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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0. 4. 7. 선고 98두11779 판결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공2000.6.1.(107),1204]
판시사항

[1] 제재적 행정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

[2] 방사선사가 의사의 지시에 따라 엠알아이(MRI) 검사에 필요한 조영제(조영제)를 환자에게 주사한 후 환자가 사망한 경우, 의사 및 방사선사에 대한 각 3개월간의 면허자격정지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본 원심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제재적 행정처분이 사회통념상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처분사유로 된 위반행위의 내용과 당해 처분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목적 및 이에 따르는 제반 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침해의 정도와 그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방사선사가 의사의 지시에 따라 엠알아이(MRI) 검사에 필요한 조영제(조영제)를 환자에게 주사한 후 환자가 사망한 경우, 의사 및 방사선사에 대한 각 3개월간의 면허자격정지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본 원심을 파기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1외 1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인정헌)

피고,상고인

보건복지부장관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의과대학 부속병원의 의사인 원고 1은 1996. 7. 18. 위 병원의 방사선사인 원고 2에게 지시하여 위 병원 내과에 입원 중인 환자 권희태의 엠알아이 검사에 필요한 조영제(조영제)인 마그네비스트(Magnevist)를 권희태에게 주사하도록 한 사실, 원고 2가 이 지시에 따라 같은 날 08:30 무렵 권희태에게 조영제를 주사한 사실, 피고가 원고 1에 대하여 의료법 제53조 제1항 제4호, 제25조 제1항 본문 및 구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1996. 10. 19. 보건복지부령 제35호로 개정되기 전의 규칙) 제4조 [별표] 행정처분기준(이하 '이 사건 처분 기준'이라 한다)을 적용하여 3개월간의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을, 원고 2에 대하여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 제22조 제1항, 동법시행령 제13조 제1호 및 이 사건 처분 기준을 적용하여 3개월간의 방사선사면허자격정지처분(이하 원고들에 대한 처분을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어서 원고 1의 위와 같은 행위는 의료법 제53조 제1항 제4호, 제25조 제1항 본문에 규정된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때'에, 원고 2의 위와 같은 행위는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시행령 제13조 제1호에 규정된 방사선사로서의 업무범위를 일탈하는 행위로서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 제22조 제1항에 규정된 의료기사 등이 '품위를 현저히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에 각 해당한다고 한 다음, 의료인이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 및 의료기사 등이 그 업무범위를 일탈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각 3개월간의 면허자격정지의 처분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이 사건 처분 기준의 성질은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정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서 이는 대외적으로 법원이나 일반 국민을 기속하는 효력은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의 적법여부는 위 [별표]의 처분기준만에 의하여 판단할 것이 아니라 관계 사정을 종합하여 관련 법령의 규정 및 그 취지에 적합한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원고들 소속 병원에서 방사선사의 조영제 주사행위가 관행으로 용인되어 왔고 이를 허용하는 병원 자체의 규정도 있었던 점, 그리하여 원고들이 그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극히 희박하였던 점, 기타 원고들이 이 사건 위반행위에 이르게 된 제반 사정 등을 감안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은 지나치게 무거워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2. 제재적 행정처분이 사회통념상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처분사유로 된 위반행위의 내용과 당해 처분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목적 및 이에 따르는 제반 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침해의 정도와 그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89. 4. 25. 선고 88누3079 판결, 1993. 12. 21. 선고 93누1679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함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법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의 제정 취지와 의료인이나 의료기사인 방사선사의 업무가 일반국민의 생명·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법의 규정을 엄격히 지켜 국민건강을 위해하는 요인을 사전에 제거할 필요성이 크다 할 것이고, 무면허의료행위에 대하여 의료법 제66조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의료법 위반행위 중 그 법정형이 가장 높게 되어 있어 무면허의료행위의 위법성은 다른 의료법 위반행위보다 더욱 무겁다 할 것이며, 또한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원고 1은 조영제 주사행위를 직접 수행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 상황에서 사전에 환자의 상태를 살피거나, 부작용발생에 대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방사선사인 원고 2에게 지시하여 위중한 상태에 있었던 환자에게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조영제를 주사하게 하였고, 원고 2는 병원의 주사요령에 관한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비한 응급처치준비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채 주사행위를 한 후 환자가 사망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그 위반행위의 내용 및 결과가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이 내세우는 제반 사정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목적이 원고들이 이로 인하여 입게 될 불이익보다 결코 가볍다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러한 점에 대하여 살피지 아니하고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처분을 재량권을 남용하였거나 그 범위를 일탈한 것이라고 단정하였으므로 이는 결국 재량권의 남용 및 그 범위의 일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김형선 조무제 이용우(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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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8.6.5.선고 97구156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