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처분문서에 나타난 의사표시의 해석방법
[2] 보증책임의 범위가 제3자가 발행한 상업어음의 할인거래로 인한 주채무자의 채무에 한한다고 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반증이 없는 이상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며, 의사표시의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하여야 한다.
[2] 보증인이 금융기관에 대하여 부담하는 보증책임의 범위가 제3자가 발행한 상업어음의 할인거래로 인한 주채무자의 채무에 한하며, 융통어음의 할인거래로 인한 채무는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한 원심판결을 보증책임의 범위나 처분문서의 효력에 관한 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원고,상고인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의재 외 2인)
피고,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예상해)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의 요지
원심은 먼저 그 채택의 증거에 의하여 그 판시의 사실을 인정한 다음, 소외인은 자금융통의 편의를 위해 소외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를 설립하여 ○○식품(위 소외인의 개인사업체) 및 소외 회사를 거래당사자로 내세워 원고와의 사이에 어음할인의 방법에 의한 이중의 여신한도거래약정을 체결한 뒤 위 ○○식품과 소외 회사 사이에 마치 물품거래가 있는 것처럼 세금계산서 등을 꾸며 위장거래어음을 발행하는 방법으로 원고로부터 소외 회사의 어음 4장을 할인받음으로써 단기간 내에 여신한도액에 가까운 금액을 융통한 것이고, 한편 원고 조합으로서도 위 소외인이 ○○식품이라는 상호로 김치제조업을 경영하면서 아울러 소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정을 위 여신한도거래약정 당시는 물론이고 어음할인 당시에도 이미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여지는바, 이 사건 어음할인의 경우와 같이 발행인 및 수취인이 실질상 동일한 경제주체가 되어 발행한 위장거래어음이 어음할인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발행인이 부도가 나면 수취인도 동시에 부도가 날 수밖에 없어, 비록 거래관계 없이 자금융통의 목적을 위하여 발행한 것이지만 발행인과 수취인이 별개의 경제주체인 것을 전제로 하는 융통어음과도 다르기 때문에, 융통어음 조차도 할인을 금하고 있는 것이 금융기관의 일반적인 거래관행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 조합이 할인어음의 발행인인 소외 회사가 소외인에 의하여 운영되는 사실상 1인 회사라는 사정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까지 소외 회사의 발행 형식을 관철하여 정상적인 어음할인 거래임을 인정하는 것은 현저히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 할 것이므로, 비록 피고가 소외인과 각자 어음을 발행·교환하여 자금을 융통해 온 관계라 하더라도 어음할인 방법에 의한 여신채무를 연대보증한 피고로서는 소외인이 사실상 1인으로서 경영하는 소외 회사와 상호 물품거래가 있는 것처럼 위장거래어음을 발행하여 변칙적으로 어음할인을 받음으로써 발생된 여신채무에 대하여까지 연대보증을 하고, 아울러 그 담보를 위해 발행된 위 약속어음의 보증책임을 부담하려고 한 취지는 아니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소외인의 어음할인 방법에 의한 여신채무의 연대보증인으로서 위 소외인의 여신거래로 인하여 생긴 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이 사건 주위적 청구 및 위 소외인이 여신거래 약정을 체결하면서 발행한 약속어음의 보증인으로서 지는 어음금 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반증이 없는 이상 그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며, 의사표시의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96. 4. 9. 선고 96다1320 판결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위 소외인이 원고에 대하여 여신한도거래약정에 의한 거래로 말미암아 현재 및 장래에 부담하는 모든 채무에 대하여 1억 2천만 원의 한도에서 근보증을 하였고, 위 보증에 관하여는 농협여신거래기본약관 및 위 여신한도거래약정서의 각 조항을 적용하기로 한 사실, 농협여신거래기본약관은 채무자가 발행, 배서, 인수나 보증한 어음에 의하여 여신을 받은 경우에 원고는 어음채권 또는 여신채권의 어느 것에 의하여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제2조), 위 여신한도거래약정서를 작성함에 있어 위 소외인과 원고는 여신과목을 할인어음으로, 여신한도를 1억 원으로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고, 원심이 인정하듯이, 피고가 위 보증을 함에 있어 위 소외인이 제3자가 발행한 상업어음의 할인거래로 인한 채무만을 보증한 것이라고 볼 자료는 찾아볼 수 없으며, 나아가 피고가 연대보증한 약속어음에도 피고의 보증책임을 제한하는 취지의 기재는 찾아볼 수 없다.
한편, 위 여신거래약정 체결시 및 위 어음할인 당시 원고 조합의 업무처리지침에 융통어음도 할인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다는 점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고, 일반적으로 어음할인 거래는 타인이 발행한 상업어음을 할인취득자에게 배서 양도하는 방법에 의하는 것이 통상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상업어음에만 한하는 것이 아니라 융통어음도 할인할 수 있으며, 어음 발행의 방법에 의하거나 발행한 환어음에 인수를 하여 이것을 수취인에게 교부하는 방법에 의할 수도 있어서 그 방법에 특별한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 원심도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는 위 소외인과 고등학교 동기동창생으로서 개인사업을 경영하면서 1993.초경부터 1994. 7.경까지 사이에 매월 2, 3회 정도 위 소외인과 서로 어음을 발행·교환하여 각자의 사업자금을 융통해 온 사이로서 소외인의 부탁에 의하여 근보증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는 것이므로, 피고는 위 보증 당시 위 소외인이 운영하는 위 ○○식품 및 소외 회사에 관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사정들 및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제3자가 발행한 상업어음의 할인거래로 인한 채무에 대하여만 이를 보증한 것이 아니라, 위 소외인 자신이 발행한 어음의 할인거래로 인하여 부담하는 채무도 이를 보증한 것이라 할 것이고, 그 할인 대상이 되는 어음도 상업어음뿐 아니라 융통어음까지 포함된다고 할 것이며, 나아가 위 소외인 자신이 발행한 어음의 할인거래로 인하여 부담하는 채무가 포함되는 이상, 가사 소외 회사가 소외인의 1인 회사로서 주로 어음할인 목적을 위하여 이용되었고 원고가 이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위 소외인이 소외 회사 발행의 이 사건 약속어음들을 할인받음으로써 부담하는 채무도 피고가 이를 보증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설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하고 만 것은 필경 보증책임의 범위나 처분문서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때문이라고 할 것이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