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1999. 7. 9. 선고 97다58767 판결
[손해배상(기)][공1999.8.15.(88),1570]
판시사항

[1] 도지사의 공중보건장학의사에 대한 배치명령의 법적 성질 및 그 배치명령만으로 공중보건장학의사에게 그 지정 병원에 대한 근로제공의무가 발생하는지 여부(소극)

[2] 고용계약에 있어서 보수에 관한 합의는 묵시적으로도 가능한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공중보건장학을위한특례법 제1조 내지 제6조, 제6조의3, 제8조, 제10조의 규정에 의하면 공중보건장학의사는 같은 법 소정의 장학금 수령에 따른 의사면허상 조건의 이행으로서, 보건사회부장관 또는 그 위임에 의한 시·도지사의 종사 내지 배치명령에 따라 그 이행기간 동안 성실히 공중보건업무에 종사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며, 그 조건의 불이행시에는 수령한 장학금을 반환하여야 하고 그 의사면허의 취소처분을 받을 수도 있으나, 이는 공중보건장학의사의 장학금 수령에 따른 의사면허상 조건의 이행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공법상 의무를 규정한 것일 뿐이고, 공중보건장학의사와 그 배치명령에서 근무지로 지정된 병원 사이의 근로관계까지 규율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위 배치명령만으로 곧바로 공중보건장학의사의 그 지정 병원에 대한 근로제공의무가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

[2] 고용은 노무를 제공하는 노무자에 대하여 사용자가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이므로, 고용계약에 있어서 보수는 고용계약의 본질적 부분을 구성하고, 따라서 보수 지급을 전제로 하지 않는 고용계약은 존재할 수 없으나, 보수 지급에 관한 약정은 그 방법에 아무런 제한이 없고 반드시 명시적임을 요하는 것도 아니며, 관행이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노무의 제공에 보수를 수반하는 것이 보통인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보수에 관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다만 이러한 경우에는 보수의 종류와 범위 등에 관한 약정이 없으므로 관행 등에 의하여 이를 결정하여야 한다.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세영)

피고,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순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판결 이유의 요지

원심은, 피고가 1991. 3.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정형외과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후, 보건사회부장관으로부터 공중보건장학을위한특례법 소정의 공중보건장학의사로서 1993. 3. 10.부터 1996. 3. 9.까지 공중보건업무에 종사하라는 명령에 따라 군산시 소재 개정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원고의 요청에 따른 충청남도지사의 1993. 9. 24.자 배치명령으로 그 근무지가 원고 경영의 충남 서천읍 소재 ○○병원으로 변경된 사실, 1993. 9. 24. 원고와 피고 사이에 피고의 보수액 등 근로조건에 관한 협의를 하였는데, 월급여로서 원고가 금 2,500,000원을 제시한 반면, 피고는 개정병원의 보수 수준에 상응한 금 6,500,000원을 요구하여 보수액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자, 그 때부터 피고는 ○○병원에 출근하지 않고 근무지 변경을 위하여 노력한 사실, 원고는 충청남도지사를 통하여 보건사회부장관에게 피고의 근무지 이탈을 보고하였고 그에 따라 피고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가 진행되자, 피고는 1993. 11. 17.부터 ○○병원에 출근하여 근무하게 되었고, 1993. 12. 7. 원고에게 앞으로는 최선을 다하여 환자를 진료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여 준 사실, 이와 같이 피고가 ○○병원에 근무하면서도 그 보수액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원고는 1993. 12. 31. 피고에게 그 보수로서 2,000,000원을 지급하려 하였는데 피고가 급여를 약정한 다음에 받겠다고 하며 그 수령을 거절하였고, 1994. 2. 8. 다시 임의로 만든 피고 명의의 통장에 5,000,000원을 입금하였다가 피고로부터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경제명령 위반으로 고발된 사실, 피고는 보수를 지급받지 않으면서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보건사회부장관의 1994. 5. 15.자 배치명령으로 그 근무지가 경기도로 변경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위 배치명령 내지 원고와의 고용계약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공중보건장학의사로서의 근로를 제공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위 배치일로부터 1개월 반 동안 출근하지 않고 다른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이러한 사실을 문제삼아 보건사회부장관이 피고를 제재할 조짐을 보이자 비로소 출근하고, 원고에게 성실하게 근무하겠다는 각서까지 제출하고서도 원고의 도움으로 일단 징계를 면하게 되자 그 때부터 1994. 5. 15. 근무지 변경시까지 108일간 무단결근하고 지각과 조퇴를 반복하였을 뿐만 아니라 무성의한 진료를 하는 등 불성실한 근무를 함으로써 원고에게 일실순이익 금 33,536,464원과 위자료 금 5,000,000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원고의 주장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배척하였다.

즉, 피고의 불성실한 근무로 인하여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되기 위하여는 피고의 원고에 대한 근무의무 내지 근로제공의무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피고가 충남도지사에 의하여 ○○병원에 배치되었다 하더라도, 피고와 원고 사이에 고용계약이 체결되기 전에는 피고로서는 국가에 대하여 배치된 병원에서 공중보건장학의사로서 근무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고, 그 계약당사자가 아닌 원고에 대하여 근로제공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원고와 피고 사이의 최초 임금교섭이 결렬되고, 그 후 원고는 자신의 기준에 의한 급여를 피고에게 제공하였으나 피고가 그 수령을 거절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를 고발하는 등으로 원고가 제시한 급여에 응하지 않을 뜻을 명백히 하여 보수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양자 사이에 고용계약이 성립되었다고 할 수 없고, 또한 피고가 1993. 11. 17.부터 ○○병원에 근무하였다거나 1993. 12. 9.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원고에게 성실히 근무하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제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직접 근무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근무의무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판단

가. 배치명령에 의한 근로제공의무의 유무

공중보건장학을위한특례법 제1조 내지 제6조, 제6조의3, 제8조, 제10조의 규정에 의하면 공중보건장학의사는 동법 소정의 장학금 수령에 따른 의사면허상 조건의 이행으로서, 보건사회부장관 또는 그 위임에 의한 시·도지사의 종사 내지 배치명령에 따라 그 이행기간 동안 성실히 공중보건업무에 종사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며, 그 조건의 불이행시에는 수령한 장학금을 반환하여야 하고 그 의사면허의 취소처분을 받을 수도 있으나, 이는 공중보건장학의사의 장학금 수령에 따른 의사면허상 조건의 이행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공법상 의무를 규정한 것일 뿐이고, 공중보건장학의사와 그 배치명령에서 근무지로 지정된 병원 사이의 근로관계까지 규율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위 배치명령만으로 곧바로 공중보건장학의사의 그 지정 병원에 대한 근로제공의무가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지적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나. 고용계약에 의한 근로제공의무의 유무

고용은 노무를 제공하는 노무자에 대하여 사용자가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이므로(민법 제655조), 고용계약에 있어서 보수는 고용계약의 본질적 부분을 구성한다.

따라서 보수 지급을 전제로 하지 않는 고용계약은 존재할 수 없으나, 보수 지급에 관한 약정은 그 방법에 아무런 제한이 없고 반드시 명시적임을 요하는 것도 아니며, 관행이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노무의 제공에 보수를 수반하는 것이 보통인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보수에 관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대법원 1965. 8. 31. 선고 65다1156 판결 참조), 다만 이러한 경우에는 보수의 종류와 범위 등에 관한 약정이 없으므로 관행 등에 의하여 이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민법 제656조 제1항).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위 배치명령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고용계약이 체결될 것을 예상하여 발하여진 것이고, 원고와 피고가 보수액에 관한 합의를 하지는 못하였으나 고용계약의 체결을 전제로 하여 그 협의를 하였던 것이며, 피고가 비록 원고의 근무지 이탈보고에 따른 행정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나, 1993. 11. 17.부터 ○○병원에 출근하여 근무하면서 원고에게 성실히 근무하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제출하고, 원고도 이러한 피고의 근로제공을 수령하여 피고에게 그 급여를 제공하기까지 하였으며, 또한 기록에 의하면 충청남도지사가 위 배치명령 시에 원고에 대하여 그 병원의 보수 지급기준을 적용한 보수를 피고에게 지급하도록 요청하였고, 피고는 위 ○○병원에서 근무를 마친 다음, 원고에게 고용되어 근로를 제공하였음을 전제로 하여 원고를 상대로 위 근무기간 동안의 급료청구의 소를 제기하고 그 소송에서 강제조정이 성립되었음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1993. 11. 17. 위 ○○병원에 출근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원고가 이를 수령함에 있어 그들 사이에 보수 지급의 약정이 있었다 할 것이고, 다만 그 액수에 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을 뿐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고용계약은 성립되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위 고용계약상의 피용자로서 사용자인 원고에게 그 지시명령에 따라 성실하게 노무를 제공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그 의무의 불이행 내지 불완전한 이행시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아야 할 것임에도 원심이 이와 달리 고용계약의 성립 자체를 부정하여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고용계약의 성립에 관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데서 상고는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이돈희(주심) 지창권 변재승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