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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0다38596 판결
[수표금][공2002.2.1.(147),253]
판시사항

융통인이 융통수표 재도사용의 항변으로 제3자에게 대항하기 위한 요건

판결요지

융통인이 피융통인에게 신용을 제공할 목적으로 수표에 배서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융통인과 피융통인 사이에 당해 수표에 의하여 자금융통의 목적을 달성한 때는 피융통인이 융통인에게 지급자금을 제공하든가 혹은 당해 수표를 회수하여 융통인의 배서를 말소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융통인이 당해 수표를 사용하여 금융의 목적을 달성한 다음 이를 반환받은 때에는 위 합의의 효력에 의하여 피융통인은 융통인에 대하여 융통인의 배서를 말소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것을 다시 금융의 목적을 위하여 제3자에게 양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융통인이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사용한 경우, 융통인이 당해 수표가 융통수표이었고, 제3자가 그것이 이미 사용되어 그 목적을 달성한 이후 다시 사용되는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알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면, 융통인이 피융통인에 대하여 그 재사용을 허락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한, 융통인은 위 융통수표 재도사용의 항변으로 제3자에 대하여 대항할 수 있다.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송영철)

피고,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병돈)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본원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의 요지

가. 원심이 인정한 사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한 증거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① 제1심 공동피고 주식회사 서울건업(이하 '서울건업'이라고 한다)의 대표이사인 제1심 공동피고 2가 원고로부터 1994. 11. 28. 금 1억 원을 차용하면서 서울건업 발행의 발행일 및 발행지가 각 백지, 액면금 1억 원으로 기재된 소지인출급식 수표를, 그리고 1995. 6. 29. 다시 금 5,000만 원을 차용하면서 서울건업 발행의 발행일 및 발행지가 각 백지, 액면금 5,000만 원으로 기재된 소지인출급식수표를 각 교부하였다(이와 같은 차용을 이하 '제1차 차용'이라고 한다).

② 서울건업이 위 각 수표를 발행·교부할 당시 피고들을 비롯한 제1심 공동피고 2 및 제1심 공동피고 3, 제1심 공동피고 4가 보증의 의미로 함께 각 수표의 뒷면에 서명날인하였고, 원고의 요구에 따라 제1심 공동피고 4가 피고들과 제1심 공동피고 3, 제1심 공동피고 4의 이름 앞에 '연대보증인'이라는 문구를 각 기재하였다.

③ 서울건업은 원고에게 1995. 9. 28. 원금 1억 원을, 1996. 6. 29. 원금 5,000만 원을 각 변제하면서 각 해당 수표를 회수하고, 그와 같은 사실을 피고들에게 통지하였다.

④ 제1심 공동피고 2는 서울건업의 자금사정상 위와 같이 회수 후 보관하고 있던 수표들을 다시 사용하기로 하고 제1심 공동피고 4를 통하여 원고에게 1996. 1. 25. 위 액면금 1억 원짜리 수표를 교부하면서 금 1억 원을 차용하였으며, 1997. 6. 9. 위 액면금 5,000만 원짜리 수표를 교부하면서 금 5,000만 원을 차용하였는데(이와 같은 차용을 이하 '제2차 차용'이라고 한다), 이 때 원고는 제1심 공동피고 4에게 피고들도 제2차 차용 사실을 아는지를 확인하였고 제1심 공동피고 4는 피고들이 알고 있다고 대답하였으나, 사실은 제1심 공동피고 2가 이러한 제2차 차용 사실을 피고들에게 알리지 아니하고 임의로 위 각 수표를 다시 사용하였다.

⑤ 원고는 위 각 수표를 소지하고 있다가 서울건업이 1997. 11. 27.경 부도가 나자, 1997. 12. 9.경 발행일을 1997. 12. 9.로 보충한 다음, 1997. 12. 13. 지급제시하였으나 무거래를 이유로 모두 지급이 거절되어 그 각 지급제시일자 및 지급거절의 취지가 지급인에 의하여 이 사건 각 수표의 표면에 기재되었다.

나. 원심의 판단

이와 같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원심은 이 사건 각 수표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수표금 청구를 인용하면서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은 피고들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는바, 피고들의 주장에 관한 원심 판단의 요지를 보면 다음과 같다.

① 먼저 피고들의 이 사건 각 수표 이면에 대한 서명날인 행위는 단순히 민사상의 보증에 지나지 않는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하여는, 피고들이 수표 이면에 서명날인을 한 이상 이는 내심의 의사가 보증이었는가에 관계없이 수표에 대한 배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② 피고들의 서명날인 행위는 이 사건 제1차 차용에 기한 서울건업의 원고에 대한 차용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 뒤 서울건업이 제1차 차용금을 모두 변제하였으므로 피고들은 수표소지인인 원고에 대하여 인적 항변으로 대항할 수 있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하여는, 원고가 서울건업에 제2차 대여를 하면서 이 사건 각 수표를 재차 취득하고 수표금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피고들로서는 제1차 차용과 관련된 사유를 들어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하여 그 부분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③ 이 사건 각 수표는 실질적인 거래관계 없이 발행된 융통수표로서 특단의 합의가 없는 이상 1회의 자금융통에만 사용하기로 한 취지라고 해석해야 하는데, 서울건업이 원고로부터 제1차 차용을 통하여 이 사건 각 수표를 자금융통에 사용한 다음 다시 이를 회수하였으므로 서울건업으로서는 자금융통의 목적을 1회 달성한 것인바, 원고로서는 제2차 차용 당시 담보로 제공된 이 사건 각 수표가 융통수표이고 자금융통의 목적으로 재차 사용되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들로서는 원고의 그러한 악의를 이유로 수표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서울건업의 원고에 대한 차용금채무를 보증하는 의미로 서울건업이 발행한 이 사건 각 수표에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아니하고 배서를 한 피고들의 입장에서 이 사건 각 수표가 융통수표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더라도, 피고들이 융통수표의 재사용을 이유로 수표소지인인 원고에게 대항하기 위하여서는 원고가 융통계약에 위반된 것임을 알고 이 사건 각 수표를 취득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나아가 원고에게 피고들을 해할 의사가 있었음을 요한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에 있어서는 원고가 이 사건 각 수표가 재차 사용된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아무런 대가관계 없이 이를 취득한 것도 아니고, 제2차 차용금을 대여하면서 위 각 수표를 서울건업으로부터 재차 교부받기에 앞서 이를 가져온 제1심 공동피고 4를 통하여 피고들이 제2차 차용 사실을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였으므로 원고가 피고들을 해할 의사로 위 각 수표를 취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배척하였다.

④ 이 사건 제1차 차용금의 지급을 담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각 수표에 배서를 하였던 피고들은 위 제1차 차용금이 변제됨으로써 위 배서로 인하여 책임을 질 이유가 없는데, 원고가 서울건업에게 다시 제2차 차용금을 대여하면서 그 담보로 동일한 수표를 교부받으면서도 심부름을 하던 제1심 공동피고 4에게만 피고들의 보증의사를 물어보았을 뿐 피고들에게 제2차 차용금에 대한 보증의사를 확인하지도 않은 잘못이 있으면서도 이 사건 각 수표상에 피고들의 배서가 아직 말소되지 않은 것을 기화로 피고들에 대하여 수표금 지급을 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하여는, 피고들이 수표상 채무를 부담할 진정한 의사로 이 사건 각 수표상에 배서를 한 이상 위 수표들이 발행인에게 회수되었다가 배서인인 피고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또다시 유통되었다 하더라도 그 수표소지인이 피고들에게 배서인의 책임을 묻기 위하여 이를 취득하면서 직접 일일이 배서인들의 의사를 확인할 의무는 없다고 보아야 할 뿐만 아니라 피고들이 주장하는 사유만으로는 원고의 이 사건 수표금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 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 또한 배척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모두 정당하고, 원심이 이에 기초하여 피고들의 이 사건 수표 이면에의 서명날인 행위가 민사상의 채무보증에 해당할 뿐이라는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를 수표법상의 배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한편, 원고가 서울건업에 제2차 대여를 하면서 이 사건 각 수표를 재차 취득하였음을 이유로 이 사건 수표금을 청구하는 이상 피고들로서는 이 사건 제1차 차용에 기한 서울건업의 원고에 대한 차용금 채무가 모두 변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에 대하여 대항할 수 없고, 나아가 이와 같은 사정하에서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신의성실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도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피고들의 관련 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모두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들이 들고 있는 대법원 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부적절한 것이다.

나. 그러나 원심이, 이 사건 각 수표가 융통수표이고 자금융통의 목적으로 재차 사용되는 점을 원고가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들로서는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취지의 피고들 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즉, 융통인이 피융통인에게 신용을 제공할 목적으로 수표에 배서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융통인과 피융통인 사이에 당해 수표에 의하여 자금융통의 목적을 달성한 때는 피융통인이 융통인에게 지급자금을 제공하든가 혹은 당해 수표를 회수하여 융통인의 배서를 말소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융통인이 당해 수표를 사용하여 금융의 목적을 달성한 다음 이를 반환받은 때에는 위 합의의 효력에 의하여 피융통인은 융통인에 대하여 융통인의 배서를 말소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것을 다시 금융의 목적을 위하여 제3자에게 양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할 것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융통인이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사용한 경우, 융통인이 당해 수표가 융통수표이었고, 제3자가 그것이 이미 사용되어 그 목적을 달성한 이후 다시 사용되는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알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면, 융통인이 피융통인에 대하여 그 재사용을 허락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한, 융통인은 위 융통수표 재도사용의 항변으로 제3자에 대하여 대항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

그런데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하고 있는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피고들은 서울건업에게 자금융통의 편의를 제공하고자 이 사건 각 수표상에 배서하게 된 것이어서 이 사건 각 수표는 피고들 입장에서 이른바 융통수표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원고는 이 사건 각 수표를 취득함에 있어 이미 이전에 이를 취득한 적이 있어 위 융통수표들이 재차 사용되는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인정되므로, 원고가 피고들이 위 융통수표의 재차 사용을 허락한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있음을 밝히지 못하는 이상, 피고들은 원고의 이 사건 수표금 청구에 대하여 위 항변으로 대항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러한 사정에 관한 심리도 없이 그 인정의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피고들을 해할 것을 알고 이 사건 각 수표를 취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조치에는 융통수표의 재도사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잘못을 범하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의 점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서성 이용우(주심) 배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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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춘천지방법원 2000.6.28.선고 99나5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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