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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7다232105 판결
[청구이의][공2017하,1970]
판시사항

확정판결에 따른 강제집행이 권리남용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및 이때 확정판결의 내용이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된다는 점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의 소재(=권리남용을 주장하며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하는 자)

판결요지

판결이 확정되면 기판력에 의하여 대상이 된 청구권의 존재가 확정되고 그 내용에 따라 집행력이 발생한다. 확정판결에 의한 권리라 하더라도 신의에 좇아 성실히 행사되어야 하고 판결에 기한 집행이 권리남용이 되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으므로 집행채무자는 청구이의의 소에 의하여 집행의 배제를 구할 수 있다. 그러나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확정판결에 기판력을 인정한 취지 및 확정판결의 효력을 배제하려면 재심의 소에 의하여 취소를 구하는 것이 원칙적인 방법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확정판결에 따른 강제집행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쉽게 인정하여서는 안 되고,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확정판결의 내용이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는 경우로서 그에 기한 집행이 현저히 부당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집행을 수인하도록 하는 것이 정의에 반함이 명백하여 사회생활상 용인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때 확정판결의 내용이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된다는 점은 확정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이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하며 집행 불허를 구하는 자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정민 외 1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현재 담당변호사 전상귀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사건의 경위

가. 원고들을 포함한 13인의 공유자들(이하 ‘대상판결 원고들’이라고 한다)은 피고를 포함한 나머지 공유자들 34인(이하 ‘대상판결 피고들’이라고 한다)을 상대로 서울북부지방법원 2007가합2477호 로 서울 동대문구 (주소 생략) 대 69㎡ 외 31필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에 관한 공유물분할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위 사건의 제1심법원은 2009. 8. 13. 이 사건 토지를 현물분할하고 이에 따라 대상판결 원고들이 공유 지분을 초과하여 분할받는 부분에 상응하여 대상판결 피고들에게 그 대가를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다(이하 ‘대상판결’이라고 한다). 대상판결 주문 중 금전 지급을 명한 부분은 “원고들은 각자 피고에게 81,915,047원과 이에 대하여 이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라는 것이다.

나. 원고들과 대상판결 피고들 중 일부가 대상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였으나, 항소취하로 대상판결 피고들 중 일부(이하 ‘대상판결 항소인들’이라고 한다)의 항소만 유지되었다. 서울고등법원은 2012. 8. 17. 대상판결을 변경하여 경매분할을 명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4. 7. 10. 경매분할을 명한 항소심판결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파기·환송하였다. 그 후 항소심이 계속 중이던 2014. 11. 19.과 2015. 1. 15. 대상판결 항소인들이 차례로 항소를 취하함으로써 공유물분할청구소송이 종료되었다.

다. 원고들은 2015. 7. 28. 피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대상판결에서 지급을 명한 돈 가운데 81,915,047원과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 항소인들 모두가 항소를 취하한 날(이하 ‘이 사건 항소취하일’이라고 한다)의 다음 날인 2015. 1. 16.부터 공탁일인 2015. 7. 28.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에서 11,221원이 모자란 84,080,746원을 공탁한 다음, 대상판결의 집행력 배제를 구하는 이 사건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2. 원심 판단

가. 원심은 대상판결 주문의 ‘이 판결 확정일’은 필수적 공동소송인 위 공유물분할청구소송의 당사자들 모두에게 그 판결서 정본이 송달된 날로부터 항소기간 14일이 지난 2009. 10. 13.(이하 ‘이 사건 항소기간 만료일’이라고 한다)로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대상판결의 주문에 따라 원고들이 피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돈의 액수는 81,915,047원과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 확정일 다음 날인 2009. 10. 14.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 등을 들어, 원고들로 하여금 대상판결 주문 중 이 사건 항소기간 만료일 다음 날인 2009. 10. 14.부터 이 사건 항소취하일인 2015. 1. 15.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의 지급을 명한 부분에 기한 강제집행을 수인하도록 하는 것은 공평과 정의의 관념에 반하여 사회생활상 용인할 수 없으므로, 그 부분 강제집행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1) 항소가 취하되면 제1심판결이 항소기간 만료일에 소급하여 확정된다는 법리는 소송절차의 안정을 기하고 기판력의 시적 범위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한 소송법적 해석론에 의한 것이므로, 이러한 소송법적 법리를 들어 곧바로 실체법적 법률관계에서도 원고들이 지급하여야 할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이 항소기간 만료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2) 대상판결이 지연손해금 기산일로 정한 ‘이 판결 확정일’은 가격배상금 지급채무에 불확정기한을 설정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처럼 채무이행의 불확정기한이 있는 경우 채무자는 기한이 도래함을 안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으므로( 민법 제387조 제1항 후문), 원고들이 지체책임을 부담하는 지연손해금 기산일은 이 사건 항소취하일 다음 날인 2015. 1. 16.이 된다.

(3) 대상판결은 이 사건 항소기간 만료일로부터 약 5년 3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친 다툼 끝에 원고들과 대립하는 당사자인 대상판결 항소인들의 항소취하로 종료되었는데, 이와 같이 원고들이 결정·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 사정으로 인하여 이 사건 항소기간 만료일부터 항소취하일까지의 지연손해금 또한 강제집행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고 정의에 반하여 사회생활상 용인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원고들의 의사와는 무관한 항소취하를 이유로, 대상판결에 대한 환송 후 항소심판결이 선고되고 그 판결이 확정된 이후부터만 지연손해금을 부담하게 되리라는 원고들의 정당한 신뢰와 기대를 침해하는 것이어서 자기책임의 원칙에도 반한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판결이 확정되면 기판력에 의하여 대상이 된 청구권의 존재가 확정되고 그 내용에 따라 집행력이 발생한다. 확정판결에 의한 권리라 하더라도 신의에 좇아 성실히 행사되어야 하고 판결에 기한 집행이 권리남용이 되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으므로 집행채무자는 청구이의의 소에 의하여 그 집행의 배제를 구할 수 있다. 그러나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확정판결에 기판력을 인정한 취지 및 확정판결의 효력을 배제하려면 재심의 소에 의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것이 원칙적인 방법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확정판결에 따른 강제집행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쉽게 인정하여서는 안 되고,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확정판결의 내용이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는 경우로서 그에 기한 집행이 현저히 부당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집행을 수인하도록 하는 것이 정의에 반함이 명백하여 사회생활상 용인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3다7571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때 확정판결의 내용이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된다는 점은 확정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이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하며 그 집행 불허를 구하는 자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3다82043 판결 참조).

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심 판단을 살펴본다.

공유물분할의 소는 형성의 소로서 법원은 재량에 따라 합리적인 방법으로 공유물을 분할할 수 있는 것이고, 공유물분할 판결이 확정되면 그 즉시 공유자들의 권리관계는 확정된 공유물분할 판결의 주문 기재와 같이 변경되는 것이다. 대상판결의 내용은 대상판결 원고들과 피고들의 공유인 이 사건 토지를 현물분할하여 대상판결 원고들로 하여금 그 주문 기재 부분을 단독으로 소유하도록 하는 대신 이에 상응하여 원고들이 원래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가액 상당을 대상판결 피고들에게 지급하라는 것이므로, 그 판결의 내용이 실체적 법률관계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공유물분할의 소에 의하여 공유물분할 판결이 확정되면 그 즉시 공유관계가 소멸하고 공유자는 각자 분할받은 부분에 관하여 소유권을 취득한다. 대상판결이 이 사건 토지를 현물분할받는 대상판결 원고들에게 금전지급을 명한 부분에 대하여 대상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가산금을 지급하도록 명한 것도 바로 이러한 점을 고려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원고들로 하여금 대상판결 중 이 사건 항소기간 만료일 다음 날부터 이 사건 항소취하일까지의 가산금 부분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수인하도록 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그 부분 강제집행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확정판결의 효력과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영한(재판장) 조희대 권순일(주심) 조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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