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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대구지법 2003. 7. 18. 선고 2003노1218 판결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확정[각공2003.11.10.(3),587]
판시사항

시민들이 시정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는 데 주로 이용되는 시청 홈페이지 전자게시판에 상습적으로 교통법규를 위반하여 위험한 운전을 하는 사람을 목격하였으니 이를 고발하는 한편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줄 것을 요구한다는 취지의 글을 게재한 행위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61조 제1항 소정의 '사람을 비방할 목적'을 가진 명예훼손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시민들이 시정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는 데 주로 이용되는 시청 홈페이지 전자게시판에 상습적으로 교통법규를 위반하여 위험한 운전을 하는 사람을 목격하였으니 이를 고발하는 한편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줄 것을 요구한다는 취지의 글을 게재한 행위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61조 제1항 소정의 '사람을 비방할 목적'을 가진 명예훼손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항소인

피고인들

검사

박대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들이 원심 판시와 같이 구미시 홈페이지에 개설된 전자게시판에 게시한 글의 주된 취지는 일반 운전자들의 교통질서와 교통안전의 확립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고, 적시된 사실은 중요한 부분에서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며, 아울러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글을 게재하게 된 동기나 경위 등에 비추어 피고인들에게는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나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들은 매일 출근하는 길에서 피해자 가 신호를 위반하는 등 교통법규를 자주 위반하고, 피해자가 구미시청에 근무하는 공무원이고 여성운전자라는 약점을 잡아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피고인 1은, 2002. 7. 11. 10:14경 구미시 형곡동 소재 위 피고인이 근무하는 '수시스템' 사무실에서 구미시청 홈페이지 '구미시에 바란다'는 게시판에 '고자질'이라는 아이디를 이용하여 '공포와 엽기적인 티코(경북 )'라는 제목하에 '엽기행적 : 1. 상기 코스의 대부분의 신호는 최대한 무시, 2. 좌회전 및 유턴 차선에서 비상등 켜고 적색신호 무시하고 직진 통과'를 비롯하여 피해자가 교통법규를 상습적으로 위반하여 엽기적으로 운전을 한다는 취지의 글을 게재하는 방법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같은 달 12. 10:56경 같은 장소에서 같은 게시판에 '고자질'이라는 아이디를 이용하여 같은 제목하에 같은 취지의 글을 게재하는 방법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피고인 2는, 2002. 7. 12. 06:15경 경북 칠곡군 소재 피고인의 집에서 같은 게시판에 '고발쟁이'라는 아이디를 이용하여 '엽기티코 고발해요'라는 제목하에 '거의 매일 아침에 무적의 티코를 봅니다.'를 비롯하여 피고인 김대구가 게재한 것과 유사한 취지의 글을 게재하는 방법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같은 달 13. 07:12경 같은 장소에서 같은 게시판에 '고발쟁이'라는 아이디를 이용하여 '교통경찰님 보세요'라는 제목하에 '그 엽기적인 티코의 작태를 보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입니다.'를 비롯하여 같은 취지의 글을 게재하는 방법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함에 있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들의 각 일부 법정진술과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 피해자의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 구미시청 홈페이지 게시물 목록 및 '구미시에 바란다' 사이트 게시물의 각 기재내용 등을 증거로 들어 피고인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61조 제1항 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 그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사실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이를 처벌하기 위하여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라는 주관적인 요건을 특별히 요구하고 있는데, 여기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란 결국 형법 제309조 등에 규정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의 의미와 다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는바, 이는 가해의 의사 내지 목적을 요하는 것으로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고(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도3045 판결 ,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도329 판결 등 참조), 한편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의 목적은 부인되며, 공공의 이익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고( 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도2188 판결 ,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도3744 판결 등 참조), 또한 위와 같이 인터넷 사이트 등의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게시된 글의 경우에는 그 게시의 목적과 내용, 표현의 수단과 방법, 게시의 횟수와 기간, 게시자와 피해자와의 관계,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 반론 또는 삭제요구의 유무 등과 함께 당해 사이트의 성격과 규모, 영리 목적의 유무, 개방 정도 등도 참작하여 그것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게시된 것인지 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다.

나. 피고인들이 구미시청 홈페이지에 개설된 판시 '구미시에 바란다' 사이트에 게재한 이 사건 게시물의 내용을 보면, 피고인 1의 경우 '고자질'이라는 아이디로 '공포와 엽기적인 티코(경북 )'라는 제목하에 "…이야기의 주인공 : 석적 우방신천지에 살고, 늘 애들 둘을 태워서 출근하는 구미시청 내에 근무하는 대략 30대 중반의 아줌마(아마, 카레이서 자격증이 있을 거라고 예상됨). 엽기행적 : 1. 상기 코스의 대부분의 신호는 최대한 무시(물론 애들이 함께 타고 있음). 2. 좌회전 및 유턴 차선에서 비상등 켜고 적색신호 무시하고 직진 통과. 3. 가장 우측 우회전 차선이 빈 것을 노리고 일단 가장 앞으로 진행해서는, 3차선 맨 앞에 비상등 켜고 꽂고 기다리다가 신호 바뀌는 순간 모든 차선 무시하고 좌회전. 4. 빈 좌회전 차선 가장 앞에서 기다리다가 1차선 끼어들기. 의견 : 이게 어디 애를 태운 아줌마가 정상적인 정신으로 할 수 있는 행동입니까? 아마, 저 말고도 많은 운전자들이 목격을 했을 겁니다. 제가 오늘 구미시청 홈에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그래도 그 여자가 구미시청 내에 근무를 하는 것 같기에, 이 차를 찾아서 애들의 안전을 위해서, 그리고 그 여자의 생명을 위해서, 나아가 구미시의 교통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 꼭 지적을 해 주십사 하는 맘에서입니다." 등의 내용을 게시하였고, 피고인 2의 경우 '고발쟁이'라는 아이디로 '엽기티코 티코 고발해요', '엽기티코 티코 보세요. …' 또는 '교통경찰님 보세요'라는 제목하에 "거의 매일 아침에 무적의 티코를 봅니다. 두 달여에 걸쳐 목격한 무적의 티코를 고발합니다. 많은 생각 끝에 올립니다. 운전하는 아줌마를 위해서, 그 차에 탄 애를 위해서, 구미시민을 위해서.. 구미시청 직원인가? 시의회 직원인가? 그럼 지금부터 티코의 엽기적인 행각을 하나씩 알려드립니다. …", "…저는 당신의 처벌을 바라기 때문에 글을 올린 것이 아닙니다. 같은 운전자의 입장에서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조심하라는 경종을 울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제가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두 달여에 걸쳐서 본 내용을 알려드린 겁니다. 저 말고도 아마 아주 많은 운전자 여러분이 그 엽기티코의 행각에 불편한 심기를 느꼈을 거라 생각되어 제가 글을 올린 거고요. …" 등의 내용을 게시하였는바,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글들을 게시함에 있어 과연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다. 원심이 인용한 피고인들의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 피해자 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구미시청 홈페이지 게시물 목록 및 '구미시에 바란다' 사이트 게시물의 각 기재내용에 피고인들이 제출한 구미시장 발행의 정보공개결정통지서 및 정보공개내용, 게시판 관련글 목록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은 모두 이 사건 이전에는 피해자와는 아무런 안면이 없는 사람들이었는데, 피고인들이 출근하는 길에서 피해자가 교통법규를 위반하여 위험한 운전을 하는 사실을 자주 목격하면서 피해자가 구미시청으로 출근하는 등의 사실을 알게 되었고, 위와 같은 일이 두 달 가량 계속 반복되자 결국 피해자가 근무하는 구미시청측에 이를 지적하여 시정조치하여 줄 것을 요구하려는 의도하에 구미시 홈페이지에 개설된 판시 사이트에 위와 같은 글들을 게재하게 되었는데, 피고인 1은 2002. 7. 11. 10:14경 '공포와 엽기적인 티코(경북 )'라는 제목으로 처음 위 사이트에 피해자의 상습적인 교통법규 위반행위를 고발하는 취지의 글을 게재하고, 이 글이 홈페이지 운영자에 의하여 삭제되자 같은 달 12. 04:33경과 10:56경, 21:25경 위 글을 삭제하지 말아줄 것과 비민원 사항으로 방치하지 말아줄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글을 덧붙였으며, 같은 달 13. 00:37경에는 '교통경찰님 공포의 티코를 보고 싶나요?'라는 제목으로 피해자의 차량이 자주 나타나는 장소를 지적하는 짧은 글을 남긴 사실, 피고인 2는 2002. 7. 12. 06:15경 '엽기티코 티코 고발해요'라는 제목으로 피해자의 교통법규 위반행위를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피해자의 인적 사항에 관하여 피고인 나름대로 추측한 내용 등을 기재한 글을 게재하고, 같은 날 21:26경 '엽기티코 티코 보세요'라는 제목으로 피해자에게 안전운전을 당부하는 취지의 글을 게재하였으며, 같은 달 13. '교통경찰님 보세요'라는 제목으로, 같은 달 23. '인터넷의 힘. 티코님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각 앞선 피고인의 글에 대하여 올라온 문의 글에 대한 답변의 글을 게재한 사실, 이후 피고인들의 위 글을 조회하여 본 사람들이 이에 동조하는 글이나 자신도 피해자의 교통법규 위반행위를 목격한 적이 있다는 취지의 글, 구미시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글 등이 여러 차례 게재되기도 한 사실, 피고인들은 당시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고 있었으나 처음 위 각 글들을 게재하면서 서로 상의하거나 의사연락이 된 바는 없었던 사실, 피고인들이 게시한 피해자의 교통법규 위반행위의 내용은 이를 피해자도 대체로 시인하고 있어 객관적인 사실에도 부합한다고 볼 수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와 같이 피고인들의 글이 게시된 판시 사이트가 구미시가 운영하는 공공의 사이트이고 주로 시정과 관련한 문의나 건의사항 등을 개진하기 위하여 개설된 사이트로서 시청 직원들 및 일반 시민들이 널리 열람할 수 있는 점에서 피고인들이 게재한 바와 같은 내용의 글이 게시되는 것은 부적절한 면이 있고, 위 글에는 피해자의 차량번호와 함께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추측할 수 있는 내용들이 기재되어 있으며, 피해자의 행위가 엽기적이라는 등으로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부추기고 이를 비꼬는 듯한 투의 표현이 다소 사용된 것이 사실이나, 이러한 사정들을 감안하여 보더라도 피고인들이 게시한 위 글들의 전체적인 주된 취지는 구미시청측에서 적절한 수단을 동원하여 시청 직원인 피해자가 위와 같이 상습적으로 교통법규를 위반하여 위험한 운전을 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볼 때에도 일반시민들의 교통질서의 확립과 교통안전의 확보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피고인들은 피해자와는 전혀 안면이 없던 사람들로서 위와 같은 글을 게시하기에 이르게 된 경위에 앞서 본 바와 같은 의도 외에 별다른 사적인 목적이나 감정이 개입되었을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교통법규 위반행위에 관하여 게재한 글들의 내용은 대체로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하는 내용인 데다가 피해자에게 안전운전을 촉구하고 구미시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취지가 그 주조를 이루고 있는 점, 그 표현의 수단과 방법의 측면에서도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욕하는 등의 표현을 비교적 자제하는 대신 "많은 생각 끝에 올리는 것이다.", "피해자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구미시의 교통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 올리는 것이다."는 등으로 그 게시의 목적을 직접 언급하고 있는 점, 위와 같은 글이 게재됨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는 명예의 침해 정도와 교통질서와 안전의 확보라는 공익을 비교하여 보더라도 후자의 공익성이 전자에 비하여 결코 가볍게 취급될 수 없는 중요한 이익이라고 볼 수 있는 점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게재한 위 글들은 인터넷 사이트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건전한 일반인의 사회통념을 기준으로 볼 때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이 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의 글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고, 달리 피고인들에게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라.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모두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어 그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 각 공소사실은 모두 그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기로 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여상훈(재판장) 김상태 성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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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구지방법원김천지원 2003.4.17.선고 2003고단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