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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7. 5. 16. 선고 96다2507 판결
[채무부존재확인][공1997.7.1.(37),1820]
판시사항

[1]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 없이 불이익하게 작성·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무효)

[2] 취업규칙에 정년규정이 없던 회사에서 55세 정년규정을 신설한 것이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되는지 여부(적극)

[3]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필요한 노동조합의 동의에 있어서 조합장의 동의가 아닌 조합 소속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의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수 있으나,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이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내용일 때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 즉 당해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경우에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기득 이익이 침해되는 기존의 근로자에 대하여는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고, 취업규칙의 변경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느냐의 여부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느냐 여부는 그 변경의 취지와 경위, 해당 사업체의 업무의 성질, 취업규칙 각 규정의 전체적인 체제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취업규칙에 정년규정이 없던 운수회사에서 55세 정년규정을 신설한 경우, 그 운수회사의 근로자들은 정년제 규정이 신설되기 이전에는 만 55세를 넘더라도 아무런 제한 없이 계속 근무할 수 있었으나, 그 정년규정의 신설로 인하여 만 55세로 정년에 이르고, 회사의 심사에 의하여 일정한 경우에만 만 55세를 넘어서 근무할 수 있도록 되었다면 이와 같은 정년제 규정의 신설은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는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에 해당한다.

[3]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회사에서 취업규칙에 근로자에게 불리한 정년제 규정을 신설하는 경우, 그에 대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 경우에 있어서도 노동조합의 동의는 법령이나, 단체협약 또는 노동조합의 규약 등에 의하여 조합장의 대표권이 제한되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장이 노동조합을 대표하여 하면 되는 것이지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서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노동조합이 설립된 운수회사가 그 취업규칙에 55세 정년규정을 신설하면서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전원과 노동조합 분회장의 동의를 얻은 경우, 이를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은 것과 동일시할 수 없다고 보아 그 정년규정의 신설을 무효라고 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상고인

흥안운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배만운)

피고,피상고인

박준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윤종현 외 4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이 인정하고 있는 사실관계와 판단은 다음과 같다.

가. 피고(1938. 1. 7.생)는 1984. 3. 9. 시내버스회사인 원고 회사에 버스운전사로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1991. 6. 15. 원고 회사를 비난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하였다는 이유로 같은 달 29. 해고되자, 원고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및 1991. 6. 29.부터 복직시킬 때까지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원고 회사는 종래 취업규칙에 근로자의 정년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아니하였는데, 1991. 6. 14. 노사협의회를 개최하여 취업규칙 제50조 제16항에 '종사원의 정년퇴직 연령제한'이라는 제목으로 "종사원의 정년퇴직 연령은 만 55세가 되는 다음날로 한다. 단 재직시 근무성적이 우수하며 평소 타 근로자에 모범이 되고 사고예방에 노력하였으며 회사의 명예를 고양시킨 경우에는 회사가 매년 심사하여 연장근무할 수 있다."라는 규정을 신설하였으며, 위 노사협의회에서 구성원인 근로자위원 3인 전원의 동의를 얻었음은 물론 당시 전국 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버스지부 흥안분회 분회장이던 소외 서상철 명의로 된 "노동조합분회 대표자로서 원고 회사 취업규칙 일부 변경사항을 검토한 바 하등의 이의가 없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받았다. 한편 노동부 예규인 노사협의회 운영준칙은 노사협의회법상 노사협의회 사항으로 되어 있지 않은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까지 협의·결정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1991. 6. 14. 당시 원고 회사 근로자 총수는 206명(그 중 노동조합원은 145명)이었고, 그 중 만 55세에 도달한 근로자의 수는 20여 명이었으나 55세에 이르더라도 아무런 제한 없이 계속 근무하여 왔으며, 서울지역 다른 버스회사에서의 근로자의 정년퇴직 연령은 동해운수 주식회사가 57세, 영동교통 주식회사가 58세, 한성버스 주식회사가 60세, 한성운수 주식회사가 61세, 삼양교통 주식회사, 한성여객 주식회사, 태릉교통 주식회사가 각 55세이다.

나.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다.

원고 회사의 취업규칙에 종전에는 명문의 정년규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55세 정년규정의 신설은 실질적인 정년의 단축으로서 종전에 원고 회사에 사실상 존재하던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이므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집단 과반수의 동의를 얻었어야 할 것인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 회사가 위와 같은 취업규칙상의 정년규정을 신설함에 있어서 노사협의회의 구성원인 근로자위원 전원으로부터 위 55세 정년규정의 신설에 대하여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와 사용자 쌍방이 이해와 협조를 통하여 노사공동의 이익을 증진함으로써 산업평화를 도모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로서 노동조합과 그 제도의 취지가 다르므로 비록 노동부 예규가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그 협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근로자들이 노사협의회를 구성하는 근로자위원들을 선출함에 있어 그들에게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함에 있어 근로자들을 대신하여 동의를 할 권한까지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이라거나 그 근로자위원들이 위 정년규정의 신설에 동의를 함에 있어서 사전에 근로자들의 의견을 집약 및 취합하여 그들의 의사표시를 대리하여 행사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으며, 당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버스지부 흥안분회 분회장이던 소외 서상철로부터 위 정년규정의 신설에 이의가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들었다 하더라도 이 역시 위 노조분회장인 위 서상철이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함에 있어 근로자들을 대신하여 동의를 할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받았다거나 사전에 근로자들의 의견을 집약 및 취합하여 그들의 의사표시를 대리하여 행사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으므로,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들 또는 노조분회장의 동의를 얻은 것을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들 과반수의 동의를 얻은 것과 동일시 할 수는 없고, 일부 회사가 55세 정년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를 상회하는 정년규정을 두고 있는 회사가 다수 있으며 일반 육체노동자가 55세를 넘어서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함에 비추어 위와 같은 55세의 정년규정의 신설이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얻지 않아도 될 만큼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하기도 어려우므로, 결국 위 55세의 정년규정의 신설은 무효라고 할 것이다.

2. 상고이유 제1점, 제2점에 대하여

가.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의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수 있으나,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이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내용일 때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 즉 당해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경우에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기득 이익이 침해되는 기존의 근로자에 대하여는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고( 대법원 1989. 5. 9. 선고 88다카4277 판결 , 1992. 12. 22. 선고 91다45165 전원합의체 판결 , 1993. 1. 15. 선고 92다39778 판결 참조), 취업규칙의 변경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느냐의 여부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느냐 여부는 그 변경의 취지와 경위, 해당 사업체의 업무의 성질, 취업규칙 각 규정의 전체적인 체제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88. 5. 10. 선고 87다카2853 판결 참조).

나. 사실관계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다면 원고 회사의 근로자들은 정년제 규정이 신설되기 이전에는 만 55세를 넘더라도 아무런 제한 없이 계속 근무할 수 있었으나, 위 정년규정의 신설로 인하여 만 55세로 정년에 이르고, 원고 회사의 심사에 의하여 일정한 경우에만 만 55세를 넘어서 근무할 수 있도록 되었으므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사정을 참작한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정년제 규정의 신설은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는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에 해당한다 고 할 것이므로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정년규정을 신설한 것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원고 회사의 경우에 있어서는 원심판시와 같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으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 있어서는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 있어서도 노동조합의 동의는 법령이나, 단체협약 또는 노동조합의 규약 등에 의하여 조합장의 대표권이 제한되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장이 노동조합을 대표하여 하면 되는 것이지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서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노동조합 분회장인 서상철이 위 정년규정의 신설에 이의가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하였다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의 신설 등에 대한 노동조합 분회장의 동의권이 제한되어 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것은 적법한 노동조합의 동의라고 보아야 할 것인데도, 원심은 서상철이 근로자들을 대신하여 동의를 할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받았다거나 사전에 근로자들의 의견을 집약 및 취합하여 그들의 의사표시를 대리하여 행사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하여 노동조합의 동의가 없었다고 단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노동조합의 동의에 관한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준서(재판장) 박만호 김형선 이용훈(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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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5.12.15.선고 95나15164
-서울고등법원 1998.1.15.선고 97나2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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