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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8. 5. 29. 선고 97다55317 판결
[소유권이전등기][공1998.7.1.(61),1754]
판시사항

대리인이 대리권 소멸 후 선임한 복대리인과 상대방 사이의 법률행위에도 민법 제129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표현대리의 법리는 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어떠한 외관적 사실을 야기한 데 원인을 준 자는 그 외관적 사실을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는 책임이 있다는 일반적인 권리외관 이론에 그 기초를 두고 있는 것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대리인이 대리권 소멸 후 직접 상대방과 사이에 대리행위를 하는 경우는 물론 대리인이 대리권 소멸 후 복대리인을 선임하여 복대리인으로 하여금 상대방과 사이에 대리행위를 하도록 한 경우에도, 상대방이 대리권 소멸 사실을 알지 못하여 복대리인에게 적법한 대리권이 있는 것으로 믿었고 그와 같이 믿은 데 과실이 없다면 민법 제129조에 의한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다.

원고,상고인

벽산건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영철)

피고,피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수룡)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1980. 9. 27. 국가보위입법회의는 기업체질강화 대책의 일환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여신을 받은 기업체로 하여금 기업체와 기업주 소유 비업무용 부동산을 자진매각하여 그 처분대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증자를 통하여 기업자금화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기업에 대하여는 일체의 금융지원을 중단하기로 하는 내용의 소위 9. 27. 특별조치를 발표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들의 피상속인으로서 소외 정풍물산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의 회장으로 있던 소외 1은 1981. 12. 26. 자기 소유인 이 사건 부동산의 처분 권한을 소외 회사에 수여하고, 소외 회사의 주거래 은행인 소외 한국외환은행(이하 소외 은행이라고 한다)에 "이 사건 부동산을 토지개발공사에 매입의뢰, 처분함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제출하였으며, 소외 은행은 1984. 7. 25. 소외 성업공사에 이 사건 부동산의 처분을 재위임하여 성업공사는 1989. 9. 11.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는 1994. 9. 10.까지 그 대금을 전액 지급하였는데, 소외 1은 소외 은행이 성업공사에 이 사건 부동산의 처분을 재위임하기 이전인 1983. 10. 26. 사망한 사실을 확정하고 나서, 소외 1이 소외 회사에 수여한 이 사건 부동산의 처분에 관한 대리권은 본인인 소외 1이 사망함으로써 소멸하였고, 따라서 소외 1의 복대리인인 성업공사와 원고와 사이에 체결된 매매계약은 소외 1의 상속인들인 피고들에 대하여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판시한 다음, 원고의 다음과 같은 주장, 즉 원고가 성업공사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할 당시 원고는 성업공사의 대리권이 소멸되었다는 사실을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으므로 대리권 소멸 후의 표현대리 법리에 따라 성업공사와 원고 사이의 매매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대리권 소멸 후의 표현대리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처음에는 유효한 대리권이 존재하였을 것이 필요한데, 성업공사가 소외 은행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의 처분을 재위임받았을 때는 이미 소외 1이 사망하여 소외 회사와 소외 은행의 대리권이 모두 소멸한 후였으므로, 소외 은행이 성업공사에 이 사건 부동산의 처분을 위임한 것 자체가 권한 없는 자에 의한 것이어서 무효이고, 따라서 성업공사에 적법한 대리권이 존재하였음을 전제로 한 표현대리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2. 표현대리의 법리는 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어떠한 외관적 사실을 야기한 데 원인을 준 자는 그 외관적 사실을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는 책임이 있다는 일반적인 권리외관 이론에 그 기초를 두고 있는 것인 점 (대법원 1962. 2. 8. 선고 4294민상192 판결 참조) 에 비추어 볼 때, 대리인이 대리권 소멸 후 직접 상대방과 사이에 대리행위를 하는 경우는 물론, 대리인이 대리권 소멸 후 복대리인을 선임하여 복대리인으로 하여금 상대방과 사이에 대리행위를 하도록 한 경우에도, 상대방이 대리권 소멸 사실을 알지 못하여 복대리인에게 적법한 대리권이 있는 것으로 믿었고, 그와 같이 믿은 데 과실이 없다면 민법 제129조에 의한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이, 소외 회사나 소외 은행은 당초 적법한 대리권을 가지고 있었으나, 본인인 소외 1의 사망으로 대리권이 소멸함으로써 복대리인으로 선임된 성업공사에는 처음부터 적법한 대리권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소외 회사와 소외 은행의 대리권 소멸 후 소외 은행이 성업공사를 복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성업공사가 소외 1의 대리인으로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은 대리권 소멸 후의 대리행위로서 민법 제129조에 의한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리고 기록을 살펴보면, 원고의 표현대리 주장이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반드시 성업공사에 적법한 대리권이 존재하였다가 소멸하였음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성업공사의 대리권에 관하여 선의·무과실인지 여부에 나아가 살펴보고서 민법 제129조에 의한 표현대리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의 주장을 가볍게 배척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민법 제129조에 의한 표현대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지창권(재판장) 천경송 신성택 송진훈(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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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6.11.20.선고 96나6440
-서울고등법원 1997.10.28.선고 97나19931
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