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보험약관상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하였을 때'의 의미
[2] 좌측 대퇴부에 산탄총알을 맞아 심한 연부조직 결손과 출혈 등의 증상이 있었고 사고 발생일로부터 20일 사이에 응급수술과 두 차례의 수술을 받았으며 마지막 수술일로부터 5일 만에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사망한 경우, 위 사고로 인한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사분쟁에 있어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바, 보험약관상의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하였을 때'의 의미도 이와 같은 견지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2] 좌측 대퇴부에 산탄총알을 맞아 심한 연부조직 결손과 출혈 등의 증상이 있었고 사고 발생일로부터 20일 사이에 응급수술과 두 차례의 수술을 받았으며 마지막 수술일로부터 5일 만에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사망한 경우, 위 사고로 인한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소명 담당변호사 경수근 외 4인)
피고,상고인
피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현종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은, 소외인은 보험사업자인 원고와 피보험자를 소외인, 사망보험금 수익자를 법정상속인(피고들)으로 한 보험계약(다음부터는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고, 그 약관에 의하면 보험자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숙박을 동반한 여행 등의 특정 여가활동 중에 발생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상해를 입었을 때에는 그 상해로 인하여 생긴 손해를 보상하고, 피보험자가 위 상해의 직접 결과로 피해일로부터 180일 안에 사망하였을 때에는 사망보험금 5,000만 원을 보험수익자에게 지급하게 되어 있는 사실, 소외인은 1박 2일 예정의 사냥여행을 떠났다가 이 사건 보험계약상의 보험기간 중인 1998. 1. 11. 14:30경 영주시 소재 야산에서 덫에 걸린 사냥개를 풀어 주는 과정에서 사냥개가 엽총을 건드리는 바람에 총이 발사되어 좌측 대퇴부에 총알을 맞은 사실(다음부터는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소외인은 같은 날 영주기독병원에서 총알 제거수술 및 근봉합술 등의 응급시술을 받은 다음, 그 이튿날 서울 소재 서울특별시립보라매병원으로 옮겼는데, 그 당시 좌측 대퇴부의 피부 및 근육 등에 연부조직 결손, 괴사, 이물질 오염 등의 증상이 있었던 사실, 이에 서울특별시립보라매병원에서는 소외인에 대하여 1998. 1. 14. 외상 부위의 변연절제술 및 이물질 제거술 등을 시행하고, 수차에 걸쳐 상처 부위에 무균소독처치를 시행하였으며, 1998. 1. 30. 상처 부위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하여 연부조직 결손에 대한 유리피판이식술을 시행한 사실, 그러나 소외인은 1998. 2. 4. 14:00경 사망하였고, 서울특별시립보라매병원에서는 그 직접적인 사망원인을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폐기능 저하로 추정한 사실을 인정하고, 또 위 보험약관에 규정한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하였을 때'라 함은 상해가 사망의 주요한 원인이던가 병존하는 다른 사망원인이 있는 경우에는 상해가 적어도 병존하는 다른 사망원인과 대체로 같은 정도로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상해가 사망에 경미한 영향을 미친 경우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고 해석하면서 상해와 사망 사이에 위와 같은 정도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자에게 있다고 전제하고, 나아가 심근경색증의 의미·증세·원인을 그 판시와 같이 상세히 설시하고, 심근경색증의 위험인자로는 유전적 인자, 고지혈증·당뇨병·고요산혈증 등의 대사이상, 비만, 고혈압, 흡연, 스트레스 등이 있다고 설시한 다음, 서울특별시립보라매병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는 "소외인은 평소 지병인 당뇨병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 사고로 발생한 광범위한 연부조직 결손 및 출혈, 이물질 오염과 이로 인한 세균 감염, 총탄의 납성분 중독, 수차에 걸친 수술 및 장기간의 입원 등으로 인한 전신쇠약 등으로 심근경색이 발생하였다."는 내용으로서 지극히 막연하고 추상적인 의견에 불과하여 이것만으로는 위 상해가 소외인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으로 추정되는 심근경색의 주요한 원인이던가 병존하는 다른 사망원인과 적어도 대체로 같은 정도로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는 이유로 소외인이 위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피고들에 대한 사망보험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민사분쟁에 있어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바 (대법원 1969. 9. 30. 선고 69다1130 판결, 1977. 8. 23. 선고 77다686 판결, 1995. 3. 14. 선고 94누7935 판결 등 참조), 위 보험약관상의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하였을 때'의 의미도 이와 같은 견지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
이 사건에서 보면, 소외인은 좌측 대퇴부에 산탄총알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맞았고, 그로 인하여 위 서울의 병원으로 옮길 당시 좌측 대퇴부의 피부 및 근육 등에 연부조직 결손, 괴사, 이물질 오염의 증상뿐만 아니라, 출혈과 감염의 증상이 있었고, 특히 연부조직 결손과 출혈의 증상이 심하였던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이와 같은 상해의 정도에다가 소외인이 급격하게 불의의 사고를 당한 점, 소외인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날로부터 20일 사이에 영주시에서 응급수술을 받고 서울로 옮겨 그 후로도 두 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으며, 마지막 수술을 받은 날로부터 5일 만에 갑자기 사망한 점에 비추어 보면, 소외인은 육체적·정신적으로 극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고, 이와 같은 스트레스가 심근경색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보여지며, 또 서울특별시립보라매병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의 내용도 소외인에게 심근경색의 위험인자인 당뇨병의 지병이 있기는 하였으나 소외인은 위 상해와 수차에 걸친 수술 및 장기간의 입원 등으로 유발된 전신쇠약 등으로 인하여 심근경색에 이르게 되었다는 취지로 보기에 충분한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소외인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하였다고 볼 수 있다.
3.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는 다르게 소외인이 위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한 상고이유는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다른 상고이유는 판단하지 아니하고 원심판결을 파기,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