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가해자의 불법행위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행위 기타 귀책사유가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가해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적극)
[2] 사용자가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의 안전에 대한 보호의무를 지는지 여부(적극)
[3] 사용자가 피용자로 하여금 주·야간으로 일을 하게 하여 과로와 수면부족 상태를 초래하고 그러한 상태에서 장거리운전까지 하게 함으로써 교통사고를 일으켜 상해를 입게 한 경우, 피용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 가해자의 불법행위만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행위 기타 귀책사유 등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가해자의 불법행위가 손해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다면 가해자는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사용자가 피용자로 하여금 주·야간으로 일을 하게 하여 과로와 수면부족 상태를 초래하고 그러한 상태에서 장거리운전까지 하게 함으로써 교통사고를 일으켜 상해를 입게 한 경우, 피용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한)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정석)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사용자책임의 성립의 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피고가 경영하는 호텔의 종업원인 원고 1이 위 호텔 상무인 소외 1의 지시로 1995. 4. 19. 02:00경 위 호텔의 업무용 차량에 소외 1을 태우고 그 차량을 운전하여 88고속도로를 옥포 방면에서 합천 방면으로 진행하다가 같은 날 06:00경 경남 합천군 야로면 청계리 소재 88고속도로 옥포기점 28.6km 지점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굽은 내리막 커브길의 중앙선을 침범하여 마주오던 소외 김규술 운전의 화물차를 들이받아 그로 인하여 약 12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뇌좌상, 대퇴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은 사실, 원고 1은 1994. 11. 1. 위 호텔 직원으로 입사하였으나 피고가 호텔과 그 지하 폼페이 단란주점의 직원을 줄이는 바람에 주간에는 직원의 출·퇴근을 위한 운전업무와 호텔 주방용 물품구입 등의 일을 하고, 야간에는 위 단란주점 웨이터로 일을 하여 매일 06:00경부터 다음 날 02:00까지 근무하게 되어 항상 수면부족 상태였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 2달 전에도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낸 적도 있으며, 이 사건 사고 당시에도 그 전날 06:00부터 사고 당일 02:00까지 계속 일을 하여 피곤한 상태였던 사실, 소외 1은 위 호텔의 상무이자 위 단란주점의 사업자등록상 대표자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피고의 지시에 의하여 위 호텔 및 단란주점을 관리하면서 피고로부터 월급을 받고 있던 사실, 소외 1은 위 호텔의 주방에 자격증을 가진 주방장이 없어 전에 같이 일을 한 적이 있던 해인사호텔의 주방장에게 호텔 주방 업무에 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하여 원고 1에게 운전할 것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 1이 평소 과중한 근무로 수면부족 상태에 있고 사고 당일에도 그 전날 새벽 06:00부터 당일 02:00까지 계속 근무하였음을 알고 있는 소외 1이 원고 1에게 계속하여 야간에 해인사호텔까지 장거리운전을 지시함으로써 위 원고가 졸음을 이기지 못하여 이 사건 사고를 낸 것이므로 소외 1에게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관하여 과실이 있고, 원고 1의 운전행위는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인 피고의 직무집행과 관련된 것이므로 피고는 소외 1의 사용자로서 소외 1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고, 이 사건 사고가 오로지 원고 1의 과실에 의한 것이라는 피고의 면책 주장에 대하여는 이 사건 사고는 원고 1이 모자라는 인원 때문에 주·야간으로 호텔과 단란주점에서 일을 하느라고 피로가 누적되고 수면부족의 상태에서 직장상사인 소외 1의 무리한 장거리운전 지시에 의하여 일어난 것이고, 소외 1도 당시 위 원고가 피로가 누적되고 수면부족 상태에 있음을 알고 있었으므로 졸음운전의 위험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만큼 비록 이 사건 사고가 원고 1의 졸음운전으로 일어난 것이라 하여도 소외 1에게 과실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내세우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나 사용자책임에 있어 직무관련성과 인과관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판례는 이 사건에 적절한 것이 아니다.
2. 피용자 보호의무 위반의 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 가해자의 불법행위만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행위 기타 귀책사유 등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가해자의 불법행위가 손해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다면 가해자는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대법원 1998. 11. 27. 선고 97다10925 판결,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가 소외 1을 통하여 위 호텔 및 단란주점의 영업활동을 위하여 원고 1로 하여금 주·야간으로 일을 하게 하여 과로와 수면부족 상태를 초래하고, 나아가 그러한 상태에서 위 원고에게 사고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장거리운전까지 하게 하였으므로 피고는 명백히 앞서 본 법리에 따른 피용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이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피고의 보호의무 위반 행위는 원고 1의 운전상의 과실과 함께 이 사건 사고의 한 원인이 되었다 할 것이니 피고는 그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인바, 원심이 같은 취지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내세우는 사실오인의 위법이나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