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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4도5742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업무상배임·상법위반][공2007.4.15.(272),569]
판시사항

[1] 업무상배임죄에 있어 재산상 손해 유무에 대한 판단 기준(=경제적 관점)

[2] 회사의 대표이사 등이 그 임무에 위배하여 회사로 하여금 다른 회사의 주식을 고가로 매수하게 한 경우 회사에 가한 손해액의 산정 방법

[3] 경영상의 판단과 관련하여 기업의 경영자에게 업무상배임의 고의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4] 대기업 또는 대기업의 회장 등 개인이 정치적으로 난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자회사 및 협력회사 등으로 하여금 특정 회사의 주식을 매입수량, 가격 및 매입시기를 미리 정하여 매입하게 한 행위가 업무상 배임행위에 해당하고 그에 대한 고의도 있었다고 본 사례

[5] 상법 제625조 제4호 에 정한 ‘회사의 영업범위 외에서 투기행위를 하기 위하여 회사재산을 처분한 때’의 의미 및 판단 기준

[6] 상법 제622조 의 특별배임죄 또는 형법상의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는 경우에 별도로 상법 제625조 위반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업무상배임죄에 있어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 함은 총체적으로 보아 본인의 재산상태에 손해를 가하는 경우, 즉 본인의 전체적 재산가치의 감소를 가져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며,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한다.

[2] 회사의 대표이사 등이 그 임무에 위배하여 회사로 하여금 다른 회사의 주식을 고가로 매수하게 한 경우 회사에 가한 손해액은 통상 그 주식의 매매대금과 적정가액으로서의 시가 사이의 차액 상당이라고 봄이 상당하며,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지 않거나 증권업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법인이 발행한 비상장주식의 경우에도 그에 관한 객관적 교환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된 정상적인 거래의 실례가 있는 경우에는 그 거래가격을 시가로 보아 주식의 가액을 평가하여야 한다.

[3] 기업의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내재하여 있어서 경영자가 아무런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에 기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바, 이러한 경우에까지 고의에 관한 해석기준을 완화하여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으나, 기업의 경영자가 문제된 행위를 함에 있어 합리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한 정보를 근거로 하여 당해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이나 그 행위로 인한 손실발생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의 제반 사정을 신중하게 검토하지 아니한 채, 당해 기업이나 경영자 개인이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곤란함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비록 경제적인 관점에서 기업에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결과가 초래되더라도 이를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하에 의도적으로 그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면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4] 대기업 또는 대기업의 회장 등 개인이 정치적으로 난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자회사 및 협력회사 등으로 하여금 특정 회사의 주식을 매입수량, 가격 및 매입시기를 미리 정하여 매입하게 한 행위가 업무상 배임행위에 해당하고 그에 대한 고의도 있었다고 본 사례.

[5] 상법 제625조 제4호 는 회사의 임원 등이 회사재산을 위태롭게 하는 죄의 유형 중 하나로 ‘회사의 영업범위 외에서 투기행위를 하기 위하여 회사재산을 처분한 때’를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회사의 영업범위 외’라고 함은 회사의 정관에 명시된 목적 및 그 목적을 수행하는 데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필요한 통상적인 부대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목적 수행에 필요한지 여부는 행위의 객관적 성질에 따라 추상적으로 판단할 것이지 행위자의 주관적·구체적 의사에 따라 판단할 것은 아니며, 또 ‘투기행위’라 함은 거래시세의 변동에서 생기는 차액의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거래행위 중에서 사회통념상 회사의 자금운용방법 또는 자산보유수단으로 용인될 수 없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 회사 임원 등의 회사재산 처분이 투기행위를 하기 위한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회사의 목적과 주된 영업내용, 회사의 자산 규모, 당해 거래에 이르게 된 경위, 거래 목적물의 특성, 예상되는 시세변동의 폭, 거래의 방법·기간·규모와 횟수, 거래자금의 조성경위, 일반적인 거래관행 및 거래 당시의 경제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6] 상법 제625조 는 회사 임원 등의 특별배임죄를 규정한 상법 제622조 및 일반적인 업무상배임죄를 규정한 형법 제356조 의 보충규정으로서, 특별배임죄 또는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는 경우에는 별도로 상법 제625조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광장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및 업무상배임의 점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및 업무상배임의 점에 대하여

가.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08조 가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한 것은 그것이 실체적 진실발견에 적합하기 때문이라 할 것이므로, 증거판단에 관한 전권을 가지고 있는 사실심 법관은 사실인정에 있어 공판절차에서 획득된 인식과 조사된 증거를 남김없이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증거의 증명력에 대한 법관의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 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 , 2006. 11. 23. 선고 2006도5407 판결 등 참조).

나.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공소외 1 주식회사의 회장으로서 공소외 1 주식회사와 산하 계열사 및 자회사의 업무 전반을 총괄 관리·감독하던 피고인 1, 공소외 1 주식회사 관리부문 부사장으로서 자금관리업무를 총괄하던 피고인 2가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자회사인 공소외 2 주식회사, 공소외 3 주식회사 및 협력회사인 공소외 4 주식회사, 공소외 5 주식회사, 공소외 6 주식회사, 공소외 7 주식회사(이하 위 자회사와 협력회사를 ‘자회사 등’이라고 한다)의 대표이사들과 각 공모하여, 자회사 등의 재산을 보호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2001. 4.경 자회사 등으로 하여금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에 상장·등록되지 않고 장외에서 거래되고 있는 공소외 8 주식회사 주식 합계 20만 주(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고 한다)를 그 당시의 적정가액인 주당 20,000원보다 높은 주당 35,000원에 회사별로 나누어 매수하게 함으로써, 주식매도인인 공소외 9에게 전체 주식매매대금(70억 원)과 적정가액(40억 원)과의 차액(30억 원) 상당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자회사 등에게는 각 회사별 주식매매대금과 적정가액과의 차액( 공소외 2 주식회사 11억 7,000만 원, 공소외 3 주식회사 4억 5,000만 원, 공소외 4 주식회사 6억 3,000만 원, 공소외 5 주식회사 3억 원, 공소외 6 주식회사 및 공소외 7 주식회사 각 2억 2,5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주식매매 당시 그 적정가액이 주당 20,000원 정도이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나아가 그 적정가액이 매매가격인 주당 35,000원보다 저가이었다거나 장차 그러한 범위로 주식의 시세가 하락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도 없어 자회사 등에게 이 사건 주식의 매입으로 인한 현실적인 재산상 손해 또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들이 자회사 등으로 하여금 이 사건 주식을 매입하도록 하면서 주식의 적정한 가액을 알아보기 위한 노력을 다소 게을리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주식의 매입으로 자회사 등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라. 먼저, 이 사건 주식의 매입으로 인하여 자회사 등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업무상배임죄에 있어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 함은 총체적으로 보아 본인의 재산상태에 손해를 가하는 경우, 즉 본인의 전체적 재산가치의 감소를 가져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며,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도705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회사의 대표이사 등이 그 임무에 위배하여 회사로 하여금 다른 회사의 주식을 고가로 매수하게 한 경우 회사에 가한 손해액은 통상 그 주식의 매매대금과 적정가액으로서의 시가 사이의 차액 상당이라고 봄이 상당하며,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지 않거나 증권업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법인이 발행한 비상장주식의 경우에도 그에 관한 객관적 교환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된 정상적인 거래의 실례가 있는 경우에는 그 거래가격을 시가로 보아 주식의 가액을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1. 9. 28. 선고 2001도3191 판결 , 2005. 4. 29. 선고 2005도85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주식의 매매 당시 다른 거래당사자 사이에서 공소외 8 주식회사 주식의 객관적인 교환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된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진 사실이 있고 그 거래가격이 이 사건 주식 매매가격인 주당 35,000원보다 낮은 것으로 인정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회사 등으로서는 이 사건 주식의 매입으로 인하여 그 차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제1심 및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주식을 자회사 등에게 매도한 공소외 9{실제로는 공소외 9가 자신과 관련된 공소외 10 주식회사에 이 사건 주식을 주당 32,570원에 매도하고, 다시 공소외 10 주식회사가 자회사 등에게 주당 35,000원에 매도하는 형식을 취하였다.}은 공소외 8 주식회사의 부사장이자 실질적인 운영자로서 이 사건 주식의 객관적인 교환가치 및 장외에서 실제로 거래되고 있는 주식의 시세를 가장 잘 알고 있었을 것인데, 2001. 4.경 공소외 8 주식회사 주식의 시세에 관하여 수사기관에서 ‘주당 15,000원에서 20,000원 사이였으며 적정주가는 20,000원 정도’라고 진술한 바 있고, 제1심법정에 이르러서는 ‘통상적으로 주당 20,000원에서 30,000원 사이에서 거래가 이루어졌다.’고 하면서도 ‘자신이 거래한 가격은 주당 20,000원 정도가 보통이었다.’고 진술한 사실, 실제로 이 사건 주식매매와 거의 비슷한 시기( 공소외 8 주식회사에서 작성한 주식변동내역의 기재상으로는 이 사건 주식매매일자와 같은 날)에 공소외 9는 공소외 8 주식회사 주식 46,000주를 공소외 11 주식회사로부터, 34,000주를 공소외 12로부터 주당 20,000원씩에 각 매수하였고, 공소외 10 주식회사는 공소외 12로부터 2,500주를 주당 20,000원씩에 매수하는 한편 공소외 13에게 10,000주를 같은 가격에 매도한 사실, 또 공소외 8 주식회사 주식의 매물정보 확인자료에 의하면 2001. 4.경 거래시세는 주당 19,000원에서 20,000원 사이에서 형성되어 있었던 사실, 한편 공소외 9는 공소외 1 주식회사와의 이 사건 주식매매를 알선해 준 공소외 14에게 미리 ‘주당 30,000원 이상에 거래가 성사되면 알선료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하였고, 주식매매가 이루어진 후 자회사 등으로부터 지급받은 매매대금 중에서 무려 24억 원을 알선료 등으로 공소외 14에게 교부한 사실{ 공소외 9가 공소외 10 주식회사에 매도한 금액이 주당 32,570원이므로 공소외 9의 입장에서는 주당 20,000원으로 계산한 금액과의 차익 25억 1,400만 원(=12,570원×20만 주)의 대부분을 알선료로 지급한 셈이다.} 등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 사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주식의 매도인인 공소외 9 또는 공소외 10 주식회사가 이 사건 주식매매와 거의 같은 시기에 공소외 8 주식회사 주식을 주당 20,000원에 거래한 것은 그 주식의 교환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된 정상적인 거래의 실례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며, 따라서 그 거래가격이 이 사건 주식의 적정가액으로서의 시가라고 봄이 상당하다.

다만,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8 주식회사는 2000. 5. 30.경 주당 30,000원에 1,133,334주를 유상증자하였고, 2001. 5. 4.경 25만 주를 주당 40,000원에, 같은 해 6. 30.경에는 12,500주를 주당 40,000원에 각 유상증자하였으며, 삼일회계법인이 작성한 기업가치평가보고서에 2001. 1. 1. 현재 공소외 8 주식회사의 국내사업부문 기업가치가 주당 18만 원 이상으로 평가되어 있음을 알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공소외 8 주식회사는 2000. 3. 18.경 120만 주를 액면가격인 주당 5,000원에, 2000. 10. 19.경에는 1,126,961주를 주당 12,000원에 각 유상증자한 사실이 있고, 2000. 12. 1.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때의 전환가격이 5,000원, 10,000원 및 20,000원이었던 점, 2001. 5.경 유상증자의 상대방인 공소외 15는 공소외 8 주식회사와 전략적 제휴관계에 있는 회사이고 2001. 6.경 유상증자의 상대방인 공소외 16 주식회사는 공소외 8 주식회사의 지방총판업체로서 특별한 관계에 있으며, 공소외 9도 그 유상증자 가격이 비싼 편이었다고 진술한 바 있는 점, 위 기업가치평가보고서는 공소외 8 주식회사의 의뢰에 따라 투자유치를 위한 홍보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고 그 평가의 근거가 된 자료도 대부분 공소외 8 주식회사가 제공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유상증자 사례 등을 근거로 들어 이 사건 주식매매 당시 그 주식의 적정가액이 주당 20,000원이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자회사 등은 이 사건 주식의 매입으로 인하여 주당 35,000원으로 계산한 각 매매대금과 주당 20,000원으로 계산한 적정가액과의 차액에 해당하는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다.

마. 다음으로,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일반적으로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와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상 이득의 의사가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과 결합하여 성립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업무상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고의, 동기 등의 내심적 사실)은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간접사실에 의하여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는 부수적일 뿐이고 이득 또는 가해의 의사가 주된 것임이 판명되면 업무상배임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0. 12. 8. 선고 99도3338 판결 , 2004. 6. 24. 선고 2004도520 판결 등 참조).

한편, 기업의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내재하여 있어서 경영자가 아무런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에 기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바, 이러한 경우에까지 고의에 관한 해석기준을 완화하여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나 (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참조), 기업의 경영자가 문제된 행위를 함에 있어 합리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한 정보를 근거로 하여 당해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이나 그 행위로 인한 손실발생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의 제반 사정을 신중하게 검토하지 아니한 채, 당해 기업이나 경영자 개인이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곤란함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비록 경제적인 관점에서 기업에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결과가 초래되더라도 이를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하에 의도적으로 그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면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포함하여, 제1심 및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즉, 피고인 1은 2001. 3.경 광주·전남지역의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및 대통령 정책기획수석비서관 등으로부터 당시 해태그룹의 도산으로 인하여 해체 위기에 처한 해태타이거스 프로야구단을 공소외 1 주식회사에서 인수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있었는데, 야구단을 인수할 경우에 발생할 막대한 경영상의 부담 때문에 이를 수용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인수를 부탁한 사람들의 정치적인 영향력을 고려할 때 쉽게 거절하기도 어려워 고심하고 있었던 사실, 한편 공소외 8 주식회사는 위 회사가 주도하여 구성한 (컨소시엄 이름 생략) 컨소시엄이 2001. 1.경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의 수탁사업자로 선정된 후 주거래은행으로부터 해태타이거스 야구단 인수를 제안받고, 아직 사업의 성패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야구단을 인수할 경우에 필요한 자금의 조달 문제 등을 검토하고 있었던 사실, 이와 같은 공소외 1 주식회사와 공소외 8 주식회사 양측의 사정을 잘 알고 있던 공소외 14와 공소외 17의 주선으로 2001. 4. 중순경 피고인 1과 공소외 9, 공소외 14가 피고인 1의 사무실에서 만났으며, 그 자리에서 공소외 9와 공소외 14는 피고인 1에게 ‘ 공소외 1 주식회사에서 야구단 운영자금 지원을 약속해주고 공소외 8 주식회사 주식을 매입해 주면 공소외 8 주식회사의 야구단 인수와 향후 공소외 8 주식회사의 유상증자 및 해외자본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공소외 8 주식회사 주식 20만 주를 주당 35,000원씩에 매입하여 줄 것을 요청한 사실, 피고인 1은 당시 공소외 8 주식회사 주식의 객관적 가치나 거래시세 등에 대하여 전혀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곧 주당 40,000원에 유상증자를 할 예정이며, 삼일회계법인의 기업가치평가에 따르면 장차 공소외 8 주식회사의 주식가치가 주당 20만 원 이상 될 것이라고 한다.’는 공소외 9의 말만 듣고 위와 같은 주식매입요청을 승낙한 사실(이와 같은 피고인 1의 태도에는, 공소외 1 주식회사가 미국의 철강수입규제 움직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유력인사들을 소개해 준 공소외 14가 이 사건 주식의 매입을 적극적으로 권유한 것이라는 점에 대한 고려도 없지 않았던 듯하다.), 그 후 피고인 1은 피고인 2를 불러 ‘골칫거리이던 해태타이거스 야구단 인수 문제가 공소외 8 주식회사 덕분에 해결될 수 있게 되었는데, 공소외 8 주식회사 측에서 주식 20만 주를 주당 35,000원에 매입해 달라고 하니, 자금 여력이 있는 자회사 또는 협력회사로 하여금 위 주식을 매입하도록 하라’고 지시한 사실( 공소외 1 주식회사는 출자제한으로 인하여 다른 회사의 주식을 직접 매입할 수 없는 형편이었을 뿐만 아니라,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직접 나서서 사행성 사업을 주목적으로 하는 회사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는 경우 기업이미지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피고인 2 역시 공소외 8 주식회사 주식의 적정가액이나 거래시세 등을 조사·확인해 보지 않은 채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자회사 및 협력회사 중에서 자금사정이 비교적 좋은 6개의 이 사건 자회사 등(처음에는 7개 회사였으나 그 중 1개 회사가 출자한도 초과로 인하여 제외됨으로써 6개가 되었다.)을 선정하여 각 회사의 자금력에 따라 매입수량을 할당한 후, 2001. 4. 18.경부터 같은 달 21.경까지 사이에 자회사 등의 대표이사들을 만나 위 할당량을 같은 달 24.경까지 주당 35,000원씩에 매입하도록 구두로 권유한 사실, 위와 같은 요청을 받기 전까지 자회사 등은 공소외 8 주식회사 주식 매입을 전혀 검토한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자회사 등의 사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회사의 주식을 매입하여야 할 이유도 없었지만, 공소외 1 주식회사가 100% 출자한 자회사이거나 매출의 대부분을 공소외 1 주식회사에 의존하고 있는 협력회사의 대표이사들로서는 피고인 1의 지시에 따른 것임이 분명한 피고인 2의 주식매입 권유를 거절하기 어려웠던 사실, 이러한 권유를 받은 자회사 등의 대표이사들은 각 회사의 실무담당자들에게 ‘ 공소외 8 주식회사에 대하여 알아보고 주식매입에 필요한 이사회 결의 등 매매계약의 준비를 하라’는 지시를 하였고, 이에 따라 실무담당자들이 ‘ 공소외 8 주식회사 주식이 투자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하였으나, 그 보고를 기초로 하여 자회사 등이 주식매입을 결정한 것은 아니며, 이미 매입할 주식의 수량과 가격뿐만 아니라 매입일자까지도 지정되어 있었으므로 자회사 등으로서는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었던 사실 등이 인정된다.

위와 같은 이 사건 주식매수의 동기와 목적, 매매계약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내용, 매매대금의 규모, 피고인들과 자회사 등과의 관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기업의 경영자로서 자회사 등이 처한 경제적 상황, 공소외 8 주식회사의 사업전망, 그 주식의 매입으로 인한 손실발생 또는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을 신중하게 검토한 후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것이라기보다는 공소외 1 주식회사 또는 피고인들 개인이 정치적으로 난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자회사 등으로 하여금 주식매도인 공소외 9가 요구하는 가격과 수량 그대로 이 사건 주식을 매입하게 하였고, 이에 따라 자회사 등의 대표이사들도 공소외 8 주식회사 주식의 적정가액과 향후 전망에 대한 신중한 검토 없이 피고인들에 의하여 매입수량과 가격이 미리 지정된 이 사건 주식을 지정된 날짜에 자회사 등이 매입하게 한 것으로서, 피고인들로서는 위와 같은 자회사 등의 대표이사들의 행위가 회사재산을 보호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에 위배되고 나아가 이 사건 주식의 매입으로 인하여 자회사 등에게 현실적인 재산상 손해를 가하거나 적어도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정상적인 경험칙에 부합한다 할 것이며, 설령 피고인들에게 장차 이 사건 주식의 가치가 상승하여 자회사 등이 이익을 얻게 될 수도 있다는 기대 내지 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수적일 뿐이고 이 사건 주식매입으로 인하여 자회사 등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한다는 가해의 의사가 주된 것이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주식의 매입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 및 그에 대한 피고인들의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에 위배하거나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 손해 및 고의의 인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상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상법 제625조 제4호 는 회사의 임원 등이 회사재산을 위태롭게 하는 죄의 유형 중 하나로 ‘회사의 영업범위 외에서 투기행위를 하기 위하여 회사재산을 처분한 때’를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회사의 영업범위 외’라고 함은 회사의 정관에 명시된 목적 및 그 목적을 수행하는데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필요한 통상적인 부대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목적 수행에 필요한지 여부는 행위의 객관적 성질에 따라 추상적으로 판단할 것이지 행위자의 주관적·구체적 의사에 따라 판단할 것은 아니며 (회사의 권리능력에 관한 대법원 1987. 9. 8. 선고 86다카1349 판결 등 참조), 또 ‘투기행위’라 함은 거래시세의 변동에서 생기는 차액의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거래행위 중에서 사회통념상 회사의 자금운용방법 또는 자산보유수단으로 용인될 수 없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 회사 임원 등의 회사재산 처분이 투기행위를 하기 위한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회사의 목적과 주된 영업내용, 회사의 자산 규모, 당해 거래에 이르게 된 경위, 거래 목적물의 특성, 예상되는 시세변동의 폭, 거래의 방법·기간·규모와 횟수, 거래자금의 조성경위, 일반적인 거래관행 및 거래 당시의 경제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3도574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이 사건 자회사 및 협력회사 중에서 공소외 2 주식회사(법인등기부등본의 목적란에 ‘국내외 투자 및 주식소유’가 포함되어 있어 이 사건 주식의 매입은 그 영업범위 내의 행위라는 이유로 제1심과 원심이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고, 이 부분에 대하여는 검사가 상고하지 아니하였다.)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의 공소외 8 주식회사 주식 매입행위가 위 각 회사의 영업범위, 즉 회사의 목적 수행에 필요한 통상적인 부대업무의 범위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제반 사정들, 특히 각 회사의 자본금·매출액 및 이익금의 규모와 주식매입대금의 액수, 그 매입대금의 조성내역, 주식을 반복하여 매매한 것이 아니라 1회의 거래로 주식을 매입한 후 계속 보유하고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비상장주식 매입행위가 사회통념상 회사의 자금운용방법 또는 자산보유수단으로 용인될 수 없는 투기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이 부분 원심판결의 이유에는 다소 부족한 점이 없지 않으나, 이 사건 비상장주식을 매입한 것이 회사의 영업범위 외에서의 투기행위를 하기 위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 또는 상법 제625조 제4호 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아울러, 상법 제625조 는 회사 임원 등의 특별배임죄를 규정한 상법 제622조 및 일반적인 업무상배임죄를 규정한 형법 제356조 의 보충규정으로서, 특별배임죄 또는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는 경우에는 별도로 상법 제625조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는 점도 덧붙여 둔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및 업무상배임의 점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상법위반의 점에 대한 검사의 나머지 상고는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황식(재판장) 김영란 이홍훈 안대희(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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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2003.10.28.선고 2002고합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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