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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7. 9. 12. 선고 96다4862 판결
[청구이의][공1997.10.15.(44),3073]
판시사항

[1] 확정판결의 집행이 권리남용이 되는 경우 청구이의의 소의 허부(적극)

[2]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는 확정판결의 집행이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 경우

[3] 채권자가 연대보증인 중 1인에 대한 소송에서 그 변론종결 전 보증채무액의 일부가 변제되었는데도 전부의 지급을 명한 판결을 받고 그 후 나머지 채무도 변제되었으나 확정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을 신청한 경우, 이는 권리남용에 해당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확정판결에 의한 권리라 하더라도 신의에 좇아 성실히 행사되어야 하고 그 판결에 기한 집행이 권리남용이 되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으므로 집행채무자는 청구이의의 소에 의하여 그 집행의 배제를 구할 수 있다.

[2] 확정판결의 내용이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는 경우 그 판결에 의하여 집행할 수 있는 것으로 확정된 권리의 성질과 그 내용, 판결의 성립 경위 및 판결 성립 후 집행에 이르기까지의 사정, 그 집행이 당사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그 확정판결에 기한 집행이 현저히 부당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집행을 수인하도록 하는 것이 정의에 반함이 명백하여 사회생활상 용인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집행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3] 채권자가 연대보증인 중 1인에 대한 소송에서 변론종결일 전에 다른 보증인의 변제 및 담보물건의 경매로 보증채무액의 일부가 변제되었는데도 보증한도액 전부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를 유지하여 실체의 권리관계와는 달리 위 금원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받았고, 그 후 나머지 보증채무도 변제에 의하여 소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채무자에 대하여 확정판결을 받아두었음을 기화로 그 판결에 기한 강제경매신청을 하였다가 채무자가 보증채무의 소멸을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자 경매신청을 취하한 뒤 다시 채무자 거주의 아파트에 관하여 강제집행을 신청한 사안에서, 그 강제집행은 판결의 변론종결 전에 채무자의 보증채무 중 일부가 이미 소멸한 사실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증채무 전액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받았음을 기화로 채무자의 보증채무가 변제에 의하여 모두 소멸된 후에 이를 이중으로 지급받고자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집행의 과정도 신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그 부당함이 현저하고, 한편 보증인에 불과한 자로서 그 소유의 담보물건에 관하여 일차 경매가 실행된 바 있는 채무자에게 이미 소멸된 보증채무의 이중변제를 위하여 그 거주의 부동산에 대한 강제집행까지 수인하라는 것이 되어 가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위 강제집행은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 할 것이어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원기)

피고,피상고인

주식회사 한일은행 (소송대리인 우일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심훈종 외 6인)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한다.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원고는 1986. 4. 3. 소외 1, 소외 2, 소외 3, 소외 4, 소외 5, 소외 6 등과 연대하여 소외 현우통상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가 과거, 현재 및 장래에 피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에 대하여 원금 300,000,000원을 한도로 포괄근연대보증을 하였다. 1987. 10.경 위 소외 회사는 부도가 발생하였고, 1988. 1. 26. 현재 소외 회사의 피고에 대한 채무는 대출금 341,200,000원, 원화지급보증 대출금 137,140,715원, 당좌대월금 10,815,840원, 매입외환 대출금 미합중국 통화 48,500달러 및 각 이에 대한 이자와 지연손해금이 남게 되었다.

피고는 원고와 소외 4를 상대로 서울민사지방법원 88가합24811호로 대여금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위에서 본 포괄근연대보증에 기한 금 300,000,000원과 이에 대한 1988. 1. 27.부터 완제일까지 연 1할 9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였는데 그 사건의 변론은 1988. 6. 30. 종결되었고, 피고는 같은 해 9. 1. 의제자백에 의한 승소의 판결(이하 '이 사건 판결'이라 한다)을 받았으며 그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한편 피고가 원고 등을 상대로 위 소송을 제기할 당시 연대보증인 중의 한 사람인 소외 5가 1988. 1. 26. 금 38,500,000원을 임의변제하여 그 중 금 9,799,394원은 지연손해금의 변제에 충당되었고 나머지 금 28,700,606원만 원금의 일부 변제에 충당되었으며, 그 후 이 사건 판결의 변론종결 당시까지 피고가 소외 6, 원고 및 소외 4, 소외 1 소유의 각 담보물건의 경매 실행에 따른 배당금으로 합계 금 112,456,047원을 배당받아, 피고는 모두 금 141,156,653원을 변제받았다. 그런데 피고로서는 주채무자인 소외 회사에 대하여 보증인들의 보증한도인 금 300,000,000원을 훨씬 초과하는 원리금 채권이 남아 있었을 뿐만 아니라 보증인들 각자가 주채무 완제시까지 금 300,000,000원씩 갚기로 약정하였다는 해석을 전제로 소송을 제기하였던 탓에 이 사건 변론종결일 전까지 변제충당된 위 금 141,156,653원을 공제하지 아니한 채 위 소송을 진행하였다.

그런데 위 연대보증인 중 소외 2 등에 대하여 제기된 위 대여금청구 소송의 제1심( 서울민사지방법원 88가합24811 판결 ) 및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89나39804 판결 )에서는 위 소외 2가 위와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변제 주장을 함으로써 이 사건 판결의 변론종결 이전에 변제되었던 부분에 관하여 그 주장이 받아들여져 동인에 대하여는 위 금원 등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각 선고되었으며, 1990. 8. 17.까지 원고 및 소외인 등이 연대보증한 원금 한도금 3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모두 변제되었다.

그 후 피고는 이 사건 판결을 채무명의로 하여 원고 소유의 서울 구로구 (주소 생략)아파트 208호에 대하여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92타경19849호 로 강제경매신청을 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원고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연대보증 원본 한도금 300,0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이 모두 변제되었음을 이유로 피고에게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피고는 위 판결의 기판력을 내세워 이를 거절하자, 원고는 은행감독원에 진정을 하였다. 은행감독원은 이 사건 판결의 기판력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는 위 보증인들의 보증채무가 모두 변제되었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위 경매신청을 취하할 것을 종용하였으며, 피고는 이를 일단 받아들여 1993. 1. 7. 위 경매신청을 취하하였으나 그 후 다시 경매할 것을 고려하여 같은 날 위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를 하기에 이르렀다.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원고로서는 이 사건 판결의 변론종결일 전에 이루어진 이의사유는 이를 주장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판결의 변론종결일인 1988. 6. 30. 이후에 변제된 채무원리금에 기한 강제집행은 이를 불허하여야 할 것이나 그 이전에 변제된 위 금 141,156,653원의 채무금에 대한 강제집행의 배제를 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나아가 이 사건 판결의 변론종결일 이전에 변제된 위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판결에 기하여 강제집행을 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므로 불허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에 대하여, 판결이 확정되면 기판력에 의하여 판결의 대상이 된 청구권의 존재가 확정되고 그 내용에 따라 집행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위 소외 2 등 다른 연대보증인에 대한 소송에서 이 사건 판결의 변론종결 이전에 변제된 위 금원에 관한 변제 주장이 받아들여진 바 있고, 또한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는 모두 변제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로서는 그 이전에 이미 확정된 이 사건 판결의 집행력에 따라 변론종결 이전에 원고가 변제 사유로 주장하지 아니한 금원에 관하여 원고에 대한 강제집행을 구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한편 이 사건 판결 이후에 위 소외 2 등에 대한 관련 소송에서 원고 등에 대한 이 사건 판결에 반하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판결 변론종결 이전의 변제 금원 부분에 대하여 피고가 강제집행을 하여 배당받게 될 금원이 바로 법률상 원인 없이 수령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강제집행이 무익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원고의 권리남용 주장을 배척하고 있다.

2. 상고이유에 대하여

확정판결에 의한 권리라 하더라도 신의에 좇아 성실히 행사되어야 하고 그 판결에 기한 집행이 권리남용이 되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할 것이므로 집행채무자는 청구이의의 소에 의하여 그 집행의 배제를 구할 수 있다 할 것인바( 대법원 1984. 7. 24. 선고 84다카572 판결 참조), 확정판결의 내용이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는 경우 그 판결에 의하여 집행할 수 있는 것으로 확정된 권리의 성질과 그 내용, 판결의 성립 경위 및 판결 성립 후 집행에 이르기까지의 사정, 그 집행이 당사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그 확정판결에 기한 집행이 현저히 부당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집행을 수인하도록 하는 것이 정의에 반함이 명백하여 사회생활상 용인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집행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소외 회사의 피고에 대한 채무를 금 300,000,000원의 한도에서 다른 보증인들과 연대하여 포괄근보증을 하였다는 것인데, 소외 회사는 1987. 10.경 부도가 났고 늦어도 1988. 1. 26.경까지 소외 회사의 피고에 대한 채무액이 확정되었으며, 이 사건 판결의 변론종결일 전에 보증인의 한 사람인 소외 5가 자진하여 변제한 금원 및 원고 및 다른 보증인 소유의 담보물건의 경매 실행에 따른 배당금으로 위 보증한도액 중 금 141,156,653원이 변제되었는데도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위 보증한도액의 전부인 금 300,000,000원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를 유지하여 실체의 권리관계와는 달리 위 금원의 지급을 명하는 이 사건 판결을 받은 점, 그 후 위 보증한도액 중 위 금 141,156,653원을 제외한 나머지 보증채무도 변제에 의하여 소멸한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확정판결을 받아두었음을 기화로 그 후 이 사건 판결에 기한 강제경매신청을 하였다가 원고가 위 보증채무가 실질적으로 모두 소멸되었음을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자 1993. 1. 7. 위 경매신청을 취하한 일까지 있었던 점 등을 알아볼 수 있다.

이러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그 후 피고가 원고 거주의 위 아파트에 관하여 다시 신청한 이 사건 강제집행은 이 사건 판결의 변론종결 전에 원고의 보증채무 중 일부가 이미 소멸한 사실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증채무 전액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받았음을 기화로 원고의 보증채무가 변제에 의하여 모두 소멸된 후에 이를 이중으로 지급받고자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집행의 과정도 신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그 부당함이 현저하고, 한편 위 회사의 보증인에 불과한 자로서 그 소유의 담보물건에 관하여 일차 경매가 실행된 바 있는 원고에게 이미 소멸된 보증채무의 이중변제를 위하여 그 거주의 부동산에 대한 강제집행까지 수인하라는 것이 되어 가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강제집행은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 할 것이어서 권리남용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구체적 사정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아니한 채 확정판결의 기판력 및 집행력의 법리만을 내세워 원고의 권리남용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결에는 권리남용을 이유로 한 청구이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준서(재판장) 김형선 이용훈(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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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5.12.20.선고 95나28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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