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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4. 12. 선고 2013다31137 판결
[손해배상(기)][공2016상,637]
판시사항

[1] 공동불법행위의 성립 요건 및 피해 발생에 공동으로 관련된 경우, 공동불법행위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이러한 법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특정범죄로 인한 피해회복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손해가 지속되도록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 배상의무자가 피해자의 과실에 관하여 주장하지 않았으나 소송자료에 따라 피해자의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법원이 이를 직권으로 심리·판단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3] 불법행위자 중 일부가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그러한 사유가 없는 다른 불법행위자가 과실상계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4]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한 고의적 불법행위에서 과실상계와 공평의 원칙에 기한 책임 제한이 허용되는 경우

판결요지

[1] 민법상 공동불법행위는 객관적으로 관련공동성이 있는 수인의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면 성립하고, 행위자 상호 간에 공모는 물론 의사의 공통이나 공동의 인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공동의 행위는 불법행위 자체를 공동으로 하거나 교사·방조하는 경우는 물론 횡령행위로 인한 장물을 취득하는 등 피해의 발생에 공동으로 관련되어 있어도 인정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특정범죄로 취득한 재산인 것을 인식하면서 은닉·보존 등에 협력하는 등으로 특정범죄로 인한 피해회복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손해가 지속되도록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2]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관하여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는 때에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 당연히 이를 참작하여야 하고, 배상의무자가 피해자의 과실에 관하여 주장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소송자료에 따라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법원이 직권으로 심리·판단하여야 한다.

[3]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나, 이는 그러한 사유가 있는 자에게 과실상계의 주장을 허용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기 때문이므로, 불법행위자 중 일부에게 그러한 사유가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유가 없는 다른 불법행위자까지도 과실상계의 주장을 할 수 없다고 해석할 것은 아니다.

[4]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은, 그와 같은 고의적 불법행위가 영득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과실상계와 같은 책임의 제한을 인정하게 되면 가해자로 하여금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하여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므로,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결과가 초래되지 않는 경우에는 과실상계와 공평의 원칙에 기한 책임의 제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엘트온

피고, 상고인

피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케이씨엘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 1의 상고이유 제1점, 제2점 및 피고 2, 피고 3, 피고 4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민법상 공동불법행위는 객관적으로 관련공동성이 있는 수인의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면 성립하고, 행위자 상호 간에 공모는 물론 의사의 공통이나 공동의 인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그러한 공동의 행위는 불법행위 자체를 공동으로 하거나 교사·방조하는 경우는 물론 횡령행위로 인한 장물을 취득하는 등 피해의 발생에 공동으로 관련되어 있어도 인정될 수 있다 ( 대법원 2001. 5. 8. 선고 2001다2181 판결 ,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다4496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특정범죄로 취득한 재산인 것을 인식하면서 그 은닉·보존 등에 협력하는 등으로 특정범죄로 인한 피해회복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그 손해가 지속되도록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원고의 대표이사인 제1심 공동피고 2는 해외도피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2009. 11. 13.부터 2009. 11. 30.까지 5회에 걸쳐 합계 33억 3,000만 원을 원고의 기업은행계좌에서 1억 원권 수표 내지 2,000만 원권 수표로 인출하여 횡령한 사실, ② 제1심 공동피고 2는 2009. 12. 1. 해외로 출국하기 전에 고향친구인 소외 1에게 위 횡령자금의 세탁을 부탁하였고, 세무사사무실 후배인 피고 3에게는 세탁한 횡령자금을 장모인 피고 2, 누나인 피고 4에게 전달해 줄 것을 부탁한 사실, ③ 소외 1은 2009. 12. 1.부터 2009. 12. 3.까지 사이에 위 횡령자금 중 31억 2,000만 원의 세탁을 원심 공동피고 2에게, 원심 공동피고 2는 피고 1에게 순차로 부탁하였고, 피고 1은 이를 소외 2, 원심 공동피고 7, 원심 공동피고 6 등을 통해 현금화하거나 소액 수표로 재발행받은 사실, ④ 피고 3은 소외 1로부터 위와 같이 세탁된 횡령자금을 전달받아 그중 19억 4,800만 원을 피고 2에게, 4억 원을 피고 4에게 각각 전달하였고, 피고 2는 이를 자신의 집 보일러실에 보관하였으며, 피고 4는 이를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에 보관한 사실, ⑤ 피고들은 이러한 자금세탁행위로 인하여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들이 제1심 공동피고 2의 횡령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공모를 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제1심 공동피고 2가 부당하게 취득한 고액 수표를 은닉하려고 한다는 사정을 인식하고 있으면서 고액 수표를 현금 또는 소액의 수표로 세탁하거나 세탁된 자금을 전달 또는 보관한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하여 위 횡령자금에 대한 원고의 피해회복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횡령으로 인한 손해가 지속되도록 한 것이 분명하므로, 이러한 피고들의 자금세탁행위와 제1심 공동피고 2의 횡령행위는 객관적으로 관련공동되어 있고, 그 관련공동성 있는 행위에 의하여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이상,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원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원심의 이 부분에 관한 이유 설시에 부적절한 점은 있으나, 원심이 피고들은 횡령자금의 세탁 및 보관행위로 인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제1심 공동피고 2와 연대하여 원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공동불법행위의 성립 및 상당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피고 1의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한 판단 및 이 점에 관한 피고 2, 피고 3, 피고 4에 대한 직권판단

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관하여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는 때에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당연히 이를 참작하여야 하고, 배상의무자가 피해자의 과실에 관하여 주장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소송자료에 의하여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법원이 직권으로 심리·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30113 판결 ,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다51120 판결 등 참조). 한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 것이나, 이는 그러한 사유가 있는 자에게 과실상계의 주장을 허용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기 때문이므로, 불법행위자 중의 일부에게 그러한 사유가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유가 없는 다른 불법행위자까지도 과실상계의 주장을 할 수 없다고 해석할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다776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은, 그와 같은 고의적 불법행위가 영득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과실상계와 같은 책임의 제한을 인정하게 되면 가해자로 하여금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하여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므로,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결과가 초래되지 않는 경우에는 과실상계와 공평의 원칙에 기한 책임의 제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제1심 공동피고 2가 2009. 7. 20. 원고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2009. 10. 30.부터 2009. 11. 12.까지 6회에 걸쳐 임의로 원고의 기업은행계좌에서 57억 2,000만 원을 인출하여 횡령하고, 위 횡령행위가 발각될 것을 우려하여 해외도피를 마음먹고 도피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다시 2009. 11. 13.부터 2009. 11. 30.까지 5회에 걸쳐 위 기업은행계좌에서 33억 3,000만 원을 인출하여 횡령하는 등 1달 동안 11회에 걸쳐 횡령행위가 지속되는데도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방치한 사정이 보이고, 그러한 사정은 이 사건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들이 제1심 공동피고 2와 횡령금액을 나눠 가지거나 그로 인한 어떤 이익을 향유한 것이 아니라면 이를 이유로 과실상계와 같은 책임의 제한을 하더라도 피고들로 하여금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하여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원고의 위와 같은 잘못이 인정되는 이상 원심으로서는 이를 직권으로 참작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손해배상책임의 존부 및 범위를 심리·판단함에 있어 이를 전혀 참작하지 아니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한편 이 사건에서 원고는, 일부청구로 제1심 공동피고 2를 상대로 10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것을 구하면서, 피고들을 상대로 하여서도 위 10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제1심 공동피고 2와 각자 또는 연대하여 지급할 것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제1심 공동피고 2의 횡령행위 및 피고들의 자금세탁 내지 세탁된 자금의 전달 또는 보관행위로 인하여, 피고 1은 제1심 공동피고 2와 연대하여 31억 2,000만 원에 관하여, 피고 3은 제1심 공동피고 2 등과 연대하여 위 31억 2,000만 원 중 23억 7,800만 원에 관하여, 피고 2는 제1심 공동피고 2 등과 연대하여 위 23억 7,800만 원 중 19억 4,800만 원에 관하여, 피고 4는 제1심 공동피고 2 등과 연대하여 위 23억 7,800만 원에서 위 19억 4,8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중 4억 원에 관하여 각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 2가 책임을 부담하는 19억 4,800만 원과 피고 4가 책임을 부담하는 4억 원에 서로 중첩되는 부분이 없다고 판단하는 이상, 설령 피고 2, 피고 4가 각각 책임을 부담하는 부분이 제1심 공동피고 2와 피고 1, 피고 3이 책임을 부담하는 부분과 서로 중첩된다고 하더라도, 원심판결 주문에서와 같이 피고 1, 피고 3, 피고 2에게 10억 원을 제1심 공동피고 2와 연대하여 지급할 것을 명하면서 피고 4에게도 그 10억 원 중 4억 원을 제1심 공동피고 2와 연대하여 지급할 것을 명할 수는 없다.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이 사건에서 청구하는 10억 원이 제1심 공동피고 2와 피고 1, 피고 3, 피고 2가 중첩적으로 책임을 부담하는 부분에 전부 포함되는지, 이러한 부분에 일부만 포함되고 나머지는 제1심 공동피고 2와 피고 1, 피고 3, 피고 4가 중첩적으로 책임을 부담하는 부분에 포함되는지를 밝힌 다음 이에 따라 지급을 명하였어야 한다.

원심판결에는 이러한 잘못도 있음을 지적하여 둔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이상훈 김창석(주심) 조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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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수원지방법원안양지원 2012.4.20.선고 2011가합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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