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계약 당사자 쌍방이 서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한 경우, 계약의 묵시적 합의해제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2] 매수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기 전에 부동산을 인도받거나 이미 사용하고 있는 경우, 매수인의 그 부동산 점유·사용이 부당이득이 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계약의 합의해제는 명시적으로뿐만 아니라 당사자 쌍방의 묵시적인 합의에 의하여도 할 수 있으나, 묵시적인 합의해제를 한 것으로 인정하려면 매매계약이 체결되어 그 대금의 일부가 지급된 상태에서 당사자 쌍방이 장기간에 걸쳐 잔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거나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이를 방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당사자 쌍방에게 계약을 실현할 의사가 없거나 계약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어야 하고, 당사자 쌍방이 계약을 실현할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계약이 체결된 후의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부동산의 매수인이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매매계약의 이행으로 그 부동산을 인도받은 때에는 매매계약의 효력으로서 이를 점유·사용할 권리가 생기는 것이고, 매수인이 그 부동산을 이미 사용하고 있는 상태에서 부동산의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매수인은 그 매매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를 점유·사용할 권리를 가진다.
원고(반소피고),피상고인
원고(반소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석락)
피고(반소원고),상고인
피고(반소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근완 외 1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반소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의 부(부)인 소외 1이 1987. 9. 10. 피고와 사이에 당시의 그 판시 이 사건 각 대지의 종전 토지에 해당하는 대지 및 이 사건 건물(이하 이를 위 각 부동산이라고 한다)을 대금 250,000,000원에 매수하되 그 이전등기는 원고 앞으로 하기로 구두로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한 후에 일시에 매매대금 전액을 마련하지 못하여 피고의 도움으로 상호신용금고에 위 각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금 100,000,000원을 대출받아서 매매대금을 치르기로 하였으나, 1987. 11.경 대출절차를 신청하던 중에 피고가 절차에 필요한 서류의 교부를 거절함으로써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된 사실, 그 후 이 사건 매매잔금의 지급기일의 뚜렷한 약정이 없는 상태에서 시일이 경과하다가 위 소외 1이 1988. 3. 4.경에 이르러 다시 금 150,000,000원을 마련하여 피고에게 제공하려 하였으나 피고가 이의 수령을 거절한 사실, 피고는 1989. 1. 8.경에 이르러 원고에 대하여 잔금지급 지체를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무효화되었다는 내용의 통고를 한 사실, 이에 원고와 위 소외 1은 1989. 1. 24.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각 대지의 종전 토지에 관한 피고 명의의 이전등기는 위 소외 1의 피고에 대한 채무의 담보조로 경료된 것인데 1987. 9. 10. 그 채무를 모두 변제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것 등을 청구하는 소송(이하, 전소라고 한다)을 제기하였다가 패소로 확정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원고 등이 이 사건 매매계약 후에 잔금의 지급을 거절하고 이 사건 매매계약을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하게 표시하였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잔금지급기일에 관하여 특별한 약정이 없는 상태에서 쌍방이 서로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던 중에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려면 위 소외 1이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피고 스스로 자신의 채무이행의 제공으로서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완전히 교부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하고 또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잔금의 지급을 최고하여 상대방을 이행지체에 빠지게 한 후에야 비로소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할 것인데, 피고가 위 무효 통보를 함에 있어 이와 같은 피고의 채무이행의 제공을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위 1989. 1. 8.자 무효통보는 해제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소론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 위배로 사실을 오인하고 쌍무계약상 이행의 제공과 이에 따른 지체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이에 관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피고가 원고측의 요청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원고측이 지시한 사법서사에게 상당한 기간 동안 위탁하였으나 원고측의 귀책사유로 자금을 융통받지 못하였으므로 피고로서는 상대방을 이행지체에 빠뜨리기 위한 요건으로서의 이행의 제공을 한 것이라는 취지이나, 기록에 의하면, 원고측의 매매대금의 지급을 위하여 대출절차에 협력을 하기로 한 피고가 위 각 부동산의 등기이전 및 이를 담보로 한 대출절차에 필요한 서류를 사법서사에게 맡겼다가 그 후 임의로 이를 찾아감으로써 원고측이 대출신청을 하지 못하여 대출도 받지 못하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가 대출절차에 필요한 서류를 일시 사법서사에게 맡겨두었다고 하더라도 대출을 받기 전에 이를 회수하여 감으로써 결국 원고측으로 하여금 대출을 받지 못하게 하였다면 피고는 자기 채무의 이행의 제공을 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계약의 합의해제는 명시적으로뿐만 아니라 당사자 쌍방의 묵시적인 합의에 의하여도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나, 묵시적인 합의해제를 한 것으로 인정하려면 매매계약이 체결되어 그 대금의 일부가 지급된 상태에서 당사자 쌍방이 장기간에 걸쳐 잔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거나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이를 방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당사자 쌍방에게 계약을 실현할 의사가 없거나 계약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당사자 쌍방이 계약을 실현할 의사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계약이 체결된 후의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 당원 1992. 2. 28. 선고 91다28221 판결 , 1992. 7. 28. 선고 92다10197, 10203 판결 , 1993. 7. 27. 선고 93다19030 판결 참조).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는 위 1989. 1. 8.자 무효통보에 의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실현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표시하였다고 할 수 있으나, 원고측으로서는, 원심이 적절히 판시한 사정들, 즉 원고측은 위 각 부동산에서 제재소를 운영하고 있어 위 각 부동산의 소유권을 회복하기 위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존속시킬 의사를 가지고 있었고, 다만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표시하자 소유권을 회복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원심판시의 전소의 제기에 이른 점, 피고의 소유권 이전 및 이 사건 매매계약에 이르기까지의 전후 과정에 비추어, 피고 명의로 위 각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원인의 법률적 성격에 관하여 대물변제가 아닌 양도담보에 불과하다고 다툴 여지가 있었고(즉, 이를 담보목적의 소유권 이전과 환매로 본다면 당사자 사이에 대금을 약정하였다 하더라도 채무원리금을 초과하는 부분은 효력이 없게 된다.), 전소에서 패소하게 되자 즉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매매잔금의 지급과 상환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의 이행을 구하고 있는 점 등과, 기록에 의하여 나타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위 각 부동산의 계약금조로 금 25,000,000원이 피고에게 이미 지급되었고, 원고측이 받아야 할 공장 등의 이전보상금 15,128,660원을 피고가 지급받아 중도금조로 충당된 상태에서 원·피고측이 합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하려면 먼저 위 금원의 반환 등 처리 문제를 당사자 사이에 논의하는 것이 경험칙상 당연한데 이 문제에 관하여 논의하거나 결정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당원 1991. 4. 12. 선고 91다2113 판결 참조)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원고측이 전소에서 매매계약 사실을 부인하고 위 금 25,000,000원도 계약금조로 지급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은 단지 원고측이 피고로부터 위 각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회복하기 위한 소송에서의 적극적 공격 방법에 불과할 뿐 이를 가지고 원고측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을 실현할 의사가 없었다거나 계약을 포기할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의 묵시적 합의해제 내지 실효 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 위배 또는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다거나 민법 제544조 단서의 최고 불요의 법리를 오해하고, 해약의 의사표시에 관한 심리를 미진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도 이유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의 성립 자체를 부인하여 왔다고 단정할 수 없고, 이 사건 매매계약 후 장기간의 시일이 경과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이 사건 매매계약에 기한 권리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그릇 인정하거나 신의칙상 실효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도 이유 없다.
4.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기록(갑 제4, 5, 6호증, 갑 제11호증의 163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소외 2, 원심 증인 소외 1의 각 증언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위 소외 1은 이 사건 매매계약의 대상인 위 각 부동산 외에 공장 1동과 주택 1동도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면서 그 철거로 인한 이전보상금이 나올 경우에 피고가 이를 위 소외 1에게 지급하기로 하였는데, 피고가 1987. 12.경 그 이전보상금 15,128,660원을 지급받아 이 사건 매매계약의 중도금조로 충당하였다고 사실인정을 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논지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처분문서의 해석을 그르치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도 이유 없다.
5. 상고이유 제5점에 대하여
부동산의 매수인이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매매계약의 이행으로 그 부동산을 인도받은 때에는 매매계약의 효력으로서 이를 점유·사용할 권리가 생기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매수인이 그 부동산을 이미 사용하고 있는 상태에서 부동산의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매수인은 그 매매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를 점유·사용할 권리를 가진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위 당원 1992. 7. 28. 선고 92다10197, 10203 판결 참조), 원고는 적어도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이후에는 매수인으로서 이 사건 매매계약의 대상인 위 각 부동산을 점유·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로서는 원고에 대하여 민법 제587조 에 따라 미지급 잔대금에 대한 법정이자 상당의 지급을 구함은 별론으로 하고, 위 매매계약 후의 원고의 위 각 부동산에 대한 점유·사용이 법률상 원인이 없는 이득이라고 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소론이 지적하는 당원 1992. 4. 28. 선고 91다32527 판결 은 이 사건과 그 사안이 달라서 그대로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매매에 있어서 과실의 귀속과 부당이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도 이유 없다.
6.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