 대출을 모두 변제한 시점은 2016. 4. 22.이다. 이러한 진행 상황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신용공여를 거절한 2015. 7. 2.을 기준으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연대보증 해소 의무가 2015. 12. 말까지 이행되는 것은 객관적으로 불확실한 상태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약정에서 청목이엔씨가 맡았던 업무, 즉 공사도급계약에서 명의상 수급인이 되고 시공보증서를 제공하는 업무는 이 사건 사업의 진행에서 핵심적이고 중요한 내용으로 취급되었다. 2015. 6.경 청목이엔씨가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없었다는 사정이 뒤늦게 확인되어 2015. 6. 23.경 이 사건 사업에서 실질적으로 배제됨으로써 그 무렵 이 사건 약정에 관하여 중대한 사정변경이 발생하였다. 즉, 피고가 신용공여를 거절한 2015. 7. 2. 당시에는 이 사건 약정 중 명의상 수급인과 시공보증서에 관한 합의내용은 실질적으로 실효되고 당사자 사이에 이에 관한 변경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2015. 7. 2. 당시 원고에 대하여 불안의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가 원고의 신용공여 요청을 거절한 행위를 피고의 원고에 대한 약정 위반이라거나 채무불이행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다. 한편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이 사건 약정에 따른 피고의 신용공여 의무와 이 사건 확인서에 따른 ‘2015. 12. 말까지 피고가 제공한 연대보증을 해소시키는 원고의 의무’는 비록 대가관계에 있는 쌍무계약상 채무는 아니지만 구체적 계약관계에서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위하여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의무로서 이행상 견련관계가 인정된다.

라. 원심판결 이유를 이러한 사정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민법 제536조 제2항 에서 정한 ‘불안의 항변권’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나머지 상고이유

나머지 상고이유는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다투는 것에 지나지 않거나 원심판결과 다른 결론을 전제로 한 주장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나아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4. 결론

원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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