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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7. 4. 22. 선고 96다56122 판결
[소유권이전등기][공1997.6.1.(35),1543]
판시사항

[1] 당사자가 대리권에 의한 계약의 체결을 주장한 사안에서 대리권이 아닌 수권행위가 있었음을 이유로 상대방의 대리권 소멸 항변을 배척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법에 규정된 대리권의 범위를 확장하는 약정이 대리권과는 별개의 수권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상대방이 매매계약의 정당성의 근거를 대리권에 두고 있는 경우에 법원이 대리권이 아닌 다른 권한을 상정하여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는 것은 변론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한 것일 뿐만 아니라, 민법 제128조 의 규정에 의하면 대리권 수여의 의사표시가 바로 수권행위라고 정의하고 있을 뿐이므로, 수권행위라는 법문상의 용어를 빌어 대리권 수여의 의사표시와는 별개의 의미·내용을 가지는 권한수여행위를 표현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고, 따라서 대리권의 주장을 대리권 수여의 의사표시가 아닌 다른 권한의 수여가 있었다는 이유로 배척할 수는 없다.

[2] 수권행위의 내용인 권한의 실질이 대리권 소멸사유의 완화 내지 배제를 포함하여 당사자가 약정하기에 따라 모두 대리권의 내용으로서 포섭이 가능한 것인 경우, 그러한 권한이 대리권과 무관한 특별한 권한이라고 할 수 없다.

원고,피상고인

벽산건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경철)

피고,상고인

문종석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수룡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피고들의 피상속인인 소외 망 문정광이 기업인 소유 부동산을 처분하여 그 처분대금을 증자를 통하여 기업자금화하도록 한 당국의 기업체질강화대책에 따라 그 소유인 이 사건 부동산의 처분에 관한 권한을 그가 대주주로 있던 소외 정풍물산 주식회사에 수여하고, 성업공사는 위 회사 및 위 회사의 주거래은행이던 한국외환은행으로부터 순차 그 처분권한을 위임받아 원고와의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점을 다투는 논지는 이유 없다.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은 위 문정광이 위 회사나 은행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처분에 관한 복임권을 준바 없고, 위 회사나 은행이 이 사건 부동산의 처분을 복대리로 처리하여야 할 부득이한 사유도 없었을 뿐 아니라, 성업공사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할 복대리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임은 당사자 일방의 사망으로 종료하는 것이므로, 위 문정광이 사망한 이후에 이루어진 성업공사와 원고 사이의 매매계약은 권한 없는 자에 의한 것으로서,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피고들의 항변을 판단함에 있어 위 문정광이 위 회사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처분권한을 수여한 것은 위임이나 대리권의 수여가 아니라, 이른바 수권행위로서 처분수권을 받은 위 회사로서는 그 수권범위 내에서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함에 있어 법률행위의 방식, 상대방, 그 내용 등에 관하여 독자적으로 포괄적인 일체의 권한을 가진다 할 것이고, 따라서 그 권한은 당연히 복위임권을 포함하고 나아가 권한수여자의 사망 여부에 관계없이 존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위 문정광의 권한수여행위가 위임이나 대리권의 수여임을 전제로 하는 피고들의 주장은 그 자체로 이유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만으로는 위 문정광이 이 사건 부동산의 처분에 관하여 대리권이 아닌 특별한 수권을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원고 스스로 매매계약의 정당성의 근거를 대리권에 두고 있음이 기록상 명백한 이 사건에서 대리권이 아닌 다른 권한을 상정하여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는 것은 변론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도 있다 할 것이며, 민법 제128조 의 규정에 의하면 우리 민법은 대리권 수여의 의사표시가 바로 수권행위라고 정의하고 있을 뿐이고, 강학상 무권리자의 처분에 대한 동의의 의사표시를 대리권 수여의 의사표시와 구별하는 방법으로 처분권의 수여, 처분수권, 수권행위 등의 용어가 사용되고 있기는 하나, 그 의미가 반드시 명백한 것은 아닐 뿐 아니라 이 사건에 적절한 것으로 보이지도 아니하므로, 원심이 수권행위라는 법문상의 용어를 빌어 대리권 수여의 의사표시와는 별개의 의미·내용을 가지는 권한수여행위를 표현하려고 하는 것 역시 부적절한 설시라고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원심이 수권행위의 내용으로 판시한 권한의 실질을 보더라도 대리권 소멸사유의 완화 내지 배제를 포함하여 당사자가 약정하기에 따라 모두 대리권의 내용으로서 포섭이 가능한 것이므로, 그러한 권한이 대리권과 무관한 특별한 권한이라는 판단도 대리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법상 허용된 대리권의 범위를 확장하기로 하는 당사자 사이의 특약이 존재한다는 등의 원고의 재항변을 기다려 피고들의 항변의 당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고, 이러한 재항변이 없다면 다른 재항변 사유인 표현대리의 성부에 나아가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만연히 대리권 수여의 의사표시가 아닌 다른 권한의 수여가 있었다는 이유를 들어 피고들의 항변을 배척한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최종영(재판장) 정귀호 이돈희(주심) 이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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