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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1도5592 판결
[업무방해(예비적 죄명: 폭행, 주거침입)·재물손괴][공2002.10.1.(163),2254]
판시사항

[1]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의 의미

[2] 법원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결정에 의하여 그 직무집행이 정지된 자가 법원의 결정에 반하여 직무를 수행함으로써 업무를 계속 행하는 경우, 그 업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라 함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말하는 것으로서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면 되고, 그 업무의 기초가 된 계약 또는 행정행위 등이 반드시 적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다만 어떤 사무나 활동 자체가 위법의 정도가 중하여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는 경우에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법원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결정에 의하여 그 직무집행이 정지된 자가 법원의 결정에 반하여 직무를 수행함으로써 업무를 계속 행하는 경우 그 업무는 국법질서와 재판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것으로서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지는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없고, 비록 그 업무가 반사회성을 띠는 경우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법적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그와 동등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그 업무자체는 법의 보호를 받을 가치를 상실하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어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업무방해의 점의 요지는,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있는 원풍아파트의 재건축조합장이던 피고인이 1998. 10. 28.자로 사표를 제출하자 위 조합에서는 임원 중 연장자가 직무대행을 하도록 되어 있는 정관의 규정에 따라 이상호를 조합장직무대행으로 선출하여 1998. 11. 3.부터 동인이 조합장의 업무를 수행하여 왔는데, 피고인은 ① 1999. 7. 27. 14:00경 서울 구로구 개봉동 소재 원풍아파트재건축조합 사무실에서, 피해자 이상호가 1999. 7. 29.자로 대의원회의를 소집하여 새로운 조합장을 선출하려는 것을 방해하려고, 이삿짐센터 인부 및 현대건설 직원 등 수십여 명을 동원하여 위 사무실의 복사기 1대 등 물품 28개와 조합관련서류 28점 등을 다른 사무실로 옮기면서 이상호에게 "네가 직무대리냐 개새끼 죽여버린다."며 멱살을 잡아 흔들어 위력으로 이상호의 조합장직무대행 업무를 방해하고, ② 1999. 7. 29. 09:00경 같은 장소에서, 같은 날 14:00에 열릴 예정인 새로운 조합장 선출을 위한 대의원회의를 방해하기 위하여, 이상호에게 "네가 무슨 직무대행이냐, 죽여버린다."라고 욕설을 하고 대형 에어콘 1대 등 17개의 사무실 집기를 이전하여 위력으로 이상호의 조합장직무대행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의 판단

피고인의 신청에 의한 법원의 가처분결정에 의하여 이상호의 조합장직무대행 업무가 정지되었으므로 피고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동인의 업무는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1심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음에 대하여, 원심은,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라 함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말하는 것으로서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을 의미하고,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인지 여부는 그 사무가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며, 반드시 그 업무가 적법하거나 유효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그 업무의 개시나 수행과정에 실체상 또는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반사회성을 띠는 데까지 이르지 않는 이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전제한 다음, 피해자 이상호는 피고인이 사직서를 제출하자 1998. 11. 2. 임시대의원회의에서 위 조합 정관 제27조 제2항에 의하여 임원 중 최연장자로서 조합장직무대행으로 결정되어 같은 달 3.부터 조합의 업무를 인계받아 조합장직무대행 업무를 시작하였고, 궐석 상태에 있는 조합장의 선출을 위하여 1999. 7. 16. 대의원들에게 조합장 입후보자 등록을 받아 같은 달 29. 조합장선거를 한다는 내용의 대의원회의 소집통보를 한 사실, 이에 피고인은 위 조합 또는 이상호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 조합장지위확인의 소를 제기함과 아울러 조합장직무대행정지가처분신청 및 대의원회의소집정지가처분신청을 하여 대의원회의소집정지가처분신청에 대하여는 기각 결정을, 조합장직무대행정지가처분신청에 대하여는 인용 결정을 각 받았고, 위 가처분인용결정이 이상호에게 적법하게 송달되었으나, 이상호 및 일부 조합원들이 대의원회의소집정지가처분신청이 기각되었음을 이유로 새로운 조합장 선출을 위한 대의원회의를 강행하려 하자 피고인은 이를 저지하기 위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방법으로 위 조합 사무실의 집기와 관련서류를 옮긴 사실 등을 인정하고 나서는,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① 이상호는 위 조합의 정관에 따라 일응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조합장직무대행으로서의 업무를 개시한 이래 계속하여 그 업무를 집행하고 있었으므로 그 업무는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지는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고, 이와 같은 상황 아래에서 이상호에 대하여 그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피고인의 조합장 직무집행을 방해하지 말라는 가처분결정이 고지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상호의 조합장직무대행업무가 반사회성을 띠게 되어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② 피고인으로서는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간접강제 또는 대체집행의 방법으로 가처분결정의 내용을 실현시킬 수 있었고, 위 가처분인용결정에 대한 본안소송에서 피고인과 이상호 사이의 권리의무 관계가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이상호의 업무를 일반 조합원이나 외부의 제3자에 대한 관계와 구분하여 피고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법에 의하여 보호받아야 할 업무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런지 의문이고, ③ 이상호는 위 가처분인용결정 이전에 이미 대의원회의 소집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었고, 피고인의 대의원회의소집정지가처분신청이 기각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기각결정에는 구체적인 이유의 설시가 없어 이상호로서는 자신에게 대의원회의의 소집·개최 권한은 있다고 생각하고 위 가처분인용결정문을 송달받은 후에도 대의원회의 개최를 위하여 그 직무를 계속 수행하였으며, 피고인도 위 조합장 선출을 위한 대의원회의 소집을 저지하기 위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사무실 집기와 관련서류들을 옮긴 것으로 보이는데, 이와 같이 이상호가 조합장직무대행자로서 위 가처분인용결정을 고지받기 전부터 대의원회의 소집·개최를 위한 업무를 계속해 온 이상 그 업무가 대의원회의 소집업무 자체인지 아니면 그 전 단계의 일반적인 조합장 업무인지, 또 이상호에게 대의원회의 소집·개최에 관한 적법한 권한이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온 것임이 분명하고 ④ 나아가 그 후 이 사건 업무방해 전에 피고인의 대의원회의소집정지가처분신청이 기각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기각 결정이 이상호에게 대의원회의 소집·개최권한이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소지까지 있었다면, 이상호의 대의원회의 소집·개최업무는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고, 그 소집·개최업무를 저지하려고 한 피고인에게 업무방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고 있다.

3. 대법원의 판단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라 함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말하는 것으로서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면 되고, 그 업무의 기초가 된 계약 또는 행정행위 등이 반드시 적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다만 어떤 사무나 활동 자체가 위법의 정도가 중하여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는 경우에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 은 원심이 설시한 바와 같다( 대법원 1996. 11. 12. 선고 96도2214 판결 , 2001. 11. 30. 선고 2001도2015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법원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결정에 의하여 그 직무집행이 정지된 자가 법원의 결정에 반하여 직무를 수행함으로써 업무를 계속 행하고 있다면, 그 업무는 국법질서와 재판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것으로서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지는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없고, 비록 그 업무가 반사회성을 띠는 경우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법적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그와 동등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그 업무자체는 법의 보호를 받을 가치를 상실하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그 업무를 행하는 자에 대하여 별도의 위법한 법익침해가 가해진 경우 그 침해된 법익에 관하여 보호를 하는 것은 별론이다). 만약 이러한 업무를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업무라고 한다면 이는 한 쪽에서는 법이 금지를 명한 것을 다른 쪽에서는 법이 보호하는 결과가 되어 결국 법질서의 불일치와 혼란을 야기하는 결과에 이를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 및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상호를 상대로 조합장직무대행정지 가처분신청을 하여 법원으로부터 피고인과 위 조합 사이의 조합장지위확인의 소의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이상호는 조합장직무대행의 직무를 집행하여서는 아니 됨과 아울러 피고인이 조합장으로서 행하는 일체의 직무집행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의 가처분결정이 내려졌고, 그 결정은 위 공소사실 기재 일시 이전에 이미 이상호에게 적법하게 송달된 사실, 그런데 이상호는 피고인이 함께 신청한 대의원회의소집정지가처분신청이 기각되었음을 빌미로 일부 조합원들을 등에 업고 새로운 조합장 선출을 위한 대의원회의를 강행하기 위하여 조합장직무대행 직무를 계속 수행하려고 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법원의 가처분결정에 의하여 이상호의 조합장직무대행 직무가 정지되고 오히려 동인이 피고인의 조합장으로서의 직무집행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되는 이상 그 결정을 무시한 채 그에 반하여 행하여지는 동인의 업무는 더 이상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지는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없어 법의 보호를 받을 가치를 상실하였다 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는 것이며, 비록 피고인이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이상호로부터 조합장 업무를 인수하지 아니하고 공소사실 적시와 같은 유형력을 일부 행사하여 조합의 사무실을 이전하였고 그것이 상당성을 잃은 행위라고 할지라도, 피고인이 그 유형력의 행사와 관련하여 별도로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상호의 업무자체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업무가 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그리고 대의원회의소집정지가처분신청이 기각되어 대의원회를 소집·개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상호의 직무집행이 정지된 이후의 대의원희의의 소집·개최에 관한 업무는 더 이상 이상호의 업무라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가처분인용결정 송달 이후의 이상호의 조합장직무대행업무를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업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업무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업무방해죄 부분은 파기를 면하지 못할 것인바, 원심은 위 죄와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재물손괴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서 하나의 형으로 처단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무제(재판장) 유지담 강신욱(주심) 손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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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2001.9.26.선고 2001노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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