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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1. 9. 20. 선고 99다37894 전원합의체 판결
[소유권이전등기][집49(2)민,84;공2001.11.1.(141),2251]
판시사항

전소인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후소인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에 미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다수의견] 진정한 등기명의의 회복을 위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는 이미 자기 앞으로 소유권을 표상하는 등기가 되어 있었거나 법률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자가 진정한 등기명의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현재의 등기명의인을 상대로 그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것에 갈음하여 허용되는 것인데, 말소등기에 갈음하여 허용되는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과 무효등기의 말소청구권은 어느 것이나 진정한 소유자의 등기명의를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그 목적이 동일하고, 두 청구권 모두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으로서 그 법적 근거와 성질이 동일하므로, 비록 전자는 이전등기, 후자는 말소등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소송물은 실질상 동일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에서 패소확정판결을 받았다면 그 기판력은 그 후 제기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에도 미친다.

[별개의견] 전소인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기청구소송과 후소인 진정명의회복을 위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이 그 소송목적이나 법적 근거와 성질이 같아서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각기 그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이 서로 다른 이상, 위 2개의 소의 소송물은 다른 것이므로, 전소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후소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이미 전소에 관하여 확정판결이 있고 후소가 실질적으로 전소를 반복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라면, 즉, 전소와 후소를 통하여 당사자가 얻으려고 하는 목적이나 사실관계가 동일하고, 전소의 소송과정에서 이미 후소에서와 실질적으로 같은 청구나 주장을 하였거나 그렇게 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었으며, 후소를 허용함으로써 분쟁이 이미 종결되었다는 상대방의 신뢰를 해치고 상대방의 법적 지위를 불안정하게 하는 경우에는 후소는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반대의견] 기판력의 범위를 결정하는 소송물은 원고의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에 의하여 특정되는 것으로서, 사실관계나 법적 주장을 떠나서 청구취지가 다르다면 소송물이 같다고 할 수 없을 것인바,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기청구소송과 진정명의회복을 위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은 우선 그 청구취지가 다르므로, 이러한 법리의 적용을 배제할 만한 상당한 법적 근거가 없다면 각각의 소송물이 다르다고 보아야 한다. 이 두 소송에서 말소등기청구권과 이전등기청구권이 실질적으로는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각각에 다른 법률효과를 인정하여 별개의 소송물로 취급하는 것도 가능하고, 실체법과 함께 등기절차법의 측면에서 보면 이들 청구권의 법적 근거가 반드시 동일하다고만 볼 수도 없는 것이며, 또한 실제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청구와 함께 진정명의의 회복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중첩적으로 허용함이 타당하다.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소망 담당변호사 임순명)

피고,상고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변호사 노종상 외 1인)

보조참가인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소송대리인 변호사 노종상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사실관계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소외 원호대상자정착직업재활조합 서울목공분조합(상이군경 등 원호대상자들의 직업재활을 도모하기 위하여 제정되었던 구 원호대상자직업재활법에 의하여 1972. 3. 6. 설립된 단체이다)은 조합의 자금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였으나 편의상 1980. 4. 28. 당시 조합장이었던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고, 그 후 위 부동산에 대하여는 1980. 8. 20. 피고 명의로 1980. 7. 16.자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으며, 이에 터잡아 1982. 3. 29. 피고보조참가인 명의로, 1984. 12. 22. 다시 피고 명의로 순차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는데,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1980. 7. 16.자 증여의 의사표시가 비상계엄하에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수사관들에 의해 저질러진 불법감금과 구타 등으로 인한 극심한 강박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무효이고 따라서 1980. 8. 20. 피고 명의로 경료된 소유권이전등기는 원인무효의 등기이며, 이에 터잡아 이루어진 순차이전등기도 모두 원인무효라는 이유로, 피고와 피고보조참가인을 상대로 위 각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제1심에서 원고청구기각판결을 선고받았고(서울민사지방법원 90가합57364), 이에 항소를 제기하면서 위 증여의 의사표시는 강박에 의한 것으로서 위 사건의 소장부본 등의 송달로써 취소한다는 주장을 추가하였으나, 항소심에서도 위 증여의 의사표시를 무효라고 볼 수 없고 또한 강박에 의한 취소 주장은 제척기간이 도과한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항소가 기각되었으며(서울고등법원 92나25689), 대법원에서 1993. 5. 27. 상고기각판결(대법원 93다8887)이 선고됨으로써 같은 날 원고 패소판결이 확정되었다(이하 '전소'라고 한다).

나. 이 사건 소는 전소의 원고 패소판결이 확정된 이후인 1998. 7. 23. 제기되었고 그 청구원인은 원고의 이 사건 증여의 의사표시가 무효이거나,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강박에 의한 것으로서 원고가 1980년 11월경 원호청장에게 진정서를, 1981년 5월경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각 제출하여 그 의사표시를 취소하였으므로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원인무효가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한다는 것이다.

2. 기판력 항변에 대한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소가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된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소송물로 주장된 법률관계의 존부에 관한 판단의 결론 그 자체에만 미치는 것이고, 그 전제가 되는 법률관계의 존부에까지 미치는 것이 아니어서,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라는 이유로 그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송의 기판력은 그 소송물인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기청구권에만 미치고 그 전제가 되는 소유권의 존부에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기청구소송에서 패소한 당사자도 그 후 다시 소유권 확인을 구하거나 진정한 소유자 명의의 회복을 위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가 이미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전소에서 패소확정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전소에서 주장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의 존부에만 미칠 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원고의 소유권의 존부에는 미치지 아니하고,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임을 이유로 하여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이 사건 소에는 그 기판력이 미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기판력 항변을 배척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진정한 등기명의의 회복을 위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는 이미 자기 앞으로 소유권을 표상하는 등기가 되어 있었거나 법률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자가 진정한 등기명의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현재의 등기명의인을 상대로 그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것에 갈음하여 허용되는 것인데 (대법원 1990. 11. 27. 선고 89다카1239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말소등기에 갈음하여 허용되는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과 무효등기의 말소청구권은 어느 것이나 진정한 소유자의 등기명의를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그 목적이 동일하고, 두 청구권 모두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으로서 그 법적 근거와 성질이 동일하므로, 비록 전자는 이전등기, 후자는 말소등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소송물은 실질상 동일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에서 패소확정판결을 받았다면 그 기판력은 그 후 제기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에도 미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이와 달리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에서 패소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도 그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에는 미치지 아니하므로 다시 진정명의회복을 위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본 대법원 1990. 11. 27. 선고 89다카12398 전원합의체 판결, 1990. 12. 21. 선고 88다카26482 판결, 1992. 11. 10. 선고 92다22121 판결, 1993. 7. 27. 선고 92다50072 판결, 1995. 3. 10. 선고 94다30829, 30836, 30843 판결, 1996. 12. 20. 선고 95다37988 판결, 1998. 9. 8. 선고 97다19878 판결 등의 견해는 이와 저촉되는 한도 내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전소에서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라는 이유로 그 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원고 패소판결을 받고 확정되었다는 것이므로, 그 판결의 기판력은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임을 전제로 하여 그 말소등기에 갈음하여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이 사건 소에도 미친다고 할 것이다.

법리가 위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 소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과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에 있어서의 기판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하는바, 이 판결에는 대법관 유지담, 대법관 배기원, 대법관 이강국의 별개의견, 대법관 송진훈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5. 대법관 유지담, 대법관 배기원, 대법관 이강국의 별개의견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에서 원고의 청구가 배척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이 파기환송되어야 한다는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기청구소송의 소송물과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의 소송물은 동일하므로 전소인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기청구소송에서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그 후에 제기된 이 사건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에도 미친다는 취지의 다수의견에는 찬성할 수 없으므로, 다음과 같이 별개의견을 표시하는 바이다.

가.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기청구권이나 말소등기에 갈음하는 진정명의회복을 위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모두 진정한 소유자의 등기명의를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이 동일하고, 위 2개의 청구권 모두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으로서 법적 근거와 성질이 동일하므로 실질에 있어서는 동일한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 한다.

나. 그러나 종래 대법원은 민사소송에 있어서의 소송물을 청구원인에 의하여 특정되는 실체법상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라고 파악하고, 그에 의하여 소송의 동일성 여부가 식별된다는 소위 구 소송물이론을 견지하여 왔고(대법원 1974. 2. 26. 선고 73다1955 판결, 1980. 7. 22. 선고 80다445 판결, 1982. 12. 28. 선고 82무2 판결, 1983. 3. 22. 선고 82다카1533 전원합의체 판결, 1991. 1. 15. 선고 90다카25970 판결, 1992. 4. 10. 선고 91다45356, 45363 판결, 1997. 1. 24. 선고 96다39080 판결, 2001. 2. 23. 선고 2000다6375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전소와 후소의 청구원인이나 청구취지가 서로 다른 경우에는 전소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그것이 후소의 선결문제가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후소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1963. 10. 22. 선고 63다295 판결, 1994. 12. 27. 선고 93다34183 판결, 1994. 12. 27. 선고 94다4684 판결, 1999. 12. 10. 선고 99다25785 판결, 2000. 2. 25. 선고 99다55472 판결, 2000. 6. 9. 선고 98다18155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전소인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기청구소송과 후소인 이 사건 진정명의회복을 위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이 그 소송목적이나 법적 근거와 성질이 같아서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각기 그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이 서로 다른 이상, 위 2개의 소의 소송물은 다른 것이고, 따라서 전소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후소인 이 사건 소송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례들은 아직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경우에, 다수의견과 같이 전소와 후소의 소송물을 동일한 것으로 보아 전소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후소에도 미친다고 보게 된다면, 기존의 소송물과 기판력 이론에 상당한 혼란이 야기될 수 있을 것이고, 다수의견에서 지적된 바와 같은 많은 대법원판례가 폐기되거나 변경될 수밖에 없을 것인데, 이는 법적 안정성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므로, 이 점에서 다수의견에 찬성하기 어렵다.

다. 그러나 위 2개의 소의 소송물이 서로 다르고, 따라서 전소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후소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미 전소에 관하여 확정판결이 있고, 후소가 실질적으로 전소를 반복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라면 후소는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전소와 후소를 통하여 당사자가 얻으려고 하는 목적이나 사실관계가 동일하고, 전소의 소송과정에서 이미 후소에서와 실질적으로 같은 청구나 주장을 하였거나 그렇게 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었으며, 후소를 허용함으로써 분쟁이 이미 종결되었다는 상대방의 신뢰를 해치고 상대방의 법적 지위를 불안정하게 하는 경우에는 후소는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보면, 원고가 전소와 후소인 이 사건 소를 통하여 얻으려고 하는 목적은 다수의견과 같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자 명의의 회복으로서 동일한 것이고, 그 전제되는 사실관계 역시 자의가 아닌 강박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증여를 하였다는 것으로서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 점, 그리고 전소에서는 이 사건 진정서(1980년 11월자)와 탄원서(1981년 5월자)에 의한 취소를 구체적으로 주장하지는 않고 단지 강박을 원인으로 하여 그 사건 소장부본의 송달 등으로써 증여를 취소한다고 주장하면서 말소를 구하였다가 패소확정된 다음 이 사건 소에서 비로소 위와 같은 진정서와 탄원서에 기한 취소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므로, 비록 전소에서 구체적으로 이 사건 진정서와 탄원서에 기한 취소를 주장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미 강박에 의한 취소 주장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전소의 제기나 판결 이전에 진정서나 탄원서가 제출되어 있었으므로 전소에서도 그러한 주장을 하려고 하였다면 충분히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여지는 점, 또한 이 사건 소는 비록 전소와 소송물을 달리한다고 하더라도 전소에서의 소송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다시 소송의 형태를 바꾸어 반복하여 되풀이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점, 나아가 피고로서는 통상 전소와 같은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기청구소송에서 승소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그것으로써 이 사건 증여를 둘러싼 분쟁은 모두 해결되었다고 믿는 것이 무리라고 할 수 없을 것인데, 이 사건 증여가 이루어진 지 18년, 전소의 확정판결이 있은지 5년이나 지난 후에 제기된 이 사건 소로 인하여 상대방인 피고의 지위가 다시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게 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소는 전소를 반복하는 것으로서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함에도, 원심은 이 사건 소가 허용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반복소송에 있어서의 신의칙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할 것이다.

6. 대법관 송진훈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다수의견은 무효등기의 말소등기청구에 갈음하여 허용되는 진정명의의 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과 무효등기의 말소청구권은 그 목적이나 법적 근거와 성질이 동일하므로 그 소송물은 실질상 동일하고, 따라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에서 패소 확정판결을 받았다면 그 기판력은 후에 제기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에도 미친다는 것이다.

종래 대법원이 민사소송의 소송물에 관하여 이른바 구 소송물이론을 취해 왔고, 이러한 판례의 태도는 계속 유지되어야 할 것임은 별개의견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으므로, 이를 원용하고자 한다.

다수의견도 소송물에 관한 한 종전 대법원판례의 태도를 그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는 보인다. 그러나 소송물과 기판력과의 관계에서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논리의 전개와 당위성에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나. 기판력의 범위를 결정하는 소송물은 원고의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에 의하여 특정되는 것으로서, 사실관계나 법적 주장을 떠나서 청구취지가 다르다면 소송물이 같다고 할 수 없을 것인바 (대법원 1992. 4. 10. 선고 91다45356, 45363 판결, 1995. 4. 25. 선고 94다1795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전소와 이 사건 소송은 우선 그 청구취지가 다르므로, 이러한 법리의 적용을 배제할 만한 상당한 법적 근거가 없다면 이 두 소송의 소송물이 다르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다수의견은 청구취지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 소송물이 같다고 보는 이유로서, 진정명의의 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과 무효등기의 말소청구권은 어느 것이나 진정한 소유자의 등기명의를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실질적으로 그 목적이 동일하고, 두 청구권 모두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으로서 그 법적 근거와 성질이 동일하다는 것을 들고 있다.

그러나 실체법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과 부당이득의 반환청구권의 예와 같이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복수의 권리가 인정되고, 각각의 권리에 대하여 소멸시효 등에서 다른 법률효과가 주어지고 있으며, 소송법에서도 이러한 실체법적 지위를 그대로 수용하여 이를 별개의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고 별개의 소송물로 취급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지만 각각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각각의 법률효과를 인정하고 다만 중복하여 권리의 만족을 얻는 것만을 금지하는 예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이 사건에서 말소등기청구권과 이전등기청구권에 관하여 청구권 발생의 실체법적 근거가 같다고 하지만, 등기절차상으로 말소등기와 이전등기라고 하는 엄연한 차이가 있으므로, 실체법과 함께 등기절차법의 측면에서 이들 청구권의 법적 근거가 반드시 동일하다고만 볼 수도 없는 것이다 .

다. 구체적 사례로 예컨대, 통정허위표시에 의하여 갑이 을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후 그 부동산에 관하여 선의의 병이 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받은 경우에 갑이 을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청구를 하여 승소하더라도, 등기상 이해관계가 있는 병의 승낙이 없다면 을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할 수 없으나, 반면 갑이 을에 대하여 진정명의의 회복을 위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한다면, 병의 저당권의 부담을 안은 채로 갑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할 수 있게 되어 무효등기의 말소청구소송에서 승소한 당사자도 다시 진정명의의 회복을 위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할 실제적 필요성이 있다.

또한 진정명의의 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최초로 인정한 대법원 1990. 11. 27. 선고 89다카1239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적절히 지적하는 바와 같이,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가 패소확정된 후에도 그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소유권확인청구에는 미치지 아니하므로 다시 소유권확인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는 것이 가능한바, 이 경우에 진정명의의 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소유권확인청구소송에서 승소한 당사자가 달리 등기상 소유 명의를 회복할 방도가 없으므로, 진정한 소유자와 등기상 소유 명의인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용인하는 결과가 되어, 부동산등기의 권리공시 기능과 부동산거래의 안전이 심히 훼손될 우려가 있다.

라. 결론적으로, 실무상 확립된 구 소송물이론과 위와 같은 실제적인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진정명의의 회복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인정하기로 한 마당에, 굳이 소송물과 기판력에 관한 종래의 대법원 입장과 상충되는 위험을 안고서, 비록 한정적이기는 하나, 이 청구권을 부인하는 것과 같은 결과에 이르게 되는 다수의견에는 찬성할 수 없고,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청구와 함께 진정명의의 회복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중첩적으로 허용함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

따라서 다수의견이 변경 또는 폐기하려는 판결들은 유지되어야 마땅하거니와, 여기서 별개의견에 대하여도 한마디 지적한다면, 별개의견은 요컨대, 소송물과 기판력에 관한 종전 판례의 태도를 시인하면서도 결론에서는 그 당연한 귀결을 신의칙이라는 불명확한 척도로 부정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그 자체로 논리적인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에서 패소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진정명의의 회복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이를 탓하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상고는 기각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장 최종영(재판장) 대법관 송진훈 서성 조무제 유지담 윤재식(주심) 이용우 배기원 강신욱 이규홍 이강국 손지열 박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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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9.6.10.선고 98나60165
-서울고등법원 2002.1.15.선고 2001나59608
기타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