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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7. 3. 14. 선고 96다49391 판결
[소유권이전등기][공1997.4.15.(32),1093]
판시사항

시가 철거민에게 무상으로 대여해 준 토지에 대한 자주점유 추정의 번복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서울특별시가 도로개설로 인한 철거민들에 대하여 자립기반을 닦을 수 있는 생활터전을 마련하여 줌에 따라 철거민들은 당초부터 각 배정지를 나중에 유리한 조건으로 불하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배정지에 대한 점유를 개시하였고, 철거민들로부터 토지에 대한 점유를 승계한 승계인들도 그 점유의 개시 또는 승계 당시 토지가 시의 소유로서 그 지상건물이 무허가건물로 관계 법령에 위반되어 철거되어야 할 불법건축물인 점을 알면서도 시의 정책적 배려에 힘입어 철거를 유예받아 사용하여 오면서 토지를 소유하는 건물의 부지로 점유하여 왔고, 또 국공유지의 불하나 재개발시 일정한 보상이나 연고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불안정한 지위를 감수하며 지상건물을 재산권의 하나로서 인식하고 이를 사적 거래의 객체로 삼아 왔다고 보아, 이로써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에 해당하게 되어 자주점유의 추정은 번복되었다 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자주점유를 전제로 하는 승계인들의 시효취득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원고,상고인

유승옥 외 12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홍기증)

피고,피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원고들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기재의 상고이유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한도 내에서 판단한다)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 서울특별시는 1950년대 이후 1970년대 초반까지 사회구호적 차원 또는 도시계획 차원에서 수재민이나 무허가건물의 철거민들을 도심지 인근의 시유지나 피고로부터 대부 받은 국유지에 조성한 정착지로 집단이주시켜 그 곳에 주택을 짓고 거주하게 하면서 장기적으로 그 부지를 정착민들에게 불하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여 왔는데, 이 사건 토지 부분 인근의 서울 관악구(당시는 영등포구) 봉천동 일대의 국유림에도 이러한 정책의 시행에 따라 서울특별시가 관리청인 산림청으로부터 대부 받는 등으로 점유를 취득한 후 택지를 조성하여 철거민들을 이주 정착시켜 온 사실, 이러한 와중에 서울특별시는 1971. 3.경부터 같은 해 6.경까지 사이에 남부순환도로 개설 및 인근도로의 확장공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공사구간에 저촉되는 무허가건물의 철거에 따른 철거민들이 발생하자 당시 산림청으로부터 위임받아 관리하고 있던 이 사건 토지 부분 일대에 택지를 조성하여 그 철거민들을 이주시키기로 하고 도로, 우물 등의 공동시설을 정비해 주는 한편 택지에는 경계를 그어 구획정리를 하고 일련번호를 매긴 다음 철거민 입주증을 발급하여 이를 철거민들에게 배정해 주어 철거민들로 하여금 차후 별도의 도시계획사업의 시행시에 불하받을 예정 하에 일정 기간 배정지를 무상사용하도록 해 준 사실, 이에 철거민들은 각 배정지로 이주하여 지상에 무허가건물을 지어 거주하거나 또는 그 무허가건물이나 철거민 입주증 자체를 타에 양도하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도 하였는데, 배정지 위에 건축을 완료한 철거민들은 관할 동장으로부터 정착지건축신고필증을 발급받은 사실, 이와 같이 정착한 철거민들은 이 사건 토지 부분이 피고의 소유인 관계로 그 지상건물에 대한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여 무허가건물인 상태에서 이를 타에 매도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들이나 그들로부터 무허가건물을 매수한 승계인들은 무허가건물의 부지가 피고 소유이어서 이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불가능함을 잘 알고 있었던 사실, 원고들 역시 최초의 철거민들로부터 각 배정지 상의 무허가건물을 매수한 승계인들로서 현재까지 피고로부터 철거요구나 사용료 청구를 받음이 없이 그 지상의 무허가건물을 소유하면서 그 부지인 이 사건 토지 부분을 점유하여 온 사실, 그런데 그 후 이 사건 토지 부분 일원의 7,300㎡는 1990. 6. 14. 건설부장관 고시 제340호로 도시저소득주민의주거환경개선을위한임시조치법(1989. 4. 1. 법률 제4115호) 제3조 의 규정에 의하여 '서울특별시 봉천 7동 1 주거환경개선지구'로 지정된 후 1992. 6. 5. 서울특별시장 고시 제1992-178호로 같은 법 제6조 의 규정에 따른 주거환경개선계획이 수립되어 주택개량 등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시행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원고들을 비롯한 이 사건 토지 부분 일대의 무허가건물 소유자들은 그 거주하는 건물부지가 피고의 소유임을 확인하고 피고에 대하여 이를 계속 사용하게 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한 사실, 한편 피고는 1991. 5. 국유재산 중 잡종재산에 관한 사인의 시효취득을 인정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이후로 국유재산에 대한 시효취득을 주장하는 소송이 잇따르게 되자 이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종전까지 정착지상의 무허가건물의 매매에 관여하지 않던 정책을 바꾸어 무허가건물의 매도시 그 매도인에게 국유지의 점유사용에 따른 변상금을 징수하게 된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위와 같은 인정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서울특별시가 도로개설로 인한 철거민들에 대하여 자립기반을 닦을 수 있는 생활터전을 마련하여 줌에 따라 이 사건 토지 부분으로 이주한 철거민들은 당초부터 각 배정지를 나중에 유리한 조건으로 불하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배정지에 대한 점유를 개시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나아가 그들로부터 이 사건 토지 부분에 대한 점유를 승계한 원고들도 그 점유의 개시 또는 승계 당시 이 사건 토지 부분이 피고의 소유로서 그 지상건물이 무허가건물로 관계 법령에 위반되어 철거되어야 할 불법건축물인 점을 알면서도 피고의 정책적 배려에 힘입어 철거를 유예받아 사용하여 오면서 이 사건 토지 부분을 그 소유하는 건물의 부지로 점유하여 왔고, 또 국공유지의 불하나 재개발시 일정한 보상이나 연고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불안정한 지위를 감수하며 지상건물을 재산권의 하나로서 인식하고 이를 사적 거래의 객체로 삼아 왔다고 보이므로, 이로써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에 해당하게 되어 자주점유의 추정은 번복되었다 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자주점유를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시효취득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기록과 관계 증거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 위배,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나 자주점유의 추정에 관한 민법 제197조 소정의 법리오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성택(재판장) 천경송(주심) 지창권 송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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