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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3. 7. 27. 선고 93다19030 판결
[소유권이전등기][공1993.10.1.(953),2408]
판시사항

계약이 묵시적 합의에 의하여 해제된 것으로 보기 위한 요건

판결요지

계약당사자 쌍방이 합의에 의하여 기존의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켜 당초부터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상태로 복귀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의 합의해제는 당사자 쌍방의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하여도 성립될 수 있는 것이지만, 당사자 쌍방이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한 채 장기간 방치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만으로 당사자 쌍방의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의사의 합치로 계약이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고 볼 수는 없고 당사자 쌍방이 계약을 실현할 의사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계약이 체결된 후의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병연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공아도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서울민사지방법원 본원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원고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원심판결의 이유의 요지.

원심은, 피고와 소외 1이 1978.2.경 서울특별시로부터 풍치지구로 결정 고시된 분할되기 전의 서울 서대문구 ○○동 (지번 1 생략) 잡종지 1,644평에 대하여 재개발사업승인을 받아 재개발하면서, 1978.5.8. 위 토지로부터 (지번 2 생략), (지번 3 생략), (지번 4 생략) 등 3필지를 분할하고, 5.30.에 다시 (지번 2 생략)로부터 (지번 5 생략), (지번 6 생략) 등 2필지를 분할함과 아울러 (지번 3 생략)로부터는 (지번 7 생략), (지번 8 생략), (지번 9 생략), (지번 10 생략) 등 4필지를 분할한 다음, 그중 분할된 후의 (지번 1 생략) 잡종지 202평과 (지번 3 생략) 잡종지 199평 합계 401평은 도로포장공사를 하여 서울특별시에 기부채납하고, 1978.7.6. 그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줌으로써 위 재개발승인허가조건을 이행한데 이어서, 위 재개발사업으로 분할조성한 나머지 필지의 지목을 1978.6.14.에 모두 대지로 변경한 사실, 한편 원고는 1978.2.27. 피고와 사이에 원고 소유의 (지번 11 생략) 중 원심판결 별지도면 표시 (가)부분 33평과 피고 소유의 분할되기 전의 (지번 1 생략) 중 같은 도면 표시 (나)부분 34평[분할된 후의 (지번 10 생략) 토지, 이 뒤에는 이 사건 토지라고 줄여 쓴다]을 교환하기로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피고가 (1) 이 사건 토지에 높이 4m의 철근콘크리트옹벽을 쌓고 즉시 건축할 수 있도록 택지조성을 하며 상하수도의 매설 및 사용을 승낙할 것, (2) 이 사건 토지의 지목을 대지로 변경할 것, (3) 이 사건 토지와 교환하는 위 (가)부분 토지를 도로로 사용할 것, (4) 이 사건 토지와 위 (가)부분 토지에 관한 풍치지구 및 재개발지구의 결정을 해제할 것, (5) 위 대지조성 등에 필요한 공사비와 공과금 등 일체의 경비는 피고가 부담하고 1978.4.20.까지 공사를 완료할 것 등을 위 교환계약의 정지조건으로 하기로 약정한 사실, 피고가 위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그 비용을 부담하여 1978.4.20. 무렵 이 사건 토지에 4m 높이의 철근콘크리트옹벽을 쌓고 상하수도를 매설하여 택지로 조성하는 한편, 위 (가)부분 토지에 도로포장공사를 하여 이를 도로로 사용하도록 제공하고, 1978.6.14.에는 이 사건 토지의 지목을 위와 같이 대지로 변경한 사실, 그 후 1991.1.26.에 이르러 이 사건 토지 및 위 (가)부분 토지에 관한 풍치지구해제결정이 고시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교환계약의 정지조건은 1991.1.26.에 성취되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위 교환계약에 따라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다음, 위 교환계약은 체결된 후 약 14년간 원·피고 쌍방의 계약실현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로 인하여 쌍방 모두 이행의 제공이나 최고에 이름이 없이 장기간 이를 방치함으로써 당사자 쌍방의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의사의 일치로 묵시적으로 해제되었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판단하기를, 피고는 분할되기 전의 (지번 1 생략) 잡종지 1,644평에 대한 재개발사업을 시행하면서 재개발사업승인허가조건을 이행하기 위하여 서울특별시에 기부채납할 노폭 6m의 소방도로부지 401평을 선정함에 있어, 도로제공이 불가피한 (지번 1 생략) 토지와 (지번 3 생략) 토지의 일부 이외에, (지번 3 생략) 토지와 기존의 도로인 (지번 12 생략), (지번 13 생략) 토지를 일직선으로 연결하는 사이에 위치하는 위 (가)부분 토지를 도로로 제공하여 기부채납하는 것이 재개발중인 피고소유의 토지는 물론 원고소유의 (지번 11 생략) 토지의 효용도 높일 수 있다고 보아, 원고에게 이와 같은 사정을 알리고 1978.2.27. (지번 11 생략) 토지에 인접한 이 사건 토지와 위 (가)부분 토지에 관하여 위와 같이 교환계약을 체결하였으며, 1978.3.27. 소방도로의 노폭을 확보하기 위하여 위 (가)부분의 토지에 인접한 (지번 14 생략) 토지의 소유자인 소외 2로부터 위 토지의 일부에 대한 사용승낙을 받고 그 대지사용료로 금 1,300,000원을 지급한 사실, 그후 피고는 위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그의 비용으로 1978.4.20.경 위 (가)부분 토지위에 도로포장공사를 하는 한편, 5.30. 이 사건 토지를 분할하여 6.7.자로 분할등기를 마친 후 6.14.에 그 지목을 대지로 변경하는 등 위 교환계약상 그가 이행할 수 있는 조건을 이미 성취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위 (가)부분 토지의 분할 및 소유권이전등기절차에 관한 원고의 이행제공이 없어 그 기부채납시한을 도과할 형편에 이르게 되자, 원고에게 위 교환계약을 실현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믿고 위 (가)부분 토지 대신 재개발한 토지중 (지번 3 생략) 토지를 서울특별시에 기부채납한 사실, 그후 약 13년동안 쌍방 모두 위 교환계약에 따른 이행의 제공이나 최고에 이름이 없이 장기간 방치하였던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위 교환계약이 위 재개발사업과 관련한 기부채납의 필요에서 체결된 사정을 잘 알면서 그 교환계약상 정지조건의 기한을 일응 1978.4.20.로 명시하여 체결하고 나서 위 (가)부분 토지의 분할 및 소유권이전등기절차에 관한 이행의 제공을 하지 아니한 채 피고의 위 기부채납이 완료된 후 약 13년간 위 교환계약을 방치하였던 것인 이상, 위 교환계약은 피고가 위 재개발사업과 관련하여 서울특별시에 위와 같이 다른 토지를 기부채납하고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1978.7.6. 무렵에 이미 당사자 쌍방의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의사의 일치로 묵시적으로 해제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는 이유로,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여 위 교환계약을 원인으로 한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당원의 판단

계약당사자 쌍방이 합의에 의하여 기존의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켜 당초부터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상태로 복귀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의 합의해제가, 당사자 쌍방의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하여도 성립될 수 있는 것임은 원심이 판시한 대로이지만, 당사자 쌍방이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한 채 장기간 방치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만으로 당사자 쌍방의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의사의 합치로 계약이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인바, 당사자 쌍방이 계약을 실현할 의사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계약이 체결된 후의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 당원 1987.1.20. 선고 85다카2197 판결 ; 1991.4.12. 선고 91다2113 판결 ; 1992.2.28. 선고 91다28221 판결 ; 1992.7.28. 선고 92다10197, 1020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은 결국 피고가 교환계약의 정지조건 중 자신이 이행할 수 있는 조건을 1978.6.14.경까지 모두 성취시켰음에도 원고는 위 (가)부분 토지의 분할 및 소유권이전등기절차에 관한 이행의 제공을 하지 아니한 점, 이 때문에 피고는 위 (가)부분 토지 대신 다른 토지를 서울특별시에 기부채납하게 된 점, 그 후 당사자 쌍방이 모두 이행의 제공이나 최고를 하지 아니한 채 교환계약의 실현을 장기간 방치한 점 등에 기하여 원고와 피고 쌍방에게 교환계약을 실현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교환계약이 묵시적인 합의에 의하여 해제된 것으로 판단하였다고 볼 수 있는바,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우선,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와 피고가 정지조건을 붙여 교환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면, 원고로서는 정지조건이 모두 성취될 때까지는 계약에 따른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여야 할 의무가 없음은 물론 피고에 대하여도 계약에 따른 채무의 이행을 요구할 권리도 없는 것이므로,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교환계약의 정지조건이 1991.1.26.에 이르러 모두 성취되었다면, 적어도 그때까지는 원고가 교환계약에 따른 자신의 채무에 관하여 이행을 제공하지 아니하였거나 피고에게 교환계약에 따른 채무의 이행을 최고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교환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한 채 방치하였다거나 원고에게 계약을 실현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교환계약에 붙은 정지조건 중의 하나인 이 사건 토지와 위 (가)부분 토지에 관한 풍치지구 및 재개발지구 결정의 해제는 피고가 자신의 뜻대로 성취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렇다고 하여 그 밖의 조건들만 성취되면 교환계약의 정지조건이 모두 성취된 것으로 볼 수는 없을 터이므로, 교환계약의 정지조건 중 피고 자신이 성취시킬 수 있는 조건들이 1978.6.14.경까지 성취된 이후에 원고가 위 (가)부분 토지의 분할 및 소유권이전등기절차에 관한 이행의 제공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교환계약을 실혈할 의사가 없었다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 또 원심이 사실을 확정한 바에 의하면, 원고가 교환계약에 따라 그의 소유인 위 (가)부분 토지를 제공하여 피고로 하여금 도로포장공사를 하여 도로로 사용하도록 하였다는 것인바(원심의 현장검증결과에 의하면 위 토지는 그 후 계속 공로로 통하는 도로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원고가 자신 소유의 토지는 계속 도로로 사용되도록 하면서 그 토지와 교환하기로 약정된 이 사건 토지를 피고로부터 이전받을 권리를 포기한다는 것은 그럴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우리의 경험칙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

다. 뿐만 아니라, 원심이 사실을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가 교환계약을 체결한 목적이 위 (가)부분의 토지를 서울특별시에 기부채납하여 재개발사업시행인가조건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었고, 원고가 그와 같은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은 피고가 교환계약을 체결한 동기에 불과한 것으로서, 피고가 그 기부채납의 시한까지 원고로부터 위 (가)부분 토지를 이전받지 못한 것은 정지조건이 성취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있을지언정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은 경위로 위 (가)부분 토지 대신 자신 소유의 다른 토지를 기부채납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이 원고로 하여금 교환계약을 실현할 의사를 가지지 않게 할만한 사정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판시한 바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교환계약이 1978.7.6. 무렵에 이미 당사자 쌍방의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의사의 일치로 묵시적으로 해제되었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계약의 묵시적 합의해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고, 이와 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관(재판장) 김주한 김용준(주심) 천경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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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민사지방법원 1993.3.16.선고 92나20124